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바라다'의 활용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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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

'바라다'의 활용에 대해

 

1. 바라다의 과거형은 '바랐다'입니다. 그리고 명사형은 '바람'이고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은 문장에서 명령형(이걸 명령형이라고 할지 청유형이라 할지는 모르겠지만)으로 나타날 때 "나는 네가 ~하길 바라(또는 바래)."라고 한다면 바라, 라고 하는 게 맞습니까? 바래, 라고 하는 게 맞습니까? 꼭 좀 알려주세요. 그리고 그 이유도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2. 흔히 '왠일인지' '웬일인지'의 차이점을 잘 모르고 혼동하여 쓸 때가 많습니다.'' ''은 정말 뜻이 헷갈릴 때가 많은 데 쉽게 구별하여 쓸 수 있는 법은 없나요. 둘 다 이유를 알 수 없을 때 쓰는 것 같기도 하고, 또 그 의미가 약간 틀린 듯도 하고요... 명쾌한 구별법 부탁합니다.


[풀이]

문법과 현실의 차이

 

"나는 네가 ~하길 바라."가 문법적으로는 맞습니다. ([kbs아나운서실(1998).바른말 고운말.대교출판]를 참고하세요.)

하지만, "바라다"의 쓰임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군요.

 

권경근 교수님(부산대 국어국문학과)의 말에 따르면 "바라"가 모음동화에 의해서 "바래"로 바뀌었다고 본 제 풀이는 비약이 심한 것이라고 합니다.

 

() "바라" ""가 붙어서 "바라아"가 됩니다.

() "()ㅏㅏ" ""모음이 겹치게 되자 달라짐(이화)현상이 일어나 뒷 모음이 ""로 바뀝니다.(순행동화)

() 뒷 모음이""가 되고 보니, 이제는 모음동화의 조건에 들어맞게 되어 앞 모음""와 뒷 모음 ""가 한 소리가 됩니다.(/+/ 역행동화)

() "바래"가 됩니다.

 

()과정에서 일어난 이화현상은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 과정은 "바라"가 모음동화를 거쳐서 "바래"가 되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단계인데 이 부분에 문제(비약)가 있으므로 모음동화에 의한 변화라고 보기에는 비약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말해" "원해", "바래"의 관계를 통해서 다시 풀이하겠습니다.

 

"말해" "원해"는 아래의 단계를 걸쳐서 생성되었습니다.

 

말하+ -> 말해여 -> 말해

() ()

 

() 단계에서 "[a]+[j] ->"로 모음동화가 일어납니다.

() 단계에서 ""가 탈락하게 되고 ""는 탈락에 대한 보상으로 장음화(긴소리화)됩니다.

 

"원해"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쳐 생성된 것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문법적으로는 "바라"가 맞습니다. 하지만, 언어를 논할 때는 두 가지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하나는 문법성(grammatical) 다른 하나는 수용성(acceptable)입니다.

 

"바라"는 문법성에 비추어 볼 때 맞는 말이지만, 수용적인 측면으로 보면 "바래"로 쓰이고 있습니다.

 

"(부는)바람"과 형태가 같아서인지 어느 때부터 "바라다"는 기본형으로 쓰일 때는 제외하고는 "바램", "바래"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바라" "바래"로 쓰이는 것은 "말해", "원해"의 경우와 "바램"에 의해서 유추(틀맞추기)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문법은 말글의 틀이지만, 문법이 생동하는 언어의 세세한 변화까지 다 포착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문법과 실제 쓰임에는 차이가 생기는가 봅니다.

 

여기서, 모음동화란 ",,," ""모음의 영향을 받아 ",,,"로 변하는 현상으로 움라우트(umlaut)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모음동화는 수의적인 동화로 표준어에서는 이렇게 동화된 발음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모두 원형대로 쓰고 읽어야 합니다. 다만, 다음과 같이 아주 굳어진 말은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새끼 수수께끼 채비 새기다 재미 가난뱅이


[한국어사전(임홍빈, 1999)] "바라다" "원하다"의 어감의 차이까지 풀이하고 있습니다.

 

바라다: 사람이 마음속으로 어떤 일이나 상태가 어떠하게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을 뜻한다. 어떤 일이나 상태가 다른 사람이나 주변적인 상황에 의하여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는 뜻이 강하며, 원하다보다는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생각하는 정도가 덜하다.

 

원하다: 어떤 일이나 상태가 어떠하게 되었으면 하고 또는 어떤 대상을 가졌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간절한 생각을 가진 상태에 있게 되는 것을 뜻한다. 반드시 다른 사람에 의한 도움이나 주변적인 상황에 의하여 어떤 일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는 문법적으로 이상한 문장이라는 표시입니다.)

 

() 우리는 그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 원한다.

() 형은 다른 사람의 호의를 바란다. / ?원한다.

() 그들은 사랑을 원한다. / ?바란다.

() 그는 친구를 원한다. / ?바란다.


[풀이2]

'색깔이 바래다'는 바릅니다.

 

'바라다' '바래다'로 쓰는 분이 많습니다만 바르지 않습니다.  '본디의 색깔이 옅어지다''손님을 배웅하다'의 뜻이면 '바래다'가 바릅니다.

 

비슷한 예로 '놀래다'가 있습니다. '나는 너를 보고 정말 놀랬어' '놀랬어' '놀랐어'로 써야 합니다.

'놀래다' '놀라게 하다'의 뜻입니다. 따라서 '놀래키다(틀림)'로 쓴 분은 '놀래다'로 고쳐

써야 합니다. '뒤에 가서 놀래 주었다'가 바릅니다.

 

그러면 '동생이 귀신을 보고 놀랬어'는 바를까요? 아니죠!!! '놀랐어'가 바릅니다. '놀랬어' '놀라게 했어'로 바꿀 수 없죠?

 

다르게 말하면, 놀란 주체가 주어이면 '놀라다'를 써야 하고, 주어가 놀라게 한 행위자이면 '놀래다'를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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