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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 / 외국소설 / 전문 / 모파상(Guy de Maupassant)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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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 / 모파상(Guy de Maupassant)

파리는 포위되어 있고, 굶주리고 허덕이고 있었다. 지붕 위의 참새들도 아주 드물어졌고, 하수도에는 쥐들이 없어졌다. 사람들은 아무것이나 먹어 댔다.

 

정월의 어느 청명한 아침. 직업은 시계상이나 때로는 집에서 한가로이 지내기를 좋아하는 모리소는 제복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허기진 배를 하고 큰 외곽 도로를 따라 우울하게 거닐고 있다가, 친구로 여기는 한 동료 앞에서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물가에서 알게 된 소바주였다.

 

전쟁 전에는 일요일마다 모리소는 새벽부터 한 손에는 대나무로 만든 낙싯대를 들고, 등에는 양철통을 메고 길을 떠나곤 했었다. 그는 아르장퇴이유 행 기차를 타고 콜롱브에서 내려, 걸어서 마랑트 섬으로 갔었다. 그의 꿈의 장소인 그 곳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낚시질을 시작했고, 밤 늦게까지 고기를 잡았다.

 

일요일마다 그는 거기에서 뚱뚱하고 쾌활한, 자그마한 남자 소바주를 만나곤 했었는데, 그는 노트르담 드 로레트 가에서 잡화상을 하고 있는 또 하나의 광적인 낚시꾼이었다. 그들은 종종 손에는 낚싯줄을 드리우고, 발을 흐르는 물위로 흔들거리면서 나란히 앉아 반나절을 보내곤 했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서로 우의(友誼)를 맺게 되었던 것이다.

 

어떤 날에는 서로 말을 하지 않았다. 가끔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비슷한 취미와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놀랄만큼 서로 뜻이 맞았다.

 

봄이면 아침 열 시경쯤, 원기를 회복한 태양이 잔잔한 강에 물과 함께 흐르는 옅은 수증기를 띄우고 열중해 있는 두 낚시꾼의 등에 새봄의 따뜻한 햇볕을 내리쬘 때면, 모리소는 곁에 있는 사람에게 가끔

"어때요, 얼마나 따스합니까!"

하고 말을 건넸다. 그러면 소바주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요."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서로를 이해하고 믿기에는 이것으로 충분했었다.

 

가을에는 해질 녘, 저무는 태양으로 핏빛처럼 붉어진 하늘이 진홍색 구름의 형태를 물에 던지고, 강물은 온통 붉게 물들이고, 수평선을 타오르게 하고, 두친구를 불처럼 붉게 만들고, 겨울의 오한으로 살랑거리고 있는 단풍 든 나무들을 금빛으로 물들일 때면, 소바주는 미소를 짓고 모리소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곤 하였다.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입니까?"

그러면 모리소도 감탄을 하여 낚시찌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하였다. "큰 거리보다 훨씬 낫지요, 안 그래요?"

그들은 서로 알아보자마자 힘껏 악수를 하였다. 너무도 다른 상황에서 만나게 되어 매우 감격했던 것이다. 소바주는 한숨을 내쉬면서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일들이오!"

모리소도 매우 침울하여 이렇게 한탄했다.

"무슨 날씨가 이런지! 오늘은 금년 들어 처음으로 날씨가 좋군요."

아닌게아니라 하늘은 새파랗고 햇빛으로 가득했다.

그들은 생각에 잠겨 침울하게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모리소가 다시 말을 했다.

"낚시질은요? 얼마나 좋은 추억이오!"

소바주가 물었다.

"언제 거기에 다시 갈 수 있을까요?"

그들은 어느 작은 카페로 들어가 함께 압생트 한 잔을 마셨다. 그러고 나서 보도 위를 다시 거닐기 시작하였다.

모리소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한 잔 더 할까요, 어때요?"

소바주가 동의를 했다.

"좋으실 대로."

그래서 그들은 다른 술집으로 들어갔다.

나올 때는 그들은 많이 취했고,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알코올로 배를 채운 사람들처럼 비틀거렸다. 날씨는 따스했다. 살랑거리는 미풍이 그들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훈훈한 공기에 완전히 취해 버린 소바주가 걸음을 멈추었다.

"거기에 갈까요?"

"거기가 어디요?"

"낚시질하러 말이오"

"그러나 어디로?"

"우리들의 섬으로. 프랑스의 전초(前哨)가 콜롱브 근처에 있어요. 내가 뒤물랭 육군 대령을 알고 있으니까 쉽게 통과시켜 줄 것이오."

모리소는 낚시질을 하고 싶은 욕망으로 몸이 떨렸다.

"결정됐소. 찬성이오."

그래서 그들은 낚시 도구를 가지러 가기 위해 서로 헤어졌다.

 

한 시간 후에 그들은 나란히 대로를 걷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대령이 차지하고 있는 별장에 이르렀다. 대령은 그들의 부탁에 미소짓고, 그들의 엉뚱한 생각에 동의를 하였다. 통행증을 마련한 그들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서 그들은 전초선을 넘고 비어 있는 콜롱브를 가로질러, 센 강쪽으로 내려가는 작은 포도밭 가에 이르렀다. 대략 열한 시쯤이었다.

 

정면에 있는 아르장퇴이유 마을은 죽은 듯이 보였다. 오르즈몽과 사느와의 고지(高地)들이 온 지방을 굽어보고 있었다. 낭태르까지 이르는 큰 평야는 벌거벗은 벚나무와 잿빛 땅만 있고 텅 비어 있었다.

소바주는 손가락으로 산꼭대기를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프러시아 인들이 저 위에 있겠지요!"

이 황량한 지역 앞에서 어떤 불안이 두 친구를 마비시켰다.

 

'프러시아 인들!' 그들은 한 번도 그 사람들을 본 적이 없지만, 몇 달 전부터 파리 주변에서 프랑스를 파괴하고, 약탈하고, 학살하고, 굶주리게 하는, 보이지 않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그들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그 미지의 승리한 국민들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증오심에다 일조의 미신적인 공포를 추가하였다.

모리소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어때요! 우리가 그 자들을 만난다면?"

소바주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다시 살아나는 파리 사람다운 빈정거림으로 대답했다.

"그들에게 튀김이나 하나 줍시다."

그러나 온 지평선에 깔려 있는 침묵에 겁을 먹은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들판으로 내려가기를 주저했다.

마침내 소바주가 결단을 내렸다.

"자, 출발! 그러나 신중히."

그래서 그들은 몸을 굽히고 기어서, 몸을 가리기 위해 덤불을 이용하면서, 불안한 눈으로, 귀를 곤두세우고 포도밭 안으로 내려갔다.

강가로 가려면 벌거벗은 광야를 가로질러야 한다. 그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높다란 둑에 다다르자 마른 갈대 속에 몸을 웅크렸다.

모리소는 땅에다 뺨을 대고 근방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나 들어 보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만이, 오직 그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안심을 하고 낚시질을 시작했다.

그들 앞에 있는 버려진 마랑트 섬은 다른 쪽 제방으로부터 그들을 가려 주었다. 작은 음식점은 닫혀 있었고, 몇 년 전부터 버려 둔 것 같았다.

 

소바주가 첫 번째로 모샘치를 잡았고, 모리소가 두 번째 것을 잡았다. 그리고 낚시줄 끝에서 팔딱이는 작은 고기가 매달린 낚시대를 수없이 들어 올리곤 하였다. 참으로 놀라운 낚시질이었다.

그들은 물고기를 발 밑에 담가 놓은, 코가 아주 촘촘한 그물 주머니 속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그러면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그들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그것은 오래 전부터 빼앗겼던 가장 사랑하는 즐거움을 다시 찾았을 때 느끼는 그런 기쁨이었다.

 

쾌적한 태양이 그들의 어깨 사이로 열기를 흘려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아무 소리도 듣지 않았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 밖의 세상은 몰랐고, 단지 낚시질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땅 밑에서 들려 오는 듯한 어떤 둔탁한 소리가 지면을 흔들었다. 대포 소리가 다시 쾅쾅 울리기 시작했다.

모리소가 머리를 돌려 제방 위로, 왼쪽에 있는 발레리앙 산의 커다란 윤곽을 언뜻 보니 그 전면에는 방금 총구에서 불을 뿜어 낸 화약의 연기가 흰 깃털 장식처럼 걸려 있었다.

 

그리고 곧 두 번째 연기의 분출이 요새 꼭대기에서 솟아올랐다. 잠시 후에 또다시 포성이 울렸다.

그리고는 연달아 포성이 울리고, 간간이 산은 죽음의 숨결을 내뿜고 젖빛 연무(煙霧)를 내쉬었는데, 그것은 고요한 하늘로 서서히 올라가 산 위에서 구름을 만들었다.

 

소바주는 어깨를 으쓱했다.

"또 시작하는군."

하고 그가 말했다.

낚시찌의 깃털이 연방 물 속에 잠기는 것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모리소는 갑자기 화가 났다. 그것은 그렇게 서로 싸우고 있는 미친 사람들에 대하여 평화스러운 사람이 가지는 분노였다. 그래서 그는 투덜거렸다.

"저렇게 서로 죽이다니, 어리석기 짝이 없어."

소바주가 말을 이었다.

"짐승보다도 나쁘지."

방금 잉어 한 마리를 잡은 모리소는 이렇게 분명히 말했다.

"정부가 있는 한 언제나 이럴 것이오."

소바주가 그 말을 중단시켰다.

"공화국이라면 전쟁을 선포하지 않았을 겁니다……."

모리소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왕을 가지면 밖에서 전쟁을 하고, 공화국을 가지면 안에서 전쟁을 하지오."

 

그들은 시야가 좁은 온순한 사람들이 가지는 건전한 양식으로 큰 정치적인 문제들을 풀어 가면서 사람들은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으리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면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중에도 발레리앙 산은 쉬지 않고 쾅쾅 울려 대면서, 프랑스의 집들을 포탄으로 파괴하고, 생활을 부수며, 사람들을 으스러뜨리면서, 많은 꿈에, 기다리던 많은 기쁨에, 기대하던 많은 행복에 끝장을 내면서, 다른 나라에 있는 부인들의 가슴에, 딸의 가슴에, 어머니의 가슴에 그치지 않는 고통을 파 놓고 있었다.

"이것이 인생이지요."

하고 소바주가 분명하게 말했다.

"차리리 죽음이라고 말하세요."

라고 모리소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뒤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아 질겁을 하여 몸을 떨었다. 눈을 돌려 보니, 그들의 어깨 곁에 네 명의 남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제복을 입은 하인처럼 옷을 걸치고 납작한 모자를 쓴, 키가 크고 수염이 덥수룩한 무장한 네 명의 남자들이 총 끝으로 그들의 뺨을 겨냥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낚시대가 손에서 미끄러져 강물에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당장에 그들은 체포되어 결박당하여 끌려가 배에 던져져 섬으로 이송되었다. 그들이 비어 있다고 생각한 그 집 뒤로, 스무 명 가량의 독일 병정이 보였다.

의자에 말 타듯 걸터앉아 커다란 사기 파이프로 담배를 피우던 거인 같은 털보가 그들에게 훌륭한 프랑스어로 물었다.

"그래, 선생들, 낚시질은 잘 하셨소?"

그러나 한 병사가 주의해서 가져온, 물고기가 가득 든 어망을 장교의 발치에 내려놓았다. 프러시아 이의 미소를 지었다.

"오! 오! 안 되지는 않았군. 그러나 문제는 다른 것이오. 잘 들어요. 당황하지 마시고. 내가 보기엔, 당신 두사람은 내 동정을 살피라고 보낸 스파이들이오. 난 당신들을 잡았으니 총살형에 처할 것이오. 당신들은 계획을 보다 잘 감추기 위해서 낚시질을 하는 체한 것이오. 당신들이 내 수중에 떨어졌으니, 당신들에게는 딱한 일이오. 이것이 전쟁이란 것이오. 그러나 당신들은 전초를 빠져 나왔으니 다시 들어가기 위한 암호를 확실히 알고 있을 거요. 그 암호를 내게 말하시오. 그러면 당신들을 용서해 주겠소."

 

나란히 선 두 친구는 창백해졌다. 그들은 손을 신경질적으로 가볍게 떨면서 잠자코 있었다.

장교가 다시 말했다.

"아무도 그것을 절대로 알지 못할 것이고, 당신들은 조용히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오. 비밀은 당신들과 함께 사라질 것이오. 만약 거절한다면 죽음이 있을 뿐이오, 당장에. 선택하시오."

 

그들은 입을 다물고 그대로 꼼짝 않고 있었다.

프러시아 인은 여전히 침착하게 강 쪽으로 손을 펴면서 말했다.

"생각해 보시오. 5분 후에는 당신들이 강바닥에 있게 된다는 것을. 5분 후! 당신들에게는 가족이 있겠지요?"

발레리앙 산은 여전히 쾅쾅 울리고 있었다.

 

두 낚시꾼은 그대로 말없이 서 있었다. 독일인은 자기 나라 말로 명령을 내렸다. 그러고는 너무 포로들 가까이에 있지 않으려고 의자의 위치를 바꾸었다.

열두 명의 남자가 집총을 하고 이십 보 거리에 자리했다.

장교가 다시 말했다.

"일 분의 여유을 주겠소. 그 이상은 절대로 안 되오."

그러고 나서 그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두 프랑스 인에게로 가까이 오더니 모리소의 겨드랑이를 잡고 좀 먼 곳으로 끌고 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그 암호는? 당신 동료는 아무것도 모를 것이오. 내가 동정하는 표정을 지을테니까?"

모리소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프러시아 인은 소바주를 끌고 가 똑같은 질문을 했다.

소바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시 나란히 서게 되었다.

장교가 명령을 내리자, 병정들이 총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모리소의 눈길이 몇 발짝 떨어진 풀밭에 그대로 있는, 모샘치가 가득한 어망 위로 우연히 떨어졌다.

한 줄기 햇살이, 아직도 움직이고 있는 그 많은 물고기들을 반짝이게 하였다.

그는 온몸에 맥이 빠진다. 안간힘을 썼으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그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안녕히 가세요, 소바주 씨."

소바주가 대답했다.

"안녕히 가세요, 모리소 씨."

그들은 서로 손을 꽉 잡았지만, 전율을 이길 수가 없어서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흔들렸다.

장교가 소리쳤다.

"발사!"

열두 발의 총알이 일시에 나갔다.

 

소바주는 단번에 코를 박고 쓰러졌다. 그보다 키가 큰 모리소는 비틀거리면서 빙그르르 돌더니, 얼굴을 하늘로 하고 친구 위에 모로 쓰러졌다. 그러는 사이에 뿜어 대는 핏줄기가 가슴의 터진 웃옷에서 스며 나왔다.

독일인이 다시 명령을 내렸다.

 

그의 부하들이 흩어졌다가 밧줄과 돌들을 가지고 돌아와, 두 시체의 발에 붙들어 매었다. 그리고 나서 시체를 강둑으로 운반했다.

 

발레리앙 산은 쾅쾅 울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이제는 연기를 이고 있었다.

두 병정이 모리소의 머리와 발을 잡았다. 다른 두 병정이 똑같은 방법으로 소바주를 잡았다. 시체들은 잠깐 힘차게 좌우로 흔들리다가 멀리 던져졌다. 그것은 곡선을 그리면서, 처음에는 발에 매인 돌들 때문에 선 자세로 강물 속에 잠겼다.

물은 솟구쳐 튀어 올랐다가 거품이 일면서 흔들렸으나 곧 이어 잔잔해졌다.

 

그러는 동안 자디잔 물결이 강기슭까지 밀려왔다.

피가 약간 물 위에 떠돌았다.

 

여전히 침착한 장교는 낮은 목소리로

"이제는 고기들의 차례로군"

하고 말했다. 그러고는 집을 향해 되돌아갔다.

 

갑자기 풀 속에서 모샘치가 들어 있는 어망이 그의 눈에 띄었다. 그것을 주워 살펴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빌헴!"

하고 소리를 질렀다.

 

흰 앞치마를 두른 한 병사가 달려왔다. 그러자 그 프러시아 인은 총살당한 두 사람이 잡은 고기를 그에게 던지면서 이렇게 명령했다.

"아직 살아 있는 동안에 이 조그만 고기들을 당장 튀겨 오게나, 맛있을 걸세."

그러고 나서 그는 파이프에 다시 불을 붙였다.


요점 정리

작자 : 모파상(Guy de Maupassant)

갈래 : 단편 소설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구성 : 전개적 구성

경향 : 자연주의 경향

제재 : 전쟁(환경)과 인간

주제 : 전쟁의 참상과 환경에 결정되는 인간

줄거리 : 보불 전쟁 중에 포위되어 있는 파리를 거닐던 시계상 모리소는 평소에 낚시터에서 친구 사이로 지내던 소바주를 만난다. 둘은 침울한 세태를 한탄하며 예전에 낚시터에서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런 얘기 끝에 술을 한 잔 하자고 서로 제의하게 되고 둘은 많은 술을 마시게 된다. 술김에 소바주는, 지금은 프러시아 인에게 점령된 낚시터로 갈 것을 제의하고 모리소는 그에 동의한다. 소바주가 잘 아는 대령에게 통행증을 얻은 후 두 사람은 불안한 마음으로 조심조심 낚시터로 가서 예전처럼 즐거이 낚시를 한다. 이상하게도 물고기가 잘 잡히는 가운데 그들은 정치와 전쟁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지만 결국 프러시아 인에게 체포되고 프러시아 장교는 그들을 스파이로 단정하여 암호를 말하라고 한다. 영문을 모르는 둘은 모른다고 대답한다. 그 결과 이 둘은 프러시아 장교의 명령으로 총살당해 강물에 버려지고 프러시아 장교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들이 잡은 물고기를 요리하라고 명령한다.

내용 연구

쾌적한 태양이 ~하고 있었다. : 일상의 평범한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한적함과 여유로 움이 드러나 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전쟁중이다. 이런 대비 상황은 전쟁의 폭력성을 드러내어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두 번째 연기의 ~솟아올랐다. : '분출'과 '솟아올랐다'는 동일한 의미로 부자연스러운 표현이다. 자연스럽게 고치면,'두 번째 연기가 요새 꼭대기에서 분출되는 것이 보였다.'가 된다.

"또 시작하는군." : 대포 소리가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상황을 암시적으로 제시하는 대목이다. 한동안 세상을 잊고 낚시질에 몰두하며 여유로 움을 느끼지만 전쟁은 그들이 무시한다고 하여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며 그것이 '또 시작한다'는 말이다.

"저렇게 서로 ~전쟁을 하지요." : 전쟁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 소바주는 왕정 때문에 이런 전쟁이 생겼다고 보고 있는데 반해, 모리소는 왕정이든 공화정이든 전쟁이 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사람들은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해 동의를 얻는다. 이런 대화는 작가의 세계관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들은 시야가 ~시작하였다. : 모리소와 소바주는 대단한 지식인도 아니며 날카로운 비판적 식견을 지닌 사람들도 아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평범한 사람들이 현실에 대해 나누는 극히 일상적인 대화일 뿐이다.

모샘치 : 잉어과의 민물고기. 모래무지와 비슷하나 주둥이가 짧고 구각에 한 쌍의 긴 수염을 갖춤, 몸빛은 등쪽은 담녹갈색, 배쪽은 은백색임.

그러자 - 반짝이게 하였다. : 사람과 물고기를 기묘하게 대응시켜 감정 이입 없이 비극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어망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는 무력한 물고기와 어떤 반항이나 변명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죽음을 맞게 된 사람의 처지가 만나고 있다.

이제는 고기들의 차례로군 :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자세의 비정함이 드러난 대화로, 두 사람을 처리했으니 이제는 그들이 잡아 놓은 고기를 요리해 먹겠다는 뜻이다.

아직 살아있는 - 맛있을 걸세 : 물고기들이 싱싱할 때 튀겨 먹겠다는 뜻으로 인간의 잔인성을 암시하는 말이다.

이해와 감상

사람들의 삶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이루어진다. 현실은 행복을 추구하고 이상을 실현하는 바탕이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그러한 일상마저 누릴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지극히 작은 일이 사람의 생명을 좌우한다.

이 작품은 전쟁으로 인한 일상적 삶의 파괴를 그리면서, 그 결과가 얼마나 엄청난 쪽으로 치닫는가를 보여 줌으로써 폭력의 정체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하는 작품이다. 변명이 불가능한 상황,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방식의 냉혹함, 그물망에 들어 있던 물고기의 운명과 인간의 운명을 대조해 보여 주는 기법 등에서 이 작품의 뛰어남을 느낄 수 있다. (출처 : 우한용 외 3인저 동아출판사 문학교과서)

감상2

이 작품은 프랑스의 작가 모파상에 의해 쓰여진 단편소설이다. 전쟁으로 인한 일상적 삶의 파괴의 결과가 얼마나 엄청난 쪽으로 치닫는가를 보여 줌으로써 폭력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하는 작품으로 사람들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이상을 실현시킨다. 일하고, 남은 시간을 이용하여 낚시를 하는 행위에서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전쟁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일상의 행복마저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일이 사람의 생명을 좌우한다. '두 친구'는 전쟁이 한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적 삶을 얼마나 철저하게 파괴시키는가를 잘 보여 준다. 변명이 불가능한 상황,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방식의 냉혹함, 그물 망에 들어 있던 물고기의 운명과 인간의 운명을 대조해 보여 주는 기법 등에서 이 작품의 뛰어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글의 특징은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전쟁 상황과 관련하여 인간은 사회에 종속된 관계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기법에서는 조그만 진실을 폭로하는 모파상의 태도는 지극히 담담하며 철저한 보여주기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보여주기란 작가의 의도나 주관을 철저히 숨기고 객관적으로 진술함으로써 모든 판단을 독자에게 맡기는 기법이다. 이 소설에서는 작가가 등장 인물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건과 장면을 사실적으로 그림으로써 전쟁이 갖는 비정성과 비극성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이 작품은 모파상의 작품 경향이 초기의 염세주의에 빠진 냉소적 폭로에서 차츰 벗어나 '무서운 단순한 사건'을 꾸밈없이 담담하게 쓰는 것이 그의 특징으로 자리잡을 무렵의 작품이다.

심화 자료

모파상의 작품 경향

모파상은 여섯 편의 장편 소설과 백 수십 편의 중·단편을 썼으나. 그의 진가는 단편소설에서 발휘되었다. 플로베르의 지도 밑에서 체득한 간결한 문장과 주관을 섞지 않은 순 객관적 묘사는, 그로 하여금 가장 자연주의적인 작가로 만들었다. 그의, 가벼운 필치고 재치 있게 풍경을 포착하고 인물의 움직임을 적절히 표현하는 수법은 고전 작가를 능가하는 데가 있다. 그의 작품은 일반적으로 깊은 철학이 없다는 평을 받는데, 그러면서도 전체를 지배하는 일관된 감수성과 고독감은 인생의 허무에 떠는 그의 불안한 넋을 반영하고 있다.

자연주의

문예상의 자연주의란 사실주의의 뒤를 이어 소설과 연극에서 일대 세력을 차지했던 유파를 말한다. 사실주의와의 구별은 불분명하며 사실주의의 한 분맥이라고도 한다. 사실주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려고 하지만, 자연주의는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그 관찰에다 실험을 덧붙여 보려고 하다. 즉, 사실주의는 관찰과 경험을 존중하지만 자연주의는 관찰과 경험에다 또 실험을 존경한다. 자연주의에 의하면 예술 작품은 실험실에서의 생물학자와 같이 정확한 관찰과 엄밀한 실험에 의하여 제작되어야만 한다. 이렇게 실험적·과학적 문학을 목표로 하는 자연주의는 세계와 인간을 어디까지나 자연 법칙하의 물적인 것으로 보고, 이성보다는 정욕을, 정신보다는 동물적 충동을 관찰의 대상으로 하여, 자연 과학적 방법으로 파악하여 그것을 세밀히 그려내려고 했다.

보불전쟁

나폴레옹은 프로이센의 세력이 강대해져서 프랑스가 위협함을 느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대내외로 떨어지는 그의 위신을 전쟁으로 해결하고자 하였다. 비스마르크쪽에서도 프랑스가 강력하게 버티고 있는 한 독일 통일에 방해가 됨을 깨닫고 전쟁을 환영하였다.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은 스페인 왕위 계승 문제였다. 1870년 7월 프랑스는 선전 포고를 하고 의기양양하게 전선을 향했으나, 도저히 프로이센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 소식을 들은 파리 시민들과 지도자들은 공화국(제3공화국)을 수립하고 프로이센군에 대한 항전을 벌였다. 4개월여에 걸친 용감한 대항에도 불구하고 파리는 함락되었다. 프랑스는 프랑크푸르트 조약에서 알사스 및 로렌의 일부를 프로이센에게 양도하고,막대한 배상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뿐만 아니라 프로이센왕은 직접 파리에 입성하여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독일 황제임을 선포하게 되었다.

베르코르의 '바다의 침묵'

베르코르의 '심야 총서' 제1권에 들어 있는 단편 소설로 1942년 출간된 작품이다. 선의(善意)의 두 독일 군인의 입을 통하여 나치스를 공격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일인이 다 나치스의 광신도(狂信徒)는 아니었다는 작가의 주제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저항의 대상은 나치스 독일인이고, 나치즘이며, 선의의 독일인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적(國籍)만 보고 개인을 미워하면 나치즘에 동조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입을 열면 맞장구를 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 두 사람은 침묵을 지켜야 했다. '바다의 침묵'은 그러한 인간성 옹호와 심리의 고뇌를 주제로 하고 있다. 저항을 묘사하여 고취시킨 이 작품이 향취 높은 시정(詩情)을 지니게 된 것도 그런 점에 있다.

우리 나라는 아직도 지역 감정이라는 편견이 살아 있고, 그 편견은 도처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제는 평범한 사람들조차도 그러한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지역 감정이라는 것이 정치적 권력 획득을 위해서 만들어진 허무맹랑한 것임에도 그 편견은 삶에서는 일상화되어 버린 것이다. 사람들이 어느 지역에서 속하기 때문에 본의와는 다르게 반이성적이고, 반지성적인 대화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편견과 증오에 동참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우리는 '이것이 아닌데'라는 생각을 가진 분에게 베르코르의 '바다의 침묵'이라는 책을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정말로 미워해야 하는 것은 국적과 지역과 출신이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반역사적인 가치들이다. 그것을 모르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지만 말이다.

'송경아'가 말하는 인생에서 최고의 책

내가 제일로 치는 책은 역시 베르코르의 [바다의 침묵]이다. 정확히 말하면 책이라기보다 단편인데, 나는 이 단편을 중 2때 읽었다. 물론 그때는 이 작품의 사회적 맥락을 알지 못하고 그저 절제된 사랑 이야기 정도로만 이해했을 뿐이다. 나이 들어 다시 보자 그 단편이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점령된 프랑스라는 맥락 하에서 읽어야 하는 작품임을 알게 되었다. 인간적으로는 호감이 가고 나중에는 연정까지 느끼게 되는 사람이지만 조국 프랑스를 점령한 독일군인이기 때문에 독일 장교에게 끝까지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프랑스 처녀와, '선의의 침략'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가 전쟁의 논리에 믿음을 배반당하고 죽음을 향해 자신을 내던져버리는 독일군 장교의 말 한 마디 없는 짧고 강렬한 사랑은 어린 내 마음에 화인을 찍었고, 커서 보았을 때는 전쟁 중에 레지스탕스 신문에 저런 로맨스를 실을 수 있었던 프랑스인들의 여유에 감탄했다. 어렸을 때에는 로맨스로, 커서는 전쟁 중에도 품위를 버리지 않는 투쟁이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다가온 작품이었다. 나이가 들고 삶이란 크나 작으나 세상과의 전쟁이라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되면서 그 믿음은 점차 소중해져 간다.

나는, 읽는 책과 그에 대한 평가가 나의 사람됨과 직결된다는 고전적인 믿음을 간직하고 있다. 변화와 발전이 없는 삶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나의 '최고의 책/최악의 책'도 자꾸자꾸 바뀌어갈 것이다. 내년 이맘때쯤 나의 최고의 책은, 최악의 책은 과연 어떤 책일까. 그 기대 때문이라도, 나는 시간이 가는 것이 두렵지 않다.

(출처 : 송경아 /1971년 생. 연세대 전산학과 졸업. 1994년 계간 [상상]에 단편 「청소년 가출협회」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아기 찾기](민음사), [엘리베이터](문학동네), [책](민음사), [테러리스트](문학과지성사) 등을 냈다. ‘소문난 독서광’으로 꼽히는 필자의 독서취향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면, 문학 무크지 [새로운](김영사)의 창간호이자 폐간호에 실렸던 ‘송경아 - 다카하시 겐이치로’ 인터뷰 기사를 찾아 읽으실 것. 조지프 헬러의 [캐치 - 22]를 비롯해 데이빗 롯지의 [아주 작은 세상] 등을 놓고, 두 사람 사이에 그야말로 ‘죽이 맞는’ 유쾌한 대화가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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