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밤바다에서 - 박재삼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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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에 - 박재삼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정한(情恨)의 정서를 애잔한 가락과 섬세한 언어로 노래함으로써 우리 시의 전통적 서정을 가장 가까이 계승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박재삼의 대표작이다.

 

그의 시에는 남해안 삼천포에서 성장한 소년 시절을 소재로 한 회상조의 작품이 많은데, 이 시 역시 소년 시절로의 회귀를 보여 주고 있다. 이 시에서 누님은 한국 여인을 표상하고 있으며, 그 누이의 말 못하는 슬픈 사연이 화자의 여린 가슴에 여인의 한()을 깨닫게 해 준다. 그러나 나이 어린 화자는 슬픔을 대신할 수 없음을 알고, 밤바다로 뛰어나가며 소리 죽여 흐느낀다. 그러므로 누이의 슬픔과 화자의 울음은 두 남매의 혈연적 아픔으로 동질화(同質化)되어 나타난다.

누이의 슬픔을 함께 할 수 없는 어린 화자는 고샅길을 지나 밤바다에 나가 서서 눈물 흘리며, 달빛에 반짝이는 파도를 바라보고는 누이의 아픔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이나 밤새도록 소리내 우는 파도처럼 찬란해지고 더욱 아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이의 아픔이 소진하여 그 아픔이 아픔으로 극복될 때라야 비로소 편안히 잠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결국 두 사람은 결구에서 각각  물결로 비유됨으로써 누이가 섬이 되어 잠들 때, 화자는 섬에 와 부딪치며 우는 물결이 되는, 아름다운 인간적 합일을 이루며 시적 안정과 표현의 완성을 이루게 된다.

 

감각적이면서 섬세한 시어로 명징(明澄)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이 시는 산문체 형식이면서도 박재삼만의 독특한 가락과 효과적인 점층법을 바탕으로 하여 한국적 정한(情恨)을 짙게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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