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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魔)의 산(山) (Dei Zauberberg) / 토마스 만 (Thomas Mann)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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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魔)의 산(山) (Dei Zauberberg) / 토마스 만 (Thomas Mann)

작품의 아우트 라인

제 1차 세계 대전이 시작되기 7년전, 한스 카스트로프는 스위스의 다보스에 있는 국제 요양소(國際療養所) 「베르크호프」로, 폐를 앓고 있는 조카 요아힘 찌무센을 문병 간다. 산 위의 이 요양소에 풍기는 분위기는, 무엇인가 방임적(放任的)인데다가, 하계(下界)의 일상 생활의 공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마(魔)의 산」, 즉 삶과 죽음의 중간에 존재하는 이 폐쇄된 세계는, 바그너와 니체에서 시작하여, 20세기 초엽에 주창된 가능성(可能性)과 인식(認識)의 세계를 대표한다. 이 세계는 또, 제1차 세계 대전 전의 서구 사회를 대표하는 여러 가지 사상을 순수 배양하는 레토르트(주: 화학 실험 기구의 하나)이기도 하다. 카스트로프는 여기서 많은 특이한 인물들을 만난다. 서구의 낙관적 진보주의를 신봉하는 인문주의자(人文主義者)이자 「문명의 문사(文士)」인 제템브리니는, 이 젊은 주인공에 대하여 계몽적 도덕적 스승을 자처하고, 이에 대하여 금욕주의적 예수회 수도사 나프타는 죽음의 독재, 공산주의적 신(共産主義的神)의 도래를 주장한다. 이 밖에도, 원초적인 사랑을 가르치는 러시아 여성쇼샤, 본능적 감정에 사는 걸물(傑物) 폐폐르코른, 정신분석자, 심령술자(心靈術者)등등의 교육적 분위기 속에서 주인공은 정신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마의 산」에서의 시간은, 지상에서의 시간과 크게 다른 기준에서 흐르고 있다. 처음, 7일간의 체류 예정은 어느 사이에 7년으로 바뀐다. 때마침 지상의 세계에서는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다. 삶에의 사랑을 다하기 위하여, 젊은 엔지니어는 산에서 내려와 전쟁에 참가한다.

제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또 「비정치적 인간의 성찰(省察)」과 병행하여 기술된 이 장편 소설은, 독일 문학에 있어서 가장 전통적인 「교양 소설」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주인공 한스 카스트로프의 정신적 성장의 발자취만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비정치적 인간의 성찰」이, 독일 시민 사회붕괴의 위기를 눈앞에 두고, 자기의 정신적 기반을 확인하고 옹호하기 위하여 기술된 것처럼, 이 소설은 독일 시민 사회의 질적 전환, 새로운 사회적 휴머니즘에로의 성장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 소설에는 또 하나, 시간이라는 주제 의식이 있다. 시간은 이 소설의 주요 테마이자, 동시에 그 형식을 구성하고 있지만, 이것은 후에 『요셉과 그의 형제』를 통하여, 그리고『파우스트 박사』에서 완성되는 「시간 소설(짜이트로망)」을, 내용에 있어서나 형식에 있어서나 앞지르고 있다.

 

주인공 하이라이트

한스 카스트로프는, 북부 독일 함부르크의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서, 일찍 부모를 여의고 조부 슬하에서 교육을 받고 자란다. 그의 마음속에는, 항상 이 19세기의 시민적 윤리관을 가지고 살아온 조부의 그늘이 있었고, 그것은 그의 사고·판단의 지주(支柱)가 되었다. 저자의 정신적 기반인 한자 동맹 도시적(同盟都市的) 시민 사회의 체현자(體現者)인 이 주인공은, 23살 때 엔지니어의 초보생으로서 「마(魔)의 산」으로 들어가는데, 그는 그곳에서 질병이라는 삶과 죽음의 중간 존재의 창조적 산물인 왕성한 지식욕과 순수한 의구심(疑懼心)을 무기로 하여, 여러가지 사상을 대비하고 수많은 체험을 겪으면서, 인간과 인간성을 추구한다. 눈보라 속에서의 조난(遭難)으로 하마터면 죽을뻔 하였던 체험은, 죽음이 존재를 낳는 힘인 동시에 존재를 파괴하고 해체하는 힘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단순한 「죽음에의 공감」을 탈피하여, 사랑에 의한 삶에의 봉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어떠한 사상에 있어서나 극단에 흐르지 않고, 항상 인식(認識)의 모험을 거듭하면서 대립을 초월하고, 선의(善意)와 사랑을 견지하기 위하여서는, 죽음에 사상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은 한스 카스트로프에 있어서는, 19세기적 휴머니즘을 신봉하는 제템브리니와 죽음의 신봉자 나프타의 대립·결투도 이미 과거의 것이 된다. 조부(祖父)의 모습과 프러시아적인 엄숙한 삶의 체현자 찌므센도 이제는 없고, 다른 서구사상의 체현자들도 이제는 그들의 할 일을 마치고 무대에서 사라졌으며, 뒤에 남은 한스 카스트로프는 중세 이래의 직인(職人)의 전통을 노래한 「보리수(菩提樹)」의 노래에 계발되어 조국을 위하여 전쟁터로 나가지만, 그가 과연 전쟁에서 죽었는지 혹은 아직 살고 있는지, 작자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 한스 카스트로프에서 체현된 독일 시민 사회가 전후에 향하여야할 새로운 방향제시이다.

작자의 생애

토마스 만(Thomas Mann)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형 하인리히도 작가이다. 1875년에 뤼벡크의 대상인의 집에서 태어났으나, 16살 때에 아버지를 여의고 가운은 기울기 시작한다. 18살 때부터 작품을 발표하였다. 25살 때에 『부덴브로크의 집안』을 발표함으로써, 유럽 제국에 그 이름이 알려졌다. 1929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되는 이 장편 소설은, 자기의 가보(家寶)를 자세히 추적함으로써, 19세기에 있어서의 한자 동맹 도시(同盟都市)의 시민 사회를 그 변천 과정에 따라 파헤친 작품이지만, 독일 시민 사회와 예술의 족재 방식을 스스로의 문제로서 추구하는 일이, 이 작가의 일생의 과제가 된다. 『로니오 크뢰거』(1903년),『베니스에서 죽다』(1911년) 등의 작품에서는, 니체 및 괴테를 정신적 아버지로 삼아, 시민과 예술가를 하나로 결부하고 융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보였고, 『마의 산』에서는 자기와 서구 세계에 대한 공시적(共時的)인 원점 추구(原點追求)를 행한다.

1926년에 착수한 이래 완성·출판까지 18년이 걸린『요셉과 그의 형제』에서는, 인류사(人類史)의 연원(淵源)까지 거슬러 올라가, 과거의 샘에 몸을 담그고 거기에서 비로소 자기 인식과 그것의 극복과 창조를 행하려고 한다. 「항상, 자신을 이야기하고 그것이 보편적인 삶을 이야기한 것이 된다」라는 놀라움을 느껴온 이 작자는, 이 동일한 시기, 즉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에서 미국에로의 망명과 전후(戰後)의 시대에 걸쳐 독일 및 인류의 양심의 목소리를 계속 대변하고, 마침내는 자기와 독일을 동일화한다는 자부(自負)를 가지기에 이른다. 아이러니와 유머, 패러디〔문학 작품의 한 형식, 남의 작품의 문체, 운율 등을 흉내 내어 풍자적으로 꾸민 시문(時文)〕을 자기 인용(自己引用)과 함께 교묘히 짜 넣은 폴리포니〔다성성음악(多聲性音樂)〕로서의 소설 구조는, 전후의 장편 소설 『파우스트 박사』(47년),『선택된 인간』(51년) 등에서 그 정점을 이루어, 세계 문학에 「이야기」의 부활을 가져 왔다.

1906년 이래 줄곧 구상을 하며 써온 『사기꾼 펠릭스 크르르의 고백』제1부를 완성한 후, 55년 쮜리히에서, 제법 인식(認識)의 시인답게 안경을 찾으면서 눈을 감았다.

명문구 낙수

「생명을 아는 자는 죽음을 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문제는 시작이 되었을 뿐이다. 교육적으로 생각한다면, 여기에 다른 절반을 보태야지...... 저 두 교육가의 논쟁, 대립 따위는 뒤범벅에 불과하다. 그 사람들이 말하는 귀족성(貴族性)의 문제, 고귀(高貴), 삶과 죽음, 질병과 건강, 정신과 자연 이러한 문제가 과연 모순·대립되고 있는 것일까. 그런 것이 문제가 될까. 아니다. 고귀의 문제도 문제는 아니다. 죽음은 삶의 한 가운데에 있고, 그것이 없으면 삶이 삶이 되지 않는다. 중간에야말로 신(神)의 의(義)를 행하는 인간의 입장이 있는 것이다. ...... 인간만이 고귀하고, 대립이 고귀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대립의 위에서는 자이고, 대립물은 인간을 통하여서만 존재한다. 그러므로 인간이 고귀한 것이다. 죽음보다도 고귀한 것이다. 죽음과 바꾸기에는 너무나 고귀하다. 이것이 인간이 가지는 지(知)의 자유인 것이다.」

한스 카스트로프가 설산(雪山) 속에서 조난 당하였을 때 느낀 생각

심화 자료

1912년에, 토마스 만의 부인은 만년 나머지를 다보스에서 요양 생활을 하였는데, 같은 해 5월부터 6월에 걸쳐 토마스 만은 부인을 문병하였고, 4일을 요양소에 머물렀다. 이 4일간의 경험이 장편『마의 산』을 쓰게 된 동기가 되었다.

『마의 산』집필은 1913년 7월에 시작하였는데, 그 사이에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였고, 1924년 9월 28일에 탈고할 때까지 11년이 걸렸다. 초판(2권본)은 같은 해 11월에 1만부 출판되었는데 즉시 매진되었다.

 

세계문학의 명작과 주인공 총해설에서 - 소봉파편- (일신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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