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내 / 본문 일부 및 해설 / 서정범
by 송화은율미리내 / 서정범
은하수를 우리말로 미리내라고 한다. 미리내는 '미리'는 용(龍)의 옛말 '미르'가 변한 말이고 '내'는 천(川)의 우리말로서, 미리내는 '용천(龍川)'이란 어원을 갖는 말이라 하겠다. 어원에서 보면 용은 하늘에서는 은하수에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내가 자란 시골에서는 보통 학교 아이들이 기차를 본 횟수를 늘리기 위해 꼭두새벽에 일어나 달려가기도 하고 기차를 보려고 밤늦게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그리고 기차에서 얼마큼 가까운 거리에 서 있었느냐가 큰 자랑거리였다. 하루는 셋이서 새로운 기록을 내려고 기차 오기를 기다렸다. 선로가에 아이들이 있는 것을 보면 기적을 울리기 때문에 숨어 있다가 지날 때 바싹 다가서야 된다. 기차가 굽이를 돌아 나타났다. 뛰어나왔다. 뒤늦게 우리를 본 기관사는 고막을 찢는 듯한 기적을 울리며 지나간다. 가슴이 막 흔들린다. 순간 기차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현기증이 난다. 겁이 나서 물러선다는 게 뒤로 자빠져 머리를 찧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함께 있던 사내애들은 온데간데없고 언제 왔는지 은하가 울먹이며 옆에 있었다. 책보를 풀어 찬물에 적셔 머리에 대어 주고 있었다. 함께 있던 두 아이는 질겁을 해서 도망쳐 버렸다. 그 후로는 기차 꿈을 자주 꾸었다. 검은 연기를 뿜는 가차가 레일을 벗어나 논이고 밭으로 도망치는 나를 쫓아오는 바람에 깜짝 놀라 깨곤 했었다. 은하(銀河)라는 소녀는 나의 짝이었다.
우리 마을에서 오 리 가량 더 가야 되는 마을에 살았다. 청소나 양계 당번도 한 반이고 누룽지까지 가져다 나눠 먹는 사이였다. 은하가 하루는 자기 생일이라고 인절미를 싸 가지고 와서 공부 시간에 책상 밑으로 몰래 주었다. 선생님이 칠판에 산수 문제를 푸는 동안 큰 인절미를 한 개 얼른 입에 넣었다. 도시락 뚜껑이 마룻바닥에 뗑그렁 떨어졌다. 선생님이 돌아보신다. 난 고개를 못 들고 목이 메어 넘기지도 못하고 뱉지도 못하고 쩔쩔 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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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 서정범
형식 : 수필
성격 : 회고적, 감상적
주제 : 애틋한 사랑의 그리움
플라토닉러브(Platonic love)
육체를 무시한 순수하고 정신적인 연애. 플라토닉이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에게서 유래하는 호칭이지만 실상 이 플라토닉 러브는 플라톤 자신의 사상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그것과 관련해서 플라톤은 '향연(饗宴)' 기타의 작품에서 사랑을 찬양하였는데 그것은 결국 지혜(智慧)에 대한 사랑, 즉 철학을 말하는 것이다.
(출처 : http://www.iss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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