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동물 이야기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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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남의 자식을 입양한다.>

북미에 서식하는 어느 민물고기의 수컷은 암컷이 바위 밑에 붙여주고 간 알들을 다른 물고기들이 집어 먹지 못하도록 감시한다. 또한 곰팡이가 슬지 않도록 스스로 항생물질을 분비하여 알 표면에 바르는 등 온갖 정선을 다한다. 그런데 이들에게 제일 무서운 적은 알을 빼앗아 대신 기르려고 싸움을 걸어오는 다른 수컷들이다. 도대체 왜 남의 자식을 억지로 기르려는 것인가? 동물 행동학자의 연구에 의합면 알을 보호하고 있는 수컷을 암컷들이 선호한다고 한다. 새내기 아빠보다는 경험 있는 아빠에게 자기 자식을 맡기려는 암컷들이 많기 때문에 남의 자식을 키워주는 의붓아빠들이 궁극적을 자기 자식을 더 많이 키울 수 있다.

(중략)

언젠가 TV에서 지체부자유아를 입양하여 키우는 어느 부부의 모습을 보았다. 우리 나라에도 저런 사람이 다 있구나 싶어 목이 메었다. 스스로 아이를 갖지 못하여 남의 자식을 데려다 키우는 일도 어려운데 그 부부는 자신들의 아이도 있건만 남의 자식을, 게다가 몸도 온전치 못한 아이를 사랑으로 감싼 것이다. 물고기의 경우처첨 자신의 자식을 더 많이 갖게 되는 이른바 '유전적 이득'이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자체부자유아를 입양한 그 부부가 후한 보상받을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

 

<고래들의 따뜻한 동료애>

[유추]고래는 비록 물 속에 살지만 엄연히 허파로 숨을 쉬는 젖먹이동물이다. 그래서 부상을 당해 움직일 수 없게 되면 무엇보다도 물 위로 올라와 숨을 쉴 수 없게 되므로 쉽사리 목숨을 잃는다. 그런 친구를 혼자 등에 업고 그가 충분히 기력을 되찾을 때까지 떠받치고 있는 고래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고래들은 또 많은 경우 직접적으로 육체적인 도움을 주지 않더라도 무언가로 괴로워하는 친구 곁에 그냥 오랫동안 있어주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들에게도 휠체어를 직접 밀어줄 사람들보다 그들이 스스로 밀고 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고 따뜻하게 함께 있어줄 사람들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당당하게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준 후 그저 다른 이들이 대하듯 똑같이만 대해주면 될 것이다.

 

<동물 사회의 열린 경쟁>

[유추]IMF 홍역을 치른 우리 경제계는 무한경쟁의 의미를 비교적 잘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문화계도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 일본 문화도 포용하겠다며 손을 내밀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시대적 변화를 주도해도 시원치 않을 학계가 제일 늑장을 부리고 있다. 늑장을 부리는 정도가 아니라 추하게 버티고 있다.

프랑스 파리 대학은 국적에 상관없이 세계적인 두뇌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우린 아직도 같은 대학은 물론 같은 과 출신이냐 아니냐를 따진다. 교수가 보다 학제적인 강의를 하기 위해 새로운 과목을 개설하고 싶어도 다른 학과에서 자기네 학과명이 그 강좌명에 들어 있다고 반대한다. 어느 학과가 좀더 미래지향적으로 이름을 바꾸려는데 다른 학과들의 반대로 못하고 있다.

내가 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보다 매력적인 이름으로 바꾸고 싶으면 소정의 합법적인 절차를 밟으면 가능한 것으로 안다. 성을 바꾸는 것도 아니고 내가 내 이름을 바꾸는 것인데 옆집 아저씨가 필사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 왜 우리는 남이 뭘 어떻게 하려는지에 대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인가.

 

<동물도 서로 가르치고 배운다>

[유추]교육은 어차피 일방적인 것이다. 어미 표범은 새끼들에게 먹이로 잡은 동물을 산 채로 가져다준다. 새끼들은 그걸 가지고 그동안 관찰해온 어미 표범의 사냥법을 연습하며 자신들의 사냥 기술을 다듬는다. 훗날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이기에 그냥 먹여주지 않고 악착같이 가르친다.

땅도 좁고 자원도 변변치 않은 일본과 우리 나라가 세계적인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던 유일한 힘은 오로지 교육에 있었다. 두 나라에만 유독 입시 지옥이 있는 데는 다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물론 우리 교육이 지나치게 주입식이며 경쟁적이라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은 앞으로 풀어가야 할 필요악일 뿐 한꺼번에 집어던져야 할 악습은 절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꼭 가르쳐야 할 것은 철저하게 가르치는 부모가 되자. 몇 번이고 둥지에서 떨어지는 새끼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 어미새처럼.

 

<이보다 더 잔인할 수는 없다>

[대조]늑대나 호랑이 같은 맹수들은 늘 으르렁거리며 싸우지만 서로 부상을 입히는 일은 있을지언정 동종끼리 죽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에 비하면 우리 인간은 다른 동물들은 말할 것도 없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도 너무 쉽게 죽인다. 자기 터를 침범했다고 하여 총을 쏘기도 하고,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칼을 휘두르기도 하며, 오랜 세월 쌓인 사무친 원한을 풀기 위해 남을 죽이기도 한다

 

<거미들의 지극한 자식 사랑>

[대조]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로 염낭거미를 따를 자 있으랴. 염낭거미 암컷은 번식기가 되면 나뭇잎을 말아 작은 두루주머니를 만들고 그 속에 들어앉아 알을 낳는다. 새끼들을 온갖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밀폐된 공간을 만들었지만 그들을 먹일 일이 큰 일이다. 그래서 염낭거미 어미는 자신의 몸을 자식들에게 먹인다.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끼들은 어미의 살을 파먹으며 성장한다.

우리들 대부분이 징그럽다 피하는 거미들의 자식 사랑이 이처럼 지극한데 어쩌다 우리 인간이 스스로 자식을 내동댕이치는 미물이 되었는가.

 

<개미와 베짱이의 진실>

[대조]우리 사회도 주 5일 근무제 채택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젠 우리도 삶의 질을 찾아야겠다는 노동자들의 주장과 우리 나라의 국제경쟁력에 비춰볼 때 아직 이르다는 일부 기업인들의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나는 경제학자가 아니라서 어떻게 하는 것이 우리 경제에 더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세상 그 어느 동물보다 우리 인간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우리 나라는 또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노동 시간이 긴 나라 중의 하나라는 사실도 직접 피부로 느끼며 산다. 5일 근무제가 채택된다 하더라도 40시간을 일하는 셈인데 다른 동물들이 들으면 혀를 내두를 일이다.

인간과 개미를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어쩌면 그리 공평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보통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온 후에는 정말 제대로 쉰다. 책을 읽거나 TV를 보거나 잠을 자거나 그냥 쉴 수 있다. 하지만 개미들의 경우엔 엄밀하게 말하면 쉬는 것이 아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그저 움직이지 않는 것이지 정말 쉬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정치권에서 심심찮게 얘기되는 '위기관리 내각'인 셈이다.

 

<갈매기의 이혼>

[유추]갈매기는 동물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있는 동물로 꼽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갈매기들의 이혼율이 의외로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네 쌍 중 한 쌍이 일년을 넘기기가 무섭게 갈라선다는 통계가 있다. 최근들어 우리 나라 부부들의 이혼율이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자식을 기르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은 갈매기들이 자식을 떠나보내고 다음 해에는 이혼하는 것처럼, 우리 나라 부부들도 자식을 다 떠나보내고 난 황혼기에 이혼을 많이 한다.

 

<여성 상위 시대>

[대조]비둘기 등 거의 모든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더 화려한 색깔을 띠며 춤도 더 현란하게 추는 까닭은, 성에 관한 선택권(주도권)이 암컷에게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적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성에 대한 투자를 암컷이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몰몬귀뚜라미같이 수컷이 엄청난 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수컷에게 선택권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 사회에서는 결혼에 있어서 남자 집안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예로부터 많은 문화권에서 여자들은 더 좋은 집안으로 시집가길 원했다. 즉 남자측의 더 큰 투자가 전제된다는 조건이다.

<이상 최재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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