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깁허 삼경에
by 송화은율밤은 깁허 삼경에
밤은 깁허 삼경(三更)에 니르럿고 구즌 비는 오동에 흣날리 졔 이리 궁굴 저리 궁굴 두루 생각다가 잠 못 니루웨라.
동방(洞房)에 실솔성(桧朊聲)과 청천(靑天)에 뜬 기러기 소래 사람의 무궁한 심회를 짝지여 울고 가는 저 기럭아
갓득에 다 셕어 스러진 구뷔 간장이 이 밤 새우기 어려워라
밤은 깊어 한밤중에 이르렀고, 궂은 비는 오동나무에 흩날릴 때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잠 못 이루는구나.
아무도 없는 빈방에서 귀뚜라미 우는 소리와 하늘에 뜬 기러기 소리가 사람의 허전한 마음을 짝지어서 울고 가는 저 기러기야.
가뜩이나 다 썩어 문드러진 내 속마음에 이 밤 지새우기가 어렵구나.
요점 정리
작가 : 미상
갈래 : 사설시조
성격 : 애상적, 연모적
구성 :
초장 : 근심에 쌓여 전전반측(輾轉反側)하는 화자의 모습
중장 : 화자의 정서를 심화시키는 실솔성(桧朊聲)과 기러기 소리
종장 : 자신의 처지에 대한 화자의 탄식
제재 : 임과의 이별
주 제 : 독수공방(獨守空房)의 외로움
특징 : 청각적, 시각적인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임을 그리워하는 정서를 드러냄
내용 연구
밤은 깁허 삼경(三更)에 니르럿고[임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함] 구즌 비는 오동에 흣날리 졔 이리 궁굴 저리 궁굴 두루 생각다가 잠 못 니루웨라.
밤은 깊어 한밤중에 이르렀고, 궂은 비는 오동나무에 흩날릴 때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고[전전반측]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잠 못 이루는구나.
동방(洞房)에 실솔성(桧朊聲 :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로 화자의 심회를 돋우는 객관적 상관물)과 청천(靑天)에 뜬 기러기[화자의 심회를 돋우는 객관적 상관물] 소래 사람의 무궁한 심회를 짝지여 울고 가는 저 기럭아
아무도 없는 빈방에서 귀뚜라미 우는 소리와 하늘에 뜬 기러기 소리가 사람의 허전한 마음을 짝지어서 울고 가는 저 기러기야.
갓득에[가뜩이나] 다 셕어[썩어] 스러진[문드러진] 구뷔 간장이 이 밤 새우기 어려워라
가뜩이나 다 썩어 문드러진 내 속마음에 이 밤 지새우기가 어렵구나.
이해와 감상
떠나간 임을 생각하느라 전전반측하면서 잠을 못 이루는 화자의 외로운 심사를 노래한 사설시조로 독수공방(獨守空房)하는 여인의 외로움과 한이 잘 담겨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임과 이별한 후 떠나간 임을 생각하다 보니 밤은 어느새 깊어 삼경이 되었는데, 귀뚜라미의 울음소리와 때마침 하늘에 처량하게 울고 가는 기러기 소리가 화자의 외로운 마음을 더욱 울적하게 한다. 초장에서 중장으로 갈수록 임에 대한 심화된 그리움이 잘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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