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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관계와 인과관계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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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관계와 인과관계

 

아프리카의 어떤 부족은 '몸에 이가 들끓으면 건강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산다고 한다. 하지만 '이가 많으면 건강한 것'이 아니라 '건강하면 이가 많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렇듯 이의 마리 수와 건강한 정도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 그런데 이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이 부족은 인과관계를 완전히 뒤집어놓은 것이다. 사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비판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과학활동에 가장 필수적인 조건 중의 하나다.

 

 : '늙어서까지 성관계를 계속 가질수록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를 평가해보시오.

 : 성관계가 건강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이러저러한 여건이 갖춰져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성관계를 많이 가진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즉 규칙적인 성관계를 건강의 원인으로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규칙적인 성관계를 건강의 결과로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 어느 쪽이 맞는지를 알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좀더 세부적인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성관계시 많이 나오는 어떤 호르몬이 건강 유지에 어떤 영향을 준다던가 하는 식의 증거들이 상당히 많이 모여야 충분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 건강과 규칙적인 성관계 양쪽이 모두 모종의 다른 요인의 결과라고 볼 수는 없는가?

 : 물론 그렇지요. 예를 들면 특정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거나 전반적인 영양상태가 좋다거나 하는 경우에 이런 것이 원인으로 작용해 건강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고 동시에 성관계 빈도도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한다는 식의 가능성도 충분히 검토해봐야 합니다.

 

 : '비타민 C를 과량 섭취하면 노화나 암 예방 등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식의 견해가 맞는지 검증해보기 위해서는 어떠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가?

 : 일단 지속적으로 비타민 C를 다량 섭취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해서 암 발병률 등을 비교해봐야 합니다. 만약 다량 섭취한 사람에게서 암 발병률이 더 낮았다면 일단 비타민 C가 암 발생을 억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상관관계가 성립된다고 해서 곧바로 '비타민 C가 암을 예방한다'고 인과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특히 이런 경우에 비타민 C를 다량 섭취한 사람이라면 평소에 건강에 대해 그만큼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겠지요. 그렇다면 비타민 C를 섭취하는 것 말고도 그밖에 여러가지 건강 관리에 신경 썼을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애초에 암 발병률을 높일만한 습관이나 생활방식을 멀리했을 가능성도 있겠죠. 좀더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좀더 세부적인 메커니즘 연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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