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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 동화 / 방정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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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하늘도 슬픈 일이 있는 듯이 음산하고 추운 흐린 날이었습니다. 하얀 눈이

펄펄 내리기 시작하는데, 행인도 적은 동리 밖 신작로로 하잘것없이 엉성한

상여 한 채가 지나갔습니다.

몹시 빈한한 집인지, 상여 뒤에 따라가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고, 열세

살쯤밖에 안 된 어린 소년 한 사람이 흰 모자, 흰 상복을 입고, 울면서 따

라갈 뿐이었습니다.

하다 못해 개 한 마리라도 따라오는 게 있었으면 덜 섭섭하겠다.

, 상여 메고 가는 사람은 속으로 생각하지마는, 참말 강아지 한 마리도

따라오는 것이 없었습니다.

길거리에서 보는 사람마다,

에그, 얼마나 외롭길래 저 어린 것 하나밖에 따라가는 사람이 없단 말

인가.

아이구, 불쌍해라. 혼자 따라가는 아이가 좀 가엾은가.

하고 동정하고, 그 중에도 마나님 같은 이는 눈물까지 글썽글썽하여 소매로

눈을 씻고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슬픈데 그런 말을 듣는 어린 상주는 그만

전신이 바시시 으스러져서 땅속으로 들어가는 것같이 슬퍼서 그냥 느끼어

울면서 따라갔습니다.

그 때에 그 불쌍한 꼴을 보고 섰는 사람들 틈에 학교에서 돌아오는 소학생

세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애야, 아마 저 애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돌아가신 모양인데 따라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구나.

오죽 구차하고 외롭길래 그렇겠니.

오냐, 우리들이라도 따라가 주자. 혼자 가는 애의 마음이 오죽 외롭고

슬프겠니.

책보를 든 채, 배고프고 추운 것도 잊어버리고, 어린 학생 세 사람은 어른

들 틈에서 튀어나와 가엾은 상여의 뒤를 따라 먼 산중까지 가 주었습니다.

 

〈《어린이 7 2, 1929 2월호, 방정환

 


출처 : 공유마당

이용조건 :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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