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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船) / 지셴(紀弦)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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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船) / 지셴(紀弦) / 허세욱 옮김

 

저 배 바다를 산보(散步)하고

난 여기 파도 흉용(洶慂)한 육지를 항행(航行)한다.

내 파이프 자옥이 연기를 뿜으면

나직한 뱃고동, 남저음(男低音) 목청.

배는 화물과 여객을 싣고

나의 적재 단위(積載單位)는

'인생(人生)'이란 중량(重量).


요점 정리

작자 : 지셴(紀弦) / 허세욱 옮김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심상 : 비유적 심상

성격 : 이중적 이미지를 조화시킨 입체적인 시

표현 : 대칭·대비의 표현. 생략법. 역설법

제재 : 배

주제 : 어렵고 힘든 인생을 영위함, 인생에 대한 깊은 상념(긍정적인 태도)

내용 연구

시상의 전개 : 입체적 구조

 

배 - 바다의 산보 - 화물, 여객

 

연기 - 뱃고동 - ↑

 

파이프

적재

 

사념 - 남저음 - ↓

 

나 - 육지의 항행 - 인생의 중량

 

흉용(洶慂) : 물결이 매우 세차게 일어나는 것. 또는, 물이 힘차게 솟아나는 것

파이프(pipe) : 살담배를 피우는 서양식 담뱃대

자옥이 : 자욱하게. (연기나 안개 따위가) 잔뜩 끼어 매우 흐릿하게

남저음(男低音) : 남성의 낮은 목소리, 바리톤

적재(積載) : (물건을) 싣는 것. 특히, 선박·차·수레 등에 짐을 싣는 것

중량(重量) : 무게

이해와 감상

대만(臺灣)의 시인인 지셴이 쓴 이 시는 화물선의 모습과 힘겨운 인생을 대칭·대비시킴으로써 삶의 고달픔과 힘겨움을 표현하였다. 내용보다는 표현에 중점을 둔 작품으로 기교상 생략법과 역설법을 두드러지게 쓰고 있는데, '배→바다→화물과 여객' 계열의 비유와 '나→육지→인생의 중량(重量)' 계열의 이미지는 입체적 조화를 이루기 위한 의도적 연결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배가 짐을 싣고 바다를 항해하듯 시적 자아는 인생의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 인생의 역경과 아픔을 달래기 위해 담배 연기를 내뿜는 것은, 곧 배가 짐의 무게를 지탱하고 항해하기 위해 뱃고동을 울리는 것과 같다. 그러나 시적 자아는 여기서 인생의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뱃고동 같은 남저음의 굵직한 목소리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 배가 화물과 여객을 싣고 묵묵히 항해하는 것처럼, 시인은 '인생'이라는 묵직한 중량을 느끼며 역경을 이기고 세상을 살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심화 자료

지셴(紀弦) 1931~

대만의 시인. 본명은 노유(路逾). 상하이 출생. 소주 미전 졸업. 일본 유학. 현대시 운동의 선구자로 병적인 감상주의를 배격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회화적 수법으로 그려내어 주지시를 개척하였다. 시집으로는 '별을 따는 소년', '무인도', '비양 시대' 등 10여 권의 시집과 2권의 시론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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