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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의 지각 / 전문 / 연성흠 동화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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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의 지각 / 연성흠

 

오전 끝 시간 종소리가 뗑뗑! 울리자마자 3학년 담임인 김 선생님은 조선어

책을 덮으시면서

너 점심 먹은 뒤에 사무실로 잠깐 오너라.”

하시고 창수를 바라보았습니다.

창수는 어쩐 영문인지를 몰라서 공연히 가슴이 두근두근하는것을 참을 수

가 없었습니다.

사무실 김 선생님 책상 옆에는 창수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치 못하고

머리를 숙인 채 서 있었습니다.

김 선생님은 여전히 그 인자한 웃음을 얼굴에 약간 띄우시고 창수의 얼굴

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창수야! 너 요새는 웬일이냐?”

하시면서 책상 위에 놓인 출석부를 펴 가지고 창수 앞에 내어 놓으셨습니

.

“3년 동안을 이 학교에 다녀도 지각 한 번 안 하던 네가 요새는 내리 사흘

이나 지각을 했으니 웬일이냐. 왜 무슨 걱정하는 일이 있니?”

하시고 물으셨습니다. 그러나 창수는 머리를 숙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

았습니다.

선생님 앞에서 속일 일이 무어야. 어서 말해보아.”

이같이 부드럽게 다시 물으시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창수는 잠자코 있었습

니다. 창수는 차마 그 까닭을 말할 수는 도무지 없었습니다. 3학년이 되도록

3년을 내리 두고 하루도 결석한 일이 없을 뿐 아니라 공부하는 성적도 늘

좋아서 첫째 자리를 한 번도 남에게 빼앗겨 본 적이 없는 창수가 사흘이나

지각을 했다는 것은 퍽 이상한 일입니다. 거기에는 꼭 까닭이 있기는 있을

것이지만 창수는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창수의 눈에서는 더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아마 오늘은 그 까닭을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것 같으니 다음날 듣기로 하

. 집에 가서 잘 생각해보아 가지고 내일이고 모레이고 이야기해다오.”

하고 김 선생님은 창수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었습니다.

 

***

그 이튿날 3학년 미술을 맡아 가르치시는 조 선생님이 김 선생님 앞으로

가까이 오시면서

김 선생! 3학년 반장 이창수는 요새 웬일인지 모르겠습디다.”

하셨습니다. 김 선생님은 적이 놀라시는 눈치로 조 선생님을 바라보시면서

왜요, 무슨 일이 생겼어요?”

하고 물으셨습니다.

아니 무어 그리 큰일은 아니지만 창수가 요새는 미술 시간마다 제가 그림

을 그려가지고 이름은 김명식이 이름을 써서 들여놓은 것 같습디다.”

조 선생님의 이 같은 말씀을 듣고 난 뒤에 김 선생님은 더욱 궁금한 생각

이 들어서 하학 후에 창수를 다시 불러들이었습니다.

이 그림은 네가 그렸지?”

하고 물으시면서 아까 조 선생님께 받아 두었던 도화지를 창수에게 내어

보이자마자 창수는 놀라는 빛이 얼굴에 나타나는 것 같더니 그것을 숨기느

라고 얼른 고개를 숙이면서 또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것을 그리기는 네가 그리고 이름만 바꾸어 쓴 게지!”

하고 김 선생님은 다시 창수의 얼굴을 바라보시면서

이런 일은 그리 좋은 일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사흘이나 지각한 것

과 또 이 도화를 명식이 이름으로 바꾸어 넣은 데는 꼭 이유가 있을 것이니

어서 숨기지 말고 이야기해라.”

하고 보드라운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창수는 이제는 더 참을 수가 없었

습니다. 훌쩍훌쩍 울면서

선생님! 용서해주세요. 이것은 숨기려 숨긴 것이 아니고 명식이와 약속한

일이기 때문에 곧 말씀을 못했습니다. 명식이는 홀로 계신 그 어머니와 단

두 식구가 살아가는데 요즈음 사흘 전부터 명식이 어머니께서 병환이 드셔

서 몸져누우셨기 때문에 그 병구완을 해드리느라고 아침마다 집집에 배달하

는 우유를 배달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답니다. 그래서 명식이 어머니 병환

이 나으시기까지 제가 대신 그 우유를 배달하고 학교에 오느라고 그렇게 늦

은 것이랍니다. 그리고 그 도화는 명식이가 어머님 병구완에 시달려서 너무

고달파하는 것이 가엾어서 대신 그려주었던 것이랍니다.”

하고 여태껏 참고 참았던 것을 다 이야기했습니다.

여태까지 이것을 선생님 앞에서 이야기 안 한 것도 이것을 아무에게도 이

야기 안 하기로 명식이와 약속하였던 까닭입니다.”

그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다. 나도 무슨 까닭이든지 꼭 있으려니 하고 생각

했었다. ! 나와 함께 너의 집으로 가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야기를 들으

시면 퍽 기뻐하실 것이다.”

김 선생님은 이같이 말씀하시면서 창수와 함께 학교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저작물명 : 창수의 지각

저작자 : 연성흠

출처 : 공유마당

이용조건 :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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