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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思鄕) - 김상옥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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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思鄕) - 김상옥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중략>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요점 정리

 지은이 : 김상옥(金相沃)

 갈래 : 평시조. 연시조. 현대시조. 정형시

 형태 : 장별 배행

 율격 : 3(4).4조. 4음보. 3장 6구의 외형률

 성격 : 회상적, 낭만적, 향토적, 자연친화적

 어조 : 그리움이 가득 찬 어조

 심상 :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 미각적

 구성 : 선경후정의 구성

   첫째 수 : 고향의 전경(全景)

   둘째 수 : 그리운 진달래 산천, 어머니의 회상, 꽃지짐

   셋째 수 : 어질고 마음씨 곱던 고향 사람들을 생각

 제재 : 회상 속의 고향

 주제 : 봄날의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

 특징 : 향토색 짙은 소재와 친근한 사투리를 구사하고, 다양한 감각적 심상으로 고향의 정경을 묘사하고 있다. 관념적인 고향 노래가 아니라 묘사에 의한 이미지의 선명한 제시를 통해 고향을 그려 낸 솜씨가 이 작품의 매력이다. 

 출전 : 초적(草笛)(1947)

 

 내용 연구

사향[(思鄕) : 고향을 생각함, 고향을 그리워함. / 수구초심(首丘初心) : 여우가 죽을 때에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둔다는 뜻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르는 말 ]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길이,[눈을 감은 동작을 말함으로써 현실을 떠나 잠깐 고향 생각에 잠김을 나타냈고, 현실에서 과거로 넘어가는 것을 뜻한다(회상의 시작). 그리고는 추억 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고향의 들길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였다.]

개울물 돌돌돌 길섶(길 가장자리. 길가)으로 흘러가고,[청각적 심상과 시각적 심상을 함께 고려한 표현]

백양(실버들과의 낙엽 교목) 숲 사립(사립문)을 가린 초집(초가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화자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송아지를 풀밭에 데리고 갔다가 저녁 무렵에 집으로 데리고 오는 구체적인 경험의 제시를 통해서 추억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저녁 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진달래도 / 저녁 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 지천으로 핀 진달래꽃을 저녁놀에 비유하였다. 진달래꽃의 이미지는 종장의 '꽃지짐'으로 연결되어 전체적으로 붉은 색상으로 연상시킨다. 시각을 통한 고향 봄의 정취, 정경을 표현하였다.]

 

어마씨('어머니'의 사투리 또는 예스러운 말)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꽃으로 지져 부친 음식. 화전(花煎)).[ '어마씨'라는 사투리 사용은 토속적인 느낌을 준다. 또, '향그러운'이라는 후각적 심상을 통해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산나물)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봄을 씹었다는 말은 어법적으로는 맞지 않지만, 미각적인 표현을 통해서 고향의 봄의 정취를 드러내고 있다. 봄나물을 먹으며 정겹게 살아 온 내 고향 마을이기도 하지만 내적으로는 가난하다는 속뜻도 담겨 있다.]

 

감았던 그 눈을 뜨면[고향 생각(추억의 세계)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놓쳐 버린 것, 떠나버린 것 등을 잊지 못해) 안타깝도록 서운하오).[고향을 생각하기 이전처럼 다시 안타까움과 서운함 또는 그리움이 드러나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제목인 '사향'이 의미하는 그대로 고향에 대한 생각을 읊은 시조이다. 시적 화자는 눈을 감고 고향 마을에 대한 풍경과 정서에 젖어 든다. 첫째수에서는 고향 마을의 전경(全景)을 회상하고 있고, 둘째수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에 젖어 들고 있으며, 셋째수에서는 가난하지만 어질고 고운 고향 사람들의 생각에 빠져 든다. 시적 화자의 마음 속에 아련한 향수로 떠오르는 이러한 고향의 자연과 인정의 세계는 다양한 이미지의 구사를 통해 묘사됨으로써 한결 생생한 감각으로 환기된다. 첫째수에서는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라는 청각적 이미지가 구사되고 있고, 둘째수에서는 진달래꽃이 저녁 노을처럼 퍼져 있다는 뛰어난 시각적 비유와 '향기로운 꽃지짐'이라는 후각적 이미지가 어우러져 있으며, 셋째수에서는 '봄을 씹고 사는 마을'이라는 미각적 이미지가 나타나 있다. 이러한 다채로운 이미지의 구사를 통해 이 시는 우리 모두에게 잃어 버렸던 고향의 자연과 인정에 대한 감각적 정서를 되찾게 해 주고 있다.

 

 

이해와 감상1

이 시조는 제목 그대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시적 화자는 처음 부분에서 눈을 감으며 회상을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끝 부분에서 눈을 뜨며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첫째 수에서 그리고 있는 것은 고향 마을의 풍경이다. 시적 화자가 처음 부분에서 눈을 감는다고 한 이유는 그리운 고향 마을을 마음으로 보고자 함이라고 볼 수 있다. 구부러진 풀밭 길, 길섶으로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개울물, 백양 숲 사이로 보이는 초가집의 어울림이 평화로운 고향 마을의 풍경을 그려 내고 있다. 이러한 고향의 풍경은 고향에 계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연상되고 감각적으로 꽃지짐의 추억으로 연상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 수에서는 고향의 산천을 그리워하며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후각적 심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진달래가 뒤덮인 산등성이, 빨갛게 타는 저녁 노을, 송아지를 몰고 오는 소년 등, 목가적인 풍경과 짙은 향토적 정감이 인상적으로 재현된 부분으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아 내고 있다. 특히 붉게 핀 진달래의 시각적 심상과 꽃지짐의 향기로운 후각적 심상이 연결되어 따뜻한 어머니의 정과 어울려 있다.

 

셋째 수에서는 가난하지만 어질고 고운 고향 사람들의 생각에 빠져들고 있다. 고향 사람들이 나물 캐어오는 것이라든지 봄나물을 먹으며 오순도순 정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서 착하고 마음씨 고운 고향 사람들의 정서와 삶의 모습을 그려 내고 있다. 그러나 화자는 눈을 뜨면서 현실로 돌아오게 되고, 고향을 잃은 듯 한 서운한 생각에 애틋한 그리움에 젖어들면서 시상을 마무리짓고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대부분 고향을 떠나 도시 문명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복잡하고 각박한 현대 문명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게 되는 것이 유년 시절의 고향에 대한 추억이고 이것은 삶의 동경이자 위안이 된다. 이 시조는 바로 이러한 도시인의 한 순간의 고향 생각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평범하면서도 향토색이 짙은 시어와 다채로운 이미지의 구사를 통해 마음 속에 잃어 버렸던 고향의 자연과 인정에의 그리움을 되찾게 해 주고 있다.

 

 심화 자료

 김상옥의 시조 창작 태도

 그의 아호는 초정(草汀)이다. 초정을 시인 또는 시조 시인이라고 불리어진다. 이는 그의 시작(詩作) 활동이 경중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시와 시조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서 시와 시조의 창작은 확연히 분리된 작업이 아니었다. 이런 점에서 김상옥은 현대 시조가 단순히 시조의 명맥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의 시 정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깊이 터득한 시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가창적인 요소에 만족하였던 고시조와는 달리 김상옥의 현대 시조는 독특한 사유의 세계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유의 세계를 바탕으로 그는 시조의 현대화에 공헌하였다.

 

 이 작품에서 감각적, 서술적 심상에 의한 사실적 경향이 강하다거나, '현실 → 사향(思鄕) → 현실'의 의미 구조와 유기성이 강조되는 것도 시조의 현대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시인의 노력과 관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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