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간호부 / 본문 일부 및 해설 / 주요섭
by 송화은율미운 간호부 / 주요섭
어제 S병원 전염병실에서 본 일이다. A라는 소녀, 7, 8세밖에 안 된 귀여운 소녀가 죽어 나갔다. 적리(赤痢)로 하루는 집에서 앓고, 그 다음 날 하루는 병원에서 앓고, 그리고 그 다음 날 오후에는 시체실로 떠메어 나갔다. 사흘 밤낮을 지키고 앉아 있었던 어머니는 아이가 운명하는 것을 보고, 죽은 애 아버지를 부르러 집에 다녀왔다. 그 동안 죽은 애는 이미 시체실로 옮겨가 있었다. 부모는 간호부더러 시체실을 가리켜 달라고 청하였다.
"시체실은 쇠 다 채우고 아무도 없으니까, 가 보실 필요가 없어요."
하고 간호부는 톡 쏘아 말하였다. 퍽 싫증난 듯한 목소리였다.
<하략>
작가 : 주요섭(朱耀燮, 1902∼1972)
갈래 : 수필
성격 : 회고적 애상적
제재 : 미운 간호부
주제 : 비인간화되어 가는 사회에 대한 개탄, '문명한 기계보다 야만인 인생을 더 사랑한다' 하고 인간의 기계화를 저주함
다음은 주요섭의 수필 `미운 간호부' 이다. 글을 읽고, 아래 제시된 활동을 해보자.
1단계 : 문학의 갈래가 다양한 근본적인 이유는 문학의 표현 대항인 인간의 삶의 모습이 단일하지 않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어머니의 심정을 생각해보고 이러한 심정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잇는 갈래는 어떤 것이 적절할지 말해보자.
평가의 취지와 유의점 :
이 활동은 작자의 창작 동기가 갈래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는 것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학의 각 갈래가 지니는 고유한 특징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문학 작품은 내용과 형식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갈래 선택의 이유를 창작 동기와 관련하여 타당하게 설명하고 있는가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예시답안 :
어머니의 심정은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비통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차가운 시체실에 갇혀 있어야 하는 자식에 대한 안쓰러움, 비정한 간호부의 언행에 대한 분노 등으로 다양할 것이다. 이처럼 복합적이고 다양한 심정은 함축성이 높은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며,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어머니의 심정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갈래는 ‘서정 갈래’라고 할 수 있다.
2단계 : 이 작품은 서술자가 사건을 서술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글을 희곡으로 고쳐 쓰려고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말해 보자.
평가의 취지와 유의점 :
이 활동은 수필을 희곡으로 고쳐 쓸 경우의 유의점을 말해 보게 함으로써, 극 갈래와 다른 문학 갈래의 차이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서술자가 배제된 희곡에서는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며, 인물의 내면 심리는 어떻게 표현되는가,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고려해야할 점을 이해하고 있는가 등을 평가의 요소로 삼는다.
예시답안 :
희곡은 ‘보여주기’ 유형의 문학이다. 이 작품을 희곡으로 고쳐 쓸 경우, 서술자가 개입하여 이야기를 서술할 수 없으므로 모든 정보는 등장인물의 대사와 행동만으로 제시해야 한다. 또한 모든 사건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제하고 사건이 전개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희곡을 읽는 것만으로도 무대 위의 장면을 상상할 수 있도록 무대 상연을 염두에 두고 써야한다.
3단계 : 이 글 의 내용을 고려하여, 이어질 내용을 한 단락 정도 써서 글을 완성시켜 보자.
평가의 취지와 유의점 :
작품의 주제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의 내용을 완성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활동이다. 인용된 부분의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작품의 주제는 문명이 발달하면서 점차 비정(非情)하게 변해 가는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따사로운 인간의 정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주제에 맞게 표현하였는가에 중점을 두어 평가한다.
예시답안 :
합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간호부의 태도에는 잘못이 없을 수도 있다. 관례에 따라 죽은 사람을 시체실에 안치하는 것은 간호부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 는 말처럼 비통한 심경에 빠진 어머니를 위로하기는커녕 냉정하게 쏘아붙인 간호부의 태도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환자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 간호부마저 환자 가족에게 냉정하게 대하는 것을 보면서, 합리적이라는 명분 아래 점점 인간들 사시에 정이 사라져 가는 삭막한 현실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랑과 정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 글은 단순한 구성으로 그 내용 또한 매우 짧다. 그러면서도 합리적이란 이름 아래 자꾸 비정화(非情化)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과, 문명의 이기가 발달함에 따라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따사로운 온정에 대한 그리움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은이의 주관은 간호부의 싸늘하면서도 비인간적인 태도에 대한 미움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이 때 지은이는 이러한 간호부의 비정한 태도를 과학적이라고 불리는 기계화의 측면으로 생각한다. 그러기에 '나는 문명한 기계보다도 야만인 인생을 더 사랑한다.'라는 말로써 인간적인 체취가 사라지는 상황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물론 문명한 기계와 야만인 인생 중에서 작자가 야만인 인생을 더 사랑한다고 한 것은 정말 야만을 사랑한다는 것이 아니라, 문명으로 인해 비정한 사회가 되어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야만일지언정 인정(人情)혹은 온정이 가득한 사회가 더 바람직하다는 것을 뜻한다.
요즈음은 간호부라고 하지 않고 '간호사'라고 한다. 그 이유는 '부'라는 단어에서 좋지 못한 느낌이 든다는 이유라고 '간호사'라고 불러주기를 원한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도 그런 점을 참고하시기를....
주요섭(朱耀燮)
1902∼1972. 소설가. 호는 여심(餘心) 또는 여심생(餘心生). 평양 출신. 목사 공삼(孔三)의 8남매 중 둘째 아들이다. 시인 요한(耀翰)의 아우이다. 평양에서 성장하였다.
평양의 숭덕소학교를 거쳐 1918년 숭실중학 3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가 아오야마학원(靑山學院) 중학부 3학년에 편입하였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귀국하여 지하신문을 발간하다가 출판법 위반으로 10개월의 형을 받았다.
1920년 중국으로 가 쑤저우(蘇州) 안세이중학(安晟中學)을 거쳐 1921년 상해 후장대학(廉江大學) 부속중학교를 졸업하였고, 1927년에는 후장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였다.
1928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포드대학원에서 교육심리학을 전공한 뒤 1929년 귀국하였다. 1931년 동아일보사에 입사하여 ≪신동아 新東亞≫의 주간으로 일하다가 1934년 중국의 북경 푸렌대학(輔仁大學) 교수로 취임하였다.
1943년 일본의 대륙 침략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방령을 받아 귀국하였다. 1946년부터 1953년 사이에 상호출판사(相互出版社) 주간과 ≪코리아타임스≫의 주필을 역임하였다.
1953년부터 경희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1954년부터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사무국장, 1961년 코리안리퍼블릭 이사장, 1968년 한국문학번역협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한편, 1959년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국제펜클럽 제30차 세계작가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였고, 1963년 미국의 미주리대학 등 6개 대학에서 ‘아시아 문화 및 문학’을 강의하기도 하였다.
1921년 4월 ≪개벽 開闢≫ 제10호에 단편소설 〈추운 밤〉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여대생과 밍크코우트〉(1970)에 이르기까지 40편 가량의 단편소설을 비롯하여 〈구름을 잡으려고〉(1923)와 〈길〉(1938) 등 4편의 장편소설과 〈첫사랑〉(1925)과 〈미완성 未完成〉(1936) 등 2편의 중편소설을 남겼다. 〈김유신 Kim Yu Shin〉(1947)과 〈The Frost of the White Rock〉(1963) 등의 영문 소설도 있다.
그의 작품 세계는 대략 4단계의 변모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첫째는 〈추운 밤〉부터 〈인력거군 人力車軍〉(1925)·〈살인 殺人〉(1925)·〈개밥〉(1927) 등이 쓰여진 1921년부터 1927년까지의 시기로 주로 극빈한 사람들의 생활과 갈등을 동정하는 시선과 인도주의적 자세로 그려보였다. 이것은 이른바 신경향파로 지목되는 당대의 유행적 경향과도 일치한다.
둘째는 〈할머니〉(1930)에서 〈사랑손님과 어머니〉(1935)·〈아네모네의 마담〉(1936)·〈추물 醜物〉(1936)·〈봉천역식당 奉天驛食堂〉(1937)·〈왜 왔던고〉(1937)에 이르는 시기로, 문단의 주목을 받게 된 것도 바로 이 때이다. 그의 대표작 및 성숙한 작품들이 발표되었으며 기성 윤리나 외모 또는 배신으로 인한 사랑의 좌절이나 향수 등을 그려 삶의 의미를 추구하였다.
셋째는 1946년부터 1958년까지의 시기로 〈입을 열어 말하라〉(1946)·〈대학교수(大學敎授)와 모리배(謀利輩)〉(1948)·〈해방일주년 解放一周年〉(1948)·〈이십오년〉(1950) 등을 통하여 광복 후의 무질서와 혼란을 고발하고 비판하면서 사회의식을 각성하고 자아의 자각을 탐색하여나갔다.
넷째는 1960년부터 1970년까지의 시기로 〈세 죽음〉(1965)·〈열 줌의 흙〉(1967)·〈죽고 싶어하는 여인〉(1968)·〈여대생과 밍크코우트〉 등을 통하여 삶과 죽음의 문제, 인간다운 삶의 문제 등을 다루었다. 이러한 변모 과정은 근대적 리얼리즘의 일반적인 성격이 한국 문학 속에서 보편적인 태도와 기법으로 나타나게 되는 데 기여하였다.
≪참고문헌≫ 韓國作家傳記硏究 下(李御寧, 同和藝術選論, 1980), 現代作家論(金永和, 文章社, 1983), 朱耀燮論(丘仁煥, 아네모네의 마담, 汎友小說文庫 7, 1976).(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나이팅게일 선서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겠으며,
간호하면서 알게 된 개인이나 가족의 사정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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