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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승(童僧) / 본문 및 해설 / 함세덕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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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승(童僧) / 함세덕

 

 본문

등장 인물

정심(淨心) : 상좌승                         

젊은 승들

도념(道念) : 사미승, 14세                   

과부

미망인(未亡人) : 서울 안대갓집 딸          

새댁

초부(焦夫)                                 

노인

인수 : 초부의 아들                          

총각

미망인의 친척들                            

참예인(參詣人)들

                        

때 : 초겨울

장소 : 동리에서 멀리 떨어진 심산 고찰(深山古刹)

 

무대 : 숲을 뚫고 가는 산길이 산문으로 들어간다. 원내에 비각, 그  뒤로 산신당,  칠성당의 기와  지붕, 재  올리는 오색기치가 펄펄 날린다.  후면은 비탈. 우변 바위  틈에 샘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는 물통이 있다.

 

재 올린다는  소문을 들은 구경꾼떼들 산문으로  들어간다. 청청한 목탁 소리와 염불  소리  이따금  북소리.  도념,  물지개에  걸터  앉은 채,  멀거니  동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따금  허공을 응시하다가는, 고개를 탁 떨어뜨리고 흐느낀다.

초부, 나무를 한 짐 안고 들어와, 지게에 얹는다.

 

도념 : 인수아버지. 정말 바른 대루 허기해 주세요. 우리 어머니 언제 오신다고 하셨어요?

초부: 내년 봄 보리 베구 나면 오신다드라.

도념: 또 거짓말?

초부: 거짓말이 뭐니? 세상 없어도 이번엔 꼭 데리러 오실껄.

도념: 바위 틈에  할미꽃이  피기가  무섭게, 보리베니  하구  동네만 내려다 봤어요. 인수 아버지네 보리를 벌써 다섯 번째 베었지만 어디 오세요?

초부: 내년만은 틀림없을 게다.

도념: 동지, 섣달, 정월, 2월, 3월, 4월 아이구 아직도 여섯 달이나 남았군요?

초부: 뭘, 세월은 유수 같다고 하지 않니?

도념: 여섯 달을 또 어떻게 기다려요?

초부: 눈 꿈쩍할 사이야.

도념: 또 봄보리 베구 나서 안 오시면 도라지 꽃이 필 때 온다고 넘어갈라구?

초부: 이번만은 장담하마. 틀림없을 게다. (도념의 팔을 붙잡고 백화목 밑으로 끌고가며) 이리 오너라. 내가 여섯 달을 빨리 기다리는 법을 가르쳐 주마.

도념: 그만둬요. 또 속일려구?

초부: 한번만, 더 속으려무나.

초부.  도념을 나무에  세우고 머리  위에 세  치쯤  간격을 두고  도끼를 들어 금(線)을 긋는다.

도념: (발돋움하며) 이거 너무 높지 않어요? 작년 봄에 그은 금은. 두 치 밖에 안 됐어요.

초부: 높은  게 뭐니?  네가 이 금까지  자랄 땐  여섯 달이 다  가구. 뒷산에 꾀꼬리가 울구  법당 뒤엔  목련꽃이 화안히  필 께다.  그럼 난 또  보리를 베기 시작하마.

도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  안 빠지고 아침이면  키를 재 봤어요. 그은 금까지 키는 다 자랐어두 어머니는 안 오시던데요 뭐?

도념 물지개를 지고 일어선다. 서서 걸음 걷다가 기침하며 콱 쓰러진다.

초부: (달려가 붙들며) 아니. 물은 하루종일 길으라던?

도념: 할 수 있나요.

초부: 제기. 마당에다 배를 띌라나부다.

도념: 가마솥에, 세번이나 꼭 차게 길어 붰는데두, 모자라는 걸요.

초부: 그걸 다 어따 쓴다던?

도념: 어따 쓰는 게 뭐예요? 떡을 세 시루나 찌구, 전야 부침게를 이틀을 두고 부쳤는데, 그 설겆이가 좀 해요?

초부: 거 참 누군지 굉장히 지낸다.

도념: 왜  우리 절  도사들이 때에는 안  갔었어요? 서울  안대갓집 재 올리니 시주하라구 갔었을 텐데?

초부:  오셨더라. 아,  요전 사십구일  재 지냈으면  그만이지, 백일  재는 또 뭐니?

도념: 죽은 혼이, 백일 만에야 가시문을 열구, 극락엘 들어가거든요.

초부: 그 댁이 아마 이 절에 시주 그 중 많이 했을걸?

도념: 저-칠성당두,  그이 할머니가  지으셨데요. 작년에 종각  기둥이 썩어서 쓰러지게 됐을때두, 그 댁에서 고쳐주구요.

초부: 참, 언젠가  스님두 그러시더라, 서울 안대갓집  아니면 이 절을 버티어 나갈 수가 없다구.

도념: 못  꾸려나가구 말구요.  우리 절은 본산(本山)처럼  추수하는 게 없구, 시주받는 것두 적거든요. 그런데  그 대갓집에서는, 해마다 쌀을 열 가마씩 공양해주구,  한번  재를  올리는  날이면,  노구메를  두  솥씩  세  솥씩 지어줘요. 그래서 재가 끝나면 그 밥을 말렸다가 다음 젯날까지, 두구두구 먹는 걸요.


구경오는 부인네들 한 떼가 숨을 가쁘게 쉬며 올라온다.

 

과부: 극락이 이렇게 높다면, 난 지옥엘 갈망정 안 갈래유.

새댁:  숨  좀 돌려가지구  들어갑시다.  (원내를  기웃거리다  안을 가리키며 초부에게) 저이가 서울서 온 분이에요?

초부: (나가며) 난 이 절 사람이 아니요. (도념을 가리키며) 얘더러 물어보슈.

초부 다시 나무를 긁으러 내려간다.

도념: 네, 저이가 바로 서울서 오신 안대갓집 아가씨세요.

과부: 어디?

새댁: 지금 당장 앞에서 신발 신는 이가, 바루 그 대갓집 딸이라는구료.

도념:  (자랑하듯이) 저  아가씨는 언제든지  하아얀 두루마기에다  하아얀 털 목도리를 하구 오신답니다.

과부: 대갓집 딸이란, 아닌게 아니라 다르군요. 인품이 절절 흐르는 데.

도념: 머리에두 모두 금붙이만 꽂았어요. 참 이쁘지요?

새댁: (웃으며) 이녀석아. 이뿐지 미운지, 네가 아니?

도념: 왜 몰라유?  이 절에 오는 사람 중에서  저 아씨같이 예쁜 이는 없어요. 목도리를 벗으면 목이 눈같이 하아예요.

과부: 조그만 녀석이 그게 무슨 소리야?

새댁: 그럼 넌 예전부터 알았겠구나?

도념: 그러믄요.  어렸을 때부터  안 걸요. 그이가  처음 불공을  드릴 때 '난 아이가 없어 축원까지 드리는데 어쩌면  느 어머닌 너를 이 절에다 두구 돌보지도 않니' 하면서 울라구 하겠지요.

과부: 에구 고것이야. 말두 음전하게 하네.

도념: 참, 어데서들 오셨지요?

새댁: 여기서 한 백 리 떨어진 가좌을서 왔어.

도념: 저, 그 동네에 혹시 저 대갓집 따님 같은 이 사시는 것 모르세요.

과부: 그런 인 없어. 왜?

도념: 우리 어머니두 꼭 저이같이 생기셨거든요.

새댁: 그래?

도념: 만나시거든 꼭 나한테 좀 알려주세요.

과부: 그래라.
 

여자 구경꾼들 산문으로 들어간다. 남자 구경꾼들 또 한 패가 올라온다.

 

총각 : 얘. 재 다 지냈니?

도념: 아니여요. 조금 있으면 끝나요. 어서들 들어가 보세요.

노인: 누군지 자식 한번 똑똑하겐 났군?

총각: 그러게 말이예요.

노인: 얘가 이렇게 출중하게 생겼을 땐 얘 어머닌 얼마나 이뻤겠나?

도념, 원망스러운 듯이 구경꾼들을  쳐다본다. 고개를 푹 숙이고 물지개를 들고 비틀거리며 나간다.  

총각: 얘 내가 좀 들어다주랴?

도념: 스님 보시면 꾸중하셔요.

노인: 아아니, 왜 꾸중을 하시니?

도념: 아침에두  저어기서 나무하는 이가 길어준다구  하시기에 맡겼다가 혼난 걸요.  서방대사들은  가시덤불이나  부의에  앉은  채 3년씩  4년씩  식음을 전폐하고 난행(難行) 고행을 하시며 수업을 하시는데, 너는 요까짓 물 긷는 괴로움두 못 참느냐구 하시면서 야단야단 하셨어요. (하고 원내로 들어선다)

총각: 쟤가 그 처녀중이 나가지고 삼밭에다 버리구 간 애랍니다.

노인: 처녀중이?

총각: 네,  지금은 없어졌지만, 10여  년 전에 이 산  너머에 여승들만이 사는 니암(尼庵)이 있었대요.

노인: 그럼, 파계를 한 셈이군?

총각: 그렇지요.  아주 신앙이  굳은 여자였었는데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란 할 수 없나봐요.

노인: 남자는 뭐하는 사람인데?

총각: 사냥꾼이라는군요.  매일 사냥하러  이 산에  드나드는 중에  둘이 눈이 맞았다나 봅니다.

노인: 그럼 지금두 살아 있긴 하겠군?

총각: 살아 있다나 봅니다.

노인: 그럼, 스님이 오늘까지 잴 주워다가 키우셨겠군?

총각: 그렇지요.  즈 어머니가  쟤가 아홉살 때  한번 다녀갔다는군요. 허지만 쟤는 보지두 못했지요. 스님한테만 갈  적에 , 내년 봄 보리 비구 나서 꼭 데리러 온다구 하더니 이내 깜깜소식이라는군요.

노인: 그럼, 스님께선 즈이 부모 사는 데를 아시긴 하겠군?

총각: 아시지만 당최 안 가르쳐주시는 모양이에요.
 

동리  어린이들 한패가  산문에서 나와  인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비탈길로 나란히 내려간다.  도념, 나무에 기대서서 어린  아해들을 멀거니 바라본다. 무슨 설움이  복받치는지  나무에  얼굴을  파묻고  허희한다.  상좌승(25세쯤)  정심, 산문에서 나온다.

 

정심: 도념아, 재 다 끝났다. 어서 들어가, 마님들 진지상 봐라.

도념: (무언)

정심: 너 또 동네 내려가구 싶은 게구나?

도념: 알면서 왜 물으세요?

정심: 너는 언제나 스님의 말씀을 터득한단 말이냐?

도념: 나두 재들처럼 좀 맘놓구 놀구 싶어요.

정심:  넌, 아직두  그런  생각밖에  할 게  없니?  스님께서  뭐라고 하시든? 우리들은 인간 속세 가운데서 그중 유복한 사람들이라구 늘 하시지 않든?

도념: 유복이 무슨 유복이에요.

정심: 그게 무슨 소리니?

도념:  1년에 한두  번, 동네에  내려가서 놀라구  하신 적이  있어요? 남들은 단오날은  그네를 뛰구  노는데  여기서는  재만 지내지  않어요?  정월이라구 윷 한번을 놀게 한 적이 있어요?

정심: 아무래두 네가 요새 암(庵)에서 섭(攝)한 모양이다. 요새가 그중 위험한 때야. 만일  믿음이 약해  꾀임에 넘어간다면,  이때까지 쌓은 공덕두  다 허사가 되구 만다.

도념: 좌상께서는, 어깨동무하고 내려가는 동네 애들을 보시면서두 그러세요?

정심: 그럼 넌 그애들이 유복하단 말이야?

도념: 네, 어머니 아버지가 있구, 동생들 누나들이 있구, 참 재미나게 산다니, 그게 정말 유복이지 뭐예요?

정심: 스님께서 그 소릴 들으셨다면 또 펄쩍 뛰시겠다. 사람이 부모를 따르는  거나 동네에  살구 싶어하는  것은 모두 번뇌  때문이라구 말씀하시던 것을  또 잊은  게구나?  산하구  절밖에 세상을  모르구  사는  것이니까 우리들 신세야말로 부처님께 치하하지 않으면 안 된다구 하시지 않더냐?

도념: 그 말은  귀에 젖었으니까 그만 하시구,  저한테 우리 어머니 얘길 몰래 좀 들려주실 수 없어요?

정심: 나이도 그만큼 먹었는데, 넌 입때 어머니 생각을 하구 있니?

도념: 요새는  참말 한번  보구 싶어요. 좌상은  우리 어머닐 보셨으니까 아시지요?

정심: 본 적 없어.

도념: 뭘요?  또 속이시려구.  우리 어머니가  날 보리구 이  절을 도망하시던 해까지, 3년이나 같이 계셨다구들 그러든데요 뭐?

정심: 그건 공연히 하는 소리들이야.

도념: 꼭 좀 가르쳐주세요, 네? 스님. 몰래 지금 계신 데를 좀 가르쳐주세요.

정심: 벌써 그때가 10년 전 일인데, 낸들 지금 어떻게 알겠니?

도념: 스님이 가르쳐주지 말라구 하셔서 그렇지요?

정심: 스님도 모르시어.

도념: 모르시는  게 뭐예요?  5년 전에  여기 다녀까지 가셨는데  어쩌면 나만 살짝 빼놓구 못 보게 하셔. 좌상은 얼굴은 아시겠지요? 어떻게 생기셨지요?

정심: 하두 오래 돼서 그것도 잊어버렸다.

도념: 대강 어렴풋이라두 생각은 나시겠지요?

정심: 눈앞에 모습이 가물가물하다가는 희미해져 버리니까 통 기억이 안 난다.

도념: 생각나시는 대루만두 좋으니 좀 얘기해 주세요.

정심:  작년에두  얘기했지만,  저  서울  안대갓집  아씨같이 생기신  것만은 틀림없다.

도념: 정말 그렇게 이쁘셨어요?

 

북소리와 법당에서 나오는 참예인들의 왁자지껄한 떠드는 소리.

 

정심: 모두들 나오시는 모양이다.

도념: 으응? 아씨가 왜 이리 나오실까요?

장안부자,  안대갓집  딸, 시름없이  나온다.  하아얀  소복을  입었다. 얼굴엔 수심이 가득히 끼었다.

정심: (허리를 굽히어) 얼마나 가슴이 아프시겠읍니까?

미망인: 기만 막힐 따름이지 슬프지두 않군요.

도념 황홀한 눈으로 미망인을 주시한다.

 

정심 : 남달리 영악하구 귀여운 도련님이었으니까, 부처님께서 몸소 가까이 두시려구 불러가신 모양입니다.

미망인 : 그 애는 극락엘 갔으니 좋겠지만, 내야 그래두 살아 있는 것만 어디 합니까?

정심 : 인간 번뇌 모르구 타계(他界)하는 게 얼마나 행복합니까?

미망인 : 그 애 하나를 낳으려구 꼭 백일 기도를 했었어요. 오늘 백일재(百日齋)를 지낼 줄이야 꿈엔들 생각했겠어요?

정심 : 상심되시겠습니다.

미망인 : (비로소 도념이 자기를 뚫어질 듯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쟤가 4월 파일날 내가 불탄제(佛誕祭) 올리러 왔을 때 산목련(山木蓮) 꺾어 주던 애지요?

정심 : 그랬던가요?

미망인 : (도념에게) 아니 너 그 동안 퍽 컸구나.

도념 : (수줍어 고개를 숙인다.)

미망인 : 네가 준 그 목련꽃, 갖다가 병에 꽂아 뒀는데, 보름이나 살았더랬어.

도념 : (희한한 듯) 그래요? 여기선 방에 갖다 두면 향불내에 단박에 시들어 버려요. 역시 동넨 좋군요?

정심 : 그 날 아씨께서 내려가신 후, 얘는 산에서 저절루 나는 생물을 두구 보지 꺾었다구 스님께 여간 꾸중을 듣지 않았답니다.

미망인 : 아이 저를 어쩌나, 나 때문에?

   도념 울듯울듯 미망인을 바라본다.

미망인 : 그렇게 나를 자꾸 보지 마라.

정심 : 도념아, 그만 들어가라.

도념 : 네.

미망인 : (나가려는 도념을 붙들며) 그대로 두세요. 잠깐만 더 있다 가게. (도념에게) 아까 내가 방에 들어갔을 때두 창 틈으로 들여다보구 있었지?

도념 : 아아니요.

미망인 : 아니가 뭐야? 내가 두 눈으로 확실히 봤는데? 그리구 승방(僧房)에 갔을 때두 벽 뒷문으로 내다보구서 뭘?

도념 : 좌상께서 우리 어머니 얼굴두 꼭 아주머니같이 이쁘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난 아주머니만 보면 왜 그런지 괜히 좋아요.

미망인 : 응? 나같이 생기셨어?

도념 : (울음 섞인 소리로) 그렇지만 마음만은 야차(夜叉)같이 악독하시대요. 그래서 저를 데려가시지 않는대요.

미망인 : 그러시길래 널 버리구 가셨지?

도념 : 그런데 왜 목도리를 안 하구 나오셨어요.

미망인 : (약간 놀라며) 목도리? 응, 방에 벗어 놨어. 골치가 좀 아프길래 바람좀 쐬려구 나왔지.

정심 : 얜 동네 애들 설날 기다리듯, 아씨댁 재 올리는 날만 기다린답니다.

미망인 : 나를 그렇게 보구 싶어했어요?

정심 : 그러믄요. 아주 '하이얀 털목도리 한 부인'이라고 아씰 부른답니다.

미망인 : (도념의 두 손을 뺨에다 갖다대며) 나두 왜 그런지 너를 볼 적마다 마음이 끌렸었단다. 너 이 절 떠나서 살구 싶지 않니?

정심 : 아씨, 이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도념 : 살구 싶어요. 동네 내려가서 살구 싶어요. 하지만 스님이 못 내려가게 하시는 걸요.

미망인 : 스님껜 내가 잘 말씀 여쭤 볼게. 오늘이 백일재 마지막 날이니까, 우리 인철이두 편안히 극락에 갔을 거야. 그러니까 너 우리 집에 가서 나를 어머니라구 부르구 살잔 말이야.

도념 : 정말이세요? 거짓말 아니지요? 절 속이시는 건 아니겠지요?

미망인 : 내가 언제 거짓말했니?

도념 : 아아니요, 허지만 모두들 나한테 거짓말만 하니까 통 믿을 수가 없어요.

미망인 : 그럼 나만은 거짓말 안 하는 사람인 줄 알면 되지 않니?

도념 : 네, 저를 꼭 데려가 주세요.

정심 : 도념아, 어데다 어리광을 피구 이러니? 아씨, 얘를 양자 삼으실 생각만은 아예 마십쇼. 스님께서 절대루 허락 안 하실 겁니다.

도념 : 아니에요. 아주머니께서 잘 말씀 여쭈면 됩니다. 스님께서두 절더러 꼭 따라가라구 하실 거예요.

미망인 : 염려 마라. 너 입때까지 서울 못 가 봤지?

도념 : 네, 여기서 멀다지요?

미망인 : 한 400리 간단다.

도념 : 가 보진 못했지만 스님께 말씀은 많이 들었어요.

미망인 : 무슨 말씀?

도념 : 옛날에는 대궐이 있었다구요.

미망인 : 지금두 있어.

도념 : 우리 본산 대웅보전(大雄寶殿)이나 약사당(藥師堂)보다 수십 배나 크다지요?

미망인 : 그럼, 그 뒤루 삥 돌려 성이 있구 동서남북 사대문이 있어. 옛날에 저녁종만 치면 대문을 닫고 댕기지를 못하게 했단다.

도념 : 스님께서두 궁전은 같은 속세 중에서도 그 중 깨끗하구 귀한 곳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절더러, '사람이 십선(十善)의 왕위(王位)에 태어나 궁중에 살게 되려면 전생에 그 만한 공덕(功德)을 싸놓지 않으면 안 되니까, 너두 열심히 도를 닦아, 금생(今生)에 좋은 일을 많이 해 놓아 후생(後生)에 가서 고귀한 몸이 되도록 하라.'구 하셨어요.

정심 : 그렇지만 아씨댁은 궁전이 아니라 민간의 집이야.

도념 : 서울은 마찬가지지 뭐에요? 좌상, 좌상께서두 스님께 잘 말씀해 주세요.

미망인 : (도념을 조용히 바라보며) 날더러 '어머니.' 하구 불러 봐.

도념 : (가늘게) 어머니!

미망인 : (그를 껴안으며) 일생 너를 친자식같이 생각하구 내 곁에서 안 놓을 테다.

정심 : (눈물을 닦으며) 스님이 허락하시면 좋겠습니다만 원체가 완고하신 양반이구, 또 얘 어머니 과거가 과거니만치 좀처럼 승낙하실 것 같지 않군요.

미망인 : 너 여기 있거라. 내가 가서 스님께 말씀 여쭙고 올게.

정심 : 양자 달라구 하는 이가 어디 한 분 두 분이었나요?

     미망인 원내로 들어간다. 정심 뒤따른다. 도념 입에다 손을 대고 '인수 아버지' 하고 부른다. 멀―리 '인수 아버지'하고 산울림 퍼져 온다. 초부 '왜 그러니?' 하며 갈퀴를 들고 들어온다.

도념 : (좋아하며) 난 서울 가요. 난 서울 가게 됐어요.

초부 : 서울?

도념 : 네.

초부 : 너 또 도망가려구 하는 게 아니냐?

도념 : 도망이 뭐에요? 하이얀 털목도리 한 부인이 날 데려다 쉬영아들을 삼는댔는데.

초부 : 쉬영아들? 너 그게 정말이니?

도념 : 그러믄요. 지금 스님께 승낙 맡으러 가셨어요.

초부 : 도념이 운 틔었구나.

도념 : 난 속으루 벌써부터, 언제든지 그 부인 입에서 이 말이 나올 줄 알았어요.

초부 : 네가 하로밤 새에 대갓집 쉬영아들이 된다니, 아주 그야말루 꿈 같구나.

도념 : 그이가 불공 드리기 전에, 나한테 한 얘기가 있어요.

초부 : 뭐라구 했길래?

도념 : '아이 그 얘 참 의젓하게두 생겼다. 쉬영아들 삼았으면 좋겠네.' 아, 이러더니 그 말이 정말이었군요.

초부 : 나도 서울 가면 한번 찾아가마.

도념 : 네, 꼭 오세요. 사랑에다 모셔 놓구 한 상 잘 차려 드릴께요. 인수 아버지 좋아하시는 술두 많이 드리구요.

초부 : 그래라. (하늘을 쳐다보며) 어째 눈이 올라나 부다.

도념 : 퍽퍽 쏟아져두 좋아요. 샘가에 빙판이 지면 또 물을 어떻게 긷나 하구 걱정했지만 인젠 괜찮아요. 서울 아씨댁엔 시종들이 많으니까 제가 안 길어두 될 거예요. (2, 3보 나가다가 돌연 생각난 듯이 발을 멈추며) 에구 깜박 잊어 버렸드랬네. (하고 급히 비탈길로 달려간다.)

초부 : (펄쩍 뛰며) 너 또 토끼 덫을 쳐놓은 게구나?

도념 : (돌아보며) 걸쳤을 거예요. (하고 쏜살같이 내려간다. 초부, 부근의 낙엽을 긁는다.)

도념의 소리 : 인수 아버지, 인수 아버지.

초부 : (내려다보며) 걸쳤니?

도념의 소리 : 네, 여간 크지 않아요. 망 좀 잘 봐주세요.

초부 : 그래라.

  이 때 주지, 미망인과 원내에서 나온다.

초부 : (절하며) 스님, 안녕하셨습니까?

주지 : 음, 많이 했나?

초부 : 어젯밤 바람엔 도토리가 상당히 많이 떨어졌습죠.

주지 : 묵이나 잘 쑤거든 한 목판 갖다 주게.

초부 : 네.

주지 : 참, 그리구 어렵지만 들어가서 손님들 상 좀 날러 주게. 손이 모자라 쩔쩔매구들 있으니. (미망인에게) 말씀만은 고맙습니다마는, 절대루 속세에 안 내보낼 작정이니까, 오늘 이야기는 이대루 거둬 두시지요.

    초부, 원내로 들어가며 손을 돌려 도념에게 스님 오신 신호를 한다. 그러나 도념은 모르는 모양이다.

미망인 : 허지만 저 애 앞길두 생각해 주셔야 하지 않겠어요? 이대루 절에서 늙히실 작정이시라면 모를까…….

주지 : 늙히지요. 이 더러운 속세에 털끝만치나 서방 정토(西方淨土)의 모습을 갖춘 곳이 있다면 그것은 이 절밖엔 없으니까요.

미망인 : 세상에서 죄를 짓구 들어왔다면 모를까, 아직껏 동네 구경두 못 한 것을 일생 여기서 보내게 하신다는 건…… 뭐라구 했으면 좋을까. 좀 가혹하시다구……?

주지 : 속세 구경 못 한 게 얼마나 다행합니까?

미망인 : 그렇지만 벌써 부모 생각을 하구 세상에 가서 살구 싶어하지 않아요? 더군다나 나이 먹으면 여기 있는대두 세상 사람들의 번뇌는 자연히 갖게 될 거라구 생각해요.

주지 : 설혹 갖게 되더라두 단지 그리워하구 보구 싶어할 따름이지, 술을 먹구, 계집을 탐내구, 부처님이 말리시는 육계(六戒)를 태연히 범할 염려는 없거든요.

미망인 : 그런 것을 하게 제가 가만두나요?

주지 : 아무리 말리신대두 자연 듣구 보는 게 그것밖에 더 있습니까?

미망인 : 왜요? 집에서 내보내지 않구 여기서처럼 경문 읽게 하구 수업시키면, 스님께 강의받는 거나 다름없지 않아요?

주지 : 이 사방이 탁 트인 산간에서 동네 내려가구 싶어하는 녀석이, 서울 가서 행길에 안 나가려구 하겠습니까?

미망인 : 그럼, 저한테 몇 해만 맡겨 주세요. 데리구 있다가 도루 돌려 보내 드릴 테니.

주지 : 저는 다―만 번뇌의 기반에서 도념이를 미연에 막기 위해 이러는 겁니다. 한번 발을 내려놓구 다시 생각하면 그 때는 버얼써 제 자신이 얼마나 깊은 구렁에서 헤매구 있다는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 미처 발을 뺄 수가 없이 전신이 죄구렁으로 휩쓸려 들어가거든요. 저두 속세에서 발을 끊구 불문에 귀의할 때까지는 이만저만한 수업과 고행을 쌓은 게 아닙니다. 제가 당해 보구 하는 것이니 자꾸 조르지 말아 주십시오.  

 

출처 : http://www.littlemonk.co.kr/ 동승 사이트

 

(중략)

 

도념 : (홀연히) 스님, 전 세상에 가서 살구 싶어요.

주지 : 닥듸려! 무얼 잘했다구 또 그런 소릴 하구 있니?

도념 : 절더러 거짓말 한다구만 그러지 마시구, 저한테 어머니 계신 데를 가르쳐 주십쇼.

주지 : 네 어미란 대죄를 지은 자야. 너에겐 에미라기보다는 대천지원수라는 게 마땅하겠다. 파계를 한 네 에미 죄의 피가 그 피를 받은 네 심줄에 가뜩 차 있으니까. 너는 남이 한 번 헤일 염주면 두 번 헤어야 한다.

도념 : 왜 밤낮 어머니 욕만 하십니까? 아름다운 관세음보살님은 그 얼굴처럼 마음두 인자하시다구 하시지 않으셨어요? 절에 오는 사람마다 모두들 우리 엄마는 이뻤을 것이라구 허는 걸 보면 스님 말씀 같은 그런 무서운 죄를 지으셨을 리가 없어요.

주지 : 그건 부처님에게만 여쭙는 소리야. 너 유식론(唯識論)에 씌인 경문 알지?

도념 : 네.

주지 : 외면사보살 내면여야차(外面似菩薩 內面如夜叉)라 하셨니라. 네 어미는 바루 이 경문과 같이 얼굴은 보살님같이 아름답지만, 마음은 야차같이 무서운 독물이야.

도념 : 스님, 그렇게 악마 같을 리가 없습니다.

주지 : 네 아비의 죄가 네 에미에게두 옮아서 그러니라.

도념 : 옮다니요?

주지 : 네 아비는 사냥꾼이거든, 하루에두 산 산짐승을 수십마리씩 잡어, 부처님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 대악무도한 자야. 빨리 법당으로 들어가자. 냉수에 목욕하구, 내가 부처님께 네가 저지른 죄를 모다 깨끗이 씻어 주도록 기도해 주마.

도념 : 싫어요 싫어요. 하루 종일 향불 냄새를 쐬면 골치가 어찔어찔해요.

주지 : 이게 무슨 죄받을 소리니? (조용히 달래며) 도념아, 너 저 연못을 봐라. 5월이 되면 꽃이 피고, 잎사귀엔 구슬 같은 이슬이 구르구 있지 않니? 저렇게 잔잔한 연못두 한 겹물만 퍼내구 보면 시꺼먼 개흙투성이야. 그것뿐인 줄 아니? 10년 묵은 이무기가 용이 돼서 하늘루 올라갈랴구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비 오기만 기다리구 있단다. 동네두 꼭 저 연못과 마찬가지야. 겉으루 보면 모두 즐겁구 평화한 듯하지만 속에는 모든 죄악과 진애(塵埃)가 들끓는 그야말루 경문에 아로새겨 있는 글자 그대루 오탁(五濁)의 사바(娑婆)니라.

도념 : 아니에요. 모두들 그렇지 않대요. 연못 속에는 연근이라는 뿌럭지가 있지, 이무기는 없대요.

주지 : 누구 그러든? 누가 그래?

도념 : 동네 사람들 올라올 적마다 물어 봤어요.

주지 : 그럼 동네 녀석들 하는 소리는 정말이구 내 말은 거짓말이란 말이지? 경전이, 부처님 말씀이 모두 거짓말이란 말이지? 오! 이런 불가사리 같은 녀석 봤나? (하고 펄펄 뛴다.)

도념 : 스님, 바른 대루 말이지 저는 이 절에 있기 싫습니다.

주지 : 듣자듣자 하니까 나중에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오, 그 눈으로 날 보지 마라. 살생을 하더니 전신에 살이 뻗친 모양이다.

    미망인 원내에서 나온다. 뒤따라 그의 모.

도념 : (미망인에게 매달리며) 어머니, 저를 데려가 주세요.

미망인 : 응, 염려 마라.

주지 : 염려 마라니요? 아씨는 그저 애를 데려가실 작정이십니까?

미망인 : 그럼은요.

친정모 : 못한다. 넌 얘 하는 짓을 지금껏 두 눈으로 똑똑히 보구두 이러니?

미망인 : 어머니, 봤기에 더한층 데려가구 싶은 생각이 솟았어요. 얼마나 어머니를 그리워했으면 그런 짓을 다 했겠어요? 지금 이 애를 바른 길루 이끌어 갈라면, 내 사랑 속에서 키우는 것밖에 딴 도리가 없어요.

친정모 : 얘는 전생에 제 부모의 죄를 받구 태어났기 때문에, 아무리 구할랴구 해두 구할 수 없단다. 홍역 마마하듯 이렇게 피하지 못할 죄가 하나씩 둘씩 발생하지 않니? 얘보담, 우리 인철이 영혼 축원할 도리나 걱정해라.

미망인 : 인철인 기왕 죽은 애니까 재를 다시 지내면 그만 아니에요?

친정모 : 얘가 토끼 목도리를 존상 뒤에다 감춰만 뒀다면 모를까, 젊은 별좌(別座) 얘길 들으니까 어젯밤에 떡 그 더러운 것을 관세음보살님 목에다 걸어 놓구 물끄러미 바라다보구 있었다는구나.

(이 장면은 도념이 절을 떠나겠다고 밝힌 부분으로, 이에 대한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이 드러난 부분이다. 이 장면에서 도념은 향불 냄새를 쐬면 골치가 어찔어찔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 절을 떠날 것을 밝히고 있지만 , 이는 단순한 이유에 불과하고 궁극적인 이유는 미망인에게 모정으로서의 정을 느껴 그녀를 따라가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주지와 미망인의 어머니의 만류와 반대는 이 작품의 종교적 성격이 짙은 만큼 종교적인 내용을 들어 설득하고 반대하려 한다. 한편, 도념의 행위 중 비난받을 '토끼 목도리'사건에서 드러나는 대상을 '토끼 목도리'는 미망인에 대한 도념의 모정을 내포하는 상징적인 것이다.)

미망인 : (울며 미친 듯이) 어머니, 난 얘 애당초에 생각이나 안 먹었으면 모를까, 한번 먹어 논 것이라 잃구는 살 수가 없어요. 없이는 살 수가 없어요.

주지 : 아씨께서 진정으로 얘를 사랑하신다면, 눈앞에 두구 노리개를 삼으실랴구 하시지 말구 얘 매디매디에 사무쳐 있는 전생의 죄 속에서 영혼을 구하게 이 절에 둬 주십시오. 자기 한 몸의 죄만 아니라 제 아비 제 어미 죄도 씻어야 할 테니까 얘는 여간한 공덕을 쌓기 전에는 저승에 가서 무서운 지옥을 면치 못하게 될 것입니다.

도념 : 스님, 죽어서 지옥에 가더래두 난 내려가겠어요. 찾아오는 사람을 막지 않구 떠나는 사람을 붙들지 않는 것이 우리 절 주의라구 늘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주지 : (열화같이 노하며) 수다스러, 한번 못 간다면 못 가는 줄 알어라. (미망인을 보고 선언하듯) 아씨께서 서방님을 잃으시고 외아들마저 잃으신 것두 다 전생에 죄가 많으셨던 탓입니다. 아씨 죄두 미처 벗지 못하시구 이 죄덩이를 데려다가 어떻게 하실랴구 이러십니까? 두번 다시 이 이야기를 끄내시려거든 다신 이 절에 오시지 마십시오.

    주지, 뒤도 안 돌아보고 원내로 들어간다. 친정모도 뒤따른다. 미망인, 주지의 말에 찔리어 전신을 부르르 떤다. 염하다 놓친 사람 모양으로 털벅 나무 등걸에 주저앉아 운다.

도념 : 어머님, 이대루 그냥 도망이라두 가시지요.

미망인 : 그렇게는 못 한단다. 넌 이 절에 남어서 스님의 말씀 잘 듣구 있어야 한다.

도념 : 촛불만 깜박깜박하는 법당을 또 어떻게 혼자 지켜요? 궂은비가 줄줄 내리는 밤이나 부엉이가 우는 새벽엔 무서워 죽겠어요.

미망인 : 너한테는 그게 숙명이니까 내 힘으루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구나.

미망인, 도념을 누구에게 빼앗길 듯이 세차게 안고 운다. 정심, 산문에서 나온다.

정심 : 도념아, 빨리 종 쳐라.

도념 : (눈물을 닦고) 네.

    정심, 산문 앞의 등잔에 불을 켜고 다시 원내로 들어간다.

미망인 : 내가 원체 죄가 많은 년이니까 너를 데리고 갔다가 너한테까지 또 무슨 화가 끼칠지, 난 그게 무서워졌다. 어서 들어가자. 그 대신 내가 한 달에 한 번씩 보름날 달 밝은 밤엔 꼭 널 보러 오마.

     미망인, 우는 도념을 달래 가지고 원내로 들어간다. 주위는 차츰차츰 어두워진다. 이윽고 범종 소리 들려온다. 멀리 산울림. 초부, 나무를 안고 나와 지게에 얹고, 담배를 한 대 피운다. 흩날리는 초설을 머리에 받은 채 슬픈 듯한 표정으로 종 소리 듣는다.

―사이―

    이윽고 종 소리 그친다. 도념, 고깔을 쓰고 바랑을 걸머쥐고, 깡매기를 들고 나온다.

초부 : (지게를 지고 일어서며) 지금 그 종, 네가 쳤니?

도념 : 그럼은요. 언제 내가 안 치구 다른 이가 쳤나요?

초부 : 밤낮 나무 해 가지구 비탈 내려가면서 듣는 소리지만 오늘은 왜 그런지 유난히 슬프구나.

(일어서다가 도념의 옷차림을 발견하고) 아니 너 갑자기 바랑은 왜 걸머지구 나오니?

도념 : 이번 가면 다시 안 올지 몰라요.

초부 : 왜? 스님이 동냥 나가라구 하시든?

도념 : 아아니요. 몰래 나가려구 해요.

초부 : 이렇게 눈이 오는데, 잘 데두 없을 텐데 어딜 간다구 이러니? 응, 갈 곳이나 있니?

도념 : 조선 팔도 다 돌아다닐걸요 뭐.

초부 : 하 얘, 그런 생각말구, 어서 가서 스님 말씀 잘 듣구 있거라.

도념 : 벌써 언제부터 나가려구 별렀는데요? 그렇지만 스님을 속이고 몰래 도망가기가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못갔어요.

초부 : 어머니 아버질 찾기나 했으면 좋겠지만 찾지두 못하면 다시 돌아올 수도 없구, 거지밖에 될 게 없을 텐데 잘 생각해서 해라.

도념 : 꼭 찾을 거예요. 내가 동냥 달라구 하니까 방문 열구 웬 부인이 쌀을 퍼 주며 나를 한참 바라보구 있더니 별안간 '도념아, 내 아들아, 이게 웬일이냐.' 하구 맨발바닥으로 뛰어 내려오던 꿈을 여러 번 꾸었어요.

초부 : 가려거든 빨리 가자. 퍽퍽 쏟아지기 전에. 이 길루 갈 테니?

도념 : 비탈길루 가겠어요.

초부 : 그럼 잘― 가라, 난 이 길루 가겠다.

도념 : 네, 안녕히 가세요.

     초부, 나무를 지고 내려간다. 도념 두어 걸음 나갈 때 법당에서의 주지의 독경 소리. 발을 멈추고 생각난 듯이 바랑에서 표주박을 꺼내 잣을 한 웅큼 담아서 산문 앞에 놓는다.

도념 : (무릎을 꿇고) 스님, 이 잣은 다람쥐가 겨울에 먹으려구 등걸 구멍에다 모아 둔 것을 제가 아침에 몰래 꺼내 뒀었어요. 어머니 오시면 드리려구요. 동지 섣달 긴긴 밤 잠이 안 오시어 심심하실 때 깨무십시오. (산문에 절을 한 후) 스님, 안녕히 계십시오.

     멀리 동리를 내려다보고 길―게 한숨을 쉰다. 정숙. 원내에서는 목탁과 주지의 염불 소리만 청청히 들릴 뿐, 눈은 점점 펑펑 내리기 시작한다. 도념, 산문을 돌아다보며 돌아다보며 비탈길을 내려간다.

                                   ―막―

 

 요점 정리

 작자 : 함세덕(咸世德 1915-1950)

 갈래 : 희곡. 비극. 낭만주의극

 성격 : 낭만적. 비극적

 배경 : 초겨울. 동리에서 멀리 떨어진 심산 고찰(深山古刹)

 주제 : 어머니를 그리는 어린 동승의 순수한 동심, 인간적인 사랑과 불타적 사랑과의 갈등, 인간적 욕망과 사랑, 이별 그리고 꿈과 동경

 특징 : ① 대사를 통해 인물의 복합적인 심리 묘사에 치중함 ② 숙명과 그것을 깨뜨리려는 의지의 대립을 잘 표현되어 있고, 인간의 인연을 불교적 배경 속에서 잘 형상화하고 있다. ③ 인물들이 갈등을 일으키면서도 서로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구성 :
발단 - 부모가 절에 남겨 두고 떠나 버린 동승에 대한 소개
전개 - 미망인이 동승을 동정하여 양자로 삼으려 함.
정점 - 동승의 입양 문제에 관한 미망인과 스님의 갈등
하강 - 짐승을 살생한 동승의 비밀이 폭로되어 입양이 좌절됨.
결말 - 어머니를 찾아 무작정 절을 떠나는 동승

 출전 - <한국 해금 문학 전집>

 줄거리 :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오래 된 절에서, 아직 수행을 쌓지 않은 열네 살의 사미승도념은 자기를 버리고 달아난 어머니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의 생모는 여승이었으나 사냥꾼을 만나 파계를 하고 절을 떠난다. 주지승은 생모의 행적을 들어 도념으로 하여금 어머니를 기다리는 일을 포기하도록 하지만 어린 도념으로서는 모자의 정을 쉽게 끊을 수 없다. 그러던 차에 서울에서 내려 온 아름다운 미망인에게 마음이 끌리고, 아들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던 미망인 또한 도념을 수양아들로 삼고자 한다. 그러나 도념을 타락한 속세로 보내지 않으려는 주지승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히고 게다가 살생을 금하는 계율을 어기고 도념이 토끼를 잡은 것이 탄로나서 미망인의 입양 계획은 무산되어 서울행이 좌절되자 도념은 결국 홀로 어머니를 찾기 위해 절을 떠난다.

 내용 연구

(앞의 줄거리 : 깊은 산사에서 살고 있는 열네 살의 사미승 도념은 자기를 버리고 달아난 어머니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의 생모는 여승이었으나 사냥꾼을 만나 파계를 하고 절을 떠난다. 주지승은 생모의 행적을 들어 도념이 어머니를 기다리는 일을 포기하도록 하지만 어린 도념은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그러던 차에 서울에서 내려온 젊은 미망인에게 마음이 끌리고, 아들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던 미망인 또한 도념을 수양아들로 삼고자 한다. 도념이 미망인에게 목도리를 해 주려고 잡은 토끼를 주지 스님이 발견하고는 살아 있는 짐승을 살해했다며 크게 나무란다.)

 

도념 : (홀연히) 스님, 전 세상에 가서 살구 싶어요.[세상과 인연이 끊긴 불가의 세계가 아니라 어머니와 같이 살 수 있는 속세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도념의 간절한 소망이 드러나 있는 구절이다.]

주지 : 닥듸려['닥쳐'의 방언]! 무얼 잘했다구 또 그런 소릴 하구 있니?

도념 : 절더러 거짓말 한다구만 그러지 마시구, 저한테 어머니 계신 데를 가르쳐 주십쇼.

주지 : 네 어미란 대죄를 지은 자야. 너에겐 에미라기보다는 대천지원수라는 게 마땅하겠다. 파계[계율을 어기고 지키지 않는 것]를 한 네 에미 죄의 피가 그 피를 받은 네 심줄[힘줄, 혈관, 혈맥 따위]에 가뜩 차 있으니까. 너는 남이 한 번 헤일[셀] 염주면 두 번 헤어야 한다.[파계(破戒)는 불가에서 정한 계율을 어기는 것으로 여기서는 도념의 어머니가 여승의 신분으로 사냥꾼과 남녀 관계를 맺은 일을 말한다. 주지는 도념이 그 피를 이어받은 만큼 그 어머니와 같은 불순한 마음이 일 수 있으므로 그것을 다스리기 위해 남보다 훨씬 더 수도에 정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도념 : 왜 밤낮 어머니 욕만 하십니까? 아름다운 관세음보살님은 그 얼굴처럼 마음두 인자하시다구 하시지 않으셨어요? 절에 오는 사람마다 모두들 우리 엄마는 이뻤을 것이라구 허는 걸 보면 스님 말씀 같은 그런 무서운 죄를 지으셨을 리가 없어요.

주지 : 그건 부처님에게만 여쭙는 소리야. 너 유식론(唯識論)[우주의 궁극적 실체는 오직 마음뿐으로 외계의 대상은 단지 마음이 나타난 결과라는 불교 사상을 쓴 글 / 중국 당나라의 헌장이 번역한 법상종의 주요 경전. 일체의 객관적 존재는 그것을 분별하는 마음의 표현이며, 실재(實在)하는 것은 오직 식(識)뿐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에 씌인 경문[불경에 있는 글] 알지?

도념 : 네.

주지 : 외면사보살 내면여야차(外面似菩薩 內面如夜叉)라 하셨니라. 네 어미는 바루 이 경문과 같이 얼굴은 보살님같이 아름답지만, 마음은 야차[두억시니 / 모습이 추악하며 사람을 해하는 잔인·혹독한 귀신.]같이 무서운 독물이야.['야차'는 밤에 나돌아다니는 사나운 귀신의 하나이다. 이 구절로 미루어 보아 주지는 파계를 하고 떠난 도념의 어머니에 대해 극도로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도념 : 스님, 그렇게 악마 같을 리가 없습니다.

주지 : 네 아비의 죄가 네 에미에게두 옮아서 그러니라.

도념 : 옮다니요?

주지 : 네 아비는 사냥꾼이거든, 하루에두 산 산짐승을 수십마리씩 잡어, 부처님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 대악무도한 자야. 빨리 법당으로 들어가자. 냉수에 목욕하구, 내가 부처님께 네가 저지른 죄를 모다 깨끗이 씻어 주도록 기도해 주마.[그 이유는 토끼를 잡아 목도리를 만든 도념의 행위는 살생을 금지한 불가의 입장에서는 큰 죄악이다.]

도념 : 싫어요 싫어요. 하루 종일 향불 냄새를 쐬면 골치가 어찔어찔해요.[도념의 마음이 이미 산사를 떠났음을 드러내는 대사]

주지 : 이게 무슨 죄받을 소리니? (조용히 달래며) 도념아, 너 저 연못을 봐라. 5월이 되면 꽃이 피고, 잎사귀엔 구슬 같은 이슬이 구르구 있지 않니? 저렇게 잔잔한 연못두 한 겹물만 퍼내구 보면 시꺼먼 개흙투성이야. 그것뿐인 줄 아니? 10년 묵은 이무기[전설상의 동물의 하나. 용이 되려다 못 되고 물 속에 산다는 큰 구렁이.]가 용이 돼서 하늘루 올라갈랴구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비 오기만 기다리구 있단다. 동네두 꼭 저 연못과 마찬가지야[도념이 계속 속세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내보이자, 그것을 달래기 위해 속세를 악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설명하고 있다.]. 겉으루 보면 모두 즐겁구 평화한 듯하지만 속에는 모든 죄악과 진애(塵埃)[티끌과 먼지. 세상의 속된 것을 비유해서 하는 말.]가 들끓는 그야말루 경문에 아로새겨 있는 글자 그대루 오탁(五濁)[이 세상의 다섯 가지 더러운 것《명탁(命濁 : 악한 세상에서 악업이 늘어 사람의 수명이 짧아져 백 년을 채우기 어렵게 됨.)·중생탁(衆生濁 : 중생이 죄가 많아서 의리를 알지 못하는 일)·번뇌탁(煩惱濁 : 애욕을 탐하여 마음을 괴롭히고 죄를 지음.)·견탁(見濁 : 보는 것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더러움.)·겁탁(劫濁 : 기근과 질병과 전쟁이 연이어 일어나는 일)》]의 사바(娑婆 :  중생이 갖가지 고통을 참고 견뎌야 하는 이 세상)니라.[주지의 말하기 방식은 속세를 비유적 대상을 통해 표현하여 마음을 돌리려 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속세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주지는 속세를 연못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 인생을 덜산, 수도가 덜 된 도념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도념을 만류하는 주지의 심정이 드러난 대사]

도념 : 아니에요. 모두들 그렇지 않대요. 연못 속에는 연근이라는 뿌럭지[뿌리]가 있지, 이무기는 없대요.

주지 : 누구 그러든? 누가 그래?

도념 : 동네 사람들 올라올 적마다 물어 봤어요.[도념에게는 그리운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속세에 대한 생각을 늘 하고 있다는 말 / 도념의 결심이 즉흥적이 아니라는 뜻으로 자신의 행동은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임을 내포함]

주지 : 그럼 동네 녀석들 하는 소리는 정말이구 내 말은 거짓말이란 말이지? 경전이, 부처님 말씀이 모두 거짓말이란 말이지? 오! 이런 불가사리[상상의 짐승의 이름으로 모양은 괴이한데 쇠를 먹으며 악몽(惡夢)을 물리치고 사기(邪氣)를 쫓는다 함] 같은 녀석 봤나? (하고 펄펄 뛴다.)

도념 : 스님, 바른 대루 말이지 저는 이 절에 있기 싫습니다.

주지 : 듣자듣자 하니까 나중에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오, 그 눈으로 날 보지 마라. 살생을 하더니 전신에 살[사람이나 물건 등을 해치는 독하고 모진 기운. 곧, 악귀의 짓]이 뻗친 모양이다. - 속세로 나가고 싶다는 도념과 만류하는 주지 스님의 갈등

    미망인 원내에서 나온다. 뒤따라 그의 모.

도념 : (미망인에게 매달리며) 어머니, 저를 데려가 주세요.

미망인 : 응, 염려 마라.

주지 : 염려 마라니요? 아씨는 그저 애를 데려가실 작정이십니까?

미망인 : 그럼은요.

친정모 : 못한다. 넌 얘 하는 짓을 지금껏 두 눈으로 똑똑히 보구두 이러니?

미망인 : 어머니, 봤기에 더한층 데려가구 싶은 생각이 솟았어요. 얼마나 어머니를 그리워했으면 그런 짓을 다 했겠어요? 지금 이 애를 바른 길루 이끌어 갈라면, 내 사랑 속에서 키우는 것밖에 딴 도리가 없어요.

친정모 : 얘는 전생에 제 부모의 죄를 받구 태어났기 때문에, 아무리 구할랴구 해두 구할 수 없단다[불교의 윤회 사상과 업보설이 반영된 말로, 신심이 깊은 친정모의 입장을 반영한 말. 불교에서 말하는 업보를 말하는 것으로 이러한 윤회에 의하여 인간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으로 본다.]. 홍역 마마[천연두]하듯 이렇게 피하지 못할 죄가 하나씩 둘씩 발생하지 않니?[당시에는 의술이 발달하지 못해서 홍역이나 마마에 걸리면 죽음을 면치 못했다. 도념이 자꾸 불법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 것을 보고 피는 속일 수 없기에 운명적으로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얘보담, 우리 인철이 영혼 축원할 도리나 걱정해라.

미망인 : 인철인 기왕 죽은 애니까 재[명복을 비는 불공]를 다시 지내면 그만 아니에요?

친정모 : 얘가 토끼 목도리를 존상 뒤에다 감춰만 뒀다면 모를까, 젊은 별좌(別座 : 불사가 있을 때에 부처 앞에 음식을 차리는 일. 또는 그 일을 맡아 하는 사람.) 얘길 들으니까 어젯밤에 떡 그 더러운 것을 관세음보살님 목에다 걸어 놓구 물끄러미 바라다보구 있었다는구나[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드러남]

 갈등 관계

도념

어머니가 있는 세속에 대한 갈망

갈등

주지

불교적 수양을 통한 구원

주지

도념의 입양 반대

갈등

미망인

도념의 입양 희망

미망인

도념의 입양 주장

갈등

친정모

도념의 입양 반대

도념

어머니를 느낌

호감

미망인

죽은 자식을 느낌

주지

자신의 가치관 강조

호감

친정모

동의 및 동조

 인물의 갈등  

① 개인과 개인의 갈등 : 주동 인물과 반동 인물 간의 갈등

② 개인과 사회의 갈등 : 개인이 현실을 살아가면서 사회 속에서 겪는 갈등

③ 개인과 운명과의 갈등 :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사용되었던 갈등으로, 개인의 삶이 운명에 의해 파괴되는 것이 보통이다.

④ 외적 자아와 내적 자아의 갈등 : 개인의 양면적 자아. 즉 선과 악, 진실과 허위 등이 이루는 개인의 심리적 갈등

.

(중략)

 

(이 장면은 도념이 절을 떠나겠다고 밝힌 부분으로, 이에 대한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이 드러난 부분이다. 이 장면에서 도념은 향불 냄새를 쐬면 골치가 어찔어찔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 절을 떠날 것을 밝히고 있지만 , 이는 단순한 이유에 불과하고 궁극적인 이유는 미망인에게 모정으로서의 정을 느껴 그녀를 따라가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주지와 미망인의 어머니의 만류와 반대는 이 작품의 종교적 성격이 짙은 만큼 종교적인 내용을 들어 설득하고 반대하려 한다. 한편, 도념의 행위 중 비난받을 '토끼 목도리'사건에서 드러나는 대상을 '토끼 목도리'는 미망인에 대한 도념의 모정을 내포하는 상징적인 것이다.)

미망인 : (울며 미친 듯이) 어머니, 난 얘 애당초에 생각이나 안 먹었으면 모를까, 한번 먹어 논 것이라 잃구는 살 수가 없어요. 없이는 살 수가 없어요.

 

(중략)

 

주지, 뒤도 안 돌아보고 원내로 들어간다. 친정모도 뒤따른다. 미망인, 주지의 말[아씨께서 서방님을 잃으시고, 외아들마저 잃은 것은 전생의 업보라고 말했기 때문에]에 찔리어 전신을 부르르 떤다. 염하다 놓친 사람 모양으로 털벅 나무 등걸에 주저앉아 운다.

도념 : 어머님, 이대루 그냥 도망이라두 가시지요.

미망인 : 그렇게는 못 한단다.[미망인의 순응하는 태도에서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음] 넌 이 절에 남어서 스님의 말씀 잘 듣구 있어야 한다.

도념 : 촛불만 깜박깜박하는 법당을 또 어떻게 혼자 지켜요? 궂은비가 줄줄 내리는 밤이나 부엉이가 우는 새벽엔 무서워 죽겠어요.[절에서 살고 있는 외로움]

미망인 : 너한테는 그게 숙명이니까[운명론적 사고] 내 힘으루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구나.

미망인, 도념을 누구에게 빼앗길 듯이 세차게 안고 운다. 정심, 산문에서 나온다.

정심 : 도념아, 빨리 종 쳐라.

도념 : (눈물을 닦고) 네.

    정심, 산문 앞의 등잔에 불을 켜고 다시 원내로 들어간다.

미망인 : 내가 원체 죄가 많은 년이니까 너를 데리고 갔다가 너한테까지 또 무슨 화가 끼칠지[자신의 죄로 인해 어린 도념에게 무슨 화가 끼칠지 몰라 입양을 못하겠다는 말에서 미망인의 도념에 대한 사랑이 깊음을 알 수 있음], 난 그게 무서워졌다. 어서 들어가자. 그 대신 내가 한 달에 한 번씩 보름날 달 밝은 밤엔 꼭 널 보러 오마.

     미망인, 우는 도념을 달래 가지고 원내로 들어간다. 주위는 차츰차츰 어두워진다[F.O =fade out , 용암]. 이윽고 범종 소리 들려온다. 멀리 산울림. 초부, 나무를 안고 나와 지게에 얹고, 담배를 한 대 피운다. 흩날리는 초설을 머리에 받은 채 슬픈 듯한 표정으로 종 소리 듣는다.

 

 

―사이―

 

    이윽고 종 소리 그친다. 도념, 고깔을 쓰고 바랑을 걸머쥐고, 깡매기를 들고 나온다.[도념이 절을 떠날 결심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행장차림이 먼 길을 떠나는 복장]

초부 : (지게를 지고 일어서며) 지금 그 종, 네가 쳤니?

도념 : 그럼은요. 언제 내가 안 치구 다른 이가 쳤나요?

초부 : 밤낮 나무 해 가지구 비탈 내려가면서 듣는 소리지만 오늘은 왜 그런지 유난히 슬프구나.[도념의 절망과 출행을 암시]

(일어서다가 도념의 옷차림을 발견하고) 아니 너 갑자기 바랑은 왜 걸머지구 나오니?

도념 : 이번 가면 다시 안 올지 몰라요.

초부 : 왜? 스님이 동냥 나가라구 하시든?

도념 : 아아니요. 몰래 나가려구 해요.

초부 : 이렇게 눈이 오는데, 잘 데두 없을 텐데 어딜 간다구 이러니? 응, 갈 곳이나 있니?

도념 : 조선 팔도 다 돌아다닐걸요 뭐.

초부 : 하 얘, 그런 생각말구, 어서 가서 스님 말씀 잘 듣구 있거라.

도념 : 벌써 언제부터 나가려구 별렀는데요? 그렇지만 스님을 속이고 몰래 도망가기가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못갔어요.

초부 : 어머니 아버질 찾기나 했으면 좋겠지만 찾지두 못하면 다시 돌아올 수도 없구, 거지밖에 될 게 없을 텐데 잘 생각해서 해라.

도념 : 꼭 찾을 거예요. 내가 동냥 달라구 하니까 방문 열구 웬 부인이 쌀을 퍼 주며 나를 한참 바라보구 있더니 별안간 '도념아, 내 아들아, 이게 웬일이냐.' 하구 맨발바닥으로 뛰어 내려오던 꿈[꿈을 통한 도념의 간절한 소망이 우회적으로 드러남]을 여러 번 꾸었어요.

초부 : 가려거든 빨리 가자. 퍽퍽 쏟아지기 전에. 이 길루 갈 테니?

도념 : 비탈길루 가겠어요.

초부 : 그럼 잘― 가라, 난 이 길루 가겠다.

도념 : 네, 안녕히 가세요.

 

     초부, 나무를 지고 내려간다. 도념 두어 걸음 나갈 때 법당에서의 주지의 독경 소리. 발을 멈추고 생각난 듯이 바랑에서 표주박을 꺼내 잣을 한 웅큼 담아서 산문 앞에 놓는다.

도념 : (무릎을 꿇고) 스님, 이 잣은 다람쥐가 겨울에 먹으려구 등걸 구멍에다 모아 둔 것을 제가 아침에 몰래 꺼내 뒀었어요. 어머니 오시면 드리려구요. 동지 섣달 긴긴 밤 잠이 안 오시어 심심하실 때 깨무십시오. (산문에 절을 한 후) 스님, 안녕히 계십시오.[극적인 인상을 남기고, 인물의 인상적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제시된 구절]

 

     멀리 동리를 내려다보고 길―게 한숨을 쉰다. 정숙. 원내에서는 목탁과 주지의 염불 소리만 청청히 들릴 뿐, 눈은 점점 펑펑 내리기 시작한다. 도념, 산문을 돌아다보며 돌아다보며[산사의 생활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 비탈길을 내려간다.

(이 장면은 어머니를 찾아 떠나는 동승의 모습이 매우 서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부분이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초부는 도념의 절을 떠남에 대한 이유를 알게 해 주는 작자의 의도적 등장으로 이를 통해 독자에게 도념이 어머니를 찾아 절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며,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도념의 의지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도념이 절을 떠나기 위해 선택한 눈이 계속해서 내리는 비탈길은 도념의 앞 날이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암시이다. 그래도 그 비탈길을 내려가는 도념의 마음은 아쉬움은 남지만 절망은 아니다. 새로운 희망을 간직한 채 비탈길을 내려가는 도념의  모습에서 인간의 영원한 숙명을 발견할 수 있다.)

 상좌승 : 계급이 높아 윗자리에 앉은 중

 사미승 : 십계를 받고 구족계를 받기 위하여 수행하고 있는 어린 남자중

 구족계 : 비구와 비구니가 지켜야 할 계율. 비구에게는 250계, 비구니에게는 348계가 있다.

 초부 : 나뭇꾼

 참예인 : 신이나 부처에게 나아가 뵈는 사람

 백일제 : 사람이 죽은 지 백날 되는 날에 드리는 불공

 불탄제 : 석가모니의 탄생일에 드리는 제사

 여기선 방에 갖다 두면 - 역시 동넨 좋군요 : '동승'은 절에서 수행을 하고 있지만 역시 어린아이일 뿐이다. 그가 상상하는 동네는 따뜻한 어머니의 품이 있고, 동네 아이들과 놀이가 가능한 곳으로 절과는 대립되는 공간이다. 그러한 공간을 도념은 동경하고 있다.

 산에서 저절로 나는 생물을 - 꾸중을 듣지 않았답니다 : 도념이 산목련을 꺾은 것이 스님에게 발각되어, 결국 미망을 따라 마을로 내려 가는 계획이 취소되는 사건을 예시해 주는 복선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주 '하이얀 털목도리 한 부인'이라고 아씰 부른답니다 : 도념은 미망인의 털목도리를 보고도 어머니를 생각한다. 도념이 토끼를 잡은 것은 어머니에게 토끼 가죽으로 미망인의 털목도리와 같은 것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서라는 사실이 극의 다음 부분에 밝혀진다.

 본산 : 일종. 일파의 본종이 되는 절.

 십선 : 불교에서 십계를 지키는 것

 쉬영아들 : 수양아들

 초부 원내로 들어가며 - 스님 오신 신호를 한다 : 도념이 덫을 쳐 토끼를 잡은 사실이 주지 스님에게 탄로날까 걱정이 되어 도념에게 신호를 보낸 것이다.

 닥듸려 : '닥쳐'의 방언

 대천지원수 : 한 하늘에서 지낼 수 없는 원수라는 뜻의 불구대천지수(不俱戴天之 )라야 말이 맞는 말임.

 전 세상에 살고 싶어요 : 세상과 인연이 끊긴 불가의 세계가 아니라 어머니와 같이 살 수 있는 속세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도념의 간절한 소망이 드러나 있는 구절이다.

 파계를 한 네 에미 - 두 번 헤어야 한다 : 파계(破戒)는 불가에서 정한 계율을 어기는 것으로 여기서는 도념의 어머니가 여승의 신분으로 사냥꾼과 남녀 관계를 맺은 일을 말한다. 주지는 도념이 그 피를 이어받은 만큼 그 어머니와 같은 불순한 마음이 일 수 있으므로 그것을 다스리기 위해 남보다 훨씬 더 수도에 정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유식론 : 중국 당나라의 헌장이 번역한 법상종의 주요 경전. 일체의 객관적 존재는 그것을 분별하는 마음의 표현이며, 실재(實在)하는 것은 오직 식(識)뿐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야차 : 두억시니. 사나운 귀신의 하나.

 기도해 주마 : 그 이유는 토끼를 잡아 목도리를 만든 도념의 행위는 살생을 금지한 불가의 입장에서는 큰 죄악이다.

 하루 종일 향불 - 어찔어찔해요 : 도념의 마음이 이미 산사를 떠났음을 드러내는 대사

 이무기 : 전설상의 동물의 하나. 용이 되려다 못 되고 물 속에 산다는 큰 구렁이.

 진애 : 티끌, 먼지

 마음은 야차같이 무서운 독물이야 : '야차'는 밤에 나돌아다니는 사나운 귀신의 하나이다. 이 구절로 미루어 보아 주지는 파계를 하고 떠난 도념의 어머니에 대해 극도로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동네두 꼭 저 연못과 마찬가지야 : 도념이 계속 속세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내보이자, 그것을 달래기 위해 속세를 악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설명하고 있다.

 경문 : 불경에 있는 글

 겉으루 보면∼오탁의 사바니라 : 인생을 덜산, 수도가 덜 된 도념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도념을 만류하는 주지의 심정이 드러난 대사

 오탁 : 이 세상의 다섯 가지 더러운 것. 겁(劫), 견(見), 명(命), 번뇌(煩惱), 중생(衆生)

 사바 : 석존이 교화하는 경토. 인간 세계, 속세

 존상 : 존귀한 상

 동네 사람들 올라올 적마다 물어 봤어요 : 도념의 결심이 즉흥적이 아니라는 뜻으로 자신의 행동은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임을 내포함

 살(煞) : 사람이나 물건 등을 해치는 사납고 독한 기운

 얘는 전생에 제 부모의∼구할랴구 해도 구할 구사 없단다 : 불교의 윤회 사상과 업보설이 반영된 말로, 신심이 깊은 친정모의 입장을 반영한 말. 불교에서 말하는 업보를 말하는 것으로 이러한 윤회에 의하여 인간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으로 본다.

 홍역 마마하듯 - 발생하지 않니 : 당시에는 의술이 발달하지 못해서 홍역이나 마마에 걸리면 죽음을 면치 못했다. 도념이 자꾸 불법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 것을 보고 피는 속일 수 없기에 운명적으로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별좌 : 불사가 있을 때에 부처 앞에 음식을 차리는 사람

 자기 한 몸의 죄만 아니라 - 저승에 가서 무서운 지옥을 면치 못하게 될 것입니다.: 모든 일을 전생의 죄로 돌리고 있는 주지의 경직된 사고를 보여주는 대사로 주지의 성격이 표출되고 있다.

 미망인을 보고 선언하듯 - 다신 이 절에 오시지 마십시오 : 주지는 도념과 미망인의 욕구를 억압하는 인물로 이처럼 단호한 태도에서 그 갈등이 심화된다.

 그렇게는 못 한단다 : 질서에 순응하는 태도의 발로임.

 긏은 비가 줄줄 - 무서워 죽겠어요 : 아직 어리고 세상 물정을 모르며 부모의 정을 받지 못하고 살아 온 도념으로서는 산사의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다. 도념이 어머니를 그리워 하며 그 어머니와 닮은 모습으로 느껴지는 서울의 미망인을 따라가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였다.

 내가 원체 죄가 많은 년이까 - 난 그게 무서워졌다 : 전생에 죄가 많아서 남편과 외아들을 잃었다고 믿어 그 죄가 도념에게 무슨 화를 끼칠지 두려워한다.

 도념, 고깔을 쓰고 - 들고 나온다 : 보통 승려들이 먼 길을 떠날 때에 이런 행장을 차린다. 도념이 드디어 절을 떠날 결심을 했음을 말해 주고, 극적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조선 팔도 다 돌아다닐걸요 뭐 : 도념이 절을 떠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는 초부에게 어머니를 찾아나서는 것임을 말해 준다.

 찾지두 못하면 - 잘 생각해서 해라 : 초부는 도념에게 절이란 한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 힘든 곳이기에 만일 어머니를 찾지 못하면 거지로 나설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를 권유하고 있다.

 밤낮 나무해 가지구∼유난히 슬프구나 : 서울의 미망인을 따라가지 못하는 도념의 안타까운 심정이 간접적으로 표현되었다.

 내가 동냥 달라구 하니까 - 꿈을 여러 번 꾸었어요 : 도념은 어디엔가 살아 있을 어머니를 몹시 그리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꿈도  도념의 결단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문학에서 꿈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은 널리 보편화된것이며, 꿈은 희망의 전조이기도 하다.

 무릎을 꿇고 스님 - 깨무십시오 : 이런 행위는 사건의 전개와는 무관하지만 극적 여운과 인물 성격의 인상적 부각을 위해 보완적으로 제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멀리 동리를 내려다보고∼돌아다보며 돌아다보며 비탈길을 내려간다 :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세속적 인연과 불교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숙명 사이의 심리적 갈등을  매우 서정적으로 표현하였다. 산문을 자꾸 돌아보는 도념의 태도에서 그래도 산사의 생활에 한 가닥의 미련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해와 감상

 함세덕의 작품들은 광복 전 우리 희곡사에서 유치진에 버금 가는 탁월한 작품성을 견지하고 있는데도 월북 작가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못했다. 1991년에야 비로소 극단 '연우무대'에 의해 무대에 올려졌고 잇달아 다른 작품들도 공연되면서 함세덕의 희곡사적 위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동승'은 한 동승의 환속기이다. 작자가 학창 시절에 금강사에 놀러 갔다가 마하연에서 본 사미승에게서 받은 느낌을 작품화하였는데, 1939년 극예술 연구회에 의해 공연된 바 있다.

 

 이 작품에는 도념의 어머니를 향한 간절한 기다림, 그에 따른 절망과 좌절이 매우 간결하고 긴밀한 극적 구조 속에 용해되어 있다. 도념과 미망인은 서로 마음의 상처를 감싸 줄 수 있는 상대를 발견한다. 미망인은 잃어버린 아들의 모습을 도념에게서 찾고, 도념은 미망인을 통해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어머니의 사랑을 느낀다. 어머니에게 선물할 털목도리를 만들고자 토끼를 잡아 불상에 걸어 놓고 바라보곤 한 것은 절에서의 계율을 어긴 일이기는 하지만,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극한적으로 표현된 것이기에 도념에 대한 연민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어린아이에게 불도에 정진할 것을 강요하는 주지 스님의 모습에서도 아버지와 같은, 엄격하면서도 따뜻한 인간의 한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나무꾼인 초부는 중요한 등장 인물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어린 도념을 지속적으로 지켜보며 동정하는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 준다.

 

 그리고,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떠나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지극히 통속적인 소재를 취급하고 있으면서도 이면적으로는 보다 심원한 불타적 사랑을 변증법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이해와 감상2

이 작품은 극연좌('극예술 연구회'의 후신)가 1939년 3월 동아일보사 주최 제2회 연극 경연대회에 '도념(道念)' 이라는 제목으로 출품하여 초연한 작품으로, 해방 이후 간행된 희곡집'동승'에 수록되었다. 또한 이후에도 '내 마음의 고향' 이라는 이름으로 영화화되기도 하였으며, 월북 작가의 작품이 해금된 1988년 이후에는 연우 무대 등 여러 극단에서 재 공연되어 호평을 받았다. 희곡집 '동승'의 제목이 대변해 주듯, 이 작품은 함세덕 최고의 작품이며 한국 근대희곡사상 가장 탁월한 작품 중의 하나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인간의 삶에 내재한 근원적인 고독과 비애를 종교적인 감성으로 잘 포착하고 있다. 무대는 동리에서 멀리 떨어진 심산(深山) 고찰(古刹). 열네 살의 사미승 도념은 자기를 버리고 달아난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다. 도념은 불가에 몸담고 있지만, 마을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독경 소리보다 좋게 들리고, 스님 몰래 토끼사냥을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어린아이인 것이다. 주지스님의 호된 꾸지람을 들으며 불가의 길을 걸어야 하는 운명과 이를 벗어나서 어머니와 친구들이 있는 세속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의지 사이의 골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그 골을 깊게 해주는 존재가 바로 미망인과 초부이다. 도념은 미망인에게서 어머니의 허상을 보며, 초부에게서 세속 세계의 따뜻함을 경험한다.

 

 결말 부분에서 도념은 결국 어머니가 존재하는 속세를 향해 홀로 떠난다. 도념에게 정작 필요했던 것은 불성(佛性)이 아니라 인성(人性)이었던 것. 이러한 결말은 자칫하면 감상성으로 빠지기 쉽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말없이 도념을 도와주는 초부와 정심, 겉으로는 엄격하면서도 내심으로는 도념을 사랑하는 주지 스님, 죽은 아이 대신에 도념을 수양아들로 삼으려는 미망인의 간절한 심정을 적절히 배치하여, 참다운 사랑의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누구의 사랑이 가장 고귀하고 보편적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작품의 주요 갈등은 주지스님과 미망인 사이의 갈등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작품 곳곳에 배치된 토끼 목도리와 산목련의 이미지, 산사의 종소리와 아이들의 노랫소리, 초부와 정심이 도념에게 무심결에 던지는 사소한 대화 속에서도 도념이 처한 심리적 동요와 극적인 심리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모성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인간적인 측면과 구도를 통한 갈등의 승화라는 종교적인 측면이 함께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 작품에는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깊은 산 속의 고적한 절과 아름다운 모습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과 잘 어울린다.

 

 심화 자료

 함세덕(咸世德)  

 1915∼1950. 극작가. 전라남도 목포 출생. 인천광역시 강화에서 자라, 서울 선린상업학교를 졸업하였다. 일찍부터 극작가의 꿈을 가지고 충무로의 일한서방(日韓書房)에 취직하여 많은 책을 읽는 한편, 유치진(柳致鎭)에게 개인적으로 극작수업을 받았다.

 

1936년 단막희곡인 〈산허구리〉로 등단하였고, 〈동승 童僧〉으로 극연좌상(劇硏座賞)을 받았으며 〈해연 海燕〉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하였다. 사실적이면서 서정성이 강한 희곡을 쓴 그는 등단하자마자 호평을 받았고 따라서 극단 현대극장에 여러 편의 작품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농촌문제를 주로 쓴 유치진과는 달리 강화도에서 성장한 사람답게 어촌을 무대로 한 작품과 바다·섬 등을 배경으로 한 낭만성이 짙은 희곡을 많이 썼는데 이는 아일랜드의 작가 싱그(Synge,J.M.)의 영향으로 보인다.

 

그는 일제 말엽 〈에밀레종〉과 같은 친일희곡을 썼으나, 광복과 함께 좌익극운동에 가담하면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희곡을 쓰기 시작하였다.

 

즉 그는 광복 직후에 발족된 연극건설본부에 참여하면서 좌익계열의 극작가로서 〈산적〉·〈기미년 3월1일〉·〈태백산맥〉 등 대작을 발표하였는데, 모두가 마르크스(Marx,K.)와 엥겔스(Engels,F.)의 유물변증법적 관점에서 독립운동을 묘사한 희곡들이다.

 

그는 이어서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고목〉이라는 장막희곡을 쓰고 월북하였다. 그는 박영호 ( 朴英鎬 )가 주도한 평양의 북조선연극동맹에 가담하여 남한사회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사회주의 리얼리즘극을 몇 편 쓴 바 있는데, 그 대표작이 바로 이승만(李承晩)과 그의 주변 정치가들을 매도한 〈대통령〉이라는 작품이다. 그 이후 그는 한두 편의 희곡을 더 쓰고 전쟁 중 서울에서 죽었다. ≪참고문헌≫ 한국현대 희곡사(유민영, 기린원, 1990).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함세덕의 작품 세계

 1936년에 『조선 문학』에 「산허구리」라는 단막극을 내어 데뷔한 극작가이다. 함세덕의 작품은 주제나 사상면에서 3세계로 나눠 볼 수 있는데 리얼리즘 극에서 로맨티시즘 극으로 다시 사회적 리얼리즘 극으로 바뀌었다. 처녀작 「산허구리」는 유치진의 「토막」과 유사한 배경과 구조를 지닌 작품으로 서해안의 조그만 어촌의 생활을 통해 식민지 시대 궁핍한 상황을 묘사한 것으로, 에이레의 작가 싱그의 「바다로 가는 기사들」과도 유사한 년을 보인다. 「무의도 기행」역시 젊은 소학교 교원의 눈을 통해 어촌의 비극적 삶을 그린 것으로 이 작품도 싱그의 영향이 강하다. 그 후 「감자와 쪽제비와 여교원」을 창작하여 식민지 수탈 정책을 노골적으로 고발하였으나 이로 인해 검열에서 전면 삭제 당하기도 하였다. 이 작품을 전후하여 그의 작품 취향은 낭만주의로 바뀌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사실을 밑에 깔고 낭만을 내세우는 양쪽의 조화를 의도하였다. 「동승」은 이 계열의 첫 작품에 해당되며, 그 후의 작품 「해연」, 「낙화암」,「에밀레종」등이 모두 이 계열에 속하는 것들이다.

 함세덕의 작품 세계2

  함세덕의 작품은 주제나 사상면에서 세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는데 리얼리즘 극에서 낭만주의 극으로 다시 사회적 리얼리즘 극으로 바뀌었다. 처녀작 '산허구리'는 유치진의 '토막'과 유사한 배경과 구조를 지닌 작품으로 서해안의 조그만 어촌의 생활을 통해 일제 강점기하 궁핍한 상황을 묘사한 것으로, 에이레의 작가 싱그의 '바다로 가는 기사들'과도 유사한 면을 보인다. '무의도 기행' 역시 젊은 소학교 교원의 눈을 통해 어촌의 비극적 삶을 그린 것으로, 이 작품도 싱그의 영향이 강하다. 그 후 '감자와 쪽제비와 여교원'을 창작하여 식민지 수탈 정책을 노골적으로 고발하였으나 이로 인해 검열에서 전면 삭제 당하기도 하였다. 이 작품을 전후하여 그의 작품 취향은 낭만주의로 바뀌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사실을 밑에 깔고 낭만을 내세우는 양쪽의 조화를 의도하였다. '동승'은 이 계열의 첫 작품에 해당되며, '해연', '낙화암', '에밀레종' 등도 모두 이 계열에 속하는 것들이다.

 

  8·15 해방 후 조선연극동맹에 참여하여 '고목', '기미년 3월 1일'을 통해 격변기의 사회상황 속에서 좌익극으로서의 강한 지향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1947년 4월 <문학>에 발표된 '고목은 대표적인 사회주의적 리얼리즘 극으로 그의 이념적 성향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전 3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악덕 지주의 몰락을 통해 봉건 잔재와 일제의 잔재를 타파하고 새로운 민족 국가를 건설하자는 내용으로, 악덕 지주의 집 뒤뜰에 있는 고목을 극적인 상징으로 제시함으로써 한정된 시간 내에 벌어지는 갈등과 전개를 치밀한 구성으로 엮어나간 걸작으로 평가된다.

 어린 주인공과 함세덕의 희곡

 함세덕 희곡은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극작법의 원칙에서 보면 어린이의 등장은 극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기시되는 것이 보통이다. 원래 어린이는 자신의 세계관이나 현실적인 논리를 언어를 통해 분명하게 표현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세덕은 당대의 관객의 정서에 부응하고자 어린이의 감상적 성격을 바탕으로 극을 구성하였다. 이는 그가 즐겨 제재로 삼은 세계가 '모성(母性)'이라는 점과도 관계된다. '동승'도 모정을 향한 그리움이 극의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

 작품에서 '초부'의 역할

 도념의 잘못을 대신 뒤집어쓰고, 도념의 그리움을 이해하여 도와 주려 하며, 산사의 종소리에 깊게 감응할 줄 아는 것은 같은 어른이면서도 도념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지와 대비된다. 도념의 마음 속 그리움을 이해하여 이를 감싸주는 초부의 넉넉함은 '대승적 자비'의 세계를 충분히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도념'의 심리적 변화

 극작가는 등장 인물의 성격이나 심리 상태를 관객에게 직접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극작가들은 등장 인물의 대사를 통해 그 인물의 성격이나 심리 상태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배려해야 한다. 도념이 절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① 향불 냄새가 싫다 → ② 연못 속에 이무기 따위는 없다. → ③ '바른 대루 말이지 저는 이 절에 있기가 싫습니다.'의 순으로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있다.

 세속과 종교 세계 사이의 갈등

 도념은 결국 어머니가 존재한 속세를 향해 홀로 떠난다. 이러한 결말은 자칫하면 감상으로 빠지기 쉽다. 어머니를 잃은 어린아이의 애절한 사연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말없이 도념을 도와주는 초부와 정심, 겉으로는 엄격하면서도 내심으로는 도념을 사랑하는 주지 스님, 죽은 아이 대신에 도념을 수양아들로 삼으려는 미망인의 심정을 적절히 배치하여, 참다운 사랑의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누구의 사랑이 가장 고귀하고 보편적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함세덕, '무의도 기행'

 

작품 해제 :

 함세덕 작품 세계의 초기 (1935~1941년)작품이다. 함세덕의 희곡은 꽉 짜여진 구성과 선택된 언어로 시대를 초월하여 주목을 받는다. 특히 이 시기에 발표된 대부분의 희곡들은 극적인 형식에 가난과 동경의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조국을 잃어버린 독자와 관객의 가슴에 서정적인 접근으로 울려 퍼진다. 초기 희곡 가운데 가난이 주인공의 운명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오는 것은 '산허구리'와 '무의도 기행'이다.

 

  그러나 '동승'에서 '무의도 기행'까지의 희곡들은 가난을 반영하고 제시하는 것에 그쳤을 뿐 '식민지'라는 현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치지는 못했다. 이는 1930~1940년 당시의 문화 활동에 대한 일제의 탄압 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무의도 기행'은 작가를 꿈꾸었던 우등생 천명이, 쓰러지는 가정을 일으키기 위해 고기잡이배를 타고 나가 결국 죽어간다는 내용이다.

 

 이 극에서 '어머니'는 환유와 은유를 빌려 형상화된다. 어머니와 미망인에게 선물할 '토끼 목도리'와 '산목련'의 유사성, 살냄새와 향내로 비유되는 미망인과 어머니의 인접성이 그것이다. 그것은 구조적 동형을 이루면서 스님에게 남겨두는 '잣'의 이미지와 대립된다. 또한 그것은 '도념이 어머니를 위해 무엇을 선물한다'라는 통사론적 구조 속에서도 하나의 계열체를 이루면서, 외삽(外揷) 구조인 '도념이 아버지에게 무엇을 선물하다'와 대립된다. 이를 통해 구조로 작성하면 다음과 같다.

 

  그러므로 이 극을 소년이 어머니를 찾아가는 과정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미망인의 몸에서 나는 향내는 어머니의 냄새인 동시에 속세의 냄새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산사의 향불 냄새와 대립항을 형성한다. 또한 청각적 이미지도 극의 갈등을 고조시키는 데 활용된다. 무대 지시문에 제시된 절의 청정한 목탁 소리와 염불 소리, 북소리 등은 마을에서 올라온 대립항을 형성하는 바, 어머니는 속세의 여러 계열체 속에서 선택된 하나의 기호인 셈이다. 또한 어머니는 스님의 계열체와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데, 이러한 대립 관계 또한 여러 이미지를 빌려 다양하게 전개된다.

 

참고 문헌

한국 극예술 학회 편, <한국 현대 극작가론 3ㅡ함세덕> (태학사, 1996)

김만수, <희곡 읽기의 방법론> (태학사, 1996)

 

이해하기

1. 이 작품에서 미망인, 정심, 도념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도념의 지난 행적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보자.

 

교수·학습방법 :

 서술자가 인물의 행적을 직접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소설과는 달리 희곡에서는 등장인물의 대화를 통해서 인물의 행적이 드러난다는 점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미망인의 정심, 그리고 도념의 대화 중에서 도념의 행적과 관계되는 내용을 확인하고, 이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하도록 한다. 더 나아가 도념의 행적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도록 한다

 

예시 학생 활동

① 지난 4월 초파일날 미망인이 불탄제(佛誕祭) 올리러 왔을 때 산목련(山木連)을 꺾어 주었다.

② 그러다가 미망인이 절에서 내려간 후, 산목련을 꺾었다고 해서 주지에게 심한 꾸중을 들었다.

③ 다시 절을 찾은 미망인이 방에 들어갔을 때도 창틈으로 들여다보았다.

④ 승방(僧房)에 갔을 때에도 벽 문으로 미망인을 내다보았다.

 이러한 도념의 행적은 도념의 생모처럼 예쁜 미망인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버리고 절을 떠난 생모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이다.

 

2. 이 작품에서 초부가 등장하여 퇴장할 때까지의 장면을 중심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초부의 성격과 극적 기능을 설명해 보자.

교수·학습 방법 :

 인물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인물의 성격을 추리하고, 인물의 극적 기능을 추리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기 위한 활동이다. 미망인이 도념을 서울로 데려가겠다는 말을 듣고 도념이 제일 먼저 찾은 인물이 초부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초부가 도념이 토끼 덫을 놓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묵인할 뿐만 아니라, 주지가 나타나자 그 사실을 도념에게 알려주기 위해 신호를 보낸 사실에 주목하게 한다.

 

예시 학생 활동

·초부의 성격 : 초부는 절에 가끔 드나드는 나뭇꾼에 불과하지만, 도념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동정할 줄 아는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이다. 그는 완고한 스님의 종교적인 측면과 미망인과 어머니의 인간적인 측면을 매개하고 있다.

·초부의 극적 기능 : 초부는 도념의 사연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등장한 인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도념의 말 상대가 됨으로써, 도념의 내면 심리가 관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2) 도념이 왜 토끼 덫을 놓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 보자.

 

교수·학습 방법 :

 인물의 행동의 이유를 추리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기 위한 활동이다. 교과서에 제시된 부분만으로는 토끼 덫을 놓은 이유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토끼 덫은 도념이 미망인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산목련을 꺾은 것과 같은 살생이라는 점, 미망인을 '하이얀 털 목도리 한 부인'이라고 부르는 도념이 미망인에게 목도리를 하지 않고 나온 이유를 묻는 점 등과 관련지어 그 이유를 추리하도록 지도한다.

 

예시 학생 활동 :

 산목련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미망인을 보면서 만족을 얻은 도념은 급기야는 토끼 덫을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도념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생모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로 보아 도념은 언젠가 만날지 모를 어머니에게 선물로 줄 토끼 목도리를 만들기 위해서 토끼 덫을 놓은 것으로 추리할 수 있다.

(3) 배역을 정해서 이 대목을 직접 연기해보자.(이때, '도념의 소리'로 되어있는 부분의 처리방식에 유의한다.)

 

교수·학습 방법 :

 인물의 성격, 심리 상태를 파악하면서 희곡의 등장하는 인물의 말과 행동을 무대에 형상화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기 위한 활동이다. 도념이 '인수 아버지' 하고 부르자 초부가 등장하는 대목부터 초부가 주지의 부탁으로 원내에 들어가는 대목까지 등장하는 인물들이 누구인가 확인하게 한다. 이어 배역을 정하고 교실 앞으로 나오게 해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사를 하면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표정을 지으면서 어떤 말투로 말할 것인가를 충분히 생각하게 해 본 후에 연기를 하게 한다. 이때 '도념의 소리'로 된 부분은 도념이 무대 위에 있지 않다는 점을 주지시킨다

예시 학생 활동 : <생략>

 

 

확장하기

이 작품에서 주지와 미망인의 대화 부분을 중심으로, 다음 활동을 해보자.

 

(1) 도념의 장래에 대한 주지와 미망인의 주장을 정리해 보자.

교수·학습 방법 :

 주지와 미망인의 대화는 세속과 종교 세계의 갈등임을 파악하도록 유도하고, 두 인물의 말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도록 한다.

 

예시·학생 활동

·주지의 주장 : 도념이 속세에 나가게 되면 부처님이 말리시는 육계를 태연히 범할 것이다.

그러니 이 더러운 속세에서 털끝만치나 서방 정토(西方淨土)의 모습을 갖춘 이 절에서 평생 지내게 하겠다.

·미망인의 주장 : 세상에서 죄를 짓고 절에 들어온 것도 아닌 도념이를 절에서 늙게 하는 것은 가혹하다. 어린 나이에 벌써 부모 생각을 하는 도념이 절에 있는다고 하더라도 나이를 먹으면 세상 사람들의 번뇌는 자연히 갖게 될 것이다.

 

(2) 작품의 나머지 부분을 함께 읽으면서, 다음 두 견해를 놓고 토론해 보자.

 

교수·학습 방법 :

 교과서에 수록된 부분만으로 활동을 한정짓지 말고 주지와 미망인의 입장이 보다 더 잘 드러나는 대목을 읽게 한 뒤에 찬반 토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미망인이 주지 스님을 설득하기 위한 전략과, 그에 대한주지의 방어 논리를 각각 파악한 뒤에 제시된 견해에 동조하거나 반대하는 토론을 유도한다.

 

예시 학생 활동

·학생1 : 미망인은 도념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야. 단지 자식을 잃은 슬픔을 조금  이라고 잊기 위해서 도념을 수양 아들로 삼으려 하는 것뿐이지.

·학생2 : 주지 스님은 도념에게 너무 가혹한 것 같아. 주지가 도념의 친부모라면 그렇게 엄  격하게 대했겠어?

·학생3 : 나는 미망인의 슬픔에 동정적이다. 도념이 친아들이건 아니건간에, 그런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우리가 충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부모를 잃으면 무덤에 묻지만, 자식을 잃으면 자기 가슴에 묻는다'는 말도 있잖아.

·학생4 : 나는 주지 스님이 도념의 친아버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어. 절을  떠난 어머니와 주지 스님사이의 사랑... 그리고 이러한 파계를 감추기 위해서 스님은 어머니를 강제로 떠나게 했고, 그 대신에 도념을 더욱 절절히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이야. 어쩌면 사랑은 잃고 난 다음에서야 더 소중한 것을 느끼게 되는 감정일지도 몰라. 나는 주지 스님의 마음을 그런 식으로 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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