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밤의 찬가 / 노발리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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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찬가 / 노발리스

 

살아 있는 자, 감성을 지닌 자로서 그를 에워싸는 저 광활한 우주의 온갖 경이로운 현상을 보고, 희열에 가득 찬 저 빛을 - 사랑하지 않을 자, 그 누구이랴? 온갖 색채, 광선, 파장을 띤 채, 밝아오는 날처럼 부드러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저 빛을. 생의 가장 내적인 영혼과도 같이 쉴새 없이 흐르는 별들의 거대한 세계는 그 빛을 호흡한다. 그의 푸른 물결 속을 헤엄쳐 간다. 번쩍이면서도 영원히 조용한 바위, 명상하듯 흠뻑 빨아들이는 각양각색의 거칠고 탐욕적인 동물들도, 무릇 그 중에서도 더욱 흐늘흐늘한 걸음걸이와 가냘프게 닫혀지고 풍만한 음을 띤 듯한 입술을 가진 이방인이야. 그 훌륭한, 지상의 왕처럼 빛은 힘을 다해 수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무한한 관계를 맺어 주기도 하고 끊기도 하며, 그의 신비스러운 영상을 지상의 모든 굴레의 둘레에 드리운다. 오직 빛이 있는 곳에 풍만한 세계의 경이로운 영광이 계시된다.

나는 홀로 말로 표현할 없을 만큼 성스럽고 신비로운 밤의 세계로 향한다. 저 아래 깊은 동굴 속엔 한 세계가 잠겨 있다. 그곳은 황량하고 쓸쓸하다. 깊은 고뇌가 심금을 흔들게 한다. 난 정녕 이슬방울에 잠겨 재와 한 몸이 되리, 먼 추억들과 청춘의 희망 어린 시절의 꿈, 긴 생애 중 짧았던 기쁨과 헛된 희망들이 회색빛 옷으로 나타난다. 해진 후 석양의 안개와 같이. 빛은 지금쯤 다른 곳에서 유쾌한 향연을 베풀으리. 정녕 빛은 순진한 신념으로 그를 고대하는 어린이들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인가?

내 마음 속 깊이 갑자기 예감을 충만케 하고 슬픈 분위기를 삼키는 것은 무엇일까? 어두운 밤이여! 그대 역시 우리에게 호의를 갖고 있느뇨? 그대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나의 영혼에 호소하는 그 무엇을 그대 외투 아래 숨기고 있느뇨? 양귀비 꽃다발에서처럼 향기로운 향유가 그대의 손에서 떨어지누나. 그대는 정서의 무거운 나래를 높이 펴도다. 몽롱한 느낌으로 우린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되도다. 부드럽고 경건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진지한 용모를 나는 기쁨에 차서 놀라서 본다. 그리고 수없이 헝클어진 머리 아래엔 어머니의 젊은 시절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젠 빛이 얼마나 초라하고 어리석은지 모르겠구나. 낮과의 작별이 얼마나 기쁘고 축복스러운건지. 밤이 그대의 시종들을 앗아간 이유만으로. 그대는 넓은 공간에 번쩍이는 천구를 뿌려 그대의 전능을, 그대가 부재했던 시대로 돌아옴을 알린다. 밤이 우리의 마음 속에 열어주는 그 무한한 눈길은 반짝이는 그 어느 별들보다 더 멀리 바라볼 수 있다. 빛의 도움 없이 그 눈길은 사랑하는 정서의 깊은 곳을 꿰뚫어 보며, 정서야말로 저 높은 곳을 말할 수 없는 쾌락으로 채워주리. 세계의 여왕이시며, 성스러운 사랑의 보호자이신 그대를 찬미할진저. 밤은 나에게 그대 상냥한 여인, 밤의 사랑스런 태양을 보내주셨나이다. 나는 이제 깨었나이다. 나는 그대 것이요 또한 나의 것이기 때문이옵니다. 그대는 나에게 밤을 생명이라고 알려 주셨고, 나를 인간으로 만드셨나이다. 내가 영묘하게도 당신과 혼연일체가 되도록, 그리고 첫날밤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도록, 정신의 불꽃으로 나의 육체를 태워주시옵소서.


요점 정리

작자 : 노발리스

주제 : 조피에 대한 사랑과 그 여인의 죽음에 대한 비통한 체험을 핵심으로 한 서사시

이해와 감상

이 시는 6장으로 된 산문시. 여기서는 '밤의 찬가' 중 제 1찬가를 싣는다. 죠피라는 13세 소녀와 열렬한 사랑을 하고 약혼을 하나 2년 후에 병사해 버린다. 그녀와의 만남과 그녀의 죽음에서 그는 신비로운 체험을 했고, 몇 년 뒤 유리라는 죠피의 화신과 사랑을 하고 약혼을 했으나 그녀도 요절했다. 이 시는 노발리스의 죠피에 대한 사랑이 신비화되어 영혼의 세계와의 교감을 표현한 죽음에 대한 찬가다.

심화 자료

노발리스(Novalis)

본명은 Friedrich Leopold, Freiherr von Hardenberg. 1772. 5. 2 프로이센 작센 오버비더슈테트~1801. 3. 25 작센 바이센펠스. 독일의 낭만주의 시인·이론가. 후기 낭만주의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니더작센의 귀족계급에 속하는 신교 가문에서 태어나 가족이 전에 사용했던 이름 '노발리'를 본떠 자신의 필명을 붙였다. 청년시절 예나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고(1790), 거기에서 실러와 사귀었다. 그뒤 라이프치히에서 공부하며 프리드리히 폰 슐레겔과 친교를 맺고 칸트와 피히테의 철학사상을 접하게 되었다. 1793년 비텐베르크에서 공부를 마쳤고 1796년 바이센펠스에서 작센 정부 제염소의 회계 감사관으로 임명되었다.

1794~95년 노발리스는 14세의 조피 폰 퀸과 사랑에 빠져 약혼했다. 그러나 그녀가 1797년 결핵으로 죽자 자신의 비애를 표현한 아름다운 시 〈밤의 찬가 Hymnen an die Nacht〉(1800)를 썼다. 이 운문 섞인 산문시 6편에서 노발리스는 밤, 즉 죽음을 신 앞에서 누리게 될 더 높은 삶으로 들어가는 문으로서 찬미하며, 자신이 죽은 뒤에는 조피와 전 우주가 신비하고 애정어린 합일을 이룰 것을 기대했다.

미완(未完)의 장편소설 《푸른 꽃 Heinrich von Ofterdingen》(1802)이 특히 유명하다. 이 작품은 전설적인 중세의 기사 시인에서 취재하여 주인공이 대시인으로 원숙해 가는 과정을 그리려 한 교양소설이다. 제1부만 완성되고 제2부는 미완성인데, 여기서 나오는 ‘푸른 꽃’은 낭만적 동경을 상징하는 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그는 1797년 광산학을 연구하기 위하여 프라이베르크 아카데미로 갔다. 1798년 다시 율리 폰 카르펜티어와 약혼했고, 1799년 바이센펠스에 있는 제염소의 광산 조사관이 되었지만, 결혼하기 전인 1801년 결핵으로 죽었다.

말년에는 백과사전적인 연구, 관념론에 토대를 둔 철학체계 초안, 시작(詩作) 등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다. 그의 생전에 출간되었던 단편집 〈 꽃가루 Blutenstaub〉(1798)와 〈신앙과 사랑 Glauben und Liebe〉(1798)은 그의 정신세계의 폭을 잘 나타내주는 것으로서, 세계를 우화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시·철학·과학을 통합하고자 하였다.

유명한 신화적 로맨스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겐 Heinrich von Ofterdingen〉(1802)은 이상화된 중세를 배경으로 젊은 시인의 신비적이고 낭만적인 탐구심을 그렸다. 그의 시에서의 중심적 이미지인 푸른 꽃은 동료 낭만주의자들 가운데서 널리 인정된, 낭만적 동경의 상징이 되었다.

노발리스는 〈그리스도교 세계:유럽 Die Christenheit oder Europa〉(1799)이라는 평론을 통해 종교개혁과 계몽주의 운동으로 중세 때의 문화적·사회적·지적인 통일이 파괴되었던 유럽을 새롭게 회복할 보편적 그리스도교 교회의 설립을 요청한다. 그가 죽은 뒤에야 발표된 이 평론은 로마 가톨릭 교회로 향하는 낭만주의 세대의 동향을 확정한 것으로 평가된다.(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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