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레토와 농부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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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토와 농부들  


어떤 사람들은 악타이온 이야기 속에서, 여신이 취한 태도는 공정을 넘어서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하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들은 처녀의 존엄성에 엄밀히 일치되는 행위라 하여 찬양하였다. 새로운 사건은 옛 사건을 상기시키는 법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어떤 사람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옛날 리키아의 농부들이 여신 레토를 모욕한 일이 있었는데, 물론 그 자들은 무사하지는 않았다. 내가 젊었을 때, 나의 부친은 힘드는 일을 하기에는 너무 연로하였으므로, 나에게 리키아로 가서 좋은 소를 몇 마리 몰고 오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나는 이 지방에서 지금 이야기하려고 하는 이상한 사건이 일어난 못과 늪을 보았다. 그 근처에는 오래된 제단이 있었는데, 희생물을 태운 연기로 까맣게 되어 갈대 속에 거의 매몰되어 있었다. 나는 이 제단이 어떤 신(파우누스인가 나이아스인가, 아니면 이 근처의 산에 살고 있는 신인가)의 제단인가를 물어 보았다. 그 지방 사람이 대답하였다. <이 제단은 산신의 것도 아니고, 하신의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한 여인의 것입니다. 그 여인은 여왕 헤라의 질투로 말미암아 두 쌍둥이를 양육할 거처도 없이 이곳저곳으로 쫓겨다니던 여신 레토입니다. 팔에 두 어린 신을 안고서 레토는 이 고장에 이르렀는데, 몸은 어린 것들을 안고 있기 때문에 지칠 대로 지쳤으며 목은 말라들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여신은 골짜기의 밑바닥에서 맑은 물이 솟아 나오는 이 못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곳에서는 그 고장 사람들이 버들가지를 꺾고 있었습니다. 여신은 가까이 가서 못 가에 무릎을 꿇고 찬물에 목을 축이려고 하였습니다. 여신은 말하였습니다. <왜 물을 먹지 못하게 합니까. 물은 무구나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것이요. 자연은 아무에게도 일광이나 공기나 물을 자기의 사유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허용치 않습니다. 누구나 누리 수 있는 자연의 혜택을 나도 누리려고 할 따름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들에게 간청하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이 피로한 팔다리를 씻으려는 것이 아니고, 목을 축이려는 것이요. 나의 입은 말을 못할 정도로 타고 있습니다. 물 한 모금이 나에게는 넥타르와 같은 것이오. 그것은 나를 소생시킬 것이고, 나는 당신들을 생명이 은인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이 어린것들을 보더라도 동정하여 주십시오. 이들이 나를 변호하려는 듯 작은 팔을 내밀고 있지 않습니까.> 사실, 어린것들은 팔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레토의 이같이 온화한 말에 누가 감동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이 농부들은 완고하게 거절하였습니다. 그들은 조롱도 하고 이곳에서 당장 물러가지 않으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위협까지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못 속에 들어가서 발로 휘정거려 흙탕물을 일으켜서 먹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레토는 크게 노하여 목마른 것도 잊었습니다. 이제는 이 어리석은 자들에게 애원하지도 않고, 양 손을 하늘로 항해 높이 들고 부르짖었습니다. <원컨대 그대들은 이 못을 떠나지 않고, 한평생 이곳에 살도록!> 그러자 바로 소원은 사실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지금도 물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몽땅 물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수면에 손을 내밀고 헤엄을 치기도 합니다. 때로는 못가에 나오기도 하나, 바로 다시 물 속으로 뛰어들어갑니다. 그들은 지금도 상스러운 목소리로 욕지거리를 퍼붓고 있습니다. 물을 다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부족함이 있는지 부끄러움도 없이 그 속에서 개굴개굴 울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거칠고, 목구멍은 부풀고, 입은 항상 욕지거리를 하기 때문에 넓게 째지고, 목은 오므라들어 없어지
고 머리와 몸뚱이가 한 데 붙어 버렸습니다. 등은 녹색이고 어울리지 않게 큰 배는 흰색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그들은 개구리가 된 것이며, 진흙투성이인 못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레토가 헤라로부터 박해를 받았다는 것은 다음 전설에 의해 알 수 있다. 전설에 의하면 장차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어머니가 될 레토는 헤라의 분노를 피하여 아이가이온해에 있는 섬을 두루 돌아다니며 은신처를 제공해 주기를 탄원하였다. 그러나 모두 세력 있는 하늘의 여왕인지라, 그의 연적을 도와주는데 대단히 겁을 집어먹고 주저하고 있었다. 오직 델로스 섬만이 장차 탄생할 신들의 탄생지가 되기를 승인하였다. 당시 이 섬은 물에 떠 있는 섬이었으나, 레토가 그곳에 도착하였을 때, 제우스는 그 섬을 견고한 쇠사슬로 해저에 붙들어매 사랑하는 레토를 위해 그곳을 안전한 휴식처가 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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