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인 소설가
by 송화은율
서정인(徐廷仁, 1936- )
· 전남 순천생. 서울대 대학원 영문과 졸. 하바드대 객원 연구원 수학
· 62년 [사상계] 신인 작품 모집에 현대인의 주체 의식의 문제를 다룬 단편 <후송(後送)> 당 선, 등단
· 수상 : 제3회 한국문학작가상(1976), 월탄문학상(1984), 한국창작문학상
· 초기 경향 : 지식인의 자의식적 세계를 주로 다룸
· 후기 경향 : 현실적 문제를 구체화함
· 대표작 : <후송>(1962), <강>(1968), <철쭉제>(1983), 장편 <달궁>
· 전북대 문리대 교수
--- 소설 <강>, <달궁>
[서정인의 작품세계] 시적 암시-여운 강한 한국단편 백미
{강은 흘러가는 것이므로, 여행을 상기시키지 않습니까. 우리의 살림살이도 그렇게 흘러가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강]이란 제목은 그런 우의적 뜻을 지니고 있는 셈입니다.}.
소설가 서정인씨는 68년 단편 [강]을 발표했을 때 서울 돈암동 삼선고교 교사로 재직 중이었다.
{이 소설의 모티브는 우연히 김포 부근의 강가로 여행을 갔다가 그풍경과 분위기를 보고 떠올렸습니다. 제가 전라도 출신인 탓에 많은 독자들이 소설무대를 섬진강 부근의 시골로 오해하더군요. 그러나 섬진강일대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작가는 [강] [후송] [나주댁] [물결이 높던 날] 등 지금도 단편 소설 미학의 전범으로 꼽히는 소설들을 모아 76년 문학과 지성사에서 창작집[강]을 펴냈다.
작가는 당시 후기를 통해 {그것들 중의 어느 것을 쓰고 나서도 장티푸스를 앓고난 듯한 기분이 되지 않은 것이 없다}고 창작의 산고를 털어 놓았다.
이 책에 해설을 쓴 평론가 김현은 서정인 소설의 문체를 가리켜 {귀중한 돌을 갈듯이 그는 말 하나하나를 경건하게 다듬는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서정인 소설미학의 요체는 단아한 언어구사력과 세밀한 내면 심리 묘사라고 할 수 있다.
{[강]을 쓸 때 저 자신도 젊은 세대였던지라 급하고 과격했어요. 자연히 당시의 사회 현실에 답답해했지요. [강]을 지배하는 우울한 분위기는 그렇게 좌절했던 세대의 심경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지요.}.
[강]은 도입부에서 진눈깨비 쏟아지는 풍경을 제시한다. 버스 창밖으로 진눈깨비를 바라보는 등장인물들의 짧은 대화에서 그 인물들 각자의심경과 삶의 내밀한 사연이 드러난다. 인물의 외양이나 내면 묘사에서군더더기가 없다.
진눈깨비에 의해 흐릿해진 풍경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남루한 생의 초상이 오히려 또렷하게 드러나면서 그 쓸쓸함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서정인 소설은 오늘날까지도 이야기로서의 소설이 아니라시적 암시와 여운의 소설 세계를 펼쳐보인 한국단편의 백미로 꼽힌다.
발행일 : 97년 09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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