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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 / 외국소설 / 전문 및 요점정리 / 모파상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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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 / 모파상

 

1. 원하는 걸 갖지 못한 여자

운명의 잘못이랄까, 간혹 하급 관리의 가정에 예쁘고 귀여운 여자아이가 태어나는 일이 있다. 그녀도 그런 고운 처녀였다. 지참금이 없고 유산이 굴러 들어올 만한 데도 없으며, 행세깨나 하는 돈 많은 남자를 만나 귀여움을 받으며 아내로 맞아질 그런 연줄도 없었다. 그녀는 문부성에 근무하는 한 하급 관리가 청혼하는 대로 결혼하고 말았다.

 

몸치장을 하려고 해도 할 형편이 못되어 간소하게 지냈지만, 원래보다 낮은 계급으로 전락한 여자가 불행하듯, 그녀는 행복하지 못했다. 여자란 본래 신분이나 혈통과 무관하게 그들이 지닌 아름다움과 매력이 곧 그들의 태생과 가문 구실을 하기 마련이다. 타고 난 기품, 본능적인 우아함, 재치 그런 것만이 그들의 유일한 등급이며 하층 계급의 처녀도 높은 신분의 귀부인과 나란히 설 수 있게 하는 것 아닌가...

 

자기가 온갖 좋은 것, 값진 것을 누리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매일 매일의 구차스러운 살림이 고통의 연속일 뿐이었다. 초라한 집, 얼룩진 벽, 부서져 가는 의자, 누더기 같은 빨랫줄에 빨래가 널린 것까지 모두가 보기 싫고 괴로움의 씨앗이었다. 같은 계급의 다른 여자라면 그다지 마음 상하지 않을 그 모든 것이 그녀를 괴롭히고 부아를 돋구었다. 브루타뉴 태생 여자 애를 하나 하녀로 두었지만 이 소녀를 볼 적마다 절망적인 안타까움과 미칠 것 같은 꿈이 떠올라 시달리곤 했다.

 

그녀가 항상 꿈에 그리는 것은 동양풍 벽걸이가 걸려 있는 조용한 거실에 청동으로 만든 촛대에 불이 켜진 그런 풍경이었다. 거기 짧은 바지를 입은 건장한 하인 둘이 의자에 파묻혀서 졸고 있다. 실내가 너무 따뜻해 깜박 졸고 있는 것이다. 고급 비단을 깐 넓은 객실도 그녀의 몽상에 떠올랐다. 진귀한 골동품들이 가득 찬 으리으리한 가구들……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은 모든 여자가 선망하는 유명인들이다. 그런 가까운 친구들과 오후 다섯 시에 모여 그윽한 향기로 가득 찬 멋진 살롱에서 고상한 대화를 나눈다...

 

저녁을 먹을 때, 사흘이나 빨지 않은 식탁보를 씌운 둥근 식탁에서 남편과 마주 앉는다. 남편은 스프 그릇 뚜껑을 열며 기쁜 듯이 "야, 이 스프 맛있겠는데! 이보다 맛있는 건 세상에 없을 거야!"하며 큰 소리로 말한다. 그럴 때면 으레 그녀는 으리으리한 만찬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번쩍거리는 은 식기, 요정이 사는 숲 한가운데 이상한 새나 옛날 이야기의 인물이 수놓아진 벽걸이, 고급 그릇에 듬뿍 담아 내놓는 산해진미가 있다. 송어의 빨간 고기나 기름진 병아리의 부드러운 날개를 입에 넣으면서 속삭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스핑크스처럼 신비한 미소를 띠고, 여성의 환심을 사려는 그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녀는 그런 광경이 떠올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나들이옷도 없고 장신구도 없고 뭐 하나 갖고 있는 게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그런 것뿐이었다. 그런 것을 위해 자기가 태어났다고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것,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 사람들의 화제의 대상이 되는 것, 이것이 그녀의 간절한 소원이었다.

 

그녀에게는 돈 많은 친구가 하나 있었다. 수도원 학교의 기숙사 동창이지만 지금으로선 만날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만나고 돌아올 때 마음이 괴로웠던 것이다. 며칠이고 연거푸 울며 새우는 때도 있었다. 분하고 억울하고 절망과 비탄이 얽힌 마음에서였다.

 

2. 장관 댁 무도회의 초대

 

그런데 어느날 저녁, 남편이 손에 큰 봉투를 들고 신이 나서 돌아왔다.

"이것 봐, 이거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야."

아내는 급히 봉투를 열어 인쇄한 카드를 꺼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문부성 장관 및 그 조르쥬 랭뽀노 부인은 로와젤 씨와 그 부인을 오는 1월 8일 월요일 밤 관저에 오십사 초대합니다.'

그러나 남편의 기대처럼 기쁜 마음으로 어쩔 줄 몰라 하기는커녕, 아내는 분한 듯 식탁 위에 초대장을 내던지며 중얼거렸다.

"이걸 갖고 어떡하라는 거죠?"

"아니 여보, 난 당신이 기뻐할 줄 알았는데…… 여간해서 외출하는 일도 없으니 이건 참 좋은 기회야. 이걸 얻으려고 다들 무척 애를 썼지. 서로 이걸 가지려고 했으니까. 원하는 사람이 많은데다 더구나 아래 사람들에겐 몇 장 나오지도 않았어. 가봐, 이름 있는 사람들만 모이거든."

아내는 약이 오른 눈초리로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뭘 입고 가라는 거예요, 그런 곳엘 말이예요?"

남편은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극장에 갈 때 입는 옷 있잖아. 그것 참 좋아 보이던데…… 내겐…… "

남편은 그만 입을 다물었다. 멍하게 아내를 바라봤다. 울고 있지 않은가. 커다란 눈물 방울이 두 눈 끝에서 입가로 스르르 떨어지는 것이었다.

"왜, 왜 그래?"

남편은 더듬듯 말했다.

간신히 괴로운 심정을 가라앉힌 아내는 젖은 볼을 닦으며 조용히 말했다.

"아무 것도 아니예요. 다만, 제겐 나들이옷이 없어요. 그러니까 그 파티에는 갈 수 없어요. 옷이 많은 부인이 있는 동료 어느 분에게나 초대장을 드리세요."

남편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여보, 마띨드, 어때…… 얼마쯤이나 하는 거야? 그런 데 입고 나가서 부끄럽지 않고 다른 때도 입을 만한 그런 옷 말이야? 멋있으면서도 수수한 그런 옷으로 말이야."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여러 가지로 계산을 해봤다. 조금 밖에 벌지 못하는 이 하급 관리 남편이 깜짝 놀라서 대뜸 비명을 지르며 거절하지 않을 정도로 돈을 타내려면 얼마 정도를 말해야 할까.

마침내 주저하면서 그녀는 대답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4백 프랑만 있으면 그럭저럭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남편은 약간 창백해졌다. 꼭 그만한 돈을 따로 남겨 두었던 것이다. 엽총을 사서 오는 여름에 친구 너댓 명과 함께 낭떼르 근교로 사냥을 갈 예정이었다. 그 친구들은 매주 일요일마다 그 쪽으로 종달새를 잡으러 가곤 했다.

그렇지만 남편은 대답했다.

"좋아. 4백 프랑은 어떻게든 만들어 보지. 대신 멋진 옷을 만들어야 해."

무도회 날이 가까워졌다. 로와젤 부인은 뭔가 생각에 잠겨 불안하고 안절부절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들이옷은 이미 다 완성돼 있었다. 그래서 어느날 저녁 남편이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당신 사흘 전부터 뭔가 이상한데…… "

아내는 대답했다.

"장신구랄 게 하나라도 있어야죠. 보석 한 개도 없어요. 몸에 붙일 것이 하나도 없다니, 궁상을 떠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그날 밤 모임엔 숫제 안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남편은 대답했다.

"꽃이라도 달면 되잖아. 계절이 계절인 만큼 산뜻할 거야. 10프랑만 내면 아주 멋있는 장미꽃 두세 송이는 살 수 있을걸."

아내는 코웃음을 쳤다.

"안돼요…… 돈 많은 여자들 틈에 끼어 궁색한 꼴을 보이는 것처럼 창피한 건 없어요."

갑자기 남편이 큰 소리로 말했다.

"당신도 바보로군! 당신 친구 포레스터 부인에게 가서 장신구 좀 빌려 달라고 부탁하면 되잖아. 서로 친하니까 그 정도 부탁은 들어 줄 거야."

아내는 환호성을 올렸다.

"참, 그래요. 어쩜 그 생각을 못했을까."

 

3. 옷과 보석, 성공…… 그리고

 

이튿날 그녀는 친구를 찾아가 자기의 처지를 이야기했다. 포레스터 부인은 거울 달린 장롱으로 가서 커다란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며 로와젤 부인에게 말했다.

"자, 좋은 걸로 골라 봐."

로와젤 부인은 먼저 팔찌를 보고 그리고 진주 목걸이, 다음에는 기막힌 솜씨로 세공한 금과 보석으로 된 베네치아 산 십자가 장신구를 살펴보았다. 거울 앞에 서서 이것저것 달아보고, 망설였다. 그렇다고 쉽게 단념하고 돌려주지도 못했다.

"딴 건 없어?"

"또 있어, 찾아 봐. 어떤 게 네 마음에 들지 나는 모르니까."

한 순간, 로와젤 부인은 바라던 것을 찾았다. 까만 비단으로 싸인 상자 속에 찬란한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있었다. 그녀의 가슴은 억제할 수 없는 욕망 때문에 몹시 울렁거렸다. 그것을 집으며 그녀의 손은 떨렸다. 목걸이가 감추어지는 옷이었지만 그래도 그 목걸이를 달아보고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보면서 도취됐다.

그녀는 주저하며 불안에 목이 잠겨 물었다.

"이거 빌려줄 수 있어? 이것만 있으면 충분해."

"그럼, 그럼. 괜찮아."

로와젤 부인은 친구의 목을 껴안고 마구 입을 맞추고 보석을 갖고 도망치듯 돌아갔다.

 

파티 날이 왔다. 로와젤 부인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녀는 어느 여자보다 아름다웠다. 점잖고, 우아하고, 명랑하게 웃고, 너무 기뻐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남자란 남자는 모두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그녀를 소개받고 싶어했다. 정부의 높은 사람들이 모두 그녀와 왈츠를 추려고 했다. 장관조차도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취한 듯한 기분으로 정신 없이 춤을 추었다. 쾌락에 취해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 미모의 승리, 이 밤의 영광스러운 성공, 이 모든 아부와 찬미... 욕망이 일깨워지고, 여자의 가슴에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하기만 한 승리, 그러한 것에서 생기는 행복의 구름, 그 속에서 일체를 잊었다.

 

파티는 새벽 네 시가 되어서야 겨우 끝이 났다. 남편은 자정이 지나자 다른 세 사람의 남자와 함께 사람이 드문 조그만 방에서 자고 있었다. 이 세 신사의 부인들도 한돋움 맘껏 즐겼던 것이다.

 

남편은 아내의 어깨에, 돌아갈 때 입으려고 갖고 온 옷을 걸쳐 주었다. 평상시 입는 소박한 옷으로 무도회의 화려한 의상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 역시 그걸 느끼고 급하게 길거리로 몸을 피하려 했다. 화려한 모피를 휘감은 귀부인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로와젤이 그걸 말렸다.

"기다려, 그대로 밖에 나갔다간 딱 감기 걸리기 좋아. 내가 마차를 불러오겠어."

그러나 그녀는 귀담아 듣지 않고 재빨리 계단을 내려갔다. 두 사람이 거리에 나오자 차라곤 한 대도 눈에 띄지 없었다. 둘은 멀리 달려가는 마차들을 부르면서 거리를 걸었다.

마차를 찾을 수 없자 둘은 맥이 풀려 추위에 벌벌 떨면서 세느강 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강가에서 겨우 마차 한 대를 잡았다. 낡아빠진, 밤에만 나타나는 작은 마차로 대낮의 파리에서는 그 초라한 모습이 부끄러워 나타나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마차였다.

 

이 초라한 마차를 타고 두 사람은 마르치르 거리 그들의 집에까지 갔다. 그들은 침울한 기분으로 집에 들어갔다. 이제는 모든 것이 끝이다…… 그녀는 감회에 잠겼다. 남편은 아침 열 시에는 직장에 나가야 한다는 것에 새삼 생각이 미쳤다.

그녀는 어깨를 감싼 옷을 벗어 던지고 거울 앞에 서서 다시 한 번 자기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려 했다. 돌연 그녀는 앗 소리쳤다. 목걸이가 없어진 것 아닌가.

 

벌써 반쯤 옷을 벗은 남편이 그 소리를 들었다.

"왜 그래?"

아내는 미친 것처럼 남편을 돌아 보았다.

"그…… 글쎄…… 포레스터 부인에게서 빌려온 목걸이가 없어졌어요."

남편도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뭐, 뭐라고? 설마…… "

둘은 함께 드레스의 갈피, 망토의 구석구석 주머니 속까지 다 찾아보았다. 목걸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남편은 몇 번이나 물었다.

"무도회에서 나올 때 분명히 갖고 있었어?"

"그럼요. 저택 현관을 나올 때 손으로 만져 본 걸요."

"하지만 거리에서 없어졌다면 떨어지는 소리라도 났을 텐데. 마차에서 떨어트린 것이 틀림없어."

"그래요. 그런 것 같아요. 마차의 번호 기억하세요?"

"아니, 당신은? 당신은 번호 못 봤어?"

"보지 못했어요."

두 사람은 절망적으로 얼굴을 마주 봤다. 결국 로와젤은 다시 옷을 입었다.

"우리들이 걷던 길을 다시 한 번 가보지. 혹시 찾을지도 모르니까."

그는 나갔다. 그녀는 야회복을 입은 채, 잠자리에 들어갈 힘마저 빠져 털썩 의자에 주저앉아 불기도 없는 곳에서 아무 생각도 못하고 꼼짝 못하고 앉아 있었다.

 

4. 재난

남편은 일곱 시쯤 돌아왔다. 그러나 아무 것도 찾지 못했다.

경찰에도 가고 신문사에도 가서 분실물 신고를 했다. 마차 조합에도 가보았다. 한 마디로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곳은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돌아다녔다.

 

아내는 이 천지가 뒤집힐 것 같은 재난 앞에서 하루종일 어쩔 줄 모르고 혼 나간 사람처럼 절망에 빠져 기다렸다. 로와젤은 저녁에 창백한 얼굴로 핼쓱해진 얼굴로 돌아왔다. 아무 소득도 없었다.

 

"포레스터 부인에게, 목걸이 고리가 망가져 수리하러 보냈다고 편지를 쓰도록 해. 그러면서 여러 가지 다른 방법을 찾아 봐야지."

아내는 남편이 일러주는 대로 편지를 썼다.

1주일이 지나고 모든 희망의 줄이 끊어졌다. 로와젤은 갑자기 대여섯 살은 더 늙었다.

"다른 것을 찾아 봐야지."

이튿날 부부는 목걸이가 들어 있던 상자를 들고 상자 속에 이름이 쓰여진 보석상을 찾아갔다. 보석상은 장부를 조사해 주었다.

"이 목걸이는 저희가 판 것이 아닙니다, 부인. 저희는 상자를 드렸을 뿐입니다."

두 사람은 이 보석상에서 저 보석상으로 기억을 더듬으며 비슷한 목걸이를 찾아 헤맸다. 둘 다 마음의 고통과 불안으로 심하게 앓는 사람들 같았다.

 

파레 로와이 야르의 어느 상점에서 두 사람은 찾고 있던 것과 똑 같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발견했다. 4만 프랑이었다. 그러나 3만 6천 프랑까지는 가격을 깎아준다고 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사흘 동안 목걸이를 팔지 말아달라고 보석상에 부탁했다. 2월 말까지 원래 목걸이가 발견되면 3만 4천 프랑으로 환불해준다는 약속도 받았다.

 

로와젤은 부친이 남겨준 1만8천 프랑을 갖고 있었다. 나머지는 빌려야 했다.

그는 돈을 꾸었다. 이 사람에게 1천 프랑, 저 사람에게 5백 프랑 하는 식으로 돈을 꾸고 여기서 5루이, 저기서 3루이 꾸느라 수많은 차용 증서를 썼다. 목숨 같은 증서를 저당 잡히기도 하고, 고리대금업자와도 거래하고 온갖 사채업자를 찾아다녔다. 나머지 평생을 몽땅 바쳐도 갚을 힘이 있을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마구 서류에 서명했다.

 

미래의 불안에 떨며, 앞으로 자기에게 닥칠 절망적인 생활과 모든 물질적 제약, 정신적 고뇌를 생각하면서 그녀는 새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찾으러 보석상에 갔다. 그리고 계산대 위에 3만6천 프랑이란 돈을 올려놓았다.

 

로와젤 부인이 포레스터 부인에게 목걸이를 돌려주러 갔을 때 부인은 약간 기분이 나쁜 듯 쌀쌀한 말투였다.

"좀, 일찍 갖다 줘야지. 나도 언제 쓸지 모르잖아."

포레스터 부인은 상자 뚜껑을 열어보지도 않았다. 로와젤 부인은 마음 속에서 은근히 친구가 상자를 열어볼까 봐 두려웠다. 물건이 바뀐 것을 알아차리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뭐라고 말했을까? 나를 도둑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로와젤 부인은 빈민들의 생활,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무서운 생활을 직접 체험하게 됐다. 물론 그 점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이 무서운 빚을 갚아야 한다. 갚지 않으면 안되니까, 무조건 갚아야 한다. 그녀는 하녀를 내보내고 집도 싸구려 다락방을 빌려 이사했다.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것, 부엌일이 얼마나 짜증나는 것인지 그는 알게 됐다. 식기도 손수 씻었다. 장미빛 손톱은 기름 묻은 그릇과 냄비 바닥을 닦느라 다 닳았다. 더러워진 속옷, 셔츠, 걸레도 자기가 빨고 줄을 매고 널어 말렸다. 매일 아침 큰길까지 부엌 쓰레기를 운반하고 물을 길어 올렸다. 계단마다 한 번 멈춰 숨을 돌리면서. 하층 계급 여자와 똑 같은 차림으로 거리낌없이 바구니를 팔에 낀 채 과일 집에도 잡화점에도 갔다. 가서, 막된 말을 들으면서도 한 푼이라도 깎아서 물건을 샀다.

 

매달 어음을 지불해야 했다. 증서를 새로 써야 하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지불을 연기해야 했다. 남편은 매일 밤 어떤 상점의 장부를 정리하는 일을 맡아 했다. 밤에는 때로 한 페이지에 5스우 짜리 싸구려 서류 복사 일까지 하곤 했다.

이런 생활이 십 년이나 계속됐다.

 

십 년이 지나서 두 사람은 빚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깡그리 갚았다. 터무니없는 고리대금 이자, 쌓이고 쌓인 이자의 이자까지 완전히 빚을 다 갚은 것이다.

 

로와젤 부인은 이제 할머니 같았다. 드세고 우락부락하고 지독한 여자, 가난에 찌든 단단한 아줌마가 되었다. 머리도 제대로 빗질하지 못하고, 스커트가 볼품 없이 구겨져도 태연했다. 굵은 목소리로 지껄이면서 벌개진 손으로 물을 첨벙대면서 마루를 닦았다.

 

5. 십 년 후

그렇지만 이따금 남편이 직장에 나가고 없어 한가할 때면 창가에 앉아서 옛날 그 밤 무도회에서 있었던 일, 자기가 그렇게도 아름답고 그렇게도 칭송을 받으며 여왕처럼 행세하던 무도회의 일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 목걸이를 잃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누가 알 수 있으랴! 인생이란 참으로 기묘한 것, 참으로 변화무쌍한 것이다. 한 사람이 파멸하거나 반대로 구원을 얻거나 하는 것이 다 그렇게 사소한 것 하나로도 충분한 것이다!

 

어느 일요일, 그녀는 일 주일 내내 고되게 일한 생활에서 한숨 돌리려고 샹제리제로 산책을 나갔다. 그때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포레스터 부인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젊고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로와젤 부인은 가슴에 무언가 뭉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제 말해 줘야지. 이미 빚은 몽땅 갚았으니까 전부 말해야지. 무엇이 겁나 말하지 못한단 말인가?

 

그녀는 터벅터벅 친구 곁으로 다가갔다.

"잘 있었어? 쟌느?"

상대는 로와젤 부인을 알아보지 못했다. 허름한 옷차림의 여인이 이렇게 허물없이 친구처럼 부르는 것에 놀란 것이다. 그녀는 말을 더듬었다.

"저, 실례지만…… 저는…… 혹시 댁이 잘못 본 게 아닌지?"

"나 마틸드 로와젤이야." 상대는 깜짝 놀랐다.

"뭐! 마틸드? 너무 변했구나……!"

"그래, 변했어. 무척 고생을 했단다. 그게 너를 만나고 나서부터야…… 다 너 때문이었어……!"

"나 때문에? 어쩜, 왜?"

"너 기억나니, 그 다이아몬드 목걸이 말이야. 장관 댁 무도회에 가느라고 내게 빌려준 거 말이야?"

"그럼 기억해. 그게 어쨌다는 거니?"

"그게 말이야. 그걸 내가 잃어버렸어."

"뭐라구? 하지만 돌려줬잖아."

"아주 비슷한 딴 걸로 갖다 줬어. 꼭 십 년이 걸렸구나, 그 돈을 갚느라고. 잘 알겠지만 우리들처럼 재산도 아무 것도 없는 처지에선 그리 쉽지 않았지…… 아무튼 겨우 끝장이 난 셈이야. 이제 맘이 편안해."

포레스터 부인은 우뚝 멈춰섰다.

"내 것 대신 다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샀단 말이야?"

"응, 그래. 너 몰랐구나. 하긴 모양이 똑 같은 목걸이였으니까."

그녀는 자랑스러운 듯 순진한 웃음을 띠었다. 포레스터 부인은 숨이 탁 막혀 친구의 두 손을 꼭 쥐었다.

"어쩜, 어떡하면 좋아, 마틸드! 내건 가짜였어, 기껏해야 5백 프랑밖에 나가지 않는…… "

 

 


또 다른 번역

 

아름답고 매력적인 그녀가 가난한 사무원의 딸로 태어난 것은 운명의 실수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지참금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기대하지도 않았고, 남들에게 이름이나 얼굴이 알려질 수 있는 길도 없었으며, 돈이 많고 훌륭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리라는 따위는 꿈도 꿀 수가 없었다. 그녀는 결국 문부성에 근무하는 하급 관리와 결혼하게 되었다.

 

화려하게 몸치장을 할 만한 여유도 없었으므로 소박한 차림을 했다. 그러나 이런 처지에 있는 여자들은 다 마찬가지지만, 결코 그런 환경에 만족을 느낄 수 없었다. 여자란 신분이나 가문이 문제가 아니라, 우아하고 아름답고 매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훌륭한 혈통과 가문을 대신하게 마련이다. 돋움이 아름답고 천성이 우아하고 마음씨가 부드러우면, 그것으로 능히 특권 계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평민의 딸이라 할지라도 그것으로 얼마든지 귀족의 딸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자기야말로 이 세상에서 온갖 쾌락과 사치를 즐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언제나 마음이 언짢았다. 집이 초라하고, 벽이 남루하며, 의자가 낡고, 가구가 때묻은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괴로웠다. 이러한 것은,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여자들 같으면 별로 의식하지 않았을 터이지만, 그녀만은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났다. 그리하여 식모 노릇을 하고 있는 부르따뉴 태생의 계집애를 보고만 있어도 서글픈 생각과 미칠 듯한 몽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녀는 동양식 장식이 걸리고, 높은 청동 촛대에 촛불이 휘황하며, 짧은 바지를 걸친 두 하인이 활활 타오르는 난로의 후끈한 열에 싸여 졸음이 와서 긴 의자에 기대어 자고 있는 비단으로 장식한 넓은 살롱을 상상해 보았다. 값지고 진귀한 보석들이 달려있는 아름다운 가구하며, 뭇 여성들의 선망을 받고 있는 사교계의 인기 있는 남성들과 친한 친구들이 모여 저녁 한때의 이야기를 즐기도록 마련한 향취 높고 아담한 방을 상상해 보는 것이었다.

 

저녁 식사 때 벌써 사흘째나 빨지 않은 테이블 보를 깔아 놓은 둥근 식탁에 앉자, 마주 앉은 남편이 수프 뚜껑을 열고,

“아, 훌륭한 수프로군, 나에겐 난생 처음인걸…….”

하고 기뻐하는 소리를 듣자, 그녀는 다시금 호화로운 만찬의 광경을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번쩍이는 은 그릇들, 선경의 숲 속에 나오는 기이한 새들과 고대의 인물들을 그려 놓은 벽화, 눈부신 그릇에 담긴 산해 진미, 불그레한 생선이나 들꿩의 고기를 뜯으면서, 스핑크스와 같은 미소를 띄고 정담을 나누는 남녀들의 모습이 그녀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녀에게는 이렇다할 옷도 보석도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가장 사랑한 것은 옷과 보석이었다. 자기는 그런 것들을 위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토록 그녀는 인생을 향락하고 싶었다. 모든 남성들의 인기를 차지하고 사랑을 받고 싶었다.

 

그녀에게는 부유한 친구가 한 사람 있었다. 수도원 학교 시절의 동창이었다. 그녀는 그 친구를 별로 찾아 가고 싶지가 않았다. 그녀로서는 그 친구를 만나는 것이 몹시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 친구를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그녀는 으레 며칠 동안 슬픔과 뉘우침과, 절망과 비관으로 종일 울곤 하였다.

 

어느날 저녁에 남편이 사뭇 자랑스러운 얼굴로 손에 커다란 봉투를 한 장 들고 들어왔다.

“이거 당신에게로 온 거요.”

하고 남편은 말하였다.

그녀는 얼른 봉투를 뜯고 그 속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었다. 거기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문부성 장관 조르주 랑포노 부처는 1월18일 월요일 저녁에 장관 관저에서 야회를 개최하오니 루아젤 부처께서는 참석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남편은 자기 아내가 기뻐서 어쩔 줄 모르리라고 생각하였으나, 조금도 기뻐하지 않을뿐더러, 아내는 그 초청장을 심술궂게 테이블 위에 내던지며 중얼거렸다.

“이걸 날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에요?”

“아니, 여보. 난 당신이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리라고 생각하였는데, 그게 무슨 말이오. 당신은 별로 외출도 못 하였으니 좋은 기회가 아니오? 이것을 얻느라고 얼마나 애썼는지 알아요? 직원들이 저마다 얻으려고 했지만 몇 장 차례가 오지도 않았소. 아무튼 그 날 가면 정부의 고관들을 다 볼 수 있을 거요”

그녀는 성난 목소리로 남편을 노려보더니. 이윽고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쏘아붙였다.

“대관절 무엇을 몸에 걸치고 가라는 거에요?”

남편은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니, 거 극장에 갈 때 입었던 옷 있지 않소? 내 눈에는 그 옷이 퍽 좋아 보이던데…….”

그는 더 말을 잇지 못하였다. 아내가 울고 있었던 것이다. 두 방울의 커다란 눈물이 눈가에서 입 끝으로 서서히 흘러 내리고 있었다.

“왜 그래? 글쎄, 왜 그러는 거야?”

그녀는 간신히 슬픔을 가라앉히고 나서 잦은 두 볼을 닦으며 조용히 대답하였다.

“아녜요, 아무것도 아녜요. 단지 입고 갈 옷이 없어서 그래요. 난 야회에 안 갈 테에요. 그 초대장은 다른 친구에게 주어 버리세요! 나보다 좋은 옷을 가진 아내 가 있는 사람에게 말이에요.”

남편은 실망하였다.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것 봐 마틸드! 멋있는 옷 한 벌 맞추는 데 얼마나 해? 다른 나들이 때에도 입을 수 있고 그다지 비싸지 않은 옷 말이야.”

그녀는 잠시 생각하여 보았다.―― '얼마나 요구해야 그 검소한 공무원 생활을 하는 자기 남편이 단박에 기절해 버리지 않고, 놀라서 소리를 지르지도 않을까.' 하고 값을 따져 보았다.

이윽고 그녀는 주저주저 하면서 말하였다.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4백 프랑쯤 있으면 될 거에요.”

남편은 얼굴빛이 약간 해쓱해졌다.

그는 꼭 그만한 돈을 예금해 두었지만, 그 돈으로 총을 사서 이번 여름에 낭테에르 벌판으로 사냥을 가려던 참이었다. 일요일마다 그 곳에 가서 종달새 사냥을 하는 몇몇 친구들과 어울릴 심산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래, 내 4백 프랑을 줄 테니 좋은 옷을 맞추도록 해.”

무도회의 날짜는 점점 다가왔다. 루아젤 부인은 근심과 슬픔에 싸여 있었다. 옷은 거의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남편은 어느 날 저녁에 이렇게 물었다.

“왜 그래? 당신 요새 며칠 동안 아주 얼빠진 사람 같구려.”

그녀는 대답하였다.

“나는 보석도 패물도 아무것도 몸에 붙인 것이 없으니, 이런 딱할 데가 어디 있어요. 내 모양이 얼마나 꼴불견이겠어요. 차라리 그 야회에는 나가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남편은 말하였다.

“생화를 달고 가구려. 요즘은 그것이 아주 멋있어 보이더군. 10프랑만 주면 아름다운 장미꽃 두셋은 살 수 있을 거야.”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싫어요! 돈 많은 여자들 틈에 끼여서 가난하게 보이는 것처럼 창피한 일이 어디 있어요.”

그러나 남편은 큰 소리로 말했다.

“참 당신도 딱하구려! 아 당신 친구 포레스티에 부인 있지 않소. 그 여자한테 찾아 가서 보석을 좀 빌려 달라고 하구려. 그만한 것쯤 편리를 못 봐줄 사이가 아닐 테니까.”

“참 그렇군요! 그 생각을 미처 못 했군요.”

이튿날 그녀는 친구의 집을 찾아가서 딱한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포레스티에 부인은 거울이 달린 의자 앞에 가서 커다란 보석 상자를 들고 와서 열어 보이며 루아젤 부인에게 말하였다.

“자, 골라봐.”

그녀는 우선은 몇 개의 팔찌를 골라 보았다. 다음에는 진주 목걸이를, 그 다음에는 베니스제의 십자가를 골랐다. 그 십자가는 금과 진주로 되어 있었는데 솜씨가 놀라웠다. 그녀는 거울 앞에 서서 보석을 이것저것 몸에 걸어 보면서 망설일 뿐, 어떤 것을 놓고, 어떤 것을 빌려가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번번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또 뭐 없어?”

“왜 없어. 가서 골라 봐. 어느 것이 네 마음에 들는지 나는 알 수 없으니까.”

그러자 까만 공단 상자 속에 눈부신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들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녀는 그것이 어찌나 탐이 났던지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것을 쳐들자. 이번에는 손이 떨려왔다. 그녀는 그 목걸이를 몽탕트 위로 목에 걸고 아름다운 자기 모습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녀는 간신히 입을 떼어 이렇게 말하였다.

“이걸 좀 빌려 줘. 다른 건 필요 없어.”

“그렇게 해.”

 

그녀는 친구의 목을 얼싸안고 뜨거운 포옹을 하였다. 이어서 목걸이를 들고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드디어 무도회 저녁이 돌아왔다. 루아젤 부인은 크게 인기를 끌었다. 그녀는 어느 여자보다도 아름답고 우아하고 맵시가 있었으며, 언제나 미소를 머금고 기쁨에 넘쳐 있었다. 모든 남자들마다 그녀를 바라보고는 이름을 부르며 소개를 받으려고 하였다. 비서관들은 저마다 그녀와 춤을 추고 싶어하였다. 이윽고 장관도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도취된 기분으로 춤을 추었다. 자기의 미모가 가져온 승리와 성공을 이룩한 영광, 온갖 찬사와 감탄, 소생하는 정욕과, 여성들에게도 한없이 달콤하고 완전무결한 최고의 승리로 이루어진 행복의 구름 속에서 기쁨에 도취되어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튿날 새벽 네 시쯤 되어서야 야회에서 나왔다. 남편은 자정경부터 조그마한 응접실에서 세 사람의 친구들과 함께 졸고 있었다. 그 동안에 그들의 부인은 저마다 마음껏 쾌락에 도취되어 있었다.

남편은 돌아올 때를 생각하여 가져온 평시의 허름한 웃옷을 아내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그 초라한 모습은 아무래도 야회복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도 그것을 느끼고, 값진 털옷을 몸을 단장한 다른 여자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몸을 피하였다.

루아젤은 아내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 기다려. 이대로 밖으로 나가면 감기 들 테니까. 내가 나가서 마차를 한 대 불러 올게.”

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말은 전혀 듣지 않고, 날쌘 걸음으로 층계를 총총히 내려갔다. 두 사람은 낙심하여 달달 떨면서 센강 쪽으로 내려갔다. 그 때 마침 강변에서 밤에나 돌아다니는 낡은 마차 한 대를 발견했다. 낮에는 빠리에서 차마 그 초라한 꼴을 보이기가 창피하다는 듯이 밤에만 벌이를 하는 그런 마차였다.

 

두 내외는 그 마차를 집어 타고 마르티르 거리에 있는 집 문 앞에 다다랐다. 그들은 쓸쓸한 마음으로 발을 옮겨 층계를 올라갔다.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끝나 버린 것이다. 그리고 남편은 아침 열시까지는 문부성에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자기의 화려한 모습을 보기 위해 거울 앞에 가서 어깨위에 걸친 웃옷을 벗었다. 그런데 그녀는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목에 걸었던 목걸이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옷을 벗고 있던 남편이 엉거주춤하며 물었다.

“왜 그래?”

그녀는 남편을 향해 얼빠진 듯한 어조로 대담하였다.

“저…… 저…… 포레스티에 부인의 목걸이가 없어졌어요.”

남편은 실성한 사람처럼 벌떡 일어났다.

"아니 뭐라고…… 그럴 리가 있나!"

그들은 옷 갈피와 외투 갈피, 그리고 호주머니 속 등을 온통 뒤져 보았으나, 목걸이는 아무데서도 눈에 띄지 않았다.

남편은 물었다.

"무도회에서 나올 때는 분명히 갖고 있었나?"

"그럼요. 장관댁 현관에서 만져 보기까지 한걸요."

"그러나 만일 한길에서 떨어뜨렸다면 소리가 났을 텐데. 그러고 보니 마차속에서 잃은 것이 분명하군."

"그런 것 같아요. 당신 그 마차 번호를 아세요?"

“몰라. 당신도 마차 번호를 잘 보아 두지 않았지?”

그들은 낙심하여 서로 마주 쳐다볼 뿐이었다. 이윽고 루아젤은 옷을 다시 입기 시작하였다.

"혹시 찾을지 모르니 돌아온 길을 다시 가 봐야지."

 

그는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야회복을 벗을 생각도, 잠자리에 들 기력도 없었다. 그리하여 불도 피우지 않고 아무 생각도 없이 의자 위에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7시쯤 되어 남편이 돌아왔다.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경찰국과 신문사로 달려가 현상을 걸고 광고도 내었다. 그리고 조그마한 마차를 부리는 회사를 온통 찾아보고, 조금이라도 가망이 있어 보이는 곳은 모조리 찾아다녔다.

아내는 이 끔찍스러운 재난 앞에서 넋을 잃고 종일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루아젤은 저녁때가 되어서야 눈이 푹 꺼진 창백한 얼굴을 하고 돌아왔다. 그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였다.

“당신 친구에게 편지라도 써야 할까 봐. 목걸이의 고리가 부서져서 수선을 하는 중이라고. 그렇게 하면 다시 사방으로 찾아다닐 시간 여유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아내는 남편이 부르는 대로 받아 썼다.

 

한 주일이 지나자 그들은 모든 희망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이 며칠 동안에 5년이나 더 늙어 보이는 루아젤은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 보석을 돌려 줘야지.”

다음 날 두 내외는 목걸이가 들어 있던 빈 상자를 들고, 그 안에 적힌 상호의 보석 상점을 찾아갔다. 상점 주인은 여러 권의 장부를 뒤적거리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부인, 그 목걸이는 저희 집에서 사 간 것이 아니올시다. 저희는 다만 상자만 제공했나 봅니다.”

두 사람은 잃은 것과 꼭 같은 보석을 구하기 위해, 그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보석상마다 찾아다녔다. 두 내외는 비탄에 젖어 환자처럼 보였다.

 

이윽고 이 부부는 팔레 루아이얄의 어느 보석상에서 그들이 찾고 있던 것과 똑같아 보이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찾아 내었다. 값은 4만 프랑이었으나 3만6천 프랑이면 팔겠다고 하였다.

 

그들은 사흘 안으로 살 터이니 다른 사람에게 팔지 말아 달라고 통사정을 하였다. 그리고 만일 3월 말까지 잃어버린 목걸이를 다시 찾으면, 상점에서 3만4천프랑으로 도로 사준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였다.

 

루아젤에게는 아버지에게서 물려 받은 1만 8천프랑의 재산이 있었다. 나머지 돈은 빚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사람에게서 천 프랑, 저 사람에게서 5백 프랑, 여기서 5루이 저기서 3 루이 하여 닥치는 대로 돈을 꾸었다. 차용증서를 쓰고, 재산을 몽땅 잡히고 고리 대금은 물론 모든 대금 업자와 거래를 했다. 그는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 생애를 담보하다시피 하였으며. 갚을 수 있을는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서약서에 마구 도장을 눌렀다. 그는 앞으로 닥칠 불행에 대한 걱정, 머지않아 찾아올 비참하기 짝이 없는 어두운 그림자, 앞으로 겪어야 할 모든 물질적인 궁핍과 정신적인 고통에 대한 두려움으로 전신을 떨며, 새 목걸이를 사기 위해 보석상에 가서 계산대 위에 3만6천 프랑을 내놓았다.

루아젤 부인은 그 목걸이를 사들고 곧 포레스티에 부인을 찾아 갔다.

 

부인은 퉁명스러운 어조로 이렇게 말하였다.

“좀 일찍 갖다 줘야지. 내게도 쓸 일이 생길지 모르지 않아.”

포레스티에 부인은 상자를 열어 보지는 않았다. 루아젤 부인은 친구가 그 상자를 열어 볼까 봐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만일 친구가 물건이 바뀐 줄 알면 어떻게 생각하였을까? 무어라고 했을까? 자기를 도둑년으로 여기기 않았을까?

루아젤 부인은 가난한 생활이 얼마나 괴로운가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곧 비장한 결심을 하였다. 우선 저 끔찍한 빚부터 갚아야 하는 것이다. 그녀는 꼭 갚을 심산이었다. 식모를 내보냈다. 집도 바꾸어 지붕밑 다락방으로 세를 얻어들었다.

 

그녀는 집안 일이 얼마나 힘이 들고, 부엌 치다꺼리가 얼마나 귀찮은지 몸소 체험하여 잘 알게 되었다. 그녀는 기름기가 묻은 그릇과 남비 속을 닦느라고 분홍빛 손톱이 다 닳았다. 더러운 옷이나 내복, 걸레 등속을 빨아서 줄에 널었다. 아침마다 쓰레기를 담아 들고 거리까지 나갔다. 층계참에서 숨을 돌리며 물을 길어 올렸다. 하류 계급의 아낙네들과 다름없는 차림을 하고, 바구니를 팔에 끼고 야채 가게와 식료품 상점과 고깃간을 드나들며 값을 깎다가 욕을 먹기도 하면서, 돈 한 푼을 아꼈다.

 

두 내외는 달마다 지불할 것은 또박또박 이행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차용증서를 고쳐 쓰고 연기하였다.

남편은 저녁마다 어느 상인의 장부를 정리하는 부업을 맡았다. 그리고 때로는 한 페이지에 5수우의 보수를 받고 사본을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생활이 10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10년이 지나서야 모든 빚을 정리할 수 있었다.…… 고리 대금의 이자와 묵은 이자의 이자까지 다 갚게 되었다. 루아젤 부인은 무척 늙어 보였다. 그녀는 억세고 완강하고 거칠고 가난한 살림꾼 아낙네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머리는 빗질을 하지 않아 텁수룩하고, 치마는 구겨지고, 빨개진 손으로 마룻바닥을 훔치고, 커다란 목소리로 떠들어 대었다. 그러나 가끔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창가에 걸터앉아서, 지난날의 야회, 그토록 아름다워 총애를 받던 야회를 회상해 보았다.

그 목걸이만 잃어버리지 않았던들, 어떻게 되었을까? 누가 알 수 있으랴. 알 수 없지! 인생이란 무척 기이하고 허망한 거야! 대수롭지 않은 일이 파멸을 가져 오기도 하고 구원을 해 주기도 하고! 그러던 어느 일요일이었다. 그녀는 한 주일 동안의 피로를 풀려고 샹젤리제 거리로 산책을 갔다가 우연히 어린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포레스티에 부인을 만났다. 부인은 여전히 젊고 아름답고, 매력을 간직하고 있었다.

 

루아젤 부인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서 그 동안의 경위를 이야기할까? 그렇지! 이미 빚을 다 갚았겠다. 이야기 못 할 게 뭐람?

그녀는 가까이 다가갔다.

“잔느 아냐? 이게 얼마만이야!”

포레스티에 부인은 그녀를 미처 알아보지 못하였다. 이런 비천한 여자가 자기를 그토록 정답게 부르는 것이 적이 놀라웠다.

“누구야?…… 나는 잘 모르겠는데……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어요?”

“어머! 나 마틸드 루아젤이야.”

친구는 크게 외쳤다.

“뭐, 마틸드…… 아이 가엾어라! 그런데 왜 이렇게 변했어!”

“그동안 고생 많이 했어. 우리가 마지막 헤어진 후로 고생살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그것도 다 너 때문이지 뭐야…….”

“나 때문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왜 생각나지 않아? 저 문부성 장관의 야회에 가려고 내가 빌려 갔던 다이아몬드 목걸이 말이야.”

“응, 그래서?”

“그걸 잃어버렸지 뭐야.”

“뭐? 아니 내게 고스란히 돌려 주지 않았어?”

“그렇지만 그건 품질은 같지만 다른 목걸이야. 그 목걸이 값을 갚느라고 10년이나 걸렸지 뭐야……. 인제 다 해결되었어. 얼마나 마음이 후련한지 몰라.”

포레스티 부인은 발길을 멈추고 서 있었다.

“그래, 내 것 대신에 다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사왔단 말이야!”

“그럼, 여태껏 그걸 몰랐구나. 하긴 똑같은 것이니까.”

그녀는 약간 으스대는 듯한 순박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포레스티에 부인은 크게 감동되어 친구의 두 손을 꼭 쥐었다.

“아이 가엾어라, 마틸드! 내것은 가짜였어. 기껏해야 5백 프랑밖에 되지 않는…….”


요점 정리

작자 : 모파상(Guy de Maupassant)

갈래 : 단편 소설, 자연주의 소설

경향 : 자연주의 경향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구성 : 극적 반전의 구성

발단

자신의 허영심을 채워 주지 못하는 가난한 생활을 불만스러워하는 루아젤 부인.

전개

친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려 파티에 참석하여 많은 주목을 받지만, 목걸이를 잃어버리는 루아젤 부인.

위기

엄청난 액수의 빚을 내서 포레스티에 부인에게 목걸이를 돌려주는 루아젤 부인.

절정

10년 동안 온갖 궂은 일을 하고 궁핍한 생활을 하여 빚을 갚는 루아젤 부인.

결말

자신이 빌린 목걸이가 헐값의 모조품이었음을 알게 된 루아젤 부인.

성격 : 교훈적. 비판적, 묘사적, 사실적

제재 : 목걸이

주제 :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이 가져 온 비극, 여인의 허영심이 가져온 인생의 비극

특징 : 간결한 문체로 사건을 속도감 있게 전개하고, 사실적 묘사 수법에 의해 사건을 제시하였고, 플롯의 반전에 의한 극적 효과가 나타나 있으며,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인다.

경향 : 정확한 어휘 선택과 간결한 문체, 사실적 묘사 등을 통해 인간을 냉정하게 그리려고 노력하였다.

인물

르와젤 부인 :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허영심과 과시욕이 많고, 자존심이 매우 강하다. 자신은 모든 사치와 향락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타고 났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런 인식 때문에 가난한 하급 관리의 아내로 만족하지 못하고, 현실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이러한 성격은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암시하며, 그녀 자신을 파멸의 길로 이끄는 원인이 된다.

르와젤 씨 : 마틸드의 남편으로 현실에 만족하고 아내를 사랑하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정직한 하급 공무원이다. 총을 살 돈으로 아내의 옷을 사주거나 아내가 목걸이를 잃어 버렸을 때 대처하는 모습으로 보아 선량하고 강직하며 관대한 성품임을 알 수 있다.

포레스티에 부인 : 르와젤 부인의 친구로, 너그럽고 여유있는 성격이다. 르와젤 부인이 무도회에 갈 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려 줌으로써, 다소 무심한 듯한 그녀의 성격도 르와젤 일가의 비극을 불러 오는데 일조(一助)를 한다.

의의 : 단편 소설에 적합한 인생의 단면을 제시하였다.

줄거리 : 로와젤은 아름답고 매력적인 용모를 가졌지만 운명의 실수로 가난한 집에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처녀였다. 그녀는 지참금도 없고 유산도 없이 가난했기 때문에 문부성의 하급 공무원과 결혼했다. 어느 날 남편이 장관의 파티에 갈 수 있는 티켓을 가지고 왔다. 로와젤은 파티에 나가기 위해 남편의 비상금을 털어 옷을 사고, 친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려 파티에 참석했다가 그것을 잃어버린다. 부부는 전 재산을 처분하고 돈을 빌려 똑같은 목걸이를 사서 친구에게 주고 그 돈을 갚기 위해 10년 동안 궁핍한 생활을 한다. 이제 로와젤 부인은 심신이 피곤하여 늙고 말았다. 어느 날 길거리에서 목걸이를 빌려 준 친구를 만나 그 목걸이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 때의 목걸이가 가짜였음을 알게 된다.

내용 연구

아름답고 매력적인 그녀가 가난한 사무원의 딸로 태어난 것은 운명의 실수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지참금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기대하지도 않았고, 남들에게 이름이나 얼굴이 알려질 수 있는 길도 없었으며, 돈이 많고 훌륭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리라는 따위는 꿈도 꿀 수가 없었다. 그녀는 결국 문부성에 근무하는 하급 관리와 결혼하게 되었다.(이 작품의 주인공인 르와젤 부인은 매우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인이었지만, 평민 출신이었기 때문에 자기 몫의 돈을 가지지도 못했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도 없었기 때문에 하급 공무원과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과 그녀가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화려하게 몸치장을 할 만한 여유도 없었으므로 소박한 차림을 했다. 그러나 이런 처지에 있는 여자들은 다 마찬가지지만, 결코 그런 환경에 만족을 느낄 수 없었다. 여자란 신분이나 가문이 문제가 아니라, 우아하고 아름답고 매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훌륭한 혈통과 가문을 대신하게 마련이다. 돋움이 아름답고 천성이 우아하고 마음씨가 부드러우면, 그것으로 능히 특권 계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평민의 딸이라 할지라도 그것으로 얼마든지 귀족의 딸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자기야말로 이 세상에서 온갖 쾌락과 사치를 즐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언제나 마음이 언짢았다. 집이 초라하고, 벽이 남루하며, 의자가 낡고, 가구가 때묻은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괴로웠다. 이러한 것은,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여자들 같으면 별로 의식하지 않았을 터이지만, 그녀만은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났다(허영심 많은 르와젤 부인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을 쾌락과 사치를 즐기기 위해 태어난 사람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이런 허영심이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이끌 것임을 암시하고 있는 대목이다.). 그리하여 식모 노릇을 하고 있는 부르따뉴 태생의 계집애를 보고만 있어도 서글픈 생각과 미칠 듯한 몽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녀는 동양식 장식이 걸리고, 높은 청동 촛대에 촛불이 휘황하며, 짧은 바지를 걸친 두 하인이 활활 타오르는 난로의 후끈한 열에 싸여 졸음이 와서 긴 의자에 기대어 자고 있는 비단으로 장식한 넓은 살롱을 상상해 보았다. 값지고 진귀한 보석들이 달려있는 아름다운 가구하며, 뭇 여성들의 선망을 받고 있는 사교계의 인기 있는 남성들과 친한 친구들이 모여 저녁 한때의 이야기를 즐기도록 마련한 향취 높고 아담한 방을 상상해 보는 것이었다.

 

저녁 식사 때 벌써 사흘째나 빨지 않은 테이블 보를 깔아 놓은 둥근 식탁에 앉자, 마주 앉은 남편이 수프 뚜껑을 열고,

“아, 훌륭한 수프로군, 나에겐 난생 처음인걸…….”

 

하고 기뻐하는 소리를 듣자, 그녀는 다시금 호화로운 만찬의 광경을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번쩍이는 은 그릇들, 선경의 숲 속에 나오는 기이한 새들과 고대의 인물들을 그려 놓은 벽화, 눈부신 그릇에 담긴 산해 진미, 불그레한 생선이나 들꿩의 고기를 뜯으면서, 스핑크스와 같은 미소를 띄고 정담을 나누는 남녀들의 모습이 그녀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녀에게는 이렇다할 옷도 보석도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가장 사랑한 것은 옷과 보석이었다. 자기는 그런 것들을 위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토록 그녀는 인생을 향락하고 싶었다. 모든 남성들의 인기를 차지하고 사랑을 받고 싶었다.

 

그녀에게는 부유한 친구가 한 사람 있었다(르와젤 부인이 목걸이를 빌릴 수 있었던 데에 대한 복선이다. 그녀는 이 부유한 친구에게 목걸이를 빌렸고, 그것을 잃어 버려 고생을 한다.) . 수도원 학교 시절의 동창이었다. 그녀는 그 친구를 별로 찾아 가고 싶지가 않았다. 그녀로서는 그 친구를 만나는 것이 몹시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 친구를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그녀는 으레 며칠 동안 슬픔과 뉘우침과, 절망과 비관으로 종일 울곤 하였다.

 

어느날 저녁에 남편이 사뭇 자랑스러운 얼굴로 손에 커다란 봉투를 한 장 들고 들어왔다.

“이거 당신에게로 온 거요.”

하고 남편은 말하였다.

 

그녀는 얼른 봉투를 뜯고 그 속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었다. 거기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문부성 장관 조르주 랑포노 부처는 1월18일 월요일 저녁에 장관 관저에서 야회를 개최하오니 루아젤 부처께서는 참석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남편은 자기 아내가 기뻐서 어쩔 줄 모르리라고 생각하였으나, 조금도 기뻐하지 않을뿐더러, 아내는 그 초청장을 심술궂게 테이블 위에 내던지며 중얼거렸다.

 

“이걸 날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에요?”

“아니, 여보. 난 당신이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리라고 생각하였는데, 그게 무슨 말이오. 당신은 별로 외출도 못 하였으니 좋은 기회가 아니오? 이것을 얻느라고 얼마나 애썼는지 알아요? 직원들이 저마다 얻으려고 했지만 몇 장 차례가 오지도 않았소. 아무튼 그 날 가면 정부의 고관들을 다 볼 수 있을 거요”

 

그녀는 성난 목소리로 남편을 노려보더니. 이윽고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쏘아붙였다.

“대관절 무엇을 몸에 걸치고 가라는 거에요?”

남편은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니, 거 극장에 갈 때 입었던 옷 있지 않소? 내 눈에는 그 옷이 퍽 좋아 보이던데…….”

그는 더 말을 잇지 못하였다. 아내가 울고 있었던 것이다. 두 방울의 커다란 눈물이 눈가에서 입 끝으로 서서히 흘러 내리고 있었다.

“왜 그래? 글쎄, 왜 그러는 거야?”

 

그녀는 간신히 슬픔을 가라앉히고 나서 잦은 두 볼을 닦으며 조용히 대답하였다.

“아녜요, 아무것도 아녜요. 단지 입고 갈 옷이 없어서 그래요. 난 야회에 안 갈 테에요. 그 초대장은 다른 친구에게 주어 버리세요! 나보다 좋은 옷을 가진 아내 가 있는 사람에게 말이에요.”

남편은 실망하였다.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것 봐 마틸드! 멋있는 옷 한 벌 맞추는 데 얼마나 해? 다른 나들이 때에도 입을 수 있고 그다지 비싸지 않은 옷 말이야.”

그녀는 잠시 생각하여 보았다.―― '얼마나 요구해야 그 검소한 공무원 생활을 하는 자기 남편이 단박에 기절해 버리지 않고, 놀라서 소리를 지르지도 않을까.' 하고 값을 따져 보았다.

이윽고 그녀는 주저주저 하면서 말하였다.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4백 프랑쯤 있으면 될 거에요.”

남편은 얼굴빛이 약간 해쓱해졌다.

 

그는 꼭 그만한 돈을 예금해 두었지만, 그 돈으로 총을 사서 이번 여름에 낭테에르 벌판으로 사냥을 가려던 참이었다. 일요일마다 그 곳에 가서 종달새 사냥을 하는 몇몇 친구들과 어울릴 심산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래, 내 4백 프랑을 줄 테니 좋은 옷을 맞추도록 해.”

 

무도회의 날짜는 점점 다가왔다. 루아젤 부인은 근심과 슬픔에 싸여 있었다. 옷은 거의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남편은 어느 날 저녁에 이렇게 물었다.

“왜 그래? 당신 요새 며칠 동안 아주 얼빠진 사람 같구려.”

그녀는 대답하였다.

“나는 보석도 패물도 아무것도 몸에 붙인 것이 없으니, 이런 딱할 데가 어디 있어요. 내 모양이 얼마나 꼴불견이겠어요. 차라리 그 야회에는 나가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남편은 말하였다.

“생화를 달고 가구려. 요즘은 그것이 아주 멋있어 보이더군. 10프랑만 주면 아름다운 장미꽃 두셋은 살 수 있을 거야.”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싫어요! 돈 많은 여자들 틈에 끼여서 가난하게 보이는 것처럼 창피한 일이 어디 있어요.”

그러나 남편은 큰 소리로 말했다.

“참 당신도 딱하구려! 아 당신 친구 포레스티에 부인 있지 않소. 그 여자한테 찾아 가서 보석을 좀 빌려 달라고 하구려. 그만한 것쯤 편리를 못 봐줄 사이가 아닐 테니까.”

“참 그렇군요! 그 생각을 미처 못 했군요.”

 

이튿날 그녀는 친구의 집을 찾아가서 딱한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포레스티에 부인은 거울이 달린 의자 앞에 가서 커다란 보석 상자를 들고 와서 열어 보이며 루아젤 부인에게 말하였다.

“자, 골라봐.”

 

그녀는 우선은 몇 개의 팔찌를 골라 보았다. 다음에는 진주 목걸이를, 그 다음에는 베니스제의 십자가를 골랐다. 그 십자가는 금과 진주로 되어 있었는데 솜씨가 놀라웠다. 그녀는 거울 앞에 서서 보석을 이것저것 몸에 걸어 보면서 망설일 뿐, 어떤 것을 놓고, 어떤 것을 빌려가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번번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또 뭐 없어?”

“왜 없어. 가서 골라 봐. 어느 것이 네 마음에 들는지 나는 알 수 없으니까.”

 

그러자 까만 공단 상자 속에 눈부신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들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녀는 그것이 어찌나 탐이 났던지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것을 쳐들자. 이번에는 손이 떨려왔다. 그녀는 그 목걸이를 몽탕트 위로 목에 걸고 아름다운 자기 모습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녀는 간신히 입을 떼어 이렇게 말하였다.

“이걸 좀 빌려 줘. 다른 건 필요 없어.”

“그렇게 해.”

 

그녀는 친구의 목을 얼싸안고 뜨거운 포옹을 하였다. 이어서 목걸이를 들고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드디어 무도회 저녁이 돌아왔다. 루아젤 부인은 크게 인기를 끌었다[허영심을 한껏 채웠기 때문]. 그녀는 어느 여자보다도 아름답고 우아하고 맵시가 있었으며, 언제나 미소를 머금고 기쁨에 넘쳐 있었다. 모든 남자들마다 그녀를 바라보고는 이름을 부르며 소개를 받으려고 하였다. 비서관들은 저마다 그녀와 춤을 추고 싶어하였다. 이윽고 장관도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도취된 기분[파티에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기 때문]으로 춤을 추었다. 자기의 미모가 가져온 승리와 성공을 이룩한 영광, 온갖 찬사와 감탄, 소생하는 정욕과, 여성들에게도 한없이 달콤하고 완전무결한 최고의 승리로 이루어진 행복의 구름 속에서 기쁨에 도취되어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튿날 새벽 네 시쯤 되어서야 야회에서 나왔다. 남편은 자정경부터 조그마한 응접실에서 세 사람의 친구들과 함께 졸고 있었다[남편들보다 부인들이 파티를 더 즐겼음]. 그 동안에 그들의 부인은 저마다 마음껏 쾌락에 도취되어 있었다.

 

남편은 돌아올 때를 생각하여 가져온 평시의 허름한 웃옷을 아내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그 초라한 모습은 아무래도 야회복과는 어울리지 않았다[루아젤 부인의 허영심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임]. 그녀도 그것을 느끼고, 값진 털옷을 몸을 단장한 다른 여자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몸을 피하였다[루아젤 부인의 허영심과 남을 의식하는 태도].(인물의 성격 제시로 마틸드의 강한 허영심과 자존심을 잘 보여주는 부분으로, 요약적인 제시에 해당한다. 이 부분을 통해 앞부분의 줄거리와 뒷부분에서 전개될 이야기의 방향을 암시받을 수 있다.)

 

루아젤은 아내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 기다려. 이대로 밖으로 나가면 감기 들 테니까. 내가 나가서 마차를 한 대 불러 올게.”

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말은 전혀 듣지 않고, 날쌘 걸음으로 층계를 총총히 내려갔다[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 두 사람은 낙심하여 달달 떨면서 센강(Seine강 : 프랑스 파리를 지나 북서쪽으로 흐르는 강) 쪽으로 내려갔다. 그 때 마침 강변에서 밤에나 돌아다니는 낡은 마차 한 대[현실로 돌아온 루아젤 부인에게 어울리는 것을 상징]를 발견했다. 낮에는 빠리에서 차마 그 초라한 꼴을 보이기가 창피하다는 듯이(아주 낡아빠져 보잘 것 없음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다. 화려한 파티와 초라한 마차를 대비시켜 허영을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 밤에만 벌이를 하는 그런 마차였다.

 

두 내외는 그 마차를 집어 타고 마르티르 거리에 있는 집 문 앞에 다다랐다. 그들은 쓸쓸한 마음으로[화려한 파티가 끝나고 초라하고 가난한 현실로 돌아왔기 때문] 발을 옮겨 층계를 올라갔다.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끝나 버린 것이다. 그리고 남편은 아침 열시까지는 문부성에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자기의 화려한 모습을 보기 위해[현실로 돌아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거울 앞에 가서 어깨위에 걸친 웃옷을 벗었다. 그런데 그녀는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목에 걸었던 목걸이[포레스티에 부인에게 빌린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목걸이는 사건의 갑작스러운 발전으로 긴장감이 돌고 분위기가 고조된다. 이 단계에서 목걸이가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

 

옷을 벗고 있던 남편이 엉거주춤하며 물었다.

“왜 그래?”

그녀는 남편을 향해 얼빠진 듯한 어조로 대담하였다.

“저…… 저…… 포레스티에 부인의 목걸이가 없어졌어요.”[너무 놀라고 당황하여 말을 잇지 못함]

남편은 실성한 사람처럼 벌떡 일어났다.[혼비백산 : 몹시 놀라 넋을 잃음을 뜻함]

"아니 뭐라고…… 그럴 리가 있나!"

그들은 옷 갈피와 외투 갈피, 그리고 호주머니 속 등을 온통 뒤져 보았으나, 목걸이는 아무데서도 눈에 띄지 않았다.

남편은 물었다.

"무도회에서 나올 때는 분명히 갖고 있었나?"

"그럼요. 장관댁 현관에서 만져 보기(현관에서 목걸이를 만져 보았다는 행동에서 마틸드가 연회일에 어떤 심리 상태에 있었는가를 알 수 있다. 빌린 물건으로 뽐낸다는 데서 인물의 허영심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까지 한걸요."

"그러나 만일 한길에서 떨어뜨렸다면 소리가 났을 텐데. 그러고 보니 마차속에서 잃은 것이 분명하군."

"그런 것 같아요. 당신 그 마차 번호를 아세요?"

“몰라. 당신도 마차 번호를 잘 보아 두지 않았지?”

그들은 낙심하여 서로 마주 쳐다볼 뿐이었다[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잃어 버린 믿을 수 없고, 찾을 단서가 없기 때문]. 이윽고 루아젤은 옷을 다시 입기 시작하였다.

"혹시 찾을지 모르니 돌아온 길을 다시 가 봐야지."[목걸이를 찾았으면 하는 실낱같은 기대감 때문에 하는 행동]

그는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야회복을 벗을 생각도, 잠자리에 들 기력도 없었다(기진맥진(氣盡脈盡)해 있음을 알 수 있다. / 목걸이를 잃어 버린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 그리하여 불도 피우지 않고 아무 생각도 없이 의자 위에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돌아온 길을 걸어가면서라도 찾아보겠다는 남편과 야회복을 입은 채로 쓰러지는 아내의 성격을 비교해 보면서 이 두 사람을 대립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방향을 추리하면서 생각해본다.)

7시쯤 되어 남편이 돌아왔다.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경찰국과 신문사로 달려가 현상을 걸고 광고도 내었다. 그리고 조그마한 마차를 부리는 회사를 온통 찾아보고, 조금이라도 가망이 있어 보이는 곳은 모조리 찾아다녔다.

 

아내는 이 끔찍스러운 재난[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분실했으면 가난한 처지에 배상을 해 주어야 하기 때문] 앞에서 넋을 잃고 종일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루아젤은 저녁때가 되어서야 눈이 푹 꺼진 창백한 얼굴을 하고 돌아왔다[목걸이를 찾기 위해 애썼으나 성과가 없어서]. 그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였다.

 

“당신 친구에게 편지라도 써야 할까 봐. 목걸이의 고리가 부서져서 수선을 하는 중이라고. 그렇게 하면 다시 사방으로 찾아다닐 시간 여유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목걸이를 찾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

아내는 남편이 부르는 대로 받아 썼다.

 

한 주일이 지나자 그들은 모든 희망을 잃고 말았다.(이제는 아무런 가능성도, 기대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 며칠 동안에 5년이나 더 늙어 보이는 루아젤은 이렇게 말했다.(엄청난 심리적 고통을 겪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 보석을 돌려 줘야지.”

다음 날 두 내외는 목걸이가 들어 있던 빈 상자를 들고, 그 안에 적힌 상호의 보석 상점을 찾아갔다. 상점 주인은 여러 권의 장부를 뒤적거리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부인, 그 목걸이(사건을 이끌어 가는 매개체인 잃어버린 목걸이)는 저희 집에서 사 간 것이 아니올시다. 저희는 다만 상자만 제공했나 봅니다.(사건의 복선으로 여기서 보석 상자만 팔았다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사건의 전개는 어떻게 되었을까? / 목걸이가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두 사람은 잃은 것과 꼭 같은 보석을 구하기 위해, 그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보석상마다 찾아다녔다. 두 내외는 비탄에 젖어 환자처럼 보였다.[비싼 목걸이를 물어주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고통과 같은 목걸이가 구해지지 않는 초조함]

이윽고 이 부부는 팔레 루아이얄의 어느 보석상에서 그들이 찾고 있던 것과 똑같아 보이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찾아 내었다. 값은 4만 프랑이었으나 3만6천 프랑이면 팔겠다고 하였다.

 

그들은 사흘 안으로 살 터이니 다른 사람에게 팔지 말아 달라고 통사정을 하였다[루아젤 부부가 당장 목걸이를 살 돈이 없었기 때문]. 그리고 만일 3월 말까지 잃어버린 목걸이를 다시 찾으면, 상점에서 3만4천프랑으로 도로 사준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였다.

 

루아젤에게는 아버지에게서 물려 받은 1만 8천프랑의 재산이 있었다. 나머지 돈은 빚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사람에게서 천 프랑, 저 사람에게서 5백 프랑, 여기서 5루이(Louis : 루이 13세 시대에 만들어진 20프랑짜리 금화) 저기서 3 루이 하여 닥치는 대로 돈을 꾸었다. 차용증서를 쓰고, 재산을 몽땅 잡히고 고리 대금은 물론 모든 대금 업자와 거래를 했다[포레스티에 부인에게 빌린 목걸이를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 그는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 생애를 담보하다시피 하였으며. 갚을 수 있을는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서약서에 마구 도장을 눌렀다. 그는 앞으로 닥칠 불행에 대한 걱정, 머지않아 찾아올 비참하기 짝이 없는 어두운 그림자, 앞으로 겪어야 할 모든 물질적인 궁핍과 정신적인 고통에 대한 두려움으로 전신을 떨며(인물의 내면 세계를 직접적으로 묘사, 모든 위험을 무릅쓰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일도 했고, 해결 능력이 없는 빚도 졌다. 그리고는 닥쳐올 미래의 경제적 어려움을 생각하면서 무서움에 떨었다.), 새 목걸이를 사기 위해 보석상에 가서 계산대 위에 3만6천 프랑을 내놓았다.

 

루아젤 부인은 그 목걸이를 사들고 곧 포레스티에 부인을 찾아 갔다.

부인은 퉁명스러운 어조로 이렇게 말하였다.

“좀 일찍 갖다 줘야지. 내게도 쓸 일이 생길지 모르지 않아.”[쓸 데가 있는데 목걸이를 늦게 가져 왔기 때문]

포레스티에 부인은 상자를 열어 보지는 않았다[포레스티에 부인이 목걸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고 그것은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가짜이기 때문임]. 루아젤 부인은 친구가 그 상자를 열어 볼까 봐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만일 친구가 물건이 바뀐 줄 알면 어떻게 생각하였을까? 무어라고 했을까[포레스티에 부인이 목걸이를 확인했다면 오해가 풀릴 수 있었을텐데]? 자기를 도둑년으로 여기기 않았을까?

 

루아젤 부인은 가난한 생활이 얼마나 괴로운가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곧 비장한 결심을 하였다(지금까지 편히 지내다가 물질적으로 쪼들림을 당하고서야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므로 받아들이게 된다). 우선 저 끔찍한 빚부터 갚아야 하는 것이다. 그녀는 꼭 갚을 심산이었다. 식모를 내보냈다. 집도 바꾸어 지붕밑 다락방으로 세를 얻어들었다.[빌린 돈을 갚기 위해 곤궁한 생활을 시작함]

 

그녀는 집안 일이 얼마나 힘이 들고, 부엌 치다꺼리가 얼마나 귀찮은지 몸소 체험하여 잘 알게 되었다. 그녀는 기름기가 묻은 그릇과 남비(스튜 남비 : 육류에 조미료를 넣고 잘게 썬 감자·당근·마늘 등을 넣어 서양 요리를 만드는 남비) 속을 닦느라고 분홍빛 손톱이 다 닳았다. 더러운 옷이나 내복, 걸레 등속을 빨아서 줄에 널었다. 아침마다 쓰레기를 담아 들고 거리까지 나갔다. 층계참에서 숨을 돌리며 물을 길어 올렸다. 하류 계급의 아낙네들과 다름없는 차림을 하고, 바구니를 팔에 끼고 야채 가게와 식료품 상점과 고깃간을 드나들며 값을 깎다가 욕을 먹기도 하면서, 돈 한 푼을 아꼈다.(무슨 일이든지 해서 돈을 모으고, 가난하기 때문에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하였다. 모파상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치밀한 묘사가 잘 드러나 있다. / 냉혹한 현실 앞에서 루아젤 부인의 허영심이 무참히 무너져 가는 상황을 보여줌.)

 

두 내외는 달마다 지불할 것은 또박또박 이행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차용증서를 고쳐 쓰고 연기하였다.

남편은 저녁마다 어느 상인의 장부를 정리하는 부업을 맡았다. 그리고 때로는 한 페이지에 5수우(sou : 프랑스의 화폐 단위. 1수는 5상팀(centime)의 보수를 받고 사본(필경 : 직업으로 글씨를 쓰는 일)을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부인과 어려움을 함께 하려는 남편의 이해와 도움, 노력이 드러남]

 

이러한 생활이 10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10년이라는 세월을 거슬러 속도감 있게 상황을 전개하고 있다]

10년이 지나서야 모든 빚을 정리할 수 있었다.…… 고리 대금의 이자와 묵은 이자의 이자까지 다 갚게 되었다. 루아젤 부인은 무척 늙어 보였다[지난 10년간의 고생 때문]. 그녀는 억세고 완강하고 거칠고 가난한 살림꾼 아낙네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머리는 빗질을 하지 않아 텁수룩하고, 치마는 구겨지고, 빨개진 손으로 마룻바닥을 훔치고, 커다란 목소리로 떠들어 대었다(루아젤 부인이 가난하고 거친 생활에 익숙해진 양상과 성격이 변화된 것을 나타냄. / 루아젤 부인이 10년간 고생스런 생활을 한 후 성격상의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빚을 갚기 위해 온갖 궂은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억세고 거칠어졌으며,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추구했던 이전과 달리 가난하고 평범한 생활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가끔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창가에 걸터앉아서, 지난날의 야회, 그토록 아름다워 총애를 받던 야회를 회상해 보았다.

 

그 목걸이만 잃어버리지 않았던들, 어떻게 되었을까? 누가 알 수 있으랴. 알 수 없지! 인생이란 무척 기이하고 허망한 거야(고생스런 생활 속에 인생관조차 바뀌어 버린 양태를 나타낸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 파멸을 가져 오기도 하고 구원을 해 주기도 하고! (서술자의 목소리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서술자는 자기가 이야기하고 있는 대상에 대한 태도를 자신의 어조를 통해 드러내기도 한다. / 인생에서 작은 일로 보이던 것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다는 의미)

 

그러던 어느 일요일이었다. 그녀는 한 주일 동안의 피로를 풀려고 샹젤리제(Champs Elyees : 파리의 간선 가로의 하나) 거리로 산책을 갔다가 우연히 어린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포레스티에 부인을 만났다. 부인은 여전히 젊고 아름답고, 매력을 간직하고 있었다.('여전히'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마틸드의 모습과 대조시켜 서로의 상반된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루아젤 부인은 가슴이 두근거렸다[자신의 이 모든 삶의 변화가 루아젤 부인에게 빌린 목걸이와 관련되므로]. 가서 그 동안의 경위를 이야기할까? 그렇지! 이미 빚을 다 갚았겠다. 이야기 못 할 게 뭐람?

그녀는 가까이 다가갔다.

“잔느 아냐? 이게 얼마만이야!”

 

포레스티에 부인은 그녀를 미처 알아보지 못하였다[고생으로 변한 얼굴]. 이런 비천한 여자가 자기를 그토록 정답게 부르는 것이 적이 놀라웠다.(마틸드는 친구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기 때문에 외모를 보고 서민층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여자가 정답게 부르는 데에 놀라움을 느꼈다.)

“누구야?…… 나는 잘 모르겠는데……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어요?”

“어머! 나 마틸드 루아젤이야.”

친구는 크게 외쳤다.

“뭐, 마틸드…… 아이 가엾어라! 그런데 왜 이렇게 변했어!”(포레스티에 부인은 그 동안 루아젤 부인의 사연을 모르기 때문에 / 이 부분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두 사람의 과거에 대한 기억은 결말 부분의 극적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대화는 이 작품의 중요한 줄거리를 압축하여 한꺼번에 제시함으로써 주제와 관련된 의미를 강조해 준다.)

“그동안 고생 많이 했어. 우리가 마지막 헤어진 후로 고생살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그것도 다 너 때문이지 뭐야…….”

“나 때문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왜 생각나지 않아? 저 문부성 장관의 야회에 가려고 내가 빌려 갔던 다이아몬드 목걸이 말이야.”

“응, 그래서?”

“그걸 잃어버렸지 뭐야.”

“뭐? 아니 내게 고스란히 돌려 주지 않았어?”[포레스티에 부인은 목걸이가 바뀐 것도 모를 만큼 큰 관심을 가진 물건이 아니었음]

“그렇지만 그건 품질은 같지만 다른 목걸이야. 그 목걸이 값을 갚느라고 10년이나 걸렸지 뭐야……. 인제 다 해결되었어. 얼마나 마음이 후련한지 몰라.(홀가분하고 후련하다는 말은 마틸드의 지금 심경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러나 그것이 이내 '분함'이나 '억울함'으로 바뀌게 된다는 점에서 반어적(反語的) 효과가 생긴다.)”

포레스티 부인은 발길을 멈추고 서 있었다.[너무 놀라운 이야기에 정신적 충격을 받았기 때문]

“그래, 내 것 대신에 다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사왔단 말이야!”

“그럼, 여태껏 그걸 몰랐구나. 하긴 똑같은 것이니까.”

그녀는 약간 으스대는 듯한 순박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포레스티에 부인은 크게 감동되어 친구의 두 손을 꼭 쥐었다.

“아이 가엾어라, 마틸드! 내것은 가짜였어. 기껏해야 5백 프랑밖에 되지 않는…….”(모파상의 단편은 이 부분과 같은 반전을 통한 의외의 결말로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데, 이 작품은 그 중에도 그런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포레스티에 부인도 500프랑밖에 하지 않는 자신의 가짜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3만 6천 프랑짜리 진짜 다이아몬드 목걸이로 바뀌어 돌아왔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 인간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가가 극명하게 나타남.)


반전(反轉, inversion)_ 사건의 흐름을 예상 밖의 방향으로 급전시켜 독자를 놀라게 하면서 주제를 강조하는 기법으로, 주인공의 인생과 운명이 역전되는 것으로 ‘목걸이’에서 사건의 반전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원인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루아젤 부인이 지닌 허영심, 빌려 온 목걸이와 관련된 오해와 착각이 그녀의 삶을 고난으로 빠뜨렸다(1차 반전). 그러나 그것은 ‘오해’와 ‘착각’이었으므로, 그것이 바로 잡힌 순간에 그녀의 삶에는 일대 반전이 또 한 번 일어난 것이다(2차 반전).

작품개관

1. 작품 선정의 취지

단편 소설의 특질이 무엇이냐 하는 질문의 답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문학의 내용이나 형식도 시대의 변천을 따라서 변모하기 때문에, 어느 한정된 표준을 세워 그것만이 절대적인 것이라고 단안을 내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장편 소설이 인간 생활의 전체적인 면을 다루는 것이라면, 단편 소설은 인간 생활의 한 단면을 취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단편 소설이란 어느 사건의 한 부분이라든지, 긴 이야기 속에 끼여 있는 작은 에피소드 하나가 아니라, 그 전체의 사건을 한 단면적인 위치에서 바라보고 다루는 것을 말한다. 그와 반대로, 어느 사건의 한 부분이나 긴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작은 에피소드도 단편 소설의 훌륭한 제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한 부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한 부분이 사건 전체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점에 단편 소설의 어려움이 있다. 이 단원에서 학습할 '목걸이'는 한 여인이 자신의 허영심으로 인해 고달픔 삶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를 다룬,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작으로 단편 소설이 지녀야 할 모든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의 간결한 문체와 짜임새 있는 극적 반전의 구성은 단편 소설의 특질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2. 지도의 핵심

이 작품은 간결한 문체와 사실적인 수법으로 내용을 전개하여 단편 소설의 기법을 가장 잘 활용한 작품으로 평가되며, 특히 충격적인 결말이 매우 인상적이다. 모파상은 자연주의 작가답게, 친구에게 빌린 가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잃어버리고는 진품을 사 주느라 10년 동안 끔찍한 가난에 시달린 한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인생의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인물의 성격과 단편 소설의 특질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3. 작품 연구

정확하고 간결한 문체로 유머러스하게 내용을 전개해 단편 소설의 기법을 가장 잘 활용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모파상의 '목걸이'는 한 젊은 여인이 허영심 때문에 고달픔 삶을 살게 된다는 운명의 아이러니를 주제로 다룬 작품이다. 가난한 하급 공무원의 아내인 아름다운 마틸드는 자신의 허영심을 채워 주지 못하는 가난한 생활을 불만스러워한다. 어느 날 무도회 초대장을 받고 친구에게 목걸이를 빌려 무도회에 참석했으나 그만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똑같은 목걸이를 사기 위해 집을 팔고 빚까지 내게 된다. 빚을 갚기 위해 말할 수 없이 비참한 생활을 하며 10년의 세월을 보낸 후, 초췌한 모습으로 샹젤리제 거리를 산책하던 마틸드는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옛 친구를 만난다. 그 친구는 마틸드의 변한 모습에 놀라며, 자신이 빌려 준 목걸이는 값싼 모조품이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가짜 목걸이 때문에, 한순간의 허황되고 거짓된 순간을 즐기다 많은 세월을 고통 속에 보낸 마틸드!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독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작가는 이러한 극적 반전을 통해 인간의 헛된 욕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또한 인간의 삶이란 얼마나 하찮은 계기로 달라질 수 있는지를 충격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풍자한 이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학습활동

친해지기

1. 루와젤 부인이 친구에게 목걸이를 빌리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은 무엇인가?

지도방법 :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한 편의 소설에는 수많은 작은 사건들이 제시되는데 중요한 것은 그 사건들이 그저 단순히 시간 순서대로 나열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교사는 사건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전체 이야기 구조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있는지를 학생들이 파악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먼저 사건의 순서대로 이야기하고 그 사건들의 인과 관계를 말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풀이 : 어느 날 남편이 무도회 초대장 하나를 들고 와서 그녀에게 주었고, 그것은 문무 대신 부처가 루와젤 부처를 초대한 것이다. 그녀는 남편이 기대한 것만큼 기뻐하지 않았다. 그 초대장을 심술궂게 테이블 위에 던지며 그녀는 성난 눈초리로 남편에게 무슨 옷을 입고 가냐며 버럭 화를 냈다. 그러자 남편은 총을 사서 사냥을 즐기려고 저금해둔 돈을 그녀에게 주며 옷을 사라고 했다. 옷을 산 그녀는 옷에 어울리는 장신구 때문에 걱정을 하다가 친구 포레스티에 부인을 찾아가 눈부신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리게 된 것이다.

2.. 포레스티에 부인이 빌려 준 가짜 목걸이의 실제 가격은 얼마인가? 또 루와젤 부인이 포레스티에 부인에게 돌려준 다이아몬드 목걸이의 가격은 얼마인가?

 

지도방법 : 이 활동은 학생들이 세부적인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작품의 중심 소재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 봄으로써 사건의 경과를 뚜렷이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루와젤 부인의 불행과 고난이 목걸이에 대한 스스로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학생들 스스로 확인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풀이 : 포레스티에 부인이 빌려 준 가짜 목걸이의 실제 가격은 5백 프랑, 루와젤 부인이 포레스티에 부인에게 돌려 준 다이아몬드 목걸이의 가격은 3만 6천 프랑이다.

꼼꼼히 읽기

1. 루와젤 부인이 빚을 갚기 위해서 고생하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부분을 본문에서 찾아보고, 문체상의 특징도 정리해 보자.

지도 방법 : 문체는 작가의 개성의 표현이다. 작가는 작품의 주제와 내용을 구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자신의 개성적인 문체를 사용한다. 모파상은 문장을 쓰는 법에 대해서 '일물일어설'을 주장한 플로베르의 영향을 받았다. '일물일어설'은 사물의 이름, 움직임, 상태에는 오직 하나의 단어만 있을 수 있다는 주장으로, 언어와 현실이 일치할 수 있다는 신뢰에 근거한 것이다. 이 점에 유의하면서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예시 답안 : 루와젤 부인이 빚을 갚기 위해서 고생하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부분은 "그녀는 집안 일이 얼마나 힘이 들고, ~ 돈 한 푼을 아꼈다."로 , 작가 모파상이 간결하고 객관적인 문체의 특징과 루와젤 부인이 환경에 의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사실적으로 보여 주는 구절이다. 일반 서민층의 여성의 삶의 모습을 정확한 관찰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

2. 이 작품에서 작가가 택하고 있는 시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러한 시점을 택함으로써 노리는 효과는 무엇이겠는가?

예시 답안 : 이 작품에서 작가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택하고 있는데, 전지적 작가 시점은 작가가 각 인물의 심리 상태나 행동의 동기, 감정, 의욕, 등을 분석하여 서술하는 방법이다. 작가 관찰자 시점에서는 작가와 등장 인물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는 작가와 등장 인물의 거리가 좁혀지고 등장 인물의 내부를 뻔히 들여다 보듯 알고 있기 때문에 작가는 여러 인물들의 생각과 느낌을 모두 말할 수 있는 무한한 자유를 확보하게 된다.

3. 루와젤 부인이 포레스티에 부인에게 목걸이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예시 답안 : 루와젤 부인은 푸레스티에 부인이 빌려 준 목걸이가 진품이라고 생각했고, 그 목걸이를 보고 몹시 좋아했다. 진품 목걸이를 빌릴 수 있어서 좋아하던 그녀가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한다면 포레스티에 부인이 자기를 의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또 그녀는 자기야말로 이 세상에서 온갖 쾌락과 사치를 즐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누구보다 자종심일 강했다. 그래서 그녀는 집이 초라하고, 벽이 남루하며, 의자가 낡고, 가구가 때 묻은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괴로웠다.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여자들 같으면 이런 사실을 별로 의식하지 않았을 터이지만, 자존심 강한 그녀만은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났던 것이다. 이런 루와젤 부인이 친구에게 자신의 자존심까지 버려 가면서 빌려 온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하는 것은 죽기보다도 싫었을 것이다.

4. 루와젤 부인이 10년간을 고생하게 된 궁극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예시 답안 : 이 작품은 ‘허영심’으로 요약되는 루와젤 부인의 성격이 불러온 비극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성격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결말 부분에서 극적 반정이라는 구성을 통해 목걸이 대금을 치르기 위해 루와젤 부인이 견뎌온 10년 동안의 힘든 생활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일 밝혀진다. 작가는 이러한 극적 반전을 통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사소한 계기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가, 또한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가를 충격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또한 목걸이가 가짜라는 사실은 허황되고 거짓된 삶을 단적으로 상징한다. 허영심과 욕망 때문에 고통의 삶을 살아가는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과 거짓됨을 폴로하고, 인간의 어두운 본능을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다음은 사과를 여러 각도에서 자른 단면이다. 이것들 중에서 사과의 속성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은 어떤 것인가?

풀이 : 속성이란 사물의 본질을 이루는 고유한 특징이나 성질을 말하는 것으로, 제시된 단면들 중에서 사과임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은 (가)이다.

 

 

시야 넓히기

1. 위 그림을 참고하여, 다음 글을 읽고, 아래의 활동을 해 보자.

⑴ ‘날카롭게 파악된 현실의 한 단면’이란 어떤 것이겠는가?

예시 답안 : 단편소설은 인간 생활의 한 단면을 취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단편 소설이란 어느 사건의 한 부분이라든지, 긴 이야기 속에 끼여 있는 작은 에피소드 하나가 아니라, 그 전체의 사건을 한 단면적인 위치에서 바라보고 다루는 것을 말한다. 그와 반대로, 어느 사건의 한 부분이나 긴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작은 에피소드도 훌륭히 단편 소설의 제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든지 부분이 부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부분이 그 사건의 전체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이럴 때 단편소설은 ‘날카롭게 파악된 현실의 한 단면’이 되는 것이다.

⑵ 결국 작가는 자신이 말하려는 바를 어떤 성격의 사건을 통해서 제시하겠는가?

예시 답안 : 단편소설은, 한정된 짧은 지면에 인간 생활의 한 단면을 취급함으로써 문제의 깊이를 찾아내야하기 때문에 그 구성이 매우 까다롭다. 단편 소설은 단일적인 구성 방법을 취하는데, 단일 구성이란 사건 자체부터가 복잡성을 띠지 않는 것으로서, 단일한 계획 아래, 단일한 진행으로, 단일한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탐구 / 인물의 성격과 사건 전개의 방향

소설에서 사건은 인물의 성격에 크게 의존하게 마련이다. 놀부가 자신의 탐욕 때문에 결국 화를 당한다든가, 심청이가 효성이 지극하였기 때문에 결국 아비의 눈을 뜨게 한다든가 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루와젤 부인의 성격과 그가 맞이하는 불행한 삶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해와 감상

친구에게서 빌린 목걸이를 잃어 버리고, 그 목걸이를 다른 것으로 대체해서 주고 친구에게 주고, 그 목걸이 값을 갚기 위해서 자그마치 10년 동안 로와젤은 온갖 고생스러운 일을 다 겪으면서 돈을 갚아 나간다. 그리고 그 10년 후, 빚은 다 갚았지만 로와젤 부인은 더 이상 예전의 그녀가 아니다. 여기에서 모파상은 인간이 환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 그래서 궂은 일을 해야만 하는 로와젤 부인의 환경이, 아름답고 젊고 허영심이 많던 그녀의 옛 모습을 앗아가 버렸으며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이라곤 그 고생스런 10년의 흔적인 거칠고 투박한 늙은 아낙네의 모습이다.

이 모든 것이 우연한 사건에 의해 일어났으며 목걸이의 분실이라는 우연한 사건에 의해 한 인간의 삶이 얼마나 변할 수 있는가를 볼 수 있다. 그리고 포레스티에 부인이 상자를 열어 보지 않는 것은 로와젤 부인에게는 당장에는 좋은 일이다. 자신이 바꿔치기한 것을 들키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그것이 로와젤 부인에게 불행을 가져오는 원인의 한 부분이 된다. 왜냐 하면, 그 때 포레스티에 부인이 상자를 열어 보았더라면 목걸이가 바뀐 것을 알테고 이러저러한 경위를 설명하다가 로와젤 부인은 그 목걸이가 가짜였음을 알게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파상은 '인생이란 ∼ 구원을 받기도 한다.'라는 두 문장으로 이 일을 설명하고 있다. 이 우연이라는 것은 이 작품 결말 부분에서도 등장한다. 로와젤 부인은 우연히 친구를 만나 잃어 버린 목걸이가 가짜였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 두 번째 우연은 로와젤 부인의 생활을 다시 바꾼다기보다는 우연한 일에 의해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는 모파상의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전달하기 위한 장치로 여겨진다.

이해와 감상2

이 작품에서 만약 주인공이 친구로부터 빌린 목걸이가 진짜였다면, 주인공은 자신의 실수를 끝까지 책임지는 성실한 인물로 묘사되었을 것이고, 10년 동안의 그녀의 삶도 비장한 의미를 띠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목걸이는 가짜였다. 이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주인공이 매달려 온 10년 동안의 삶은 허망한 것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본다면, 작품의 마지막에서 목걸이가 가짜로 밝혀지는 부분은 하나의 속임수에 불과하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목걸이 사건이 아니었더라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허영심 때문에 일생을 허비했을 인물이다. 이는 그녀의 성격을 묘사하고 있는 작품의 서두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작가는 목걸이 사건을 통해 허영에 찬 그녀가 겪을 수밖에 없는 고난에 찬 삶의 과정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목걸이가 가짜라는 사실은 작품의 의미를 갈라 놓는 결정적인 단서라기보다는 허황되고 거짓된 삶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허영심과 욕망 때문에 고통의 삶을 살아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과 거짓됨을 폭로하고 있다. 교훈적인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기도 하지만, 인간의 어두운 본능을 선명하게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자연주의적인 경향을

이해와 감상3

이 작품은 '허영심'으로 요약되는 로와젤 부인의 성격이 불러 온 아이러니컬한 비극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성격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성격의 비극'은 결말 부분에서의 극적 반전이라는 구성을 통해 효과적으로 제시된다. 목걸이 대금을 치르기 위해 로와젤 부인이 10 년 동안을 견뎌 온 힘든 생활이 사실은 오해에 기인한 것이었음은 작품의 말미에 이르러서야 밝혀진다. 친구가 빌려준 목걸이가 진품 다이아일 것이라는 작은 오해가 로와젤 가족의 생활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갔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극적 반전을 통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사소한 계기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가, 또한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가를 충격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출처 : 구인환, 김흥규 저 문학교과서)

이해와 감상 4

이 작품은 얼른 보기에 한 여인이 불행한 삶을 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번의 부주의로 인해 빚어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젊음을 송두리째 빼앗긴 여인의 삶의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참된 묘미를 맛보기 위해서는 주인공의 불행의 원인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 '목걸이'가 보여 주는 불행의 원인은 '가짜'와 '진짜' 사이에서 빚어진다. 모조품인 목걸이를 잃어버리고서 진짜 목걸이를 사서 반환하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십 년 간을 각고하며 뼈아픈 노고로 희생한 주인공 마틸드는 어느 날 그것이 착각에서 빚어진 허망한 일이었음을 알게 된다. 불행한 삶이 아닌 수 없다. 그러나 그 불행은 근본적으로 주인공 자신에게 원인이 있었다. 삶의 진실한 가치는 결코 외관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데도 겉치레뿐인 외관을 중시하는 허영적인 의식을 주인공이 가지고 있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다. 작자인 모파상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외관과 진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가치이다. 외관에만 현혹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작자가 그려 내고자 하는 참된 주제라 할 수 있다. (출처 : 김대행·김동환 저 문학교과서)

이해와 감상5

이 작품은 전지적 작가 시점의 단편 소설로서, 친구에게서 빌린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그것이 가짜인 것을 모른 채, 진짜 목걸이를 사 주고는 10년 동안 그 빚을 갚기 위해 허송세월을했다는 이야기로서, 인간의 허영심이 그 자신의 삶을 얼마나 괴롭히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작가의 독특한 자연주의 수법으로서, 현실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인생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출처 : 윤병로외 3인 저 노벨 문학교과서)

이해와 감상6

모파상의 소설 목걸이는 가짜 목걸이를 갚기 위해 10년 간이나 고생하며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마는 하나의 사건을 통해 인생의 진실을 알려준다. 이 작품은 우선 인간의 욕망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사실 다이아몬드는 우리 인간에게 아무런 실제적인 사용 가치를 주지 않는 물건이다. 그러나 인간은 때로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별짓고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이아몬드와 같은 사물에 집착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헛된 것에 대한 인간의 집착과 허영심을 매개하는 소재이다.

이러한 삶의 진실성을 보여 주기 위해 작가는 의도적으로 극적 반전의 플롯을 설정해 놓았다. 빚을 갚기 위해 고생을 했던 10년 동안 그 목걸이가 가짜였음을 알지 못했다는 것, 빚을 다 갚은 후에야 우연히 친구를 만나 목걸이가 가짜였음을 알게 된다는 것은 작품의 주제를 선명하게 보여 주기 위해 작가가 의도적으로 꾸며 낸 구성이다. 결국 목걸이가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소설 진행의 극적 반전을 이루게 되는데, 이를 통해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 하는 점을 단적으로 제시한다.(출처 : 김병국 외 4인 공저 한국 교육미디어 문학)

심화 자료

모파상의 문학관 : “재능은 긴 인내이다.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오랫동안 주의 깊게 생각하여 그 가운데서 일찍이 아무도 보지 못한 점, 아무도 표현하지 못한 점을 발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떠한 것이든지 아직도 탐색되지 않은 면이 있는 법이다.” 이렇듯 모파상은 엄격한 창작 태도로써 지극히 평범하고 진부한 일상 생활 속으로 파고들어 비참하고 무지에 찬 인생의 진실을 정확히 포착하여, 간결한 문체로 더욱 진실하고 생생하게 제시했다. 모파상 작품의 특징은 아무리 짧더라도 인물과 정경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하는 힘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파상의 작품 세계

모파상의 작품은 자연주의 문학 계열로, 자신의 일상 체험과 관찰한 것을 직접적으로 독자들에게 나타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일간지에 기고한 단편 소설에 시사 평론과 거의 구별할 수 없는 작품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소재 역시 직접 눈으로 접한 세계로 제한되어, 노르망디 지방의 농어민, 파리의 공무원, 후에는 사교계의 남녀, 전쟁의 희생자, 그리고 병과 함께 오는 불안과 공포, 그것들로부터의 탈출 시도 등을 일관되게 다루었다.

그 중 ‘목걸이’는 허영심과 욕망 때문에 고통의 삶을 살아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폭로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정확한 어휘 선택과 간결한 문체, 사실적 묘사 등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냉정하게 그리려고 노력했으며, 아울러 플롯의 반전에 의한 극적 효과가 나타나 있는 등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인다. 교훈적인 주제를 강하게 풍기기는 하지만, 인간의 그늘진 본능을 선명하게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자연주의적인 경향을 보인다. - 기 드 모파상 지음, 김용훈 옮김, “비곗덩어리(밀레니엄북스 36)”(신원문화사, 2004)

모파상은 작가 생활 10년 동안 3백여 편의 단편과 여섯 편의 장편 소설, 그리고 시, 희곡 등을 썼으니, 실로 엄청난 다작(多作)이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이 주옥같은 작품들임은 더욱 경이적인 일이다. 이것은 그 자신이 ‘피에르와 장’의 서문에서 밝혔듯이 ‘재능이란 긴 인내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탐구하라.’는 스승 플로베르의 엄격한 지도를 받으며 작가 수업을 한 데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는 ‘이 세상 어디에도 완전히 똑같은 두 알의 모래가 없고, 두 마리의 파리가 없으며, 같은 두 개의 손, 두 개의 모도 있을 수 없다는 진리를 내세우고 나서 나에게 어떤 인물이나 어떤 사물을 몇 줄의 문장으로 묘사해 보도록, 그리하여 같은 종족, 같은 종류의 모든 인물이나 사물과 구별되도록, 그리하여 그 특징을 정확히 그려 보도록 강요했다.’는 스승 플로베르의 가르침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자기 자신의 이론을 전개한다.

“재능은 긴 인내이다 ─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오랫동안 주의 깊게 생각하여 그 가운데에서 일찍이 아무도 보지 못한 점, 아무도 표현하지 못한 점을 발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떠한 것이든지 아직까지 탐색되지 않은 면이 있는 법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보는 물건에 대하여 우리 이전 사람들이 생각했던 바를 회고하면서만 눈을 돌리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극히 사소한 물건에도 무엇인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점이 있는 법이다. 이것을 찾아내도록 하자. 이글이글 타는 불이나 벌판의 나무 하나를 묘사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그 불이나 그 나무에 얼굴을 마주 대고 서서 마침내 그 불과 그 나무가 다른 어떤 불이나 나무와도 전연 같지 않음을 깨달을 때까지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독창적이 되는 길이다.

우리는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표현하는 데는 단 하나의 언어밖에 없고, 그 움직임을 보이는 데는 단 하나의 동사밖에 없고, 그것을 수식하는 데는 단 하나의 형용사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마침내 단 하나의 그 낱말, 그 동사, 그 형용사를 발견할 때까지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어려움을 피하려고 비슷한 것으로 만족하거나 잔꾀를 쓰거나 혹은 말의 요술을 부리거나 해서는 안 된다.” - 기 드 모파상 지음, 김동현 외 옮김, “모파상 단편선”(문예출판사, 2006)

파리의 소시민(프티 부르주아)

이 작품의 주제는 일견 복합적인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파리라는 공간과 프티 부르주아라는 인물군을 함께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파상에게 파리는 하나의 자연적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인위적 장소일 뿐이다. 그리고 답답함으로 가득찬 파리라는 공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 군상은 바로 프티 부르주아이다. 모파상은 1872년 해군부의 공무원이 된 이후 1880년까지 파리에서 프티 부르주아 생활을 했다. 그가 센 강에서 보트를 타는 일을 통해 단조롭고 침울한 생활로부터 탈출하고자 했던 데서 알 수 있듯이 모파상은 파리와 관청의 숨막히는 분위기를 혐오했다. 파리의 프티 부르주아는 자연으로부터의 차단과 금전적 문제라는 이중적 질곡에 처해 있다. 그러나 모파상은 이들의 고통을 동정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들의 생활 뒤에 숨은 허영심과 이기심을 폭로함으로써 이들의 거짓된 삶을 파헤친다.

‘목걸이’(“밤과 낮의 콩트”, 1885)는 관청과 금전 문제가 전면에 부각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모파상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이 작품의 묘미는 종결부의 반전에 있다. 파티에서 잃어버린 목걸이를 변상하기 위해 10년이란 세월을 희생한 후 그 목걸이가 가짜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 마틸드 루와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마틸드의 고생은 물론 자신의 허영심의 결과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모파상은 덮어놓고 그녀를 매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목걸이를 잃어버린 다음, 거의 영웅적으로 빚을 갚아 가는 그녀의 변신을 보여 줌으로써 작품 초반에 나타난 그녀의 허영심과 이기심은 결코 그녀의 본성이 아님을 시사한다. 요컨대, 그녀 역시 겉치레만을 중시하는 부조리한 사회의 희생자인 것이다. - 기 드 모파상 지음, 이봉지 옮김, “두 친구”(문학과지성사, 2002)

모파상(Henry-Rene-Albert-)Guy de Maupassant

1850. 8. 5 프랑스 디에프 근처 미로메스닐 성(?)~1893. 7. 6 파리.

프랑스의 작가로 자연주의 계열의 단편 및 장편 소설을 썼으며, 프랑스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초기생애

귀스타브 드 모파상과 그의 아내 로르 사이에서 2명의 자녀 가운데 맏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미로메스닐 성에서 태어났다는 어머니의 주장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부모가 그 성을 빌렸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가 실제로 그 성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입증할 수 없음). 동생 에르베는 1856년 그랭빌이모빌에 있는 블랑 성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모두 노르망디인이었고, 아버지는 하급귀족 가문출신이었다. 이름에 붙어 있는 '드'라는 관사는 프랑스 혁명 때 떼어졌지만, 결혼하기 직전 신부(新婦)의 압력으로 되살아났다. 이 결혼은 실패였다. 그당시 프랑스에서는 이혼에 대한 규정이 없었지만, 부부는 15년간의 결혼생활 끝에 맏아들 기가 11세 되던 해에 헤어졌다. 기는 어머니 편을 들었고 효자였지만 아버지한테는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도 유별나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 부모의 결혼 실패는 아들의 인생과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남겼다. 이로 인해 그는 결혼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그의 단편소설에는 어리석고 박해받는 남편과 아버지 없는 외로운 아이가 자주 등장하게 된다.

 

모파상 일가는 자유사상을 신봉하는 집안이었지만, 그가 받은 최초의 교육은 교회에서 이루어졌다. 13세 되던 해 교구목사한테서 배울 수 있는 것을 모조리 배운 뒤, 그는 평신도와 성직자를 모두 학생으로 받아들이는 이브토의 작은 신학교로 보내졌다. 처음부터 그런 형태의 생활에 확고한 반감을 느꼈기 때문에, 일부러 몇 가지 사소한 교칙을 위반해 1868년에 퇴학당했다. 그뒤 르아브르에 있는 고등학교로 전학해 이듬해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했다. 1869년 가을에 파리에서 법률공부를 시작했지만, 독일과 전쟁이 벌어지자 공부를 중단하고 자원입대했다. 처음에는 전쟁터에서 사병으로 복무하다가 나중에 아버지가 손을 써서 보급 부대로 전속되었다. 전쟁에서 얻은 체험은 가장 뛰어난 몇몇 단편소설의 소재가 되었다. 1871년 7월에 제대한 뒤에 파리에서 다시 법률공부를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이번에도 그를 도와서 해군부에 일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이것은 그가 변호사 자격을 얻을 때까지 생활비를 보장해주려는 의도였다. 그는 관료사회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사회적으로는 승진을 거듭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소원대로 1879년에 아들을 공공교육부로 옮겨주었다.

플로베르에게서 받은 문학수업

모파상의 어머니 로르는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젊었을 때 가장 친했던 알프레드 르 푸아트뱅의 누이동생이었다. 오빠가 1848년에 3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에도 로르는 플로베르와 함께 평생 동안 다정한 관계를 유지했다(모파상의 전기작가들 가운데 몇 사람은 그가 로르와 플로베르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라고 주장했지만, 이런 견해를 뒷받침하는 납득할 만한 증거는 전혀 제시하지 못했음). 로르는 1867년에 아들을 크루와세에 있는 플로베르에게 보내 인사를 시켰다. 전쟁이 끝난 뒤 아들이 파리로 돌아오자, 어머니는 플로베르에게 아들을 돌보아달라고 부탁했다. 이것이 모파상을 작가로 만든 도제수업의 시작이었다. 플로베르는 파리에 머물 때마다 그를 일요일 오찬에 초대해 문체에 대한 강의를 하고, 그의 미숙한 습작을 고쳐주곤 했다. 또한 일요일 오후 파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를 방문하던 에밀 졸라, 이반 투르게네프, 에드몽 드 공쿠르, 헨리 제임스 같은 당대의 일류 작가들에게 그를 소개해주었다. 플로베르는 모파상에 대해 "그는 내 제자이고, 나는 그를 친아들처럼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그들의 관계가 지닌 2가지 성격을 간결하게 압축해 표현한 말이었다.

플로베르는 작가 모파상을 격려하고 감화시켰을 뿐 아니라, 파경을 맞은 부부의 아들에게 양아버지 역할도 해주었다. 1880년 플로베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모파상은 '제자'인 동시에 '아들'로서 심한 충격을 받았다. 졸라는 젊은시절의 모파상을 "센 강에서 배를 타고 재미삼아 하루에 80㎞나 노를 저을 수 있는 대단한 뱃사람"으로 묘사했다. 모파상은 바다와 강을 무척 좋아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소설 무대는 대부분 바다나 강이고 소설 속에 항해와 관련된 표현이 자주 나온다Mouche. 그는 관료사회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공무원시절은 생애중 가장 행복한 날들이었다. 그는 틈이 나면 센 강에서 헤엄을 치거나 배를 타면서 시간을 보냈다. 〈파리 Mouche〉(1890) 같은 단편소설을 보면, 배를 타는 것은 단순한 뱃놀이가 아니었고 모파상과 그의 친구들이 뱃놀이에 데려간 여자들은 대개 창녀이거나 미래의 창녀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어린시절에 '완전한 순결'을 지켰고, "16세가 된 뒤에야 처음으로 여자를 알았다"고 자랑했는데, 그 말이 맞건 틀리건 간에 그의 놀랄 만큼 난잡한 행동이 파리에서의 삶의 초기에 시작된 것만은 거의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는 20대 초반에 당시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널리 퍼져 있던 질병의 하나인 매독에 걸린 것을 알았다. 이 병이 선천성인지 아니면 방종한 생활의 결과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동생이 어렸을 때 같은 병으로 죽었다는 사실은 선천성이었을 가능성을 암시해준다. 그는 치료받기를 완강히 거부했고, 그결과 병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짙은 그림자를 그에게 던졌을 뿐 아니라 신경쇠약으로 증세가 더욱 심해졌다. 그의 동생도 역시 신경쇠약에 시달린 적이 있다. 플로베르한테 도제수업을 받는 동안에 이름 없는 지방 잡지에 가명으로 1, 2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전환점은 플로베르가 죽기 1개월 전인 1880년 4월에 왔다. 모파상은 졸라가 이끄는 6명의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는데, 그들은 전쟁에 관한 단편소설을 각각 1편씩 써서 〈메당의 저녁 Les Soirees de Medan〉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다. 모파상이 이 책에 기고한 〈비계덩어리 Boule de suif〉는 6편 가운데 가장 훌륭한 작품이었을 뿐 아니라, 모파상이 쓴 모든 단편 중에서도 아마 가장 뛰어난 작품일 것이다. 이 단편의 착상과 구성 및 문체에는 플로베르의 냄새가 배어 있지만 '제자'는 모방자가 아니라 계승자였다. 그는 장편소설가인 플로베르한테서 배웠지만, 배운 것을 단편소설에 적합하게 바꾸었다. 〈비계덩어리〉처럼 훌륭한 단편소설의 특징은 절제와 균형이다.

장년기와 작품

〈비계덩어리〉가 발표되자마자 신문사에서 원고 청탁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는 관청을 그만두고, 그후 2년 동안 〈골루아 Le Gaulois〉· 〈질 블라 Gill Blas〉에 기사를 썼다. 〈질 블라〉는 겉보기에는 신문이었지만 뉴스를 거의 싣지 않았다. 이 신문의 주요목표는 짜릿한 단편소설로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었다. 이 신문은 부업으로 젊은 고급 창녀들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이들은 '오리종탈'(수평선)이라는 재미있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그의 많은 단편소설이 이 신문에 맨처음 실린 것은 결코 부적절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1880~90년의 10년 동안 그는 놀랄 만큼 많은 글을 썼다. 이 시기에 약 300편의 단편소설과 6편의 장편소설, 3권의 여행안내서, 유일한 시집, 그리고 약간의 잡문이 발표되었다.

단편소설들은 여러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1870년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을 다룬 것, 노르망디 농민들을 다룬 것, 관료사회를 다룬 것, 센 강변의 생활을 다룬 것, 서로 다른 계층의 감정 문제를 다룬 것, 그리고 〈오를라 Le Horla〉(1887) 같은 후기 소설에서 약간 불길한 전조를 보이는 환각을 다룬 것 등이다. 이 소설들을 한데 모으면 1870~90년의 프랑스인의 생활상이 포괄적으로 드러난다. 작품에는 개인적인 요소가 강하게 담겨 있어서 전기작가들은 그의 소설에 나오는 구절을 마치 자서전이나 일기에서 발췌한 인용문처럼 다루었다. 개인적 요소는 〈벨 아미 Bel-Ami〉(1885)에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다. 처음에는 작가와 그가 창조한 비열한 주인공 사이에 큰 차이가 있고, 유일한 공통점은 바람기뿐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느 정도 위장은 했어도 실제로 그가 벨 아미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으며, 그가 창조한 주인공과 똑같은 건강과 난폭한 승리를 누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아낌없이 내주었으리라는 것을 독자는 깨닫게 된다. 그는 소설 속에서는 주인공과 자신의 연관성을 숨겼지만, 다른 데서는 일부러 그것을 부각시켰다. 1932년에 발견된 초판본에는 그가 여자친구에게 바친 헌사가 적혀 있는데, 그 내용은 '벨 아미가 오마주 부인에게'로 되어 있다. 그리고 생활이 윤택해지자 젊은시절의 기쁨이었던 작은 보트를 요트로 바꾸고 '벨 아미'라고 이름 짓기도 했다.

생활이 윤택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또한 억척스럽기로 유명한 노르망디 사업가였다. 그당시에는 소득세도 없었기 때문에 그의 연간수입은 요즘 돈으로 15만 달러는 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이 돈을 최대한 활용했다. 파리에서 여자들과 밀회할 때 이용하는 별관이 딸린 아파트를 갖고 있었으며, 에트러타에 있는 집에는 손님을 자주 초대해 환대했고, 리비에라에도 2채의 저택을 갖고 있었다. 1881년 여행을 시작해 프랑스령 아프리카와 이탈리아를 방문했으며, 2년 뒤에는 요트를 갖게 되었다. 1889년에는 기구를 타고 2번 비행했다. 같은 해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영국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헨리 제임스의 초대를 받아 식당에서 점식 식사중에 갑자기 옆 탁자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키면서 저 여자를 '사달라'고 부탁해 제임스를 깜짝 놀라게 했다.

프랑스 평론가인 폴 레오토는 그를 '완전한 색광증 환자'라고 불렀다. 그는 매춘굴과 창녀들에게 강하게 매혹되었는데, 이것은 〈비계덩어리〉만이 아니라 〈텔리에의 집 La Maison Tellier〉(1881) 같은 작품에도 뚜렷이 드러나 있다. 그러나 성공한 작가로서 에르민 르콩트 뒤 누이, 알리그리 후작부인, 포토카 백작부인 같은 상류계층 여자들과 좀더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자 그의 소설에는 시각의 변화가 일어났다. 농민에서 상류계층으로 주인공이 바뀌었고, 매춘굴에서 상류층 여자의 거실로 무대가 바뀌었다. 겉으로는 운동선수처럼 건장하고 건강해보였지만, 그의 글은 건강에 대한 한탄, 특히 눈병과 편두통을 한탄하는 말로 가득 차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는 점점 더 우울해졌다. 처음에는 재미삼아 여행을 시작했지만, 한때는 아무 걱정거리도 없이 즐거웠던 휴가가 정신상태 때문에 강박관념의 지배를 받는 방랑증으로 바뀌었다. 마침내 그는 항상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는 충동에 사로잡힌 나머지 집에 앉아 있다가도 느닷없이 프랑스의 다른 지역으로 달려가거나 요트를 타고 무작정 항해를 떠나고는 했다.

1888년 그의 가정에 중대한 위기가 닥쳤다. 그의 동생은 지능이 모자랐기 때문에(요즘 같으면 정신박약아라고 불릴 정도로) 묘목장가꾸기보다 더 높은 지능을 요구하는 일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프랑스 남부에 있는 묘목장을 관리하게 하고 자금도 대주었다. 그런데 1888년에 동생 에르베가 갑자기 심한 정신이상을 일으켰다(가족은 '일사병'이라고 꾸며댔음). 그는 동생을 일사병에서 회복시키기 위해 진료소로 가자는 구실을 붙여 파리의 정신병원으로 데려갔다. 에르베는 진상을 알게 되자 예언적인 말을 내뱉았다. "미친 건 내가 아니라 형이야. 알겠어? 우리 가족 중에서 미치광이는 바로 형이라고." 에르베는 1889년 11월 13일에 정신병원에서 죽었다. 그는 동생의 죽음으로 절망에 빠졌다. 그러나 그의 슬픔이 순수했다고는 해도 자신의 상황과 무관한 것은 아니었다. 1892년 1월 2일에 그는 건강 때문에 리비에라에 살고 있던 어머니를 찾아가 가까이에 머물다가 목의 동맥을 끊어 자살을 기도했다. 의사들이 불려왔고, 그의 어머니는 마지못해 그를 정신병원에 수용하는 것에 동의했다. 2일 뒤 그는(일부 기록에 따르면 난폭한 정신병 환자에게 입히는 구속의를 입고) 파리에 있는 불랑슈 박사의 병원으로 끌려갔다. 그는 43번째 생일을 맞기 1개월 전에 그 병원에서 죽었다.

20세기 후반에 이르자 단편소설 작가로서 인기가 쇠퇴했고, 프랑스보다는 영국과 미국 및 소련에서 그의 작품이 더 많이 읽힌다는 사실이 널리 인정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의 진정한 업적인 모든 계층의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뛰어나고 상업적인 새로운 단편소설의 창조가 손상되는 것은 아니다. M. Turnell 글 (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모파상의 다른 작품들

모파상의 전 작품은 그의 세계관 내지 인생관을 반영한다. 초기의 통렬한 풍자, 다음에는 감상과 연민, 최후에는 개인적인 불안과 공포, 그리고 처음부터 그의 작품에 흐르는 구원 없는 페시미즘이다. 모파상의 문학은 결정론적인 인간관에서 오는 짙은 염세주의의 근저 위에 구축되어 있다.

<여자의 일생>

모파상의 처녀 장편으로 1883년 작이다. 여주인공 잔은 냉혹한 남편에게 버림받고 이어서 자식에게서도 배신당한다. 그녀와 나란히 늙어가는 하녀 로잘리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즐거운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니로군요." 여주인공 잔의 암담한 회색으로 물든 길은 결국 근대 생활에 대한 가혹한 판결이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증오하고 조소할 만한 진실 이외에 동정할 만한 진실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정확하게 시대를 설정한 풍속 소설로 읽을 수도 있다. 이야기 첫머리에 1819년이라는 시대가 명시되고, 잔과 쥘리앵이 신혼 여행을 코르시카로 건너갈 때에는 기선이 다니기 시작하고 있었는데, 잔이 아들을 찾아 파로 나갈 때는 "6년 전부터 화제가 되어 있던 철도가 파리와 르 아브르 사이를 왕래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모파상은 인간 마음의 날카로운 탐구자였다. 인간의 세계가 숨기고 있는 뜻밖의 진실, 특히 인간 감정을 초월하는 환멸적 작용의 탐구에 몰두하는 태도가 이 작품에 현저하게 나타나 있다. 하녀 로잘리가 하는 작품의 마지막 대사는 지당하다 하더라도, 잔은 이 말로 치료받을 수 없는 고독감에 사로잡혀 있고, 인생에 대해 옳고 그른 판단을 내리지 못할 만큼 타격을 받고 있었다.

<벨 아미>

자신의 육체적인 미모와 어디까지라도 밀고나가는 뻔뻔스러운 성격을 이용하여 신문계에서 성공하는 협잡꾼이 그려져 있다. 주인공 뒤루아가 관계하는 <라 비 프랑세즈>지는 유태인 사장 왈테르를 중심으로 하는 악덕 정치가들의 모리를 위해서 이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파상은 패정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는 평론을 생략하고 있다. 반면에 모파상은 <벨 아미>에서 종래 자연파에 의해 경시당해오던 심리 연구를 도입한다. 그리고 벨 아미의 냉혹한 이기주의와 동물적인 욕정에 넘치는 파리 사교계가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다. 모파상의 장편 중에서 가장 자연주의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사회 소설의 색채가 짙다. <여자의 일생> 이상으로 소설 세계가 확대되어 무대가 노르망디에서 파리로 옮겨진다. 특히 <벨 아미>에서는 작자의 염세적인 인생관과 사물을 관찰하는 예리한 '작가의 시각'이 전편에 번뜩이며, 당시 프랑스 사회의 추악상과 권세욕에 들뜬 인간형의 표본인 주인공 뒤루아의 성격 및 행적의 추적, 문란한 사회 풍속도가 있는 그대로 담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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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처럼 강하다>

이루지 못할 사랑,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랑, 그것을 잘 알면서도 숙명적으로 그 사랑을 버릴 수 없어 자살을 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자살했다고 해서 그 사랑도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죽음의 길을 택함으로써 영원한 사랑의 삶을 택한 주인공 올리비에의 사랑은 '죽음처럼 강한' 것이었다. 이것은 사적인 심리 소설로서, 예술가를 장식물로 환영하는 파리 사교계를 무대로 하고 있다. 늙어가는 것에 대한 화가 베르탱의 슬픔은 두말할나위없는 모파상 자신의 피로를 느끼게 한다. 작가는 초기 작품에서 보여준 냉철한 태도를 다소 잃고 신경 과로와 질병에서 오는 초조감을 보이고 있으며, 작품 속에 보다 자기의 주관을 주입시키고 있다. 고뇌하다가 자살하는 올리비에의 모습은 흡사 모파상 자신의 말년의 모습이기도 하다.

모파상의 문학론

모파상은 소시민의 생활 주변과 일상, 사회의 병폐를 가차없이 폭로하고 야유하는 것만이 "인간의 상태를 일체의 편견 없이 충실히 묘사하는 소설가의 임무"라고 주창한 졸라의 이론을 문학에서 극대화했다. 모파상은 졸라의 친구로서 자연주의의 전성기에 문단에 등장했지만, 문학사적으로 본다면 졸라보다는 플로베르의 후계자다. 졸라를 중심으로 한 문학 서클인 '메당의 무리'가 제각기 모아서 낸 단편집 <메당의 밤>에 발표된 <비곗덩어리>는 단편 작가로서 그의 위치를 결정해주었다. 스승 플로베르는 이 작품에 대해, 구상이 독창적이고 배경이나 인물도 실감이 나며 심리 묘사도 적확하고 문장도 나무랄 데 없다고 절찬을 했다.

플로베르의 가르침

모파상은 플로베르의 정신적인 양자로서 플로베르에게서 예술의 존엄성, 예술가의 의무 그리고 부르주아에 대한 묘사 등에 관하여 많은 가르침을 받았으며, 사물을 관찰하는 방법과 작품의 문체에 관해서도 배운 바가 많았다. 플로베르는 언제나 애제자에게 "생각하는 것"보다도 "보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관찰이야말로 자연주의 문학의 가장 큰 무기였다. 이 관찰은 인간 세계의 밖으로도 안으로도 돌릴 수 있는 것인데, 내부의 분석보다 외부의 묘사에 의해 내부 풍경이 보다 많이 표현된다는 것이 모파상 예술의 특징이다. 플로베르는 자기의 <부바르와 페퀴셰>에 필요한 자연 묘사의 재료를 위해서 모파상에게 노르망디 해안의 묘사를 보고케 한 적도 있었다. 이것은 소위 졸라 식의 '과학적'인 기록의 추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현실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의미했다.

문체에 있어서도 플로베르는 관찰론과 밀접한 관계 하에, "말하고싶은 것이 무엇이든간에 그것을 표현하는 데는 말이 하나밖에 없다. 그것을 움직이는 데는 하나의 동사밖에는 없고 그 성질을 나타내는 데는 하나의 형용사밖에 없다. 마침내 그 낱말, 그 동사, 그 형용사를 발견할 때까지 찾아야 한다"고 했다. 플로베르는 "이 세상 어디에도 전혀 똑같은 두 알의 모래가 없고 두 마리의 파리가 없으며 같은 두 개의 손, 두 개의 코도 있을 수 없다는 진리를 내세우고 나서 나에게 어떤 인물이나 어떤 사물을 몇 줄의 문장으로 묘사해보도록, 같은 종족, 같은 종류의 모든 인물이나 사물과 구별되도록 특징을 정확히 그려보도록 했다."

모파상의 이론

"재능은 긴 인내이다.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간에 오랫동안 주의깊게 생각하여 그 가운데서 일찍이 아무도 보지 못한 점, 아무도 표현하지 못한 점을 발견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떠한 것이든지 아직도 탐색되지 않은 면이 있는 법이다." 이렇듯 모파상은 엄격한 창작 태도로써 지극히 평범하고 진부한 일상 생활 속으로 파고들어 비참과 무지에 찬 인생의 진상을 정확히 포착, 간결한 문체로 더욱 진실하고 생생하게 제시했다. 모파상 작품의 특징은 아무리 짧더라도 인품과 정경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하는 힘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지가 마치 방금 보고 온 것 같이 선명하게 우리들 눈에 떠오른다. 그의 기교는 "외부에 의해 내부를 나타내는" 사실파의 수법과 거기에서 필연적으로 유래되는 '선택'이다.

모파상의 작품 세계는 광범하고 착잡한 듯하지만 거기에는 사상 표현의 리듬이 있다. 그것은 그의 신경계의 병상에서 오는 신체 건강의 리듬이다. 생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숙명적인 페시미즘이 그의 작품의 기조가 되고 있다. 모파상은 사실을 묘사하는 문학이라는 면에서는 졸라와 같지만 모파상의 자연주의는 졸라의 생리학이나 기록에 집착하는 자연주의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모파상은 졸라(<루공 마카르 전서>)처럼 방대한 구상력에 의하여 사회 전모를 그리는 것이 나이라, 직접적인 세밀한 관찰을 토대로 한다. 단편 소설에서는 풍속의 한 장면을 잡아 그 속에서 인물의 움직임을 순 객관적인 묘사 방법으로 적절하게 표현했고, 장편 소설에서는 생리학보다 심리학에 의거하여 개인의 내면을 추구하는 심리적 소설을 만들어냈다.

자연주의 自然主義 (naturalism)

프랑스를 주축으로 하여 19세기 사실주의(寫實主義)를 이어받아 세기말(世紀末)에 활발했던 문학사조로 프랑스 이외의 여러 나라에서도 소설과 연극에 강한 영향을 나타냈다. 이 사조의 창시자는 프랑스의 소설가 에밀 졸라(1840∼1902)이다. 졸라는 젊어서는 도리어 낭만주의적 경향이 강한 작가였는데 플로베르, 공쿠르형제 등의 관찰(觀察)을 원리로 한 사실풍(寫實風)의 작품에 영향을 받고, 1864년경부터는 확실히 리얼리즘 문학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는 특히 공쿠르의 《제르미니 라세르퇴》라는 박복한 가정부의 일생을 그린 소설에 감명을 받고 이 작품을 '불결한 문학'이라고 비난하는 측에 대해 강력히 항변하고 변호하였다. 1860년대 프랑스 사조에 지도적 역할을 한 것은 H.A.텐의 실증주의였는데 졸라는 이 사상가의 말을 빌려 자신의 문학이론을 뒷받침하려 하였다. "악덕(惡德)과 미덕(美德)은 다 같이 황산(黃酸)이나 설탕처럼 화합물(化合物)이다"라는 말은 텐 자신의 저서 《영국문학사》 서문에 쓴 유명한 말인데 졸라는 이 말을 자기 작품 《테레즈 라캥》(1867)의 제2판 서문 속에 인용하였다. 졸라는 거기에 덧불여 "두 등장인물의 살아 있는 몸뚱이에 해부의(解剖醫)가 시체를 해부하듯 분석하였다"라고 자신의 창작태도를 밝히고 있다.

그의 선배 공쿠르는 "소설은 연구다"라고 말하여 사실주의 작가로서의 태도를 나타내었는데 졸라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소설은 과학이다"라고 단언하였다. 과학을 존중하던 당시의 풍조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과학이라는 이유로 졸라가 이용한 것은, 당시 유명했던 클로드 베르나르의 《실험의학서설(實驗醫學序說)》의 사상이었다. 의학은 엄밀한 실험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설파한 이 책의 문장을 그대로 문학이론으로 전용한 느낌이 있는 것이 졸라의 《실험소설론(實驗小說)》(1880)이다.

그러므로 유럽의 자연주의의 기본정신은 인간의 생태를 자연현상으로 보려는 사고방식인 것이다. 따라서 작가의 태도도 자연과학자와 같아야 하는 것이 이상인 것이다. 자연현상으로 본 인간은 당연히 본능이나 생리의 필연성에 강력하게 지배된 것으로 그려진다. 외부로부터 그려지기 때문에 내면적으로는 빈약하고 단순할 수밖에 없다. 졸라는 자신의 실험을 위하여 과학적 방법을 쓸 필요를 느끼고 당시 주목의 대상이었던 유전학설(遺傳學說)에 착안하였다. 그는 또 그의 작품에서 유전의 법칙을 인용하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숙명적인 유전에 의하여 발작적으로 살의(殺意)를 일으키는 대목을 그렸다.

자연주의 작가는 플로베르나 공쿠르의 사실적 방법을 배운 탓으로 자료연구에도 열심이었다. 졸라는 《선술집》을 쓰기 위하여 몇 년간이나 파리의 변두리 노동자촌을 조사하였다. 그는 발자크의 《인간희극》에 대항하여 《루공마카르 총서(叢書)》라는 20권에 달하는 종합소설을 썼다. 루공, 마카르 두 집안 인간의 복잡한 운명을 삽입하여 제2제정기(帝政期)의 프랑스 사회를 묘사한 것인데 자연주의 문학의 절정을 이룬 작품이다. 졸라뿐만 아니라 자연주의 문학은 대체로 세기말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전체적으로 어둡고 염세적이다.

발자크는 자본주의 사회의 상승기(上昇期)를 그렸고, 졸라는 그 절정기에서 하강기를 그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졸라 쪽에 현대성이 한층 강하게 나타나는 면도 지나칠 수 없다. 철도나 해운의 발달, 농민의 도시집중, 도시노동자 생활의 비참상, 탄광쟁의(炭鑛爭議), 패전(敗戰), 기타 19세기라기보다 현세기의 생동적인 세태가 잘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졸라를 중심으로 하여 각각 경향은 달랐고 뒤에는 스승으로부터 흩어졌지만 모파상, 위스망 등이 자연주의에 공명하여 그 산하에 모였던, 당시의 젊은 작가들을 졸라의 집 주소를 따서 '그루페 드 메당(메당파)'이라고 불렀던 일이 있다.

 

한국에서 자연주의 문학을 처음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염상섭(廉想涉)이다. 그는 1921년에 소설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다음해에는 평론 《개성과 예술》을 발표하여 자연주의 문학의 이론과 실제를 겸한 자연주의 문학의 포고자(布告者)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한국의 자연주의 문학을 말할 때 문제가 되어온 것은 개념의 모호성과 혼돈, 자연주의와 개성, 자연주의와 개인주의의 관계, 자연주의와 프로 문학, 자연주의와 사실주의의 문제 등이다. 염상섭은 전기 논문에서 '자아의 각성', '개성의 발견', '창작상의 개성' 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자아의 각성에 대하여는 인간 정신의 가장 본절적인 의의는 자아의 각성 및 그 회복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고대인의 특색이며 그 가치관으로 볼 때 곧 문예부흥이다. 개개인의 눈으로 보면 어떤 신성(神聖)이나 경건이 도리어 추악·비속으로 보일 때가 있다. 이런 심리상태를 보통 현실 폭로의 비애, 또는 환멸의 비애라 한다. 이로 말미암아 사상은 중추가 무너지고 암담과 고독을 낳고 가치관의 혼란이 야기된다. 이에 이상주의적 낭만주의시대를 경과하여 자연과학과 함께 자연주의 또는 개인주의 사상을 유발한 것이다.

둘째, 개성의 발견에 대하여는 개성이란 단독적 생명이며 그것의 유로(流露)가 곧 개성의 표현이다. 일반적 생명과 단독적 생명은 표리의 관계다. 생명은 개성의 자각과 함께 동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위대한 개성의 표현만이 모든 이상과 가치의 본체인 진선미(眞善美)로 표징되는 위대한 사업이다.

셋째, 예술창작상의 개성에 대하여는 미(美)는 쾌감의 상징이다. 그러나 생명이 없다면 쾌감이 있다고 미가 되지는 않는다. 생명의 연소(燃燒)에 미가 있다. 예술미는 작자의 개성을 투영한 창조적 직관의 세계요, 그것의 투영이 예술적 표현이다.

그러므로 예술은 생명의 유로와 활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염상섭의 주장에 대하여 여러 논객들이 긍정 또는 부정의 논지를 폈으나, 자연주의는 결국 1920년대 전반에 수법의 문제로서나 문학관의 문제로서 강력한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었는데, 예를 들면 나도향(羅稻香) 등 감상적인 낭만주의적인 작가들까지도 그 세력에 끌어들이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자연주의는 신경향파(新傾向派)가 등장하면서 이론적 충돌을 빚게 되지만 가령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암야(闇夜)》 《만세전(萬歲前)》 같은 작품에 비하여 신경향파의 소위 최서해(崔曙海)의 빈궁소설은 질적으로 비교가 안될 만큼 낮은 것이었으며, 신경향파 이후의 프로문학은 자연주의 문학에 이데올로기라는 의상을 입힌 문학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현진건(玄鎭健)이나 김동인(金東仁) 등의 문학을 자연주의와의 관련 속에서 파악하는 경우도 없지 않으나 역시 한국의 자연주의 문학은 염상섭 한 사람에게서 집중적으로 개화(開花)했다고 할 수 있다. (출처 : 두산세계대백과 EnCyber )

자연주의(自然主義)

19세기 중엽 이후 사실주의(寫實主義)의 영향 아래 독자적인 문학 방법으로 형성된 문예 사조로서, 대상을 자연 과학자나 박물학자의 눈으로 분석, 관찰하여 서술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사조는 19세기 자연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형성된 콩트의 실증주의(實證主義) 철학과, 다윈의 진화론(進化論)에 입각한 생물학적 명제를 근간으로 하여 인간을 전적으로 자연의 질서 속에 소속된 존재로 봉 초자연적이거나 종교적인 영혼의 세계를 부인하고, 인간의 성격이나 운명은 유전(遺傳)과 환경의 두 가지 자연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하였다. 프랑스의 소설가 에밀졸라는 소위 '실험소설론'을 통해서 자연주의 문학 이론을 발전시킨 선구자이다. 자연주의 소설은 객관적·과학적 태도와 실험적이고 상세한 고증(考證)을 돋움으로 동물적 충동으로 탐욕성이나 야수성을 띤 인물이나 내부적·외부적 압력에 의한 비극적 희생자를 작중 인물로 택함으로써 사회의 모순된 현실을 고발하려는 주제를 추구한다. (출처 : 구인환·김흥규저 문학 교과서)

역전(逆戰)의 기법

'역전(逆戰)'이란 거꾸로 뒤집힌다는 뜻이며, 역전의 기법이란 작품을 전개해나가는 구성상의 방법의 하나로 단편 소설의 묘미를 잘 보여준다. 사건을 전개하는 데 시간의 순서에 따르지 않거나 사건의 핵심적인 요인을 마지막에 제시함으로써 극적인 결말을 이끌어 낼 때 주로 사용한다. 대개의 경우 작가의 의도가 작용한다. '목걸이'의 주인공이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그것과 똑같은 목걸이를 구하려고 노력할 때, 그것이 모조품임을 독자들이 알아차릴 수 있게 서술할 수도 있고, 새로운 목걸이를 사 가지고 갔을 때 그 주인이 빌려 준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모조품임을 이야기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 작품은 그러한 것을 철저히 감춤으로써 결말에서 극적인 효과를 얻게 된다. 따라서, 역전의 기법은 실제로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니 사건을 극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법이라 할 수 있다.

모파상의 문체 훈련

모파상의 문체의 특징은 정확성, 간결성, 사실성이다. 그는 이러한 문체로 시민 계급의 일상 생활 중 특히 인간의 어리석음을 정확하게 그려냈다. 그러나 모파상의 이러한 문체는 처음부터 타고난 것이 아니라 스승 플로베르의 영향이 컸다. 그는 애제자 모파상에게 '생각하는 것'보다도 '보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즉 문장을 쓰는 법에 대해서 '일물일어설'을 주장했다.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표현하는 말은 하나밖에 없다. 그것을 움직이는 데는 하나의 동사 밖에는 없고, 그 성질을 나타내는 데는 하나의 형용사 밖에는 없다. "

이렇게 교육받은 모파상은 정확한 문체, 간결한 문체, 사실적인 문체의 작가로 자연주의 문학의 거두(巨頭)가 되었다. (출처 : 남미영 외 4인저 동아서적 문학교과서)]

'내적 초점화'(internal focalization)

한 편의 소설 작품은 전체적으로는 같은 시점을 취하여 통일성을 기하려고 한다. 그러나 사건의 진행에 따라 서술 방식이 바뀔 수도 있다. 즉, 전적으로 화자의 시점에 의존하면서 경우에 따라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변환시킨다. 이런 경우 화자는 인물에 밀착하여 인물의 눈에 보여진 것이나 인물의 내면 의식까지도 서술한다. 이를 내적 초점화라고 한다. 내적 초점화는 작가가 어떤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주제와 깊은 관련성을 지닌다.

소설의 두 가지 시간

소설 작품에는 두 가지 시간이 있다. '서술되는 시간'과 '서술 시간', 즉 작품 내에서 흘러가는 시간과 화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그것이다. '서술되는 시간'은 사건이 일어나서 끝날 때까지의 시간이고, '서술 시간'은 화자가 들려주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다. 이러한 시간의 중요성에서 비롯되는 서술 양상이 '요약 서술'과 '장면 제시'이다. 전자는 사건 진행을 빨리함으로써 정보의 양을 늘이는 '말하기' 방식에 해당되고, 후자는 사건 진행을 늦추어 한정된 부분을 확대시킴으로써 정보의 질적 밀도를 높이는 '보여주기' 방식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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