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 요점정리 - 윤대녕
by 송화은율작자소개
윤대녕(尹大寧: 1955- )
충남 예산 출생. 1988년 단국대 인문대 불문과 졸업. 198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원(圓)>이 당선작 없는 가작에 입선하고, 같은 해 단편 <마(馬)>를 발표함.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단편 <어머니의 숲>이 당선되어 등단함. 그후, <사막에서>, <지화장의 딸> <은어 낚시 통신> <천지간> 등을 발표함. 그는 주로 후기 산업 사회의 인간 소외 문제와 우리 삶에 개입된 권력과 지배 구조의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천지간>으로 이상문학상 수상
요점정리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배경 : 공사가 한창인 어느 신도시 주택가 주변
인물 : 나, 아내
주제 : 후기 산업 사회를 살아가는 한 샐러리맨의 황폐해진 의식.
이해와 감상
<사막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즉, 가짜 욕망이 횡행하고 개인의 존엄성이 사라지고 상품화된 인격 시대를 '사막'에 은유하여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의 불안과 공포를 다룬 작품이다.
인격의 몰가치성에 마치 고문을 당하듯, 온갖 의혹과 자기 괴리에 시달리며 살아야 하는 존재는 이미 소비 사회의 종말을 예감케 하는 징후이다. 또 끊임없이 들려오는 공허한 망치질 소리는 억지로 껴안고 살아야 하는 허구적 현실이며, 존재는 비존재로 전락하고 모래보다 더욱 작아진 미미한 존재로 이 시대의 황량함 속에 내버려져 있는 것이 우리들의 실체이다.
거기서 새로운 것이란, 생명의 탄생보다도 얼마간을 더 받을 수 있는 월급 봉투와 카오스 상태에 보다 가까이 갈 수 있는, 그리하여 일상을 지배하는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감각적인 환락일 뿐이다. 마지막 전망조차도 거부하는 작가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눈앞에 두고 돌연 절규한다. 이는 당장 내일에 대한 전망을 갖지 못하고 사는 우리가 방향 설정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접하게 되는, 현상 변화에 대한 당혹감 때문일 것이다.
줄거리
아침에 출근할 때,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고 있던 '아내' 때문에 종일 머리 속이 어수선하던 '그'는 특별한 일도 없이 조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예감대로 아내는 외출하고 없었다. 전에도 아내는 말없이 외출을 하곤 했는데, 한번은 문을 잠그지 않고 나갔다가 밤 늦게 돌아옴으로써 '그'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기도 했다.
'그'는 가뜩이나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한데다 인신 매매니 어린이 유괴니 하는 사건들이 심심찮게 신문에 실리는 것을 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의처증을 앓게 되었다. 갈수록 대화가 두절되는 가운데 '그'는 차츰 아내를 경원하게 된다. 마침내는 아내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근거 없는 오해를 하게 되고 자신도 부정을 저지름으로 해서 기만적으로 보상을 받으려 한다.
조퇴를 하고 돌아온 그 날, 그는 아내를 기다리며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여 아내의 행방을 추적하며 텔레비전을 붙들고 앉아 시간을 죽이느라 애를 쓴다. 그날도 텔레비전에서는 인신 매매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심야 토론 시간에는 그같은 사회 현상을 진단하는 방영된다. 시간이 갈수록 그는 참담한 기분이 되어 모래처럼 작아져 가는 자신을 목도한다. 그같은 목도는 바로 비개성화, 보통 명사화 되어 버린 존재에의 확인이며, 동시에 주체성을 상실한 가짜 욕망 시대의 한 표본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밖에서는 끊임없이 망치질 소리가 들려 온다. 그 소리는 사상누각(沙上樓閣)과도 같은 집을 짓고 있는 공허한 울림으로 그의 의식을 사막처럼 황량하게 만들어 놓는다.
자정이 지나고 오랜 뒤돌아봄 끝에 그는 아내가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내를 찾으러 밖으로 나간다. 새벽 2시, 언젠가 산부인과 병원이라며 아내가 걸어온 전화 속에서 비행기 이착륙 소리를 들었던 그는 마치 당근 한 뿌리를 찾기 위해 사막을 헤매고 다니는 한 마리의 노새처럼 공항 쪽으로 막연히 걸어간다.
밤길을 맹렬한 속도로 달려가는 '총알 택시'에 그는 점차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다. 누군가 자신을 쫓아 달려오고 있다는 환각에 빠져 뛰어 도망치기 시작한다. 완전히 지쳐 길바닥에 주저앉았을 때, 그는 공항 근처까지 와 있었지만, 어디서도 아내를 찾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는 현관문이 반쯤 열려 있고 방안의 불이 꺼져 있었다. 그는 아내가 돌아왔음을 눈치챈다. 아내 옆에 정령처럼 누운 그에게 아내는 뱃속의 아이를 지우러 병원에 갔다가 지우지 못하고 여관에서 잠을 자다 돌아온 사실을 말한다. 그간 아내의 외출은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그' 때문에 생긴 방황이었던 것이다. 아내가 잠든 후, 그는 불현듯 들려오는 망치질 소리에 잠을 깬다. 그리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뇌까린다.
"누가 지금까지 집을 짓고 있을까? 사막에서 말이야."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