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사람들 / 본문 일부 및 해설 / 김태길
by 송화은율멋있는 사람들 / 김태길
사람의 평균 수명이 크게 늘었다고는 하나, 80세를 넘기기는 지금도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짧게 제한된 이 시간 속에서 뜻있고 보람찬 삶을 이룩하고자 사람들은 저마다 설계와 실천에 여념이 없다.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멋있게 사는 것일까? 멋있는 길이 오직 한 줄기로만 뻗어 있는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개인의 소질과 취향 그리고 형편에 따라서 각각 다른 길이 모두 뜻과 보람으로 아름다울 수도 있음직하다.
예술가의 생활은 언제 어느 모로 보아도 멋과 보람으로 가득 차 있다. 명성이 높은 예술가라면 더욱 좋을 것이며, 비록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경우라 하더라도, 심혈을 기울여 창작의 길로 정진하는 모습에는 부러움을 느끼게 하는 귀한 분위기가 따라다닌다.
참된 예술가는 아름다움을 창조하여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예술에서 오는 즐거움은 관능(官能)의 만족에서 오는 즐거움보다 깊이 가슴 속으로 파고 들어 긴 여운을 남긴다. 관능의 쾌락은 뒷맛이 어두우나 예술의 즐거움은 뒤가 맑아서 좋다. 그래서 우리는 예술가에게 감사를 느낀다.
<하략>
작자 : 김태길(金泰吉 1920- )
갈래 : 수필
문체 : 일상적인 어휘와 직설적인 표현으로 서술
제재 : 멋있는 사람들
성격 : 사변적
주제 : 진정한 멋이란 그 사람의 가치관에서 비롯된다, 멋있는 삶에 대한 성찰
특징 : 필자는 일상어의 산문적 진술로, 친근한 일상 주변의 사람을 멋있는 사람의 예와 그렇지 못한 예를 비교하여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
내용연구
예술에서 오는 즐거움은 - 긴 여운을 남긴다 : 정신적인 만족을 주는 예술의 즐거움과 육체적인 즐거움인 관능의 즐거움을 비교한 말. 예술의 즐거움이 인간의 정신을 맑고 아름답게 한다는 말.
예술이 한갓 상품으로 전락할 때, 예술가의 값도 떨어진다 : 예술가가 아름다움을 위하여 창조 활동을 할 때는 멋이 있지만, 오직 돈을 위하여 예술 작품을 창조할 때에는 멋이 없다는 뜻이다.
예술가가 권력의 시녀가 될 때, - 더욱 보기에 흉하다 : 정당이 없는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작품을 창작하는 경우를 이르는 말로 한 예를 들면 베토벤은 처음에 장군 나폴레옹을 존경해서 그를 위한 '영웅 교향곡'을 지었다. 그러나 나중에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자 ' 영웅 교향곡'을 찢어 버렸다는 일화가 전한다.
직업이나 지위와는 관계 없이 여기저기에 멋있는 - 가치관의 차이에 있는 것일까 : 사람의 멋이란 직업이나 지위의 높고 낮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인간의 가치관에 있다는 말. 이 수필의 주제가 들어 있는 부분이다.
김태길의 수필은 따뜻한 시선으로 생활 속에서 하나의 문제를 붙잡아 이를 인생의 문제와 관련시켜 음미하고 소화시켜 그 결과까지를 제시하는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경향을 띤다. 특히 깊은 '인생 철학'을 제시하여 독자의 지적 수준을 높여 준다.
늘어만 가는 세상 인구 속에서 멋있게 사는 사람이 점점 줄어 가는 듯해 안타깝지만, 더러는 멋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희망을 가져다 준다고 말하는 작자의 따뜻한 시선과 사색적인 태도가 잘 드러나는 수필이다. 사람의 멋이란 직업이나 지위의 높고 낮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인간의 가치관에 있다는 내용이 강조되어 나타난다. 사람의 겉모습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해 버리는 현대인들의 생활 자세에 일침을 가하는 작품이다.
김태길
수필가. 철학자. 충북 중원 출생. 일본 동경대 법학부 수학. 서울대 문리대 철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60년 미국 홉킨즈 대학원 철학박사 학위.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에서 교수 역임. 1961년 처녀 수필집 <웃는 갈대> 발간하였으며, 대표작으로 <빛이 그리운 생각들>(1965), 장편 수필 <흐르지 않는 세월>(1973) 등이 있다.
수필과 사실
동양에서나 서양에서나 수필의 대표적인 속성을 사실을 다룬 글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토대로 하여 인생의 진실을 추구한 글이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수필'은 '사실의 기록'만은 아니다. 만일 수필이 '사실의 기록'에 그친다면 그것은 수필이라기보다 기록이나 수기요, 다큐멘타리가 될 것이다. 수필은 그 사실을 '아름다움'으로까지 승화시킨 문학이다.
좋은 수필의 조건
1. 솔직한 내용
2. 부드러운 문장
3. 함축적인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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