국어문학창고

서정인의 ‘강’ - 해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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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인의 ’ - 해설

 

작가 : 서정인(徐廷仁)

1936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영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했다.1962사상계신인작품 공모에 후송이 당선되었다. 초기 작품으로는 미로(1967), ((1968) 등이 있으며, 1970년대에 들어서 우리 동네(1971), 금산사 가는 길(1974), 남문통(1975), 가위(1976), 겨울나그네(1976), 약속(1976), 나들이(1977), 정자 그늘(1977), 뒷개(1977), 물치(1978), 토요일과 금요일 사이(1979) 등을 잇달아 발표하였다.

 

그의 소설이 보여주는 삶은 삭막하고 답답한 나날의 풍경들이다. 세속적인 현실에 대해 거리를 유지하며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그의 소설들은 대체로 비극적인 세계 인식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러므로 줄거리 자체가 주는 흥미보다는 주제 의식의 견고함이나, 이를테면 에서와 같은 그의 문체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소설 전체를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철쭉제(1983), 장터목(1984) 등과 장편 달궁(1988)은 초기의 경향과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철쭉제연작을 보면, 그 특유의 절제미가 이완될 정도로 생기 넘치는 인물과 그들의 발랄한 대화가 전면에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모의 끝자리에 달궁,이 놓여 있다. 그는 그러한 삭막한 풍경 속에서 나마 엷은 해학과 관용, 넉넉한 인간적 교감을 발견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소설은 단편 소설 미학의 전범이라 할 만큼 잘 짜여져 있다. 야단스럽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단단한 주제 의식, 치밀하고 엄정한 문체, 빈틈 없는 구성, 단 몇 줄로도 선명하게 작중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성격 묘사 생생하고 재치 있게 구사되는 대화 언어 등 어느 것 하나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이 그 자체로써 고전적인 단편 소설 미학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이청준, 박태순, 김승옥 등과 더불어 60년대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의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작품집으로는 1976), 가위(1977), 토요일과 금요일 사이(1980) 벌판(1984), 철쭉제(1986), 가위,(1987) 등이 있으며, 1976년에는 <한국문학작가상>1984년에는 철쭉제<월탄문학상>을 수상했다.

 

전체의 줄거리

세 남자가 버스를 타고 혼삿집을 찾아가는 중이다. 국민학교 교사를 지냈다는 고깔모자를 쓴 박씨는 주인이고, 멋부리기를 좋아하는 잠바 차림의 세무서원 이씨와 얼굴빛이 창백한 검정 외투의 늙은 학생인 김씨는 그의 하숙생들이다.

그들은 버스가 떠나기를 지루하게 기다리며 남자들이 모이면 흔히 공통의 화제로 떠올리는 군입대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다. 기피자인 고깔 모자 박씨는 군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콤플렉스에 빠져 논산이라면 대단히 불유쾌해지는 것이다.

 

버스가 출발하자 고깔 모자 박씨는 옆에 앉은 작부 타입의 하얗게 분칠한 여자와 친해져서 온 몸을 실어보내며 낮은 목소리로 소곤거리고, 멋쟁이 잠바 차림의 이씨는 거들먹거리며 껌 한 통을 꺼내 차장에게 주며 농담을 걸면서 즐거워하고, 검정 외투 의 김씨는 깊은 상념에 빠져 진눈깨비가 내리는 창 밖으로 하염없이 시선을 보낸다. 근 세 시간을 달려서 차는 군하리에 멎는다. 몇몇 사람들과 함께 세 남자도 내린다. 박씨와 얘기를 나누던 작부 타인의 여자도 저만치 달아나다시피 서울집이라는 옥호가 달린 집 안으로 사라져 간다.

 

그들이 혼사를 치르는 석촌 김씨네를 물어서 찾아갔다가 술에 취해 군하리로 돌아온 것은 버스도 끊어진 늦은 밤이었다. 이씨와 박씨는 버스에서 만났던 작부를 찾아 술을 계속하겠다며 서울집으로 가고, 김씨는 쉬기 위해 여인숙으로 들어선다. 여인숙과 술집은 거의 붙어 있었다. 침구를 가지고 들어선 여인숙 집 아들은 가슴에 반장이라는 명찰을 붙이고 1등을 했다고 자랑한다. 김씨는 아이를 칭찬해서 돌려보내고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농촌의 천재가 가난 때문에 점점 낙오자로 전락하여 지금의 처지까지 이른 것을 생각하면서 김씨는 옷도 벗기 싫어 그대로 이불 밑으로 파고든다. 박씨와 이씨는 작부 하나를 번갈아 가며 더듬다가 대학생 김씨를 데려 오라 한다. 대학생이라는 말에 호기심을 갖고 김씨 방에 찾아온 작부는 옷도 벗지 않고 골아 떨어진 김씨의 넥타이와 바지를 벗겨 정돈해 놓고 남포 속으로 바람을 불어넣는다. 밖에서는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다. 그녀의 발자국을 하얗게 지우면서.


감상의 길잡이

 

< 감상의 길잡이 1 >

19683󰡔창작과 비평󰡕 9호에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현실에 좌절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거리 자체보다는 주제 의식에 비중을 두고 환상적인 수법으로 묘사한 전지적 작가 시점의 소설이다.

 

서정인의 작품 세계는 야단스럽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단단한 주제 의식, 치밀하고 엄정한 문체 빈틈없는 구성과 성격 묘사, 생생하고 재치 있는 대화 등으로 고전적인 단편 소설의 모범을 보인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실체를 상징 또는 환상으로 포착하면서 자의식의 분열을 추적한다. 그리고 진실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지식인의 고민을 단아한 문장과 정확한 구성력으로 분석하여 삭막하고 답답한 현대인의 삶을 비극적 인식에서 묘사하였다. 그러나 후기의 작품들은 삭막한 풍경 속에서도 해학과 관용, 넉넉한 인간적 교감을 보여준다. 그리고 프티 인텔리의 속물화와 좌절의 분위기에 인간 관계의 순환론을 도식화함으로써 생기 넘치는 인물과 발랄한 대화로 그의 단편 문학 세계를 펼쳐나간다.

 

이 소설은 개인의 내면 세계를 환상적이고 심리적인 기법으로 묘사하여 담담한 비애의 모습으로 안정시키고 있다. 이러한 안정감은 이 소설의 핵심을 이루는 여행이라는 형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행은 숨가쁜 일상에서 벗어나 사색의 분위기와 공간을 제공한다. 그리고 여행은 잊혀져 버린 자신의 과거와 현실 생활의 의미를 생각하고 반성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이러한 의미가 있는 여행 중에 이 작품의 등장 인물들은 삶의 대화를 나눈다. 그 대화는 눈 내리는 차창 밖의 풍경과 함께 쓸쓸함과 좌절의 슬픔을 형상화하여 애정과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킨다.

 

< 감상의 길잡이 2 >

이 작품의 주제는 소외된 삶의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서정인의 대부분 작품들이 그러한 것처럼 이 작품도 삶을 적극적이거나 능동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간직한 무기력하고 쓸쓸한 생활의 모습을 매우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선으로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런 주제와 관련해서 제목이 '이라고 하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작품에는 실제로 강의 모습이 등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이란 제목은 강처럼 흘러가는 인생의 어떤 모습을 암시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작품에서 강처럼 흘러가는 인생의 모습은 덧없이 횰러가는 모습에 가깝다. 보람차거나 아름답거나 즐겁지 못한 인생의 모습을 보여주는 강인 것이다. 이러한 주제를 소설의 구체적인 모양으로 만들어내기 위하여 작가는 무엇보다도 인물이나 문체, 그리고 시점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선 자기 나름의 이름을 갖고 있지 않다. 그저 김씨, 이씨, 박씨로 표현될 뿐이다. 작가가 인물들에게 이름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사실 속에서 우리는 이 인물들이 삶에 대한 주체적인 입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같이 이 인물들은 자기 직업에 대한 보람을 갖고 있지 못하다. 소설의 무대가 인물들의 생활현장을 벗어난 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그런 사실과 연관되어 있다. 그들의 대화는 기껏해야 날씨나 고향이나 술먹는 일 정도의 소재에 국한되어 있다. 대화가 상투적이거나 하찮은 소재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 속에서 그들이 서로의 마음을 터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장의 현실로부터 소외된 채 고립되어 있고,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삶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와는 대조적인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인물이 한사람 있다. 그 인물은 바로 술집여자다. 그녀는 겉으로는 하찮고 타락한 생활습관에 젖어있지만 삶에 대한 순진한 소망과 사랑의 마음가짐을 간직하고 있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눈내리는 풍경을 즐겁게 만끽하거나 초라한 모습으로 잠든 대학생 김씨에게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은 모성애를 대표하면서 이 작품에 따뜻한 삶의 가능성을 심어놓게 된다. 덧없고 쓸쓸한 인생의 정에 따뜻한 사랑의 흐름이 보태어지는 것이다.

 

문체의 경우, 간결하면서 함축적인 문장이 현재형으로 서술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장의 간결함은 대화 장면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간결한 문장들은 장면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모양을 깔끔하게 돋보이게 만든다. 군더더기같은 수식어들이 과감하게 생략됨으로써 서술되는 상황이나 장면 하나하나가 팽팽한 긴장감과 참신한 탄력성을 간직하는 효과가 생겨나고 그래서 무기력하고 쓸쓸한 삶의 모습이 지루하게 보이지 않는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현재형의 문장들은 상황이나 장면에 생생한 구체성과 현장성을 보장해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결국 소외된 삶의 현실이 간직한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분위거는 탄력성과 생동감을 간직한 문체 덕분에 지리함이 아니라 참신한 주목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시점이 주제와 연관되는 효과를 살펴보도록 하자. 그런 효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장갑낀 손이 쑥 들어오더니 턱과 뺨 위로 수염이 검실검실 돋은 운전수의 머리를 차 안으로 끌어들인다. 머리가 들어오자 잠바가 따라 들어오고 그 뒤로 호주머니께가 허옇게 닳은 낡은 고리뗑 바지가 딸려 들어온다." 운전수가 버스에 올라타는 동작이 철저하게 수동적인 시점에서 묘사되고 있다. 운전수의 손이 "운전수의 머리를 차 안으로 끌어들인다."라고 관찰하는 작가의 시선은 삶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기력하게, 또는 기계처럼 수동적으로 살아야 하는 현대 소시민의 운명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효과를 참신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핵심 정리

주제 : 현실에서 소외 당한 사람들의 삶과 비애.

인물 :

박씨 - 하숙집 주인. 전직 국민학교 교사. 현실에 만족하며 안주하려는 삶의 태도를 지님.

이씨 - 세무서원. 진실보다는 겉모습에 신경을 쓰는 낙관적이고 호탕한 쾌락주의자.

김씨 - 늙은 대학생. 가난 때문에 숱한 좌절을 맛본 이상주의자로 이상적이고 사색적임.

배경 : 시간적 배경으로는 빈곤하고 실업자가 많던 시기, 공간적 배경으로는 군하리를 통과하는 버스 안과 군하리에서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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