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예대와 중앙대 ‘문예창작과’ 출신 문인
by 송화은율
서라벌예대와 중앙대 ‘문예창작과’ 출신 문인
서라벌 예대 문창과(文創科)는 김동리(金東里)의 아성(牙城)이었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는 옛말대로 김동리가 손때묻혀 키운 맹장들이 오늘의 한국문단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그가 서라벌 예대 문창과를 정예부대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전심전력했는지 알 수 있다.
1. 1954년에 개설한 서라벌예대 문창과와 그 학풍을 고스란히 계승한 중앙대 예술대 문창과는 특기자 교육의 성공사례로 압권이다. 작금에 앞다퉈 문을 열고 있는 여러 대학의 문창과들이 뒤늦게나마 이를 입증하고 있다.
2. 김동리는 이 두 대학의 명실상부한 가장이자 후손들의 위엄스러운 師父였다. 그의 슬하에서 誤文부터 일일이 지적받아온 숱한 중견 문인들이 그점을 방증한다.
3. 58년 서라벌예대 문창과 동기생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 김주영 : 역사소설의 주체를 서민으로 못박고 그들의 애환과 풍속을 집중적으로 찾아내 아 로새긴 [객주(客主)], [화적]
* 김문수 : 단편소설의 정수를 보여줌
* 천승세 : 희곡과 소설에서 재능을 보여줌
* 유현종 : 현대소설과 역사소설을 통틀어 왕성한 필력을 자랑
* 이근배 : 시조 작단의 좌장으로 손색없는 인물
* 박이도 : 詩作과 시론을 겸비(경희대 교수)
4. 60학번
* 김원일 : 남북문단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원근법적으로 조명해 사실주의 소설추구
5. 61학번
* 이문구 : 우리말의 보고(寶庫)를 혼자 독차지하고 있는 희귀한 스타일리스트로서 [관촌수필 (冠村隨筆)], [우리동네] 등의 연작단편을 통해 농촌사회의 전면적인 붕괴 국면을 적나라하고 정직하게 묘사
* 조세희 : 문장을 극도로 아끼는 과작(寡作) 작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산업사회 의 소외문제를 극명하게 조탁한 작가
* 박상륭 : 오래전에 이민을 가서 신비주의 문학을 개척하고 있음
* 한승원 : 남도지방의 어촌 풍경과 그 정서를 탄탄하게 그림. 한(恨)의 모색.
6. 김주영부터 이문구까지는 이른바 4·19세대에 속한다. 그들이 70년대 한국작단의 한 평지돌 출이었던 이면에는 6·25와 4·19를 통해 몸세 체험한 마지막 세대라는 사실과 그 생생한 경험들 을 소화해낼 수 있는 지면이 많아졌다는 사정이 숨어 있다.
7. 65학번, 66학번
* 이동하(중앙대문창과교수) : [장난감도시]에서 서정적인 문체로 소시민의 간절한 소망을 단 정하게 소묘, 66학번 오정희는 구성의 완벽, 일물일어(一物一語)에 집착하는 적실(績實)한 문장 력으로 단편소설 미학의 최대치를 추구
8. <미아리 시대>와 <흑석동 시대> : 서라벌예대가 2년제 초급대학으로서 미아리에 校舍를 두었다가 4년제 정규대학으로 개편되면서 중앙대 본교가 있는 흑석 동으로 옮겼는데, 66 학번들(오정희, 윤정모, 정종명 등)이 미아리시대의 마지막이다.
9. <미아리 시대>에는 서정주의 밑에서 많은 시인을 배출했는데, 60학번의 신중신, 송수권을 필두로, 64학번 윤금초, 65학번에 미당의 수제자임을 자랑하는 임영조와 과작의 시인 김형영이 쌍벽을 이룬다.
10. 70년대 중반부터 한국문단은 군사정권의 파행적인 정치 행태, 산업사회로의 진입과 아울러 농촌사회의 급격한 와해, 반체제 인사들의 집단적인 각성 등 사회상에 따라 종래의 가부장적 문단질서가 무너지고 일종의 파벌식으로 흩어진다. 그 주요 요인으로 계간지 밑 상업지의 속출 과 문학의 상품화를 들 수 있는데, 등단제도의 다양화가 더 큰 요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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