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김영랑
by 송화은율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詩)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시문학 2호, 1930.6)
* 새악시 : 새색시의 사투리
* 살포시 : 살며시. 매우 부드럽고 가볍게
* 에메랄드 : 연푸른 빛을 띤 보석(emerald). 한없는 청순(淸純)을 상징.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이 시는 지상의 세계에서 천상의 세계, 즉 하늘을 동경하는 시다. 왜 화자가 현실 세계인 지상보다는 하늘을 동경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자. 화자가 처한 현실은 고요하거나 평화롭지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에는 유음(流音)을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유음은 일반적으로 경쾌하고 밝은 느낌을 준다. 김영랑의 시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살린 시어와 섬세한 감각적 표현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시는 그러한 특질이 잘 나타나 있다.
▶ 성격 : 유미적, 낭만적, 관조적, 감각적
▶ 경향 : 유미주의적
▶ 심상 : 시각적 심상
▶ 운율 : ① 3음보, 7·5조의 음수율
② 두운(頭韻)과 각운(脚韻)의 사용
▶ 어조 : 여성적 소망의 어조
▶ 표현 : 참신한 비유(직유, 의인, 은유)
▶ 특징 : ① 정서의 투명한 순화
② 언어 본연의 미감을 살림
▶ 구성 : ① 하늘을 우러르고 싶은 소망(1연)
② 하늘을 바라보고 싶은 소망(2연)
▶ 제재 : 봄 하늘
▶ 주제 : 평화의 세계 소망
<연구 문제>
1. 이 시의 첫째 연에서는 ‘내 마음’을 두 가지로 이미지화하고 있다. 이것은 어떤 마음을 형상화한 것인지 50자 내외로 설명하라.
☞ 내 마음을 햇발과 샘물로 이미지화하여 맑고 밝은 마음을 형상화하고 있다.
2. 이 시에서 ‘하늘’은 시적 화자가 동경하는 세계다. ‘땅’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볼 때, 이것은 어떤 세계를 뜻하는가? 차이점을 밝혀 50자 내외로 쓰라.
☞ ‘땅’은 절망과 고뇌가 있는 암담한 현실 세계이고, ‘하늘’은 평화와 희망이 있는 이상 세계다.
3. 이 시의 미묘한 음악성은 어떻게 드러나는지 몇 항목을 들어 설명하라.
☞ ① 유음(流音)과 비음(鼻音)의 울림소리 사용
② 반복적 언어의 사용
③ 두운과 각운의 사용
< 감상의 길잡이 1 >
이 시의 내용과 형식은 매우 단순하다. 4행씩 두 개의 연으로 되어 있는 이 시의 각 연 제1,2행은 모두 ‘-같이’로, 마지막 행은 ‘-고 싶다’로 끝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직유를 통해 어떤 간절한 소망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얼핏 보기에 그 소망은 지나치게 소박하다.
이 소박함이 영랑 시의 한 특징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 시가 쓰여진 1930년대의 현실을 상기하면서 그 소박하고 단순한 생각이 설득력을 지닐 수 있는 근거를 생각해 볼 필요를 느낀다.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는 소망은 역설적으로 화자가 발붙이고 있는 이 땅의 현실이 불행한 것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불행한 이 땅의 현실 속에서 그가 지닌 그늘진 마음은 밝고 평화로운 세계를 동경할 수밖에 없을 터인데 그러한 세계에 대한 지향이 ‘햇발’, ‘샘물’, ‘물결’ 같은 어휘에 나타나 있다. 이 또한 그의 삶이 그늘진 것임을 역설적으로 드러내 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영랑의 시는 자신이 겪은 체험의 내용을 극도로 단순화시킬뿐더러, 그것을 ‘내’ 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정한모 교수의 통계적 분석에 의하면, 영랑의 시세계는 한마디로 ‘내 마음’의 세계이다. 이 말은 그가 외부 세계에 대해 전혀 무관심하다기보다는 그것을 극도로 단순화시켜서 내면화하는 데 주력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 감상의 길잡이 2 >
이 작품의 내용과 짜임새는 매우 단순하다. 두 연의 제1, 2행은 모두 `- 같이'로 되어 있고, 마지막 행들은 모두 `-고 싶다'로 되어 있다. 즉, 어떤 간절한 소망을 각각 두 가지의 직유를 써서 말한 것이 이 시의 내용이다. 그의 소망이란 `하늘을 우러르고(바라보고) 싶다'는 것뿐이다. 이런 단순한 소망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시가 되는지 독자는 물을 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기 전에 이 구절을 좀더 생각해 보자.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는 소망은 뒤집어 말하면 그가 현재 하늘을 마음대로 우러러보며 살고 있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 때 `하늘'은 그저 예사스런 하늘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땅과 대립되는 것으로서, 땅이 현실적인 생활의 세계를 의미한다면 하늘은 그로부터 벗어나 아무런 구속 없이 명상하고 마음을 쉴 수 있는 터전에 해당한다. 김영랑이 소망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명상과 평화의 생활이다. [해설: 김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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