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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가버슨 아해들이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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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가버슨 아해들이

 

 

발가벗은 아이들이 거미줄 테를 들고

개천을 왔다갔다하며(개천으로 왕래하며)

"벌거숭아, 벌거숭아, 저리 가면 죽고

이리 오면 산다." 부르는 것이 벌거숭이 아이들이로구나.

아마도 세상 일이 다 이런 것인가 하노라.

요점 정리

지은이 : 이정신(李廷藎, 연대 미상)

갈래 : 사설시조

성격 : 풍자적, 역설적

구성 :

초장 : 발가벗은 아이들이 개천을 왕래함

중장 : 발가숭이를 달콤한 말로 속임

종장 : 약육강식(弱肉强食)의 험난한 세태를 풍자

표현 : 풍자적 암유법(사물의 상태나 움직임을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수사). 의인법. 대화체

주제 : 약육강식(弱肉强食)의 험난한 세태 풍자

출전 : 청구영언(靑丘永言)

내용 연구

발가벗은 아해 : 모해(謀害)하는 자

거믜쥴 테 : 거미줄을 붙인 잠자리 채

밝가숭아 : 고추 잠자리를 부르는 말로 모해(謀害)받는 자를 의미

부로나니 : 부르는 이가. 부르는 것이

밝가숭아 밝가숭아, 져리 가면 쥭나니라. 이리 오면 사나니라. : 각박한 세태의 한 면모를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이 구절은 요즘도 아이들이 잠자리를 잡을 때 흔히 부르는 노래로, 민요와 동요의 긴 생명력을 실감나게 한다.

세상일 : 서로 속고 속이는 세태

이해와 감상

 

'밝가숭이(벌거숭이 아이들)' 가 '밝가숭이(고추잠자리)'를 잡는다. 서로 믿을 수 없는, 약육 강식(弱肉强食)의 각박한 세태를 해학적으로 풍자한 것으로 어린 아이들이 잠자리를 잡으려고 하면서 잠자리가 자기들에게 와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역설적 상황이다. 잠자리가 살기 위해서는 아이들로부터 멀리 도망쳐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 일[교언영색(巧言令色 : 아첨하는 말과 알랑거리는 태)과 구밀복검(口蜜腹劍 : 입에는 꿀이 있고 배 속에는 칼이 있다는 뜻으로, 말로는 친한 듯하나 속으로는 해칠 생각이 있음을 이르는 말)]이 모두 이와 같다는 소박한 표현 속에 깊은 생활의 철학이 담겨져 있다. '밝가버슨 兒孩(아해)ㅣ들'과 '밝가숭이'는 모해하는 자를, '밝가숭아'는 모해 받는 사람을 비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화 자료

평시조와 사설 시조의 차이점

형식

작자층

주제

미의식

평시조

3장 6구의 엄격한 준수

사대부 계층

자연애, 연군, 절개, 연정, 풍류

우아미, 숭고미

사설시조

종장 첫구 3음절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자유로움

중인 또는 평민 계층

서민들의 주요 생활상, 연정

골계미, 해학미

사설시조에 대하여

 

산문 정신과 서민 의식을 배경으로 탄생한 사설시조는 시조가 지닌 3장체의 형태적 특성을 살리면서 낡은 허울을 깨뜨리는 데 공헌했다. 지난 날의 영탄이나 서경의 경지를 완전히 탈피하여, 폭로적인 묘사와 상징적인 암유(暗喩)로써 그 표현 기교를 바꾸어서 애정, 거래(去來), 수탈, 패륜(悖倫), 육감(肉感)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다루면서 지난 시대의 충의에 집착되 주제를 뒤덮었다.

 

형식면에서는 ①사설조로 길어지고, ②가사투, 민요풍이 혼입(混入)하며, ③대화가 많이 쓰이고, ④새로운 종장 문구(文句)를 개척하였다.

 

내용면에서는 ①구체적, 서민적인 소재와 비유가 도입되고, ②강렬한 애정과 육욕(肉慾)이 표현되며, ③어희(語戱), 재담(才談), 욕설이 삽입되고, ④거리낌없는 자기 폭로, 사회 비판 등이 다루어졌다.

사설시조의 작자층

 

사설시조는 그 형식이나 주제는 물론이고, 작자층에서도 평시조와 구별된다. 평시조의 작자층이 양반 사대부 중심이었던 데 비해, 사설시조는 가객들을 비롯한 중간층 부류의 작자들이 지은 작품이 많으며, 그 내용이나 어법상 서민층에 속하는 사람들에 의해 지어지고 향유된 것으로 보이는 작품도 여러 편 전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사대부들이 주로 즐긴 평시조의 세계에 비하여 시정(市井)의 현실적 삶을 주로 표현했다.

 

또 골계미와 해학미를 통하여 현실의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으며, 시정(市井) 생활의 건강함과 발랄함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양반 사대부들 또한 사설시조 창작에 나서서, 현전하는 사설시조 가운데는 작자가 사대부로 명시된 작품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그 밖에 시적 화자가 여성으로 설정된 작품이 꽤 많다는 것도 주목되는 점이다. 그러나 사설시조를 지을 정도의 수준을 보일 수 있는 작자층은 적어도 글을 아는 식자층, 즉 주로 중인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사설시조의 미의식

 

사설시조는 우아한 기품과 균형을 강조하는 평시조와는 달리 거칠면서도 활기찬 삶의 역동성을 담고 있다.

사설시조를 지배하는 원리는 웃음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현실의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 중세적 고정 관념을 거리낌없이 추락시키는 풍자, 고달픈 생활에 대한 해학 등이 그 주요 내용을 이룬다. 아울러, 남녀 간의 애정과 기다림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대개는 직선적인 언어를 통해 강렬하게 표현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종래의 관습화된 미의식을 넘어서서 인간의 세속적 모습과 갈등을 시의 세계 안에 끌어들임으로써 사설시조는 문학의 관심 영역을 넓히는 데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미의식은 조선 후기의 변모된 세계관과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이후 우리 근대 문학의 바탕을 이루기도 한다.

이정신

 

조선 영조 때의 가인(歌人). 호는 백회재(百悔齋). 여러 가집에 시조 13수(그 중 1수는 불확실)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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