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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연의(三國志演義) / 나관중(羅貫中)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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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연의(三國志演義) /  나관중(羅貫中)

 

 

(전략)

 

이 때 동남풍이 크게 일어 강 물결은 뛰는 듯 용솟음친다. 조조(曹操)는 중군(中軍)에 있다가 멀리 강을 격(隔)하여 바라보니, 달은 높이 올라 강심(江心)에 비쳤는데, 마치 만 마리 금뱀[金蛇]이 강물을 희롱하고 파도를 박차 어우러지는 듯 눈이 부시고 찬란하다. 조조는 강풍을 맞이하여 마음이 상쾌하다. 제법 호연(浩然)한 기운이 생겼다. 뜻을 얻은 듯 한 번 크게 웃는다.

"어어, 참 달빛 좋구나!"

 

이 때 한 군사가 홀연 강 남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승상님, 저기 은은히 돛단배가 순풍에 달려오는 것이 보입니다."

 

조조가 뱃전에 비스듬히 기대어 멀리 바라보니 과연 배 한 척이 오는데, 배에는 무수한 청룡기(靑龍旗)를 꽂아 놓았고, 그 중 큰 기 하나에는 '선봉 황개(黃蓋)'라고 크게 씌어 있다. 조조는 쾌활하게 웃으며 말한다.

"황개가 와서 항복하는 것은 과연 하늘이 나를 도와 주는 일이다."

 

배는 점점 가까이 온다. 옆에서 정욱(程昱)이 한참 바라보다가 말한다.

"암만해도 지금 오는 배는 수상합니다. 거짓 항복하러 오는 배 같습니다. 너무 가까이 수채(水寨) 앞에 오지 못하게 하십시오."

"어떻게 아나?"

"황개의 배는 운량선(運糧船)이라 했는데, 양식이 쌓였으면 배가 무거워서 천천히 올 텐데, 배 오는 모양을 보니 너무나 경첩(輕捷)하게 떠 옵니다. 그 뿐 아니라, 오늘 밤엔 동남풍이 강하게 붑니다. 만약에 간사한 꾀가 있어 불질이나 한다면 큰 탈이올시다."

 

조조는 비로소 깨닫는다.

"그럼, 누가 가서 중지를 시킬 테냐?"

 

장수 문빙(文聘)이 앞으로 나와 아뢴다.

"소인이 물에 자못 익숙합니다. 갔다 오겠습니다."

 

말이 채 떨어지기 전에 문빙이 작은 배로 뛰어내려 손을 한 번 흔드니 십여척 순라배는 문빙의 배를 따라 일제히 움직인다. 문빙은 뱃머리에 서서 다가오는 황개의 배를 향하여 큰 소리로 외쳤다.

"승상의 균지(鈞旨)시다, 남선(南船)은 채(寨) 앞으로 오지 말고 그대로 멈추어 강심(江心)에 머물러 있으라."

 

모든 군사들도 일제히 고함을 친다.

"빨리 돛을 내려라!"

 

떠들어대는 소리가 채 떨어지기 전에 어디선지 활시위 소리가 쌩 하고 일어나면서 문빙의 왼편 팔에 살이 날아와 콱 박힌다. 문빙은 외마디 소리를 치며 배 안으로 거꾸러진다. 문빙의 군사들은 황겁해서 크게 어지럽다. 뿔뿔이 노를 저어 개미 떼 헤어지듯 달아난다. 이 때 남선과 조조의 수채와의 거리는 겨우 이 리(二里)쯤 격해 있었다. 황개가 칼을 번쩍 들어 휘두르니 앞 배들은 일제히 불을 질러 화염을 뿜으며 조조의 진으로 쏜살같이 달려든다. 황개의 이십척 화선(火船)은 전부 섶단을 산더미같이 쌓아 올리고 생선 기름을 부어 놓은 배들이다. 더구나 동남풍이 강하게 불었다. 화염은 창천(漲天)하면서 이십 척 기름배는 그대로 시뻘건 불덩이가 되어 조조의 수채로 들이닥친다. 조조의 전함들은 모두 다 연환계(連環計)를 써서 오십 척, 삼십 척씩 쇠사슬로 연달아 묶어 놓은 배다. 황개가 거느린 불배들이 들이닥치니 한 배에 불이 붙자 삼십 척, 오십 척 배는 그대로 연소가 되어 불이 붙는다. 사슬을 끊으려 하나 불더미 속으로 뛰어들 수도 없다. 도망을 치려 했으나 도망갈 도리도 없다. 동남풍은 지둥치듯 계속해서 강하게 분다. 적벽강(赤壁江)은 온통 불바다다. 강을 격해서는 대포 소리가 우렁거리고, 사면 팔방엔 불배가 바람에 불려 오륙백 척의 조조의 배로 불꽃을 뿜는다. 오륙백 척의 배도 이내 전부 불꽃을 뿜는다. 적벽 삼강은 하늘도 붉고 물도 붉다. 동남풍은 여전히 세차게 분다. 강물에 불을 뿜던 맹렬한 화염은 육지에마저 옮겨 붙는다. 육지에 있는 조조의 영채(領寨)까지 함빡 불바다가 되어 버린다.

 

[중략 : 적벽 대전에서 조조의 군사들은 거의 전멸하고, 조조와 그 휘하 몇 장수와 군졸들만 도망을 친다. 지형이 넓은 오림(烏林)으로 도망치다가 오(吳)와 촉(蜀)의 장족들을 만나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긴다.]

 

"조금만 쉬어 가십시다. 군사와 말이 몹시 피곤한 모양이올시다."

"에이 못생긴 놈들, 이까짓 행군을 가지고 피곤하다 하느냐. 형주(荊州)까지 가서 쉬기로 하자."

조조는 칼을 들어 군사를 휘몰아 나간다. 두어 마장 더 나갔을 때 조조는 홀연 마상에서 채찍을 번쩍 들고 깔깔거리며 웃어댄다. 쫓겨 달아나면서 세 번째 웃는 요망스런 웃음소리다. 모든 장수들은 조조의 웃음소리에 또 소름이 끼쳤다. 불길하다고 생각했다.

 

"승상께서는 왜 또 웃으십니까?"

 

"사람들이 말하기를 주유(周瑜)와 제갈량(諸葛亮)은 제법 꾀가 많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참말로 무능하기 짝이 없는 자들이다. 만약, 이런 곳에 군사 몇백 명만 매복해 둔다면 우리들은 꼼짝없이 속수 무책 결박을 당하고 말 것이다."

 

조조의 말이 채 떨어지기 전에 일성 포향(一聲砲響)이 천지를 진동하면서 산골 양편에서는 오백 도수(刀手)들이 칼과 창을 들고 쏟아져 오는데, 위수대장(爲首大將)은 관운장(關雲長)이다. 관운장은 청룡 언월도(靑龍偃月刀)를 비껴 들고 적토마 위에 높이 앉아 봉의 눈을 부릅뜨고 삼각수(三角鬚)를 바람에 흩날리며 조조의 가는 길을 끊는다.

 

"조 승상은 달아나지 말라. 한수정후(漢壽亭侯) 관운장은 여기서 기다린 지 오래다!"

조조의 군사는 담이 떨어지고 넋을 잃었다. 면면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어찌할 줄 모른다. 조조는 벌벌 떠는 장수와 군사들한테 영을 내린다.

 

"이쯤 되었으니 한번 결사전을 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모든 장수들이 대답한다.

"저희들은 겁난 것이 없습니다마는 말은 벌써 기진 맥진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다시 싸우겠습니까?"

 

정욱이 조조 앞에 나와 말한다.

"저는 원래 관운장의 성격을 잘 짐작합니다. 그는 윗사람한테 거만해도 아랫사람한테는 부드럽고, 강한 자는 콧방귀같이 알지만 약한 사람은 붙들어주고, 은원(恩怨)이 분명하고 신의가 대단한 사람이올시다. 승상께서는 전에 저 사람한테 은정을 많이 두셨으니 승상께서 친히 말씀하신다면 요행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을 듯합니다."

조조는 정욱의 말을 그럴 듯하게 생각했다. 곧 말을 달려 관운장 앞으로 나가 몸을 굽혀 말한다.

"장군께서는 별래 무양(別來無恙)하시오니까?"

 

운장은 조조가 몸을 굽혀 예를 올리는 것을 보자 자기도 몸을 굽혀 마상에서 답례한다.

"아무 일 없소이다마는, 오늘 관우는 군사(軍師)의 장령을 받들어 승상을 이 곳에서 기다린 지 오랩니다."

"조조는 군사가 패하고 세궁 역진(勢窮力盡)하여 이 꼴이 되었습니다. 장군께서는 옛 정을 생각하시어 조조의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조조는 눈물을 머금어 애걸한다. 관운장은 의젓이 대답한다.

"관우가 비록 전에 승상의 후한 대접을 받았으나, 이미 안량(顔良)과 문추(文醜)를 베어 백마의 위태로움을 풀어 드렸습니다. 오늘은 사사로운 일로 공도(公道)를 폐할 수 없소이다."

 

조조가 다시 애걸한다.

"장군께서는 오관 참장(五棺斬將)하시던 일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저는 그때 장군을 잡지 아니하고 놓아 보냈습니다. 대장부는 신과 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합니다. 장군께서는 춘추(春秋), 사기(史記)에 밝으실 것입니다. 어찌 유공지사(庾公之斯)가 자탁유자(子濯孺子)를 쫓던 일을 모르시겠습니까?"

 

관운장은 의기가 태산 같은 사람이다. 조조의 말을 듣자 조조한테 받았던 삼일 소연(三日小宴)에 오일 대연(五日大宴)과 오관 참장(五棺斬將)하면서 형수를 모시어 돌아올 때 조조가 잡지 아니했던 일이 생각난다. 더구나 조조가 눈물을 흘리며 애걸하는 꼴을 보니 차마 조조를 죽일 수 없었다. 운장은 말머리를 돌려 군사한테 분부한다.

"길을 비켜라!"

 

조조는 살짝 틈을 타 달아난다. 관운장은 달아나는 조조와 군사를 향하여 큰 소리로 한 번 얼러 댄다.

"이놈들 어디로 달아나느냐!"

조조 이하 군사들은 납작 땅에 엎드려 울면서 빈다.

"장군님, 그저 살려 주시오."

 

더구나 승상 조조는 무릎 꿇고 앞에 엎드려 닭똥 같은 눈물을 찢어진 홍포 앞자락에 뚝뚝 떨어뜨리며 애망 갈망 손을 모아 싹싹 빈다.

"한수정후 관공님, 그저 조조의 목숨만 살려 주시오."

 

관운장은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차마 조조의 목을 벨 수 없었다. 잠깐 망설이고 있을 때 장요가 조조를 찾아 말을 달려 오다가 관운장과 마주친다. 장요는 관운장을 보자 고개를 숙여 묵묵히 말이 없다. 살려 달라고 애걸할 수도 없었다. 칼을 들어 싸울 수도 없다. 관운장의 마음은 또 한 번 흔들렸다. 옛정을 차마 잊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구나!"

 

한 마디 긴 탄식을 하고 말머리를 돌려 모두 다 놓아 보낸다. 조조가 화용도(華容道)의 호구(虎口)를 벗어나 곡구(谷口)에 당도하여 군사를 점검해 보니 패잔병의 군사는 겨우 이십칠 기(騎)다.

 

 (후략)

 

<월탄 삼국지(月灘三國志)>


 요점 정리

 지은이 : 나관중(羅貫中) / 옮긴이 박종화

 갈래 : 장편 소설. 역사 소설

 성격 : 사실적, 객관적

 제재 : 후한 말부터 위(魏), 오(吳), 촉(蜀) 세 나라의 쟁탈전으로 진에 의해 통일될 때까지의 중국 역사

 주제 : 후한 말의 혼란과 위, 촉, 오 삼국의 영웅 호걸들의 활약상과 여러 국가의 흥망 성쇠(興亡盛衰)와 역사 사실을 바탕으로 형상화, 진정한 삶의 가치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함.

 구성(인용문 구성- 순행적 구성)

  적벽의 풍경과 조조의 득의한 마음

  상황에 대한 의구심, 거짓 항복의 가능성 제시

  상황의 반전

 전체 구성 :
전반부 = 유비 관우 장비의 3인 의형제 도원결의(桃園結義) - 삼고초려(三顧草廬)로 제갈 공명의 가담 - 유비 손권 연합군과 조조 대군의 적벽 대전
후반부 = 위(조조), 오(손권), 촉(유비)의 3국 분립 - 관우, 유비, 장비의 죽음 - 제갈공명의 북정과 사망

 줄거리 : 후한(後漢) 말 혼란의 시기에 장각(張角)이 황건적(黃巾賊)의 난(亂)을 일으킨다. 한편, 이를 우려하던 한(漢)나라 황실의 후예인 유비는 관우, 장비와 함께 의형제를 맺고 출정하여 난의 평정에 큰 공을 세운다. 그러나 큰 공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보상도 받지 못하고 불우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조정에서는 환관(宦官)과 외척(外戚)의 권력 다툼이 절정에 이르러, 권력은 동탁(董卓)의 수중에서 좌우되고 있었다. 이에 조조(曹操)는 동탁을 암살할 것을 기도하나 실패하고, 여러 제후에게 그를 죽여 없앨 것을 호소한다.

 

 이 무렵, 유비는 제갈공명(諸葛孔明)을 삼고(三顧)의 예로써 맞이하여 참모로 삼고 힘을 키워 나간다. 이 당시의 여러 제후들 중에 강남(江南)의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일어선 손권(孫權)이 두각을 나타낸다. 유비는 항상 열세에 처해 있었으나, 손권과 연합하여 적벽(赤壁)에서 조조의 군선(軍船)을 격파한 뒤 큰 세력을 키우는 데 성공한다. 결국, 중국은 위(魏)-조조, 오(吳)-손권, 촉(蜀)-유비의 3국이 정립(鼎立)된다. 그러나 오와 촉 사이에는 형주(荊州)의 귀속을 둘러싸고 싸움이 그치지 않았다. 이 싸움에서 관우와 장비가 죽고, 유비는 제갈공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나라를 치려 하다가 참패당하며 백제성(白帝城)에서 죽는다.

 

 그 후, 제갈공명은 유비의 아들을 왕위에 오르게 한 뒤 오나라와 화해하여 중원(中原) 탈환을 목적으로 싸움을 벌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오장원(五丈原)에서 병사(病死)한다. 결국, 촉나라는 위나라에 의해, 오나라도 진나라에 의해 멸망하고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게 된다.

 삼국지 줄거리

 

1. 호걸 세 사람은 도원에서 잔치하여 의형제를 맺고 영웅은 황건적을 죽여서 처음으로 공을 세우다

2. 분노한 장비는 독우를 매질하고 국구 하진은 계책을 써서 환간들을 죽이기로 작정하다

3. 온명원에서 회의하던 동탁은 정원을 꾸짖고 이숙은 황금과 구슬을 뇌물로 주며 여포를 유혹하다

4. 한제를 폐위하여 진류왕을 황제로 삼고 조맹덕은 역적 동탁을 죽이려다가 칼을 바치다

5. 조조가 거짓 조서를 천하에 뿌리니, 모든 제후들은 호응하고 세 영웅은 관소의 군사를 격파하고 여포와 싸우다

6. 동탁은 찬란한 궁궐을 불지르는 극악한 짓을 하고 손견은 옥새를 감추어 맹약을 저버리다

7. 원소는 반하에서 공손찬과 싸우고 손견은 강을 건너가서 유표를 치다

8. 왕사도는 교묘히 연환계를 쓰고 동태사는 봉의정을 소란케 하다

9. 여포는 흉악한 자를 없애려 왕윤을 돕고 이각은 장안을 침범하려 가후의 말을 듣다

10. 마등은 왕실을 위하여 의병을 일으키고 조조는 부친의 원수를 갚으려 군사를 일으키다

11. 유현덕은 북해에서 공융을 구출하고 여포는 복양에서 조조를 격파하다

12. 도겸은 세 번이나 서주를 양도하려 하고 조조는 여포와 크게 싸우다

13. 이각과 곽사의 군사는 서로 크게 싸우고 양봉과 동승은 함께 천자를 구하다

14. 조조는 어가를 모셔 허도로 가고 여포는 밤을 이용하여 서주성을 습격하다

15. 태사자는 힘껏 소패왕과 싸우고 손책은 엄백호와 크게 싸우다

16. 여포는 원문 밖의 창을 쏘고 조조는 육수에서 패하다

17. 원술은 크게 칠로군을 일으키고 조조는 세 장군을 한 곳에 모으다

18. 가후는 적군을 역이용해서 승리하고 하후돈은 화살을 뽑아 눈알을 씹어 먹다

19. 조조는 하비성 아래서 군사를 몰살하고 여포는 백문루에서 목숨을 잃다

20. 조조는 허전에서 사냥하고 동승은 비밀리에 조서를 받다

21. 조조는 술을 데우며 영웅을 논하고 관운장은 계책을 써서 차주를 참하여 성을 탈환하다

22. 원소와 조조는 각기 기병과 보병 등 삼군을 일으키고 관운장과 장비는 왕충과 유대 두 장수를 사로잡다

23. 예형은 옷을 벗어 역적을 꾸짖고 의원 길평은 독약을 쓰려다가 형을 당하다

24. 역적은 흉측하게 귀비를 죽이고 유황숙은 패하여 원소에게로 가다

25. 관운장은 흙산에 주둔하여 세 가지 조건을 내세우고 백마현에서 조조를 도와 싸움을 풀어준다

26. 원소는 싸움에 패하여 장수를 잃고 관운장은 인을 걸어둔 뒤에 황금을 봉하다

27. 미염공은 필마단기로 천리를 달리며 한수정후는 다섯 관문에서 장수 여섯을 참하다

28. 채양을 참하여 형제간의 의심을 풀고 고성에서 주인과 신하는 다시 의로써 모이다

29. 소패왕은 노하여 우길을 참하고 벽안아는 앉아서 강동을 통솔하다

30. 원소는 관도 땅에서 싸우다 패하고 조조는 오소 땅을 습격하여 곡식을 불지르다

31. 조조는 창정에서 원소를 격파하고 유현덕은 형주 유표에게 몸을 의탁하다

32. 기주를 차지한 원상은 칼로 겨루고 호유는 장하를 끌어 들이도록 계책을 바치다

33. 조비는 전란을 틈타서 진씨를 아내로 삼고 곽과는 계책을 남겨 요동 땅을 평정하다

34. 채부인은 병풍 뒤에서 비밀을 엿듣고 유황숙은 말을 날려 단계를 건너다

35. 유현덕은 남장 땅에서 은사를 만나고 단복은 신야 땅에서 영특한 인물을 만나다

36. 유현덕은 계책을 써서 번성을 엄습하고 서서는 말을 타고 떠나면서 제갈양을 천거하다

37. 사마휘는 다시 명사를 천거하고 유현덕은 초려를 세 번 찾아가다

38. 천하 삼분을 말하며 융중에서 계책을 정하는데 한편 손권은 장강에서 싸워 원수를 갚다

39. 형주성의 공자는 세 번이나 계책을 묻고 공명은 박망파에서 처음으로 군사를 쓰다

40. 채부인은 의논하여 형주를 바치고 제갈양은 불을 질러 신야를 태우다

41. 유현덕은 백성들을 거느리고 강물을 건너고 조자룡은 혼자서 아두 아기를 구출하다

42. 장비는 장판교에서 한바탕 설치고 유현덕은 패하여 한진 어귀로 달아나다

43. 제갈양은 선비들과 토론을 벌이고 노숙은 모든 의견을 힘써 물리치다

44. 공명은 지혜를 써서 주유를 격동시키고 손권은 조조와 싸우기로 계책을 정하다

45. 조조의 군사는 삼강구에서 꺽이고 장간은 군영회에서 계락에 빠지다

46. 공명은 기이한 꾀를 써서 많은 화살을 얻고 황개는 은밀히 계책을 말하고 형벌을 받다

47. 감택은 몰래 거짓 항서를 바치고 방통은 교묘히 연환계를 일러 주다

48. 조조는 장강에서 잔치를 하며 시를 읊고 북쪽 군사는 전선을 한데 묶어 놓고 무기를 사용하다

49. 제갈양은 칠성단에서 바람을 빌고 주유는 삼강구에서 불을 지르다

50. 제갈양은 지혜로써 화용도를 계산하고 관운장은 의리로써 조조를 놓아주다

51. 조인은 동오의 군사와 크게 싸우고 공명은 첫번째로 주유를 기절시키다

52. 제갈양은 지혜로써 노숙을 거절하고 조자룡은 계책을 써서 계양 땅을 점령하다

53. 관운장은 의리로써 황충을 놓아주고 손권은 장요와 크게 싸우다

54. 오국태부인은 절에서 신랑감을 보고 유황숙은 화촉동방에서 아름다운 연분을 맺다

55. 유현덕은 지혜를 써서 손부인에게 충격을 주고 공명은 주유를 두번째 기절시키다

56. 조조는 동작대에서 크게 잔치를 벌이고 공명은 세번째로 주유를 기절시키다

57. 와룡선생은 시상군에서 주유를 조상하고 봉추는 뇌양현에서 고을을 다스리다

58. 마초는 군사를 일으켜 원한을 씻으려 하고 조조는 수염을 자르고 전포를 벗어버리다

59. 허저는 알몸으로 마초와 싸우고 조조는 편지 글씨를 뭉개어 한수를 이간시키다

60. 장송은 도리어 양수를 힐난하고 방통은 의논하고 서촉 땅을 뺏으려 하다

61. 조자룡은 강에서 아두를 빼앗고 손권은 서신을 보내어 조조를 물리치다

62. 부관을 쳐서 양회와 고패의 목을 날리고 황충과 위연은 낙성을 공격하는 데 공로를 다투다

63. 제갈양은 방통을 위해 통곡하고 장비는 엄안을 의로써 살려주다

64. 공명은 계책을 써서 장임을 사로잡고 양부는 군사를 빌어 마초를 격파하다

65. 마초는 가맹관에서 크게 싸우고 유현덕은 스스로 익주를 다스리다

66. 관운장은 칼 한 자루만 가지고 회에 참석하고 복황후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리다.

67. 조조는 한중땅을 평정하고 장요는 소요진에서 위엄을 떨치다

68. 감영은 기병 백여 기를 거느리고 위군영채를 습격하고 좌자는 조조에게 술잔을 던지고 희롱하다

69. 관노는 주역을 점쳐 기밀을 알고 다섯 신하는 한나라 역적을 치려다가 떼죽음을 당하다.

70. 사나운 장비는 지혜로 와구의 요충지를 차지하고 늙은 황충은 계책으로 천탕산을 빼앗다

71. 황충은 맞은편 산에서 적이 지치길 편안히 기다리며 한수에 웅거한 조자룡은 적는 수로 많은 적군을 이기다

72. 제갈량은 지혜를 써서 한중을 차지하고 조조는 군사를 거느리고 사곡으로 후퇴하다

73. 유현덕은 한중왕의 위에 오르고 관운장은 양양군을 쳐서 점령하다

74. 방덕은 등에 관을 지고 분연히 싸우고 관운장은 강물을 밀어내어 7군을 휩쓸다

75. 화타는 관운장의 뼈를 긁어 상처를 치료하고 여몽은 흰 옷을 입고 강을 건너다

76. 서공명은 면수에서 크게 싸우고 관운장은 패하여 맥성으로 달아나다

77. 옥천산에 과운장의 영혼이 나타나고 낙양성에서 조조는 신을 느끼다

78. 명의는 풍병을 치료하다가 죽고 간웅은 유언을 남기고서 끝나다

79. 형은 동생에게 시를 짓도록 위협하고 한중왕은 양아들을 참하다

80. 조비는 황제를 폐위하여 하난라 유씨 자리를 빼앗고 한중왕은 위를 바로잡아 대통을 계승하다

81. 형의 원수를 갚으려고 서두르다가 장비는 살해되고 아우의 원한을 갚고자 선주는 군사를 일으키다

82. 손권은 위에 항복하고 벼슬을 받는가 하면 선주는 오를 치고 6군에게 상을 주다

83. 선주는 효정에서 싸워 원수를 잡고 강구를 지키던 서생은 대장이 되다

84. 육손은 7백 리에 뻗은 영채를 불태워버리고 공명은 교묘히 팔진도를 펴다

85. 유선주는 조서를 남겨 외로운 아들을 부탁하고 제갈양은 편안히 앉아 다섯 방면을 평정하다

86. 진밀은 장온을 비난하는 웅변을 토하고 서성은 불로 조비를 무찌르다

87. 승상은 남쪽 오랑캐를 치려고 크게 군사를 일으키고 만왕은 천자의 군사에 항거하다가 처음 결박을 당하다

88. 공명은 노수를 건너가 만왕을 다시 결박하고 거짓 항복함을 알고서 맹획을 세 번째 사로잡다

89. 무향후는 네 번째 계책을 쓰고 남만왕은 다섯 번째로 사로잡히다

90. 큰 짐승을 몰아 만병을 여섯 번째 격파하고 등갑을 분질러 맹획을 일곱 번째 사로잡다

91. 한나라 장수들은 노수에 제사지낸 후 회군하고 무후는 중원을 치려고 표문을 올리다

92. 조자룡은 힘써 다섯 장수를 참하고 제갈량은 지혜로써 세 개의 성을 함락하다

93. 강백약은 공명에게 귀항하고 공명은 왕낭을 꾸짖어 죽이다

94. 제갈양은 눈을 타고 강병을 격파하고 사마의는 기한을 정하고 맹달을 사로잡다

95. 마속은 말을 듣지 않다가 가정 땅을 잃고 무후는 거문고를 탄주하여 중달을 물리치다

96. 공명은 눈물을 씻으며 마속을 참하고 주방은 머리털을 잘라 조휴를 속이다

97. 무후는 위나라를 치려고 다시 <출사표>를 올리고 강유는 조진의 군사를 격파하려고 거짓 항서를 바치다

98. 왕쌍은 한군을 뒤쫓다가 죽음을 당하고 무후는 진창을 습격하여 승리하다

99. 제갈양은 위군을 크게 격파하고 사마의는 서촉을 침범하다

100. 촉한의 군사는 영채를 엄습하여 조진을 격파하고 제갈무후는 진법으로써 사마의를 꾸짖다

101. 제갈양은 농상에 나와 신으로 가장하고 장합은 검각으로 달리다가 계책에 말려들다

102. 사마의는 위수에서 촉군과 싸우고 제갈양은 목우 유마를 만들다

103. 사마의는 상방곡에서 곤경에 빠지고 제갈량은 오장원에서 별에 기도하다

104. 큰 별이 떨어지자 제갈량은 하늘로 돌아가고 사마의는 나무로 만든 상을 보고 기겁하다

105. 무후는 미리 비단주머니에서 계책을 숨겨두고 위주는 승로반을 꺾어서 차지하다

106. 공손연은 양평 땅에서 패하여 죽고 사마의는 병들었다 하여 조상을 속이다

107. 위주의 정권은 사마씨에게로 돌아가고 강유의 군사는 우두산에서 패하다

108. 정봉은 눈 속에서 단병을 이끌고 싸우며 손준은 은밀히 계책을 쓰다

109. 사마사가 곤경에 빠지자 한나라 장수는 기이한 꾀를 쓰고 조방은 폐위당하고 위나라 집안은 인과응보를 받다

110. 문앙은 필마단기로 씩씩한 군사를 물리치고 강유는 강물을 등지고 대군을 격파하다

111. 등애는 지혜로 강유를 격파하고 제갈탄은 의리로 사마소를 치다

112. 우전은 수춘 땅을 돕다가 절개에 죽고 백약은 장성을 포위하고 등충과 겨루다

113. 정봉은 계책을 세원 손침을 참하고 강유는 진을 벌이고 사워 등애를 격파하다

114. 조모는 수레를 달려 남궐에서 죽고 강유는 곡식을 버리고 위군을 이기다

115. 회군하라 명령하며 후주는 모략하는 말을 믿고 강유는 둔전을 핑계 대고 불행을 피하다

116. 종회는 군사를 한중의 길에 나누고 무후의 신령이 정군산에 나타나다

117. 등애는 몰래 음평 길을 통과하고 제갈첨은 싸우다가 면죽 땅에서 죽다

118. 유심은 조상 묘에 통곡한 후 효도로써 죽고 서천으로 들어온 두 장수는 공로를 다투다

119. 거짓 항복하여 교묘한 계책으로 일을 꾸미고 제위를 빼앗고 만사는 되풀이되다

 

 내용 연구

 

(전략)

 

이 때 동남풍이 크게 일어 강 물결은 뛰는 듯 용솟음친다(동남풍은 오나라를 공략하려는 조조의 북쪽 진영을 향해 부는 바람이다. 소설에서는 동남풍이 분 것이 유비의 참모인 제갈량이 부린 조화에 의한 것이다.). 조조(曹操)는 중군(中軍)에 있다가 멀리 강을 격(隔)하여 바라보니, 달은 높이 올라 강심(江心 : 강의 한복판. 강 흐름의 중심.)에 비쳤는데, 마치 만 마리 금뱀[金蛇]이 강물을 희롱하고 파도를 박차 어우러지는 듯 눈이 부시고 찬란하다. 조조는 강풍을 맞이하여 마음이 상쾌하다. 제법 호연(浩然 : 크고도 왕성한 모양. 마음이 넓고 뜻이 큰 모양. )한 기운이 생겼다(마음이 대담해지고 우쭐해졌다.). 뜻을 얻은 듯 한 번 크게 웃는다.

"어어, 참 달빛 좋구나!"

이 때 한 군사가 홀연 강 남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승상님, 저기 은은히 돛단배가 순풍에 달려오는 것이 보입니다."

조조가 뱃전에 비스듬히 기대어 멀리 바라보니 과연 배 한 척이 오는데, 배에는 무수한 청룡기(靑龍旗)를 꽂아 놓았고, 그 중 큰 기 하나에는 '선봉 황개(黃蓋)'라고 크게 씌어 있다. 조조는 쾌활하게 웃으며 말한다.

"황개가 와서 항복하는 것은 과연 하늘이 나를 도와 주는 일이다."

배는 점점 가까이 온다. 옆에서 정욱(程昱)이 한참 바라보다가 말한다.

"암만해도 지금 오는 배는 수상합니다. 거짓 항복하러 오는 배 같습니다. 너무 가까이 수채(水寨 : 물 속에 쳐 놓은 나무 울타리) 앞에 오지 못하게 하십시오."

"어떻게 아나?"

"황개의 배는 운량선(運糧船 : 곡식을 운반하는 배.)이라 했는데, 양식이 쌓였으면 배가 무거워서 천천히 올 텐데, 배 오는 모양을 보니 너무나 경첩(輕捷 : 가뿐하고, 재빠름.)하게 떠 옵니다. 그 뿐 아니라, 오늘 밤엔 동남풍이 강하게 붑니다. 만약에 간사한 꾀가 있어 불질이나 한다면 큰 탈이올시다."

조조는 비로소 깨닫는다.

"그럼, 누가 가서 중지를 시킬 테냐?"

장수 문빙(文聘)이 앞으로 나와 아뢴다.

"소인이 물에 자못 익숙합니다. 갔다 오겠습니다."

말이 채 떨어지기 전에 문빙이 작은 배로 뛰어내려 손을 한 번 흔드니 십여척 순라배는 문빙의 배를 따라 일제히 움직인다. 문빙은 뱃머리에 서서 다가오는 황개의 배를 향하여 큰 소리로 외쳤다.

"승상의 균지(鈞旨 : 대신의 분부)시다, 남선(南船)은 채(寨) 앞으로 오지 말고 그대로 멈추어 강심(江心)에 머물러 있으라."

모든 군사들도 일제히 고함을 친다.

"빨리 돛을 내려라!"

떠들어대는 소리가 채 떨어지기 전에 어디선지 활시위 소리가 쌩 하고 일어나면서 문빙의 왼편 팔에 살이 날아와 콱 박힌다. 문빙은 외마디 소리를 치며 배 안으로 거꾸러진다. 문빙의 군사들은 황겁해서 크게 어지럽다. 뿔뿔이 노를 저어 개미 떼 헤어지듯 달아난다. 이 때 남선과 조조의 수채(水寨 : 물 속에 쳐 놓은 나무 울타리)와의 거리는 겨우 이 리(二里)쯤 격해 있었다. 황개가 칼을 번쩍 들어 휘두르니 앞 배들은 일제히 불을 질러 화염을 뿜으며 조조의 진으로 쏜살같이 달려든다. 황개(손권 휘하의 장수)의 이십척 화선(火船)은 전부 섶단을 산더미같이 쌓아 올리고 생선 기름을 부어 놓은 배들이다. 더구나 동남풍이 강하게 불었다. 화염은 창천(漲天 : 하늘로 치솟음)하면서 이십 척 기름배는 그대로 시뻘건 불덩이가 되어 조조의 수채로 들이닥친다. 조조의 전함들은 모두 다 연환계(連環計 : 간첩을 적에게 보내어 계교를 꾸미게 하고, 그사이에 자신은 승리를 얻는 계교. 중국 삼국 시대에 오나라의 주유(周瑜)가 위나라 조조의 군사를 불로 공격할 때에, 방통(龐統)을 보내어 조조의 군함들을 쇠고리로 연결시키게 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다. )를 써서 오십 척, 삼십 척씩 쇠사슬로 연달아 묶어 놓은 배다. 황개가 거느린 불배들이 들이닥치니 한 배에 불이 붙자 삼십 척, 오십 척 배는 그대로 연소가 되어 불이 붙는다(제갈공명의 화공계략). 사슬을 끊으려 하나 불더미 속으로 뛰어들 수도 없다. 도망을 치려 했으나 도망갈 도리도 없다. 동남풍은 지둥치듯 계속해서 강하게 분다. 적벽강(赤壁江)은 온통 불바다다. 강을 격해서는 대포 소리가 우렁거리고, 사면 팔방엔 불배가 바람에 불려 오륙백 척의 조조의 배로 불꽃을 뿜는다. 오륙백 척의 배도 이내 전부 불꽃을 뿜는다. 적벽 삼강은 하늘도 붉고 물도 붉다. 동남풍은 여전히 세차게 분다. 강물에 불을 뿜던 맹렬한 화염은 육지에마저 옮겨 붙는다. 육지에 있는 조조의 영채(領寨)까지 함빡 불바다가 되어 버린다.(급박한 사건의 묘사, 처참한 적벽대전과 조조 진영의 모습 형상화)

[중략 : 적벽 대전에서 조조의 군사들은 거의 전멸하고, 조조와 그 휘하 몇 장수와 군졸들만 도망을 친다. 지형이 넓은 오림(烏林)으로 도망치다가 오(吳)와 촉(蜀)의 장족들을 만나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긴다.]

"조금만 쉬어 가십시다. 군사와 말이 몹시 피곤한 모양이올시다."

"에이 못생긴 놈들, 이까짓 행군을 가지고 피곤하다 하느냐. 형주(荊州)까지 가서 쉬기로 하자."

조조는 칼을 들어 군사를 휘몰아 나간다. 두어 마장 더 나갔을 때 조조는 홀연 마상에서 채찍을 번쩍 들고 깔깔거리며 웃어댄다. 쫓겨 달아나면서 세 번째 웃는 요망스런 웃음소리다(조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드러남). 모든 장수들은 조조의 웃음소리에 또 소름이 끼쳤다. 불길하다고 생각했다.(전투에 대패하고, 구사일생으로 도주하는 상황인데 조조가 웃을 때마다 불길한 일이 생겼고, 요망스러움과 동의적 관계에 있으며, 인물의 내면을 서술자가 대신 전하고 있으며, 소름끼친 것에 대한 원인)

"승상께서는 왜 또 웃으십니까?"

"사람들이 말하기를 주유(周瑜 : 오나라의 장수, 손책, 손권을 도와 적벽 대전에서 조조의 100만 대군을 격멸시킴)와 제갈량(諸葛亮 : 유비가 이끄는 촉나라의 승상으로, 뛰어난 지략으로 적을 무찌른다.)은 제법 꾀가 많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참말로 무능하기 짝이 없는 자들이다. 만약, 이런 곳에 군사 몇백 명만 매복해 둔다면 우리들은 꼼짝없이 속수 무책(손을 묶은 것처럼 어찌할 도리가 없어 꼼짝 못함) 결박을 당하고 말 것이다."(조조의 어리석은 자만심과 앞날의 사태를 정확히 파악 못하는 안목이 부족한 인물인 것이다.)

조조의 말이 채 떨어지기 전에 일성 포향(一聲砲響)이 천지를 진동하면서 산골 양편에서는 오백 도수(刀手 : 칼을 가지고 싸우는 일을 맡아 하던 군사)들이 칼과 창을 들고 쏟아져 오는데, 위수대장(爲首大將 : 무엇을 첫 자리나 으뜸으로 하는 것)은 관운장(關雲長 : 유비, 장비와 의형제를 맺은 촉나라 장수로, 의리를 중시하는 지장)이다. 관운장은 청룡 언월도(靑龍偃月刀)를 비껴 들고 적토마(중국 삼국 시대에 관우가 탔었다는 준마의 이름) 위에 높이 앉아 봉의 눈(미화법)을 부릅뜨고 삼각수(三角鬚 : 두 뺨과 턱에 세 갈래로 난 수염.)를 바람에 흩날리며 조조의 가는 길을 끊는다(영웅적인 면모를 갖춘 관운장에 대한 묘사).

"조 승상은 달아나지 말라. 한수정후(漢壽亭侯) 관운장은 여기서 기다린 지 오래다!"

조조의 군사는 담이 떨어지고 넋을 잃었다. 면면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어찌할 줄 모른다(영웅만이 부각되는 삼국지연의 귀족주의적 역사관을 반영하는 것으로 각각의 전투에서 실제로 고통받는 힘없는 백성들의 설움은 무시되고 있는 것이 삼국지연의의 한계이고, 또한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삼국지연의의 기본 자세이다). 조조는 벌벌 떠는 장수와 군사들한테 영을 내린다.

"이쯤 되었으니 한번 결사전(죽기를 각오하고 있는 힘을 다하여 싸우는 치열한 싸움)을 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모든 장수들이 대답한다.

"저희들은 겁난 것이 없습니다마는 말은 벌써 기진 맥진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다시 싸우겠습니까?"

정욱(조조의 부하로 꾀를 써서 일이 잘 이루어지게 함)이 조조 앞에 나와 말한다.

"저는 원래 관운장의 성격을 잘 짐작합니다. 그는 윗사람한테 거만해도 아랫사람한테는 부드럽고, 강한 자는 콧방귀같이 알지만 약한 사람은 붙들어주고, 은원(恩怨 : 은혜와 원한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 분명하고 신의가 대단한 사람이올시다(관운장의 성격에 대한 설명). 승상께서는 전에 저 사람한테 은정을 많이 두셨으니 승상께서 친히 말씀하신다면 요행(뜻밖에 얻는 행운)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을 듯합니다."(관운장의 인간됨을 이용하려는 수법)

조조는 정욱의 말을 그럴 듯하게 생각했다. 곧 말을 달려 관운장 앞으로 나가 몸을 굽혀 말한다.

"장군께서는 별래 무양(別來無恙 : 몸에 탈이 없음)하시오니까?"

운장은 조조가 몸을 굽혀 예를 올리는 것을 보자 자기도 몸을 굽혀 마상에서 답례한다.(의리와 예를 중시하는 관운장의 성격이 드러나는 대목)

"아무 일 없소이다마는, 오늘 관우는 군사(軍師 : 사령관 밑에서 군기(軍機)를 장악하고 군대를 운용하며 군사 작전을 짜던 사람. 책략이나 수단을 교묘하게 잘 꾸며 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의 장령(장수의 명령)을 받들어 승상을 이 곳에서 기다린 지 오랩니다."

"조조는 군사가 패하고 세궁 역진(勢窮力盡 : 세력이 꺾이고 힘이 다하여 지침)하여 이 꼴이 되었습니다. 장군께서는 옛 정을 생각하시어 조조의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조조는 눈물을 머금어 애걸한다. 관운장은 의젓이 대답한다.

"관우가 비록 전에 승상의 후한 대접을 받았으나, 이미 안량(顔良)과 문추(文醜)를 베어 백마의 위태로움을 풀어 드렸습니다(조조를 위한 전투란 조조가 원소와 싸울 때, 조조의 휘하에 있던 관운장이 원소군의 장수인 안량과 문추를 죽이고 전투에서 승리한 것을 말함). 오늘은 사사로운 일로 공도(公道 : 사회 일반에 통용되는 공평하고 바른 도리)를 폐할 수 없소이다."

조조가 다시 애걸한다.

"장군께서는 오관 참장(五棺斬將 : 예전에 관운장이 조조의 진영을 빠져 나오면서 관을 지키던 여섯 장수를 죽인 일)하시던 일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저는 그때 장군을 잡지 아니하고 놓아 보냈습니다. 대장부는 신과 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합니다. 장군께서는 춘추(春秋), 사기(史記)에 밝으실 것입니다. 어찌 유공지사(庾公之斯)가 자탁유자(子濯孺子)를 쫓던 일을 모르시겠습니까?"(이 대목은 유공차와 탁유자에 얽힌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탁유자는 정나라 사람으로 활을 잘 쏘았다. 어느 해, 위나라로 출병하였다가 싸움에 패해 쫓기는 몸이 되었고 게다가 병까지 들어 활을 쏠 수가 없었다. 궁지에 몰린 그의 앞에 위나라 최고의 명궁 유공차가 나타났다. 중병이 들어 활을 쏠 수 없는 탁유자를 보며 유공차는 말했다. "제게 활 쏘는 법을 가르치신 윤공지타의 스승은 바로 당신입니다. 결국 제 활솜씨는 당신으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어찌 제가 당신을 해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오늘 일은 군명을 받든 일이라 감히 어길 수 없습니다.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그러고는 촉이 없는 화살을 몇 대 쏘고 위나라로 돌아갔다. 조조가 지금 관운장 앞에서 이 이야기를 인용한 것은 유공차가 군명을 받들기 위해 신의를 저버리지 않았던 것처럼 관운장도 신의를 생각하여 자신의 목숨을 구해 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이다.)

관운장은 의기가 태산 같은 사람이다. 조조의 말을 듣자 조조한테 받았던 삼일 소연(三日小宴)에 오일 대연(五日大宴)[삼일 소연(三日小宴)에 오일 대연(五日大宴) : 관운장이 조조의 휘하에 있을 때 조조가 삼 일에 한번 잦은 잔치를 , 오 일에 한 번 크게 잔치를 베풀어 준 일]과 오관 참장(五棺斬將)하면서 형수를 모시어 돌아올 때 조조가 잡지 아니했던 일이 생각난다(이 대목은 조조가 옛정을 들먹이며 목숨을 구걸하자, 관운장이 과거에 조조에게 받았던 은혜를 생각하는 장면이다. 과거에 관운장이 조조의 휘하에 있을 때 조조는 관운장을 위하여 삼 일에 한 번은 작은 잔치를, 그리고 오 일에 한 번은 큰 잔치를 베풀어 주었다. 또한 관운장이 자신의 의형인 유비의 처를 모시고 조조의 진영을 빠져 나오면서 관을 지키던 여섯 장수를 죽였지만, 조조는 관운장을 잡지 않았다. 현재 관운장이 조조를 잡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조조가 바로 과거의 이 일을 관운장에게 상기시킴으로써 자신의 목숨을 구하려고 하고, 관운장 또한 이러한 과거의 은혜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조조가 눈물을 흘리며 애걸하는 꼴을 보니 차마 조조를 죽일 수 없었다. 운장은 말머리를 돌려 군사한테 분부한다.

"길을 비켜라!"

조조는 살짝 틈을 타 달아난다. 관운장은 달아나는 조조와 군사를 향하여 큰 소리로 한 번 얼러 댄다.

"이놈들 어디로 달아나느냐!"

조조 이하 군사들은 납작 땅에 엎드려 울면서 빈다.

"장군님, 그저 살려 주시오."

더구나 승상 조조는 무릎 꿇고 앞에 엎드려 닭똥 같은 눈물을 찢어진 홍포(붉은색의 예복이나 도포) 앞자락에 뚝뚝 떨어뜨리며 애면글면(몹시 힘에 겨운 일을 이루려고 갖은 애를 쓰는 모양.) 손을 모아 싹싹 빈다.(목숨을 위해 애걸하는 조조의 모습은, 그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간사한 인물임을 보여 준다.)

"한수정후 관공님, 그저 조조의 목숨만 살려 주시오."

관운장은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차마 조조의 목을 벨 수 없었다. 잠깐 망설이고 있을 때 장요가 조조를 찾아 말을 달려 오다가 관운장과 마주친다. 장요는 관운장을 보자 고개를 숙여 묵묵히 말이 없다. 살려 달라고 애걸할 수도 없었다. 칼을 들어 싸울 수도 없다. 관운장의 마음은 또 한 번 흔들렸다. 옛정을 차마 잊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구나!"

한 마디 긴 탄식을 하고 말머리를 돌려 모두 다 놓아 보낸다(이 대목은 관운장이 조조를 놓아 주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관운장의 성격이다. 관운장은 옛정을 생각해서 목숨만은 살려 달라는 조조의 부탁을 외면하지 못한다. 조조의 부하 장요에게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조조와 장요를 대하는 관운장의 태도를 통해 그가 인정이 많고 은혜와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성격의 소유자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전쟁 중이라는 상황 속에서 관운장이 적의 수괴인 조조를 풀어 준 행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두 가지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우선 관운장이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무시한 채 사적 감정을 앞세워 적의 수장을 놓아 준 점에 주목한다면, 관운장의 행동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무리 전쟁 중이라도 인간의 의리가 전쟁에 앞서는 것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면, 관운장의 행동은 적합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조조가 화용도(華容道)의 호구(虎口 : 범의 아가리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처지나 형편을 이르는 말)를 벗어나 곡구(谷口)에 당도하여 군사를 점검해 보니 패잔병의 군사는 겨우 이십칠 기(騎 : 말을 탄 사람을 세는 단위)다. (후략) <월탄 삼국지(月灘三國志)>

 이해와 감상

 본문의 내용은 '삼국지연의' 에서 적벽 대전의 한 부분이다. 조조의 백만 대군에 대항하여 유비와 손권의 군대가 연합하여 싸우는 장면이다. 이 싸움에서 조조는 대패하여 천하 통일의 기회를 잃고 삼국이 정립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이 극적인 사건을 서술하기 위해 작가는 조조의 야망과 웅지를 제시하지만, 그 직후에 그러한 야심이 잿더미가 되어 버리는 극적 장면을 실감나게 제시하고 있다. '삼국지연의'는 정사(正史)인 진수(陣壽)의  '삼국지'를 바탕으로 하여 꾸민 소설이다. 유비, 관우, 장비의 삼형제가 도원 결의를 하는 데서부터 시작하여 제갈공명을 얻어 삼국이 정립하는 과정까지를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작품은 명나라 초기의 작가인 나관중이 진나라의 진수가 기록한 정사 <삼국지>를 바탕으로 하여 허구적인 내용을 가미한 소설이다. 그는 옛날부터 민간에 전해 오던 이야기를 수집한 뒤 촉한(蜀漢) 중심의 전통론에 입각하여 정리하였기 때문에, 유비는 정통으로 그려 내고 조조는 간신으로 그려 내었다. 또한 장비보다는 민간에서 신으로 떠받들던 관우를 높이 평가하였다. 한편 작품의 전반부는 유비, 관우, 장비의 세 의형제가 보여주는 무용담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후반부는 제갈공명의 지략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들 외에도 조조, 손권 등의 수많은 호걸들이 등장하여 여러 가지 인간상과 박진감 있는 역사의 진행 과정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중국의 역사 소설 가운데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정사(正史)인 진수(陳壽)의 '삼국지'를 바탕으로 허구적 내용을 섞어 부연한 것으로 전반부는 유비(劉備), 관우(關羽), 장비(張飛) 세 의형제의 무용담(武勇談)을, 후반부는 제갈공명(諸葛孔明)의 지략을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힘의 우월과 지략의 발휘에 따라, 때로는 연합하기도 하고 때로는 적대 관계에 놓이기도 하는 과정을 통해, 여러 국가의 흥망 성쇠(興亡盛衰)가 흥미 진진하게 그려져 있어, 실로 중국 장편 역사 소설의 대표작이라 일컬을 만하다.

 

 본래는 '삼국지 평화(三國志平和)'라 불리던 작품이 있었는데, '삼국지 연의'는 이를 바탕으로 황당한 면을 제거하는 등 사서(史書)에 의해 명(明)나라 초엽 나관중(羅貫中)이 개작한 것이다. 나관중은 촉한(蜀漢) 중심의 정통론에 입각하여 유비와 조조의 선악(善惡)을 명확히 구분하고, 장비 중심 서술을 관우 중심 서술로 고쳤으며, 민간 설화까지 참고하여 10배 정도로 늘려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본문의 내용은 적벽 대전(赤壁大戰) 대목으로, 제갈공명의 뛰어난 지략에 빠져 조조의 군대가 대패하는 부분이다. 조조는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며 탈출하는데 성공하는 듯했지만, 결국은 관우에게 사로잡힌다. 그러나 관우는 의리상 차마 조조를 베지 못하고 풀어 준다.

 

 

이해와 감상1

 이 작품은 후한 말부터 위, 촉, 오 삼국 시대를 거쳐 진에 의해 통일되기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진수의 '삼국지'를 바탕으로 허구적 내용을 섞어 소설화한 장편 역사 소설이다.

 

  이야기의 내용은 대략 전, 후반으로 나누어진다. 전반에서는 유비, 관우, 장비 3인의 결의 형제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로, 나중에 제갈공명이 가담하게 된다.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이 조조의 대군을 화공으로 무찌르는 적벽 대전이 절정을 이루며, 이것이 위, 촉, 오의 3국이 분립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후반에서는 관우, 유비, 장비가 연이어 죽은 다음 제갈공명의 독무대가 되는데, 제갈공명이 6차에 걸친 북정에서 병사하는 <추풍오장원>에서 절정을 이룬다.

 

  힘의 우월과 지략의 발휘에 따라 때로는 연합하기도 하고 때로는 적대 관계에 놓이기도 하는 과정을 통해, 여러 국가의 흥망성쇠가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있어, 실로 중국 장편 역사 소설의 대표작이라 일컬을 만하다. 소설의 주요 인물은 유비 등 3인과 제갈공명이지만, 조조의 성격도 잘 묘사되어 있다. 무용과 지모로 이어지는 전투의 기술이 태반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야기의 전개가 적당한 속도로 진행되고,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 가는 수법이 매우 뛰어난 중국의 많은 역사소설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해와 감상2

 이 작품은 명나라 초기의 작가인 나관중(羅貫中)이 진나라의 진수가 기록한 정사(正史) <삼국지>를 바탕으로 하여 허구적인 내용을 가미한 소설이다. 그는 옛날부터 민간에 전해 오던 이야기를 수집한 뒤 촉한(蜀漢) 중심의 전통론에 입각하여 정리하였기 때문에, 유비는 전통으로 그려내고 조조는 간신으로 그려내었다. 또한 장비보다는 민간에서 신으로 떠받들던 관우를 높이 평가하였다. 한편 작품의 전반부는 유비, 관우, 장비의 세 의형제가 보여주는 무용담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후반부에는 제갈공명의 지략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들 외에도 조조, 손권 등의 수많은 호걸들이 등장하여 여러 가지 인간상과 박진감 있는 역사의 진행과정을 보여 주는 이 작품은 중국의 역사 소설 가운데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다.

 심화 자료

 

황석영의 삼국지

 

당대 민중들의 꿈과 소망이 녹아들어 있는 고전 『삼국지』

 

『삼국지』의 줄거리는 원래 정통역사서에서 출발해 여러 시대에 걸친 민중들의 구전설화와 재담, 연희·연극 등의 공연예술, 작가·문인들의 창작이 덧붙여져서 이루어진 것이다. 열 중에 일곱이 사실이라면 나머지 셋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한다. 이 나머지 셋이야말로 각 시대를 통해 끈질기게 이어져내려온 민중들의 꿈과 소망이 반영되어 있는 부분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사실보다 더욱 중요한 역사의식이다.

 특히 원작자인 나관중의 정치적 입장은 당대 민중의 인의론(仁義論)과 한족 정통성에 근거를 둔 것이었다. 일설에 의하면 나관중은 이민족 원나라에 항거하는 농민봉기에도 가담했으며, 그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인 장사성(張士誠)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천하통일의 기초가 된 조조의 위나라보다 유비의 촉한을 중심으로 줄거리가 서술되고 있는 당연한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조조는 귀족이었고 손권도 강남 명문제후의 후손이었지만, 촉한의 유비·관우·장비는 물론 제갈량까지도 당대 백성들과 거의 같은 몰락한 선비거나 지방 무뢰배에 지나지 않았다. 유비가 극도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의리를 지키느라고 여포에게 여러 차례 시달린다든가,  세력의 근거지가 될 한중땅을 단번에 차지할 수 있는데도 도덕적 대의명분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가까스로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을 보면 『삼국지』가 당대 민중들과 더불어 추구하려 했던 가치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관운장이 온갖 영예를 뿌리치고 조조를 떠나 필마단기로 유비를 찾아가는 과정이나 선주 유비와의 약속 때문에 어리석은 유선을 보좌하다가 위나라 정벌을 떠나기에 앞서 제갈량이 「출사표」를 올리는 대목 등에서 우리는 뜨거운 감동과 함께 눈물에 젖는다. 그러나 인덕과 의리를 추구한 유비 삼형제와 제갈량 등의 촉한은 실패한다.


의(義)를 추구했지만 현실에서 실패하고 좌절한 영웅을 기리는 백성들의 풍조는 동서고금이 다 같은데, 일본에서는 오히려 조조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때로는 그를 중심으로 『삼국지』의 기본 줄거리를 전개하는 작품도 있다. 이는 패권과 현실에서의 힘을 추구하는 가치관에서 비롯한 것이다. 나는 저러한 이른바 ‘현대적 해석’에 대해서 백성들의 보편적인 염원을 훨씬 중요하게 여기는 축이다. 따라서 나는 원본의 관점과 흐름에 적극 찬동했고, 이것이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의 『삼국지』에 대한 일관된 애정의 원천이기도 하다.


 고전은 무엇보다도 원문대로 전달이 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누구나 그것을 읽고 나름대로의 가치관에 따라 해석하고 비판하고 재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고전의 정신이야말로 무한한 재생산의 보고이다. 『삼국지』의 형성과정이 그렇듯이, 천여년 동안 여러 시대와 나라를 거치면서 투영된 당대 백성들의 소망이며 꿈은 역사적으로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옮긴이 황석영 글)

 왜 김구용의 '삼국지'인가!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촉나라 유비 중심의 정통론과는 완전히 다른 해석이 제기되었으니, '유비는 쪼다'라는 유명한 말을 만들어 낸 최명 교수의 '소설이 아닌 삼국지'가 바로 그것이다.

 

  또 작가 이문열의 평역 '삼국지'에서도 원작자가 의도적으로 강조한 정통론이 상당한 수준으로 약화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둘 다 '삼국지'를 오늘의 세태에 맞도록 해석한 결과이며 그 나름대로의 현대적인 근거를 가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삼국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 작품에 담긴 내용을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해설해주는 효과를 가지는 반면에 작품의 원래 모습, 특히 이 작품의 작자가 의도한 독자들의 감정적 반응을 막아 버리는 역효과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역효과는 단순히 이야기 그 자체만을 즐기는 독자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원문을 읽으면서 나름대로의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토대로 해서 자신만의 해석을 내려보고자 하는 진지한 독자들에게는 명백하게 역효과를 초래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명의 해석으로 인해서 유비는 현대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삼국지'의 작자가 의도했던 이미지로부터는 상당히 멀어져 버린 것이 사실이다. 또 이문열의 평역 '삼국지'를 읽는 독자들은 이 책에서 '국지' 에센스를 전달받지만 그것은 어차피 이미 가공된 2차적 산물임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김구용의 [삼국지]가 다시 출판되는 점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 이 책이야말로 진지한 독자에게 원래 모습을 가장 잘 보여 주고, 나름대로 생각을 하게 하는 데 가장 적격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김구용의 번역본에는 '삼국지'의 원문에 들어 있는 시문이 빠짐없이 들어 있어서 중국 고전 소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줄 뿐만 아니라 인물의 삽화나 부록으로 묶인 전투지의 지형도 등도 독자들에게 역사의 현장을 다시 한 번 둘러보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삼국지'는 역사 기록을 토대로 해서 소설로 씌어졌지만 김구용 선생은 소설로 씌어진 [삼국지]를 마치 역사 기록을 다루는 자세로 번역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출처 : 서경호. 서울대 중문과 교수. 해설 [원래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정통 [삼국지]] 중에서)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중국 4대기서(四大奇書)의 하나로, 원명은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라 하며, 또한 삼국의 정사(正史)를 알기 쉬운 말로 이야기한 책이라는 뜻에서 《삼국지평화(三國志平話)》라고도 부른다. 진수(陳壽)의 《삼국지》에 서술된 위(魏) ·촉(蜀) ·오(吳) 3국의 역사에서 취재한 것으로, 3국이 정립(鼎立)하여 싸우는 이야기는 그 전투의 규모가 웅장하고, 인간의 온갖 지혜와 힘을 총동원하여 치열한 공방전이 되풀이되는 만큼, 옛날부터 중국인들 사이에 흥미 있는 이야기로 전하여 오다가 9세기(당나라 말기)경에는 이미 연극으로 꾸며진 흔적이 있고, 송대(宋代:11∼13세기)에는 직업적인 배우까지 나왔다.

 

 이것이 책으로 엮어진 것은 원나라 지치연간(至治年間:1321∼1323)에 그림을 붙여 간행한 《전상삼국지평화(全相三國志平話)》(3권)이며, 이것은 현존하는 최고본(最古本)이다. 이 책은 일종의 강담용(講談用) 대본 같은 것이어서 문장이 조잡하고 유치하였다. 그러나 원나라 때에는 이 평화(平話)를 바탕으로 하여 많은 희곡이 만들어졌으며, 나관중은 이 평화를 철저하게 개작(改作)하고, 많은 사실(史實)을 곁들여 이 책을 완성시켰다. 원본은 전하지 않고, 현존하는 최고본은 1494년의 서문(序文)이 있는 홍치본(弘治本)으로, 이 책도 실은 1522년에 간행한 것이다. 24권 240절(節)로 나누어 기술하였으며 이것이 가장 원형(原形)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된다. 그 후 분권(分卷)을 없애고, 2절(節)을 1회로 하여 모두 120회로 만들었다. 청(淸)나라 때는 모종강(毛宗崗)의 개정본이 나와, 이것이 다른 책을 압도하고 정본(定本)이 되었다.

 

 이야기의 내용은 대략 전 ·후반으로 나누어지며, 전반에서는 유비(劉備:玄德) ·관우(關羽) ·장비(張飛) 3인의 결의형제를 중심으로 나중에 제갈 공명(諸葛孔明)이 가담하게 되는데, 절정은 유비와 손권(孫權)의 연합군이 조조(曹操)의 대군을 화공(火攻)으로 무찌르는 적벽(赤壁)의 대전이며, 이것이 위(魏:조조) ·오(吳:손권) ·촉(蜀:유비)의 3국이 분립(分立)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후반에서는 관우 ·유비 ·장비가 연이어 죽은 다음 제갈 공명의 독무대가 되고, 공명이 6차에 걸친 북정(北征)에서 병사(病死)하는 <추풍오장원(秋風五丈原)>의 1절이 절정을 이루게 된다.

 

 소설의 주요인물은 유비 등 3인과 공명이지만, 조조의 성격도 잘 묘사되어 있다. 가장 생기가 넘치는 것은 관우와 장비 두 사람이며, 특히 장비의 순진하고 솔직한 성격은 중국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는다.

 

 무용(武勇)과 지모(智謀)로 이어지는 전투의 기술(記述)이 태반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야기의 전개가 적당한 템포로 진행되고,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 가는 수법이 매우 뛰어나 중국의 많은 역사소설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이다.

 

 한국에서도 예부터 대중적인 읽을거리로 널리 읽혀져 왔으며, 특히 그 속에 담긴 유비 현덕을 중심으로 한 한실(漢室)에 대한 충성이라든가, 공명의 지략, 유비 ·관우 ·장비의 결의 등은 유교적 이념을 국시(國是)로 삼았던 조선시대에는 크게 환영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관우의 장한 의기와 절개는 민간신앙으로까지 발전하여 관제교(關帝敎)가 생겨나고, 관제묘(關帝廟)가 곳곳에 세워지기까지 하였다. 신문학(新文學) 이전에는 한문으로 된 원본이 수입되어 읽혔으나 그 후 수많은 국역본이 나와 널리 대중의 인기를 차지하게 되었다. 김동성(金東成) 역(5권, 을유문화사), 최영해(崔暎海) 역(3권, 정음사), 박종화(朴鍾和) 역(月灘三國志 3권, 어문각), 김광주(金光洲) 역(三中堂) 등의 국역본이 있다. (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삼국지연의와 판소리의 비교

 

갈래

내용

주인공

인물형상

작가의식

조조의
모습

미의식

삼국지연의

소설

영웅의
활약

장수(영웅)

유형화

영웅주의

영웅화

   비장미,
숭고미

적벽가

판소리 사설

전쟁중의 민중의
모습

군사(민중)

개성화

민중의식

풍자
(희화화)

골계미

삼국지연의

적벽가

웅장한 전쟁 장면과 무수한 영웅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주로 그들을 묘사하고 있다. 하층 군사들은 소외된 채 전쟁의 희생물로밖에 되지 않는다.

최하층 군사들에게 초점을 맞춰 그들의 존재를 쓰고 있으며, 그들이 전쟁에서 겪은 고난과 역할, 전쟁의 잔혹성을 폭로하고 있다.

 '삼국지연의'가 우리나라에 끼친 영향

 조선에 들어와 명소설의 흥륭(興隆)과 함께 이들 소설이 대량으로 수입되었다. 그 중에서도 고문체의 '전등신화(剪燈新話)'는 누구나 읽을 수 있었으므로 크게 유행하여 이판(異坂)도 많았고, 우리나라 야담 형태의 형성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백화(白話) 쪽에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가 수입되어 널리 애독되었다. 이 작품이 우리나라 군담 소설(軍談小說) 형성에 준 영향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선조 때의 허균의 기록을 보면 당시 '수호전(水滸傳)', '서유기(西遊記)', '금병매(金甁梅)' 등이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의 사대부에게 있어서 중국의 역사는 우리나라 역사보다도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 예비지식을 가지고 백화 소설도 대강은 읽을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허균이 '수호전'을 읽고 '홍길동전'을 지었다는 것은 임진왜란 후의 소설 창작에 시사를 던져준다.

 

 

진수, '삼국지(三國志)'

 

작품 해제 :

 중국의 위(魏) 촉(蜀) 오(吳) 3국의 정사(正史). 진(晉)나라의 학자 진수(陳壽:233~297)가 편찬한 것으로, <사기(史記)>, <한서(漢書)>, <후한서(後漢書)>와 함께 중국 전사사(前四史)로 불린다. 위서(魏書)30권, 촉서(蜀書)15권, 오서(吳書)20권, 합계 65권으로 되어 있으나 표(表)나 지(志)는 포함되지 않았다. 위나라를 정통 왕조로 보고 위서에만 <제기(帝紀)>를 세우고, 촉서와 오서는 <열전(列傳)>의 체제를 취했으므로 후세의 사가(史家)들로부터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찬술한 내용은 매우 근엄하고 간결하여 정사 중의 명저(名著)라 일컬어진다.

 

 

-나관중, '수호전(水滸傳)'

 

작품해제 :

 중국 명대(明代) 초기의 장편소설로 일명 '충의수호전(忠義水滸傳)'이라고도 한다. 시내암(施耐庵)의 작품으로, 민간전설·화본(話本 : 宋代의 白話小說)·잡극(雜劇) 중에 등장하는 량산[梁山] 호숫가의 영웅고사를 기초로 했다. 봉건사회 농민반란을 소재로 했는데, 지배계급의 부패와 억압받는 백성들의 모습을 폭로하여 반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민중의 실태를 보여준다. 이 작품에는 임충(林沖)·노지심(魯智深)·무송(武松) 등 의협심과 개성이 강한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한다. 수령인 송강(宋江)을 중심으로 108명의 유협(遊俠)이 양산 산록 호숫가에 산채를 만들어 양산박(梁山泊)이라 일컬었으며, 조정의 부패를 탄하고 관료의 비행에 반항하여 민중의 갈채를 받는 이야기다. 작품의 구성이 치밀하고 내용이 복잡하며, 문체가 생동감이 있어 문학적으로도 높이 평가된다. 김성탄(金聖嘆 : 1610~61)이 첨삭한 71회본을 비롯하여 100회본·120회본 등 많은 간본(簡本)이 전해진다. 중국 명대(明代)의 장편 무협 소설, 원말 명초(元末明初)의 시내암(市內庵)이 쓰고, 나관중(羅貫中)이 손질한 것으로 4대 기서(奇書)중의 하나이다.

 

 

참고문헌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삼국지연의'의학술적 분석> (1998)

이경선, <'삼국지연의'의 비교문학적연구>(일지사. 1976)

이상선 편, <문학과 역사>(민음사, 1982)

 

 

이해하기

1. 이 작품에서 장수들이 조조의 웃음소리를 불길하다고 생각한 이유를 말해보자.

교수 학습 방법 :

 조조가 웃음소리를 내는 부분의 앞뒤 맥락을 살펴 장수들이 왜 그런 느낌을 갖게 되었는지 추리해 보도록 지도한다.

예시 학생 활동 :

 조조는 전투에 대패하고 구사일생(九死一生)하여 도주하는 상황인데도 주유나 제갈공명의 지혜가 자기보다 못하다는 등, 상황에 맞지 않은 자만심에서 남을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으니, 주변 사람들이 황당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런 그의 자만은 곧 근거 없는 것이 되어, 곧장 적의 공격을 받게 되었기 때문에 불길하다고 생각했다.

 

2. 이 작품에서 세상을 사는 지혜를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세계 문학의 보편성이라는 관점에서 말해보자.

교수 학습 방법 :

 조조의 행동 중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만한 부분을 중심으로, 올바른 처세와 관련해 암시해 주는 부분을 찾아 그것의 의미를 보편적인 관점에서 평가해 보도록 지도한다.

예시 학생 활동 :

 조조는 계속 자기 꾀에 자기가 속는 그런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그런 어리석음은 모두 자신에 대한 지나친 자만심(自慢心)에서 비롯한다. 알고 보면 상대가 자기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대비하는 데 비해, 조조는 자만심에서 그런 것을 통찰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전투에서 대패하고 도주하는 처량한 신세가 된다. 이런 사실들에서, 자만심이 얼마나 허망하며 그릇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이처럼 부정적 인물을 통해 인간에게 지혜를 깨닫게 해주는 방식은 문학 작품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방식이며, '자만심의 경계' 라는 내용에 있어서도 보편적(普遍的)으로 접할 수 있는 주제이다.

 

3. '삼국지연의'에서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되는 인물을 말해보고, 어떤 점에서 그러한지 설명해 보자.

교수 학습 방법 :

 줄거리를 참고하거나 '삼국지연의' 전편을 찾아 읽어보고, 거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중에서 자신의 성격과 비슷한 인물이 있는지 찾아보고,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했는지 자유롭게 말해 보도록 지도한다.

예시 학생 활동 :

  '관우'는 의리를 중시하고 대범하며 바른 것에는 나서고 그렇지 않은 것은 경계함이 분명한데 그런 성격이 나와 비슷한 것 같다. 더욱이 한 번이라도 만나 인연을 맺은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여, 은혜를 갚고 신의를 강조하는 모습을 본받을 만하다.

 

 

확장하기

1. 글을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적벽가'

 

작품해제 :

 나관중이 지은 중국 소설 '삼국지연의' 가운데 '적벽 대전'을 중심으로 해서 판소리로 재창조한 것이다. 재창조 과정에서 '삼국지'가 새롭게 해석되고 각색되어 원래 '삼국지'에는 없는 부분이 덧붙여진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 결과로 조조는 비참할 정도의 졸장부로 묘사되어 있고, 정권 다툼의 제물이 된 서민들이 반전적인 내용으로 '군사 설움'을 노래하는 대목 등이 설정되어 있다. 이 대목 역시 체제와는 상관없이 평화스럽고 자유스럽게 살고자 하는 서민들의 소망이 담겨져 있다고 보인다.

 

교수 학습 방법 :

판소리 '적벽가'와 소설 '삼국지연의'를 읽으며 인물 형상화 방식의 공통점과 차이점, 작품의 전체적인 면에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하도록 지도한다.

 

(1) 조조와 정욱의 성격 표현을 중심으로 판소리의 인물 형상화 방법에 대해 말해 보자.

예시 학생 활동 :

 소설 삼국지연의에서는 그다지 대상 인물에 대해 해학적 비꼼이 두드러지지 않으나 판소리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대상 인물에 대한 비꼼이 드러난다. 판소리는 듣는 이의 재미를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 '적벽가'는 '삼국지연의'의 '적벽 대전' 대목을 판소리로 각색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창작 수준에 가깝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를 말해 보자.

예시 학생 활동 :

 인물 형상화 방식이나 묘사 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들이 서로 다르다. 즉, 인물에 대한접근 방식이 다르고 사건에 대한 해석이 다르며, 교과서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으나 '군사 설움' 대목과 같은 새로운 내용이 첨가되는 등, 소설 '삼국지연의'와는 그 내용이나 주제 의식에 변화가 있으므로, 판소리 '적벽가'는 창작에 가까운 것이다.

 

2. 만화, 소설 등으로 출간된 '삼국지'가 오늘날에도 널리 읽히는 이유에 대해 토론해 보자.

교수 학습 방법 :

 어떤 점에서 삼국지가 많은 이들에가 읽히게 되는지, 그 원인을 자유롭게 생각해 토론해 보도록 지도한다.

예시 학생 활동 :

 삼국지는 흥미로운 많은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처세에 관해서도 교훈적인 내용들이 풍부하고 모범이 될 만한 인물이나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한 인물이 나와, 재미를 더한다. 만화나 소설로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통속적인 듯하면서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으니 재미와 교훈을 함께 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잠깐 쉬어 가기


 중국 5대 미인의 초상화’ -누구에게 눈길을 더 줄까요?

물고기가 미모에 놀라 헤엄치는 걸 잊고 가라앉았다는 ‘서시’, 또 기러기가 나는 것을 잊고 땅으로 떨어지게 만든 ‘왕소군’, 달이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었다는 ‘초선’ 및 꽃이 부끄러워 잎을 말아올렸다는 양귀비 조비연 등등 중국 5대 미인들의 미모에 얽힌 고사들은 워낙 유명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1) 춘추전국시대의 서시 (西施)

 

침어(浸魚) -서시(西施)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잊어먹다 "
서시는 춘추말기의 월나라의 여인이다. 어느 날 그녀는 강변에 있었는데 맑고 투명한 강물이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 을 비추었다. 수중의 물고기가 수영하는 것을 잊고 천천히 강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래서 서시는 침어(浸魚)라는 칭호 를 얻게 되었다. 서시는 오(吳)나라 부차(夫差)에게 패한 월왕 구천(勾踐)의 충신 범려(範려)가 보복을 위해 그녀에게 예능을 가르쳐서 호색가인 오왕 부차(夫差)에게 바쳤다. 부차는 서시의 미모에 사로잡혀 정치를 돌보지 않게 되어 마침내 월나라에 패망하였다.

 중국 춘추시대 월(越)나라의 미녀로 그녀는 원래 저장 성[浙江省] 주지[諸] 저뤄 산[苧蘿山]의 서쪽에 살며 땔나무를 팔아 생계를 이었다. 오(吳)나라에 패한 월왕 구천(句踐)은 회계(會稽)의 치욕을 씻으려고 대부(大夫) 종(種)의 책략을 이용하여, 두 미녀 서시와 정단(鄭旦)을 데려와 아름다운 옷을 입히고 여러 가지 기예를 가르친 뒤 재상 범려(范)를 사신으로 보내 오왕 부차(夫差)에게 바쳤다. 오왕은 서시의 미모에 사로잡혀 정사를 게을리하여 마침내 월에 패했다. 서시에 관한 이야기와 전설은 매우 많은데, 오나라가 망한 뒤 범려를 따라 오호(五湖)에서 놀았다고도 전해지며, 일설에는 오나라 사람이 분노하여 서시를 붙잡아 강에 빠뜨려 죽였다고 한다.



2) 한나라의 왕소군 (王昭君)

낙안(落雁) -왕소군(王昭君) "기러기가 날개움직이는 것을 잃고 땅으로 떨어지다 "

한(漢)나라 왕소군은 재주와 용모를 갖춘 미인이다. 한나라 원제는 북쪽의 흉노과 화친을 위해 왕소군을 선발하여 선우와 결혼을 하게 하였다. 집을 떠나가는 도중 그녀는 멀리서 날아가고 있는 기러기를 보고 고향생각이나 금(琴)을 연주하자 한 무리의 기러기가 그 소리를 듣고 날개 움직이는 것을 잊고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에 왕소군은 낙안(落雁)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3) 삼국시대의 초선(貂蟬)

폐월(閉月) -초선(貂蟬) "달이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다 "

초선은 삼국지의 초기에 나오는 인물로 한나라 대신 왕윤(王允) 의 양녀인데, 용모가 명월 같았을 뿐 아니라 노래와 춤에 능했다. 어느 날 저녁에 화원에서 달을 보고 있을 때에 구름 한 조각이 달을 가리웠다. 왕윤이 말하기를 : "달도 내 딸에 게는 비할 수가 없구나. 달이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었다." 고 하였다. 이 때 부터 초선은 폐월(閉月) 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초선은 왕윤의 뜻을 따라 간신 동탁과 여포를 이간질 시키며 동탁을 죽게 만든후 의로운 목숨을 거둔다.



4) 당나라의 양귀비(楊貴妃)

수화(羞花) -양귀비(楊貴妃) "꽃이 부끄러워 잎을 말아올림"

당대(唐代)의 미녀 양옥환(楊玉環)은 당명황(唐明皇)에게 간택되어져 입궁한 후로 하루 종일 우울했다. 어느 날 그녀가 화원에 가서 꽃을 감상하며 우울함을 달래는데 무의식중에 함수화(含羞花)를 건드렸다. 함수화는 바로 잎을 말아 올렸다. 당명황이 그녀의 ' 꽃을 부끄럽게 하는 아름다움' 에 찬탄하고는 그녀를 '절대가인(絶對佳人)'이라고 칭했다.


중국 마웨이[馬嵬].

중국 당(唐)나라 현종(玄宗 : 712~756 재위)의 귀비(貴妃). 현종이 그녀에게 빠져 국정을 돌보지 않자 잇달아 반란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당조(618~907)의 세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유명한 중국 시와 희곡의 주제가 되어왔다. 고관의 딸이었던 그녀는 중국 역사상 절세의 미인으로 통하는 몇몇 풍만한 체구의 여인 가운데 하나였다. 처음에는 현종 아들의 비였으나 그녀에게 매혹된 60세의 현종은 아들에게 그녀와 헤어질 것을 요구했다. 얼마 후 그녀의 두 자매도 현종의 비로 맞아들여졌고, 사촌오빠인 양국충(楊國忠)은 재상이 되었다. 돌궐족 출신의 젊은 장군 안녹산(安祿山)은 양귀비의 득세를 등에 업고 엄청난 권세를 누렸다. 그녀는 그를 양자로 맞아들였는데 실제로는 연인 사이였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처럼 든든한 배경을 지닌 안녹산은 20만 대군의 통수권을 쥐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양국충의 권세를 질투하여 황제를 배반하고 대규모 반란을 일으켰다. 756년 반란으로 인해 수도가 점령당하자 현종과 황실은 피신해야만 했다. 도망중에 황제의 친위병들은 황실의 몰락이 양씨 일가 때문이라고 여겨 양귀비와 양국충을 처형했다(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5)중국 한나라의 조비연

 

조비연(趙飛燕) - "작장중무(作掌中舞)" '가볍기 그지 없어 손바닥 위에서도 춤을 출 수 있을 정도였다.'

 중국 한나라 황후 조비연은 동서고금을 통해서 가장 날씬한 여인으로 불렸다. "날으는 제비"라는 뜻으로 본 이름 "조의주" 대신 조비연으로 불렸다. 뛰어난 몸매에 가무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 그녀는 한나라 성황제의 총애를 받아 황후의 지위까지 오르게 된다.

 한번은 황제가 호수에서 선상연을 베풀었는데, 갑자기 강풍이 불자 춤을 추던 조비연이 휘청 물로 떨어지려 하지 않는가.

 황제가 급히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는데 춤의 삼매경에 빠진 조비연은 그 상태에서도 춤추기를 그치지 않아서 조비연은 황제의 손바닥 위에서도 춤을 추었다.

 이런 연휴로 "비연작장중무(飛燕作掌中舞)" 라는 고사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했다. 이렇게 임금의 총애를 받은 비연은 세상에 못하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 세월은 겨우 10년, 황제가 죽자 조비연은 탄핵의 대상이 되었고 결국 평인으로 걸식을 하다가 자살로 그 생을 끝맺고 만다.

출처 : http://www.dk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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