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 죽는 사탕 / 연성흠
by 송화은율먹으면 죽는 사탕 / 연성흠
어떠한 시골 동리에 욕심 많은 글방 선생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어느 날
얼음사탕 한 봉지를 서울 갔다 온 동리 사람에게 선물로 받았습니다. 선생님
은 자기가 없는 동안에 이것을 글방 아이들이 꺼내 먹을까 보아서
“얘들아! 이 상자 속에 넣어 둔 종이 봉지 속에는 먹기만 하면 당장 죽는
약이 들었으니 일절 손도 대지 말아라.”
하고 여러 아이들에게 일러두었습니다.
글방 아이들은 시골서 처음으로 얼음사탕을 구경했기 때문에 정말 먹으면
죽는 약인 줄로만 꼭 알았습니다. 선생님은 어린애들이 없을 때이면 틈틈이
얼음사탕을 꺼내서 더운물에 타 가지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어떤 날 저녁나절이 되자 다른 애들은 글들을 다 외우고 집으로 돌아갔지
만 꾀쇠라는 아이 하나만은 글을 다 외우지 못했기 때문에 눈물을 꾀죄죄
흘리면서 못 외운 글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은 이웃에 있는 글동무
의 집에서 저녁을 잡수러 오라는 청을 받았기 때문에 그 집으로 저녁을 잡
수러 가시면서
“꾀쇠야! 그 글을 외어야 가지 그렇지 않으면 밤새껏 잡아두고 집에 안 보
낼 테다!”
하고 을러대었습니다.
못 외운 글을 외우느라고 꾀쇠가 혼자 애를 바둥바둥 쓰고 있을 때 방구석
에 있는 옷걸이 밑에서 생쥐 한 마리가 살살 기어 나왔습니다.
꾀쇠는 그 쥐를 쫓느라고 글 읽던 것도 잊어버리고 방바닥에 놓인 선생님
담뱃대를 집어 들자마자 이리저리 쥐를 쫓아다니면서 쥐를 겨냥하고 후려쳤
습니다. 그러나 큰일 났습니다. 꾀쇠가 휘두르던 담뱃대가 맞으라는 쥐는 안
맞고 선생님이 제일 위하시는 꽃 그린 사기 타구가 들어맞아서 타구가 두
쪽으로 쪼개졌습니다.
이 꽃 그린 타구는 이 글방에서 이 글방 선생님한테 글 배우던 아이 하나
가 서울로 그 집안이 이사 간지 얼마 안 되어서 기념으로 사서 보낸 것이기
때문에 선생님이 늘 가지고 다니시는 담뱃대보다도 더 귀중히 여기시는 것
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쪼개놓았으니 어떻게 합니까! 꾀쇠는 쪼개진 타구를
집어 가지고 마주 맞추어 보았지만 한 번 쪼개진 타구가 다시 붙을 리가 있
습니까?
“선생님이 오시면 어떻게 하나. 타구 깨트린 것을 보시기만 하면 당장에 종
아리를 죽도록 때리실 것이요, 여기서 종아리 맞는 것은 괜찮지만 글방에서
내어 쫓으시는 날이면 집에 가서 또 매를 맞을 터이니 이를 어쩌면 좋은가!”
하고 웅크리고 앉은 채 걱정을 무수히 했습니다. 매를 무서워하는 꾀쇠는
“그 아픈 매를 맞고 글방에서 내어 쫓기어 집에 가서 또 그 매를 맞느니 죽
어 버릴까보다.”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죽기로 결심은 하였으면서도 어떻게 죽어야 할까 하고 가슴을 졸이면서도
생각하다가 문득 머리에 떠오른 것이 먹으면 죽는다던 얼음사탕 생각이 났
습니다. 죽더라도 선생님이 돌아오시기 전에 죽어야겠다고 얼음사탕 봉지를
넣어둔 상자를 끄집어내었습니다.
봉지 속에 담긴 얼음사탕을 얼른 먹고 죽을 생각에 한줌 듬뿍 집어서 입에
다 막 우겨 넣었습니다. 한 주먹을 다 먹고 나도 죽기는커녕 아무렇지도 않
습니다. 얼음사탕이기 때문에 달고 맛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봉지 속에
든 것을 다 먹으면 죽을는지 모르겠다, 하여 봉지 속의 것을 죄다 먹어버렸
습니다.
마침 그때 선생님이 돌아오셔서 이것을 보고
“이놈 꾀쇠야! 이게 웬 짓이냐?”
하고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그러니까 꾀쇠는
“네, 다른 게 아니랍니다. 선생님께서 계시지 않은 동안에 생쥐 한 마리가
나왔기에 그것을 잡으려고 담뱃대로 후려쳤더니 쥐는 어디로 달아나고 타구
가 맞아서 이렇게 두 쪽으로 쪼개졌습니다. 선생님께서 그렇게 위하시고 위
하시던 타구를 쪼개놓아서 어쩔 줄 몰라 죽을 마음으로 먹으면 죽는다고 선
생님이 말씀하시면서 넣어두신 이 약을 다 먹어도 죽지 않으니 이게 웬일입
니까?”
하고 훌쩍훌쩍 울었습니다. 선생님은
“오, 그래서 우는구나. 너는 마음이 정직한 아이이기 때문에 그 독이 네 뱃
속에서 퍼지지 않은 것이다.”
하고 대답하는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었다고 합니다.
저작물명 : 먹으면 죽는 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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