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의 ‘성탄제’ 해설
by 송화은율박태원의 ‘성탄제’ 해설
성탄제는 1937년 12월 여성21호에 발표한 작품으로 세태 소설에 속한다.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어려운 가계를 돕기 위해 카페 여급으로 나가는 언니와 이를 부끄럽게 여기는 동생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카페 여급이라는 작중 인물은 박태원의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인물이다. 또한, 이 작품의 중심소재는 식민지 시대 한국 문학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빈곤이다.
이 소설의 서술 방식은 전지적 작가 시점을 택하고 있으면서도 독특한 면을 지닌다. 도입부에서는 언니인 영이가 ‘너도 별 수 없었던 모양이로구나’라며 비웃는 장면으로 시작하지만, 그 후부터는 작가가 순이와 영이의 입장에 교대로 서서 두 자매의 갈등을 엮어 가는 것이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고 볼 수 있으면서도 서술자의 직접 개입은 최대한 억제하여 대화에 담긴 뜻과 독백을 통해 두 자매의 갈등을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하였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영이와 순이는 네 살이나 차이가 나는 자매이면서도 남달리 사이가 나쁘다. 동생 순이는 언니가 카페 여급이란 것을 못마땅해 한다. 영이는 수많은 직업중에서 뭇사내들에게 시달리며 웃음이나 팔아야 하는 직업을 택한 언니를 이해하지 않고 창피를 느낀다. 그러나, 언니 영이는 동기간에도 욕을 먹어 가며 천대를 받는 여급을 누가 좋아서 하겠는가, 가족의 생계를 도와야 하고 동생의 학비도 보태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을 남들이야 모르겠지만 동생조차 자기를 멸시하는 곳이 분하고 원통하기만 하다.
운동회 날 언니의 직업이 알려지자 순이는 언니를 공박한다. 영이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고 말았다며 당당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변명을 하자 순이는 더욱 화가 치밀어 언니의 약점을 잡고 계속하여 공박한다. 언니가 자신의 학비를 보태는 것은 순전히 부모의 뜻에 어쩔 수 없어서 그러는 것이라며 마치 자기를 위해서 카페에 나가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까지 한다. 계속되는 순이의 공박에 영이는 너무 화가 나서 아버지, 어머니, 동생 셋이서 모두 자기의 뼈골을 빼먹으면서도 한통속이 되어서 자기만을 못살게 군다고 악을 쓰며 까무러치고 만다.
영이는 인심 3개월이라는 진단을 받고 아기의 아버지를 맞추어 본다. 사내들이 점점 떠나가고 아기 아버지까지 그녀를 멀리 하지만 영이는 순산을 한다. 영이는 삯바느질을 해가며 아기를 키운다. 한편 동생 순이는 학교를 그만두고 여배우가 되겠다며 돌아다니다가 남자를 끌고 들어온다. 동생까지 자기와 똑같은 길을 밟는 현실이 서러워 눈물을 흘린다.
이 소설은 언니를 비난하던 순이가 영이와 똑같은 길을 걷게 되는 아이러니로 결말이 나고 있는데, ‘너도 별 수 없었던 모양이로구나’하며 눈물을 흘리고 마는 영이에게서 이 작품의 비극성을 엿볼 수 있다. 이 비극의 원인은 물론 가난이다. 갈등 관계에 있던 두 자매가 같은 길을 가게 되는 모습, 건너방에서 벌어지는 딸들의 매춘 행위에 무감각한 부모의 모습들은 윤리 의식보다 더 중요한 생존의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작가의 의도이다.
작품 요약
주제 : 서민들의 빈곤한 생활상과 삶의 강한 의지.
인물 : 영이-언니.카페의 여급.가족의 생계를 돌보며 동생의 학비를 보탠다. 뚜렷한 의지가 없는 소시민으로 수평적 인물.
순이-동생.언니의 직업을 창피하게 여기지만 언니와 같은 신세로 전락하는 입체적 인물.
배경 : 일제 아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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