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비- 정지용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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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 정지용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바람.

 

앞섰거니 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새 걸음걸이.

 

여울 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듣는 빗낱*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문장 22, 1941.1)

 

* 원문에는 새삼 돋는 비으로 되어 있으나 해석 불능.


<핵심 정리>

 

감상의 초점

이 시는 정지용의 시적 언어와 인식 방법, 그리고 형식에 있어서 가장 정제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다.

자연 현상을 섬세한 묘사로 표현한 이 작품은 정교한 언어로 그려진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성격 : 감각적, 묘사적, 관조적

특징 : 짧은 행과 규칙적인 연 구분으로 자연스런 휴지(休止)와 여백의 미() 조성.

구성 : : 비 내리기 직전 돌에 그늘이 차고 바람이 부는 모습(1-2)

: 빗방울이 여기저기 다투어 떨어지기 시작하는 장면(3-4): 빗물이 모여서 여울이 되어 흘러가는 장면(5-6)

: 빗방울이 나뭇잎에 떨어지는 정경(7-8)

제재 :

주제 : 비가 내리는 정경

 

 

<연구 문제>

1. 이 시의 시상 전개 방식을 두 어절로 쓰라.

시간의 흐름.(시간의 진행, 추보식 전개)

 

2. 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자연 현상을 20자 내외로 쓰라.

여기저기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3. 이 시에서 이 뜻하는 바를 25자 내외로 쓰라.

빗방울이 붉은 나뭇잎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감상의 길잡이>(1)

이 시는 정서의 주체인 화자가 작품의 표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자연 현상의 섬세한 묘사로만 일관하고 있다.

여덟 개의 연은 각각 두 개의 연씩 하나의 단락을 이루어 모두 4개의 장면을 제시하고 있어서 마치 한 편의 율시(律詩)를 보는 듯하다.

 

1연과 제2연은 비기 내리기 직전 돌에 그늘이 차고 바람이 부는 모습을, 3연과 제4연은 빗방울이 여기저기 다투어 떨어지기 시작하는 장면을 산새 걸음걸이에 견주어 표현한 것이다.

 

5연과 제6연은 빗물이 모여서 여울이 되어 흘러가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는 계곡의 여울물이 일으키는 여러 갈래의 흐름을 의인화하여 표현한 것이다. 수척한 물살과 손가락은 폭류나 격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장면은 앞 장면보다 상당한 시간의 흐름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시간의 흐름은 짧은 시행과 규칙적인 연 구분에 의해 자연스럽게 유도되는데 이것이 바로 이시가 지니는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7연과 제8연에서는 빗방울이 나뭇잎에 떨어지는 정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행의 분절과 연의 구분을 없애면 멎은 듯 새삼 듣는 빗날() 붉은 잎()소란히 밟고 간다가 된다. 나뭇잎에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그대로 느껴져 오는 표현이다.

 

이 시는 섬세한 묘사를 뒷받침하는 정교한 언어들의 유기적 결합으로 비가 내리는 상황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주요한의 󰡔빗소리󰡕나 변영로의 󰡔봄비󰡕에서도 비의 이미지가 와 관련되어 있음을 음미해 볼 만하다.

 

 

<감상의 길잡이>(2)

이 시는 비 내리는 모습을 시인 특유의 절제된 감정과 정제된 시어, 그리고 짧은 행과 규칙적인 연 구분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휴지(休止)와 여백의 미를 통해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시적 화자는 비 내리는 모습을 감각적 시어의 유기적 결합 방법과 순차적 시간의 질서에 따라 지극히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을 뿐, 그 어떤 감정 표출도 나타나지 않는다.

 

모두 8연으로 이루어진 작품이지만, 규칙적으로 두 개의 연이 하나의 단락을 이루어 모두 네 장면을 펼쳐 보여 주고 있다. 12연은 비 내리기 직전, 돌에 그늘이 차고 어지럽게 바람이 부는 모습을, 34연은 빗방울이 여기저기 앞다투어 떨어지는 모습을 종종다리 까칠한 / 산새 걸음걸이로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56연은 빗물이 모여 여울 지어 흘러가는 모습을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 손가락 펴고와 같이 의인화하여 보여 주고 있다. 마치 하얀 뼈마디를 드러낸 것처럼 물보라를 일으키며 여러 갈래로 흘러내리는 여울의 모습을 제시함으로써 어느 정도 비가 계속되었음을 알려 주는 동시에, 첫 단락과의 시간의 간극을 짧은 시행과 규칙적인 연 구분으로 자연스럽게 해소하고 있다. 78연은 빗방울이 나뭇잎에 떨어지는 모습을 붉은 잎 잎 / 소란히 밟고 간다.’고 표현함으로써 후두둑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빗소리가 그대로 들려올 것같이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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