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간(眉間) / 해설 / 박주일
by 송화은율미간(眉間) / 박주일
피리소리는 한 많고 애절한 사연을 읊어 내는 것 같다. 말로 다하지 못하는 슬픔을 피리소리에 담아 서러움을 풀어낸다. 이러한 전통적인 서정의 세계는 김소월로부터 박재삼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고 낯익은 것이다. 박주일의 「미간」 역시 전통적인 색채를 지닌 시어를 채택하여 슬픔의 발성법을 보여준다.
이 시에서 드러나는 서러움의 근원은 작별에 있다. 작별이 주는 슬픔과 무거움을 산그늘에 비유하여 정서의 질감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무겁고 어두운 감정은 피리소리로 풀려지는데 `피리의 울음'(2연)이라는 표현에 볼 수 있듯이 시적 화자의 울음을 대변하는 것이 피리의 울음인 것이다. 그 울음이 구름에까지 스며들어 차디찬 날의 기러기가 되어 다시 돌아오길 기원한다. 천지를 가득 채우는 슬픔의 상상력이라 할 수 있다. 하늘에서 땅으로, 산을 휘감는 바람으로 세상에 가득차기를 바라는 피리소리는 온 천지에 화자의 슬픔을 풀어내는 것이다.
이 시의 화자는 피리소리를 통해, 슬픔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한줄기 향으로 일어 우러러 `당신'을 대하고자 하는 지극함을 나타낸다. 피리소리를 통한 슬픔의 확산과 심화는 또다른 차원의 연모와 숭앙을 위한 출발인 것이다. 숭모의 대상인 `당신'이 나의 어리석음과 미숙함을 깨우치길 바라며 어두운 미간을 밝히는 빛이라도 주길 바라는 심정에서 대상을 향한 화자의 절절한 정을 읽을 수 있다. 미간이 안면의 중심, 신체의 정점(頂点)이기에 미간을 밝히는 빛은 온 정신을 밝히는 빛이 되는 까닭이다.
과도한 슬픔에의 탐닉을 방지하고 자폐적인 슬픔에서 벗어나 슬픔을 다스리는 언어를 보여주는 시이다. [해설: 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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