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사장이고, 현 경제 사정상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면 어떤 윤리적 기준에 근거해 행동하겠는가?
by 송화은율만약 당신이 사장이고, 현 경제 사정상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면 어떤 윤리적 기준에 근거해 행동하겠는가?
▶답 : 저는 기본적으로 공동체적 윤리를 기준으로 행동하겠습니다. 공동체적 윤리의 구체적 내용을 저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원리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구성원이 10일 때, 이익이 100이라면 10을 각 구성원이 나누어 가지고, 손해가 100이라면 구성원 각자가 10씩 벌충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100의 손해를 구성원 1명에게 벌충하게 함으로써 나머지 9명이 살 길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 개인에게 10은 부담이 적을 수 있으나 100이면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사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또 많은 사람이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일부계층의 생존권 포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코 공동체적 윤리에 부합하는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따라서 제가 만약 사장의 입장인데 인원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한다면 인원을 감축하는 대신 노사 협의를 거쳐 인원 감축으로 예상되는 인건비 삭감을 평균임금의 삭감으로 벌충하는 방안을 찾겠습니다.
<부가 질문>
하지만 그럴 경우 공도동망(共倒同亡)을 초래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원리로 하는 공리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너무 비현실적인 온정주의라는 느낌이 드는데?
▶답 : 그렇게 해서 공도동망에 이른다면 그것은 인건비 때문이 아니라 출발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정인원을 고용해야 하는데, 호황기일 때 필요 없는 인원을 고용했던 셈이 될 테니까요. 그리고 서구의 소수의 희생을 감수한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의 원리'는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전통과는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동료가 직장을 잃고 끼니를 걱정하는데 마음 편하게 직장을 다닐 수 있을 만큼 철면피인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근로의욕이 바탕이 되는 생산성의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dvice
'만약 당신이 사장이라면…'하는 질문은 상경계열학도로서의 자질을 살펴보는 것임과 동시에 답변자의 가치관을 가늠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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