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독해연습23 / 도리를 실천함에 힘씀(여유당전서)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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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성리(性理)를 따지는 학문은 도를 알고 자신을 알아, 그 실천할 도리를 스스로 힘쓰는 것이다. <주역대전(周易大傳)>에 이르기를 이치를 깊이 공부하고, 사람의 본성을 다하면 천명에 이르게 된다.” 하였고, <중용(中庸)>에서는, “능히 자기의 본성을 다해야만 능히 남의 본성도 다하게 되며, 능히 만물의 본성도 다하게 된다.” 하였으며 <맹자>에는 그 마음껏 하는 자는 그 본성을 알게 되니, 그 본성을 알게 되면 천리(天理)도 알게 된다.”하였다. 성리학은 그 근본을 밝히는 학문인 것이다.

 

[] 옛날에 학문하던 자는, 본성이 하늘에 근본한 것을 알고, 이치가 하늘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인륜이 어디나 통하는 도()라는 것을 알았다. 효도와 우애, 충성과 신의로써 하늘을 섬기는 근본으로 삼으려 하고, 예절과 음악, 형정1)으로써 백성을 다스리는 도구로 하며, 성의와 정심2)으로써 하늘과 사람이 서로 교제하는 핵심으로 하였는데 이것을 인()이라 하였다. 인을 행하는 것을 서()라 하고, 인을 베푸는 것을 경()이라 하며, 그 스스로의 행동을 항상 중화3)에 맞게 하였다. 이와 같을 뿐이고 많은 말이 있을 수 없다. 비록 많은 말을 하여도 이것은 중언부언할 뿐이고 다른 말이 있을 수 없다.

 

[] 오늘날 성리학을 하는 자는 이(), (), (), (), (), ()이니 하고 본연(本然), 기질(氣質)을 말하여, “()가 발한다”, “()가 발한다”, “한 가지만 지적한 것이다”, “정해서 지적한 것이다”, “이는 같아도 기는 다르다”, “기는 같은데 이가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세 줄기 다섯 가지에 천 개의 작은 가지 만 개의 잎사귀를 털같이 나누고 실같이 쪼개서, 서로 성내고 떠든다. 어리석은 마음으로 잠잠히 궁리하고는, 성낸 기운으로 목줄기를 붉히며 스스로 천하의 오묘한 이치를 다 깨달았다 한다. 그리하여 동쪽으로 두드리고, 서쪽으로 부딪치며, 꼬리만 잡고 머리를 빠뜨린 자가 문마다 기()를 하나씩 세우고 집마다 진()을 하나씩 쌓는다. 그렇지만 세상이 다하도록 그 송사4)를 능히 결단하지 못하고, 대를 전해 가며 그 원망을 능히 풀지 못한다. 자기에게로 들어오는 자는 우두머리로 삼아 주고 자기에게서 나가는 자를 종으로 여기며, 뜻이 같은 자는 추대하고 뜻이 다른 자는 공격하여 자기 스스로 의거한 바가 극히 바르다 하니, 어찌 어설프지 않은가?

 

[] 예란 것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어른에게 공손하고 임금에게 충성하고 벗에게 신의가 있어야 하는 행실을 알맞도록 조절한 것인데 그 본뜻은 모르고, “사물을 설명하고, 일의 형편을 헤아리는 것은 도에 있어 말단(末端)이다.”하며, “제사 지내는 일은 유사5)가 처리한다.”고 말한다. (중 략) 형정이란 것은 효제6) 충신의 행실을 도와서 이루도록 한 것인데도 그 본뜻은 모르고, “형명과 공리(功利)에 대한 학문은 성인께서 버린 것이다.”한다. 위의란 것은 효제, 충신의 행실을 유지하도록 한 것으로서, 제사 지내는 일과 빈객을 접대하는 일, 조정에 있을 때와 군대를 거느릴 때, 한가하게 있을 때와 상을 당했을 때 그 얼굴빛을 달리해야 하는 것은 <의례>에 두루 기재되어 있어 서로 섞일 수가 없는데, 이것을 모르고 예를 꿇어앉는다는 한 글자로써 개괄한다. 삼백과 삼천이나 되는 예를 꿇어앉는다는 한 글자로써 개괄할 것인가?

 

[] 옛날에 도를 공부하는 사람을 선비라 하였다. 선비는 벼슬한다는 것으로서, 등급이 높은 자는 나라에 벼슬하고 등급이 낮은 자는 대부7)의 집에 벼슬하였다. 이로써 임금을 섬기고, 이로써 백성에게 은덕을 베풀고, 이로써 천하와 국가의 일을 다스리는 자를 선비라 하였던 것이다. 그중에 인륜을 해치는 변란을 만난 사람으로서 백이, 숙제와 우중, 이일8) 같은 사람은 세상을 피해서 산에 숨었으나 그 외에는 숨은 사람이 없었다. 그런 까닭에 은벽9)한 이치를 찾으며, 괴벽한 행동을 하는 것을 성인이 경계하였다.

 

[] 오늘날 성리학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은거한다고 말하며, 비록 세상을 떠나 사는 사람이라도 의리로 볼 때 그 기쁨과 슬픔을 나라와 함께하여야 할 처지인데도 벼슬하지 않는다. 비록 조정에서 세 번 부르고 일곱 번 맞이해서 예에 빠짐이 없는데도 벼슬하지 않는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도 학문을 하면 산으로 들어가는 까닭에 산림10)이라 부른다. 이 사람들이 벼슬할 경우에는, 오직 경연11)에서 경전의 뜻을 설명하는 것과 춘방12)에서 세자를 가르치는 관직에만 눈길을 돌릴 뿐이다. 이들에게 만약 곡식을 관리하고 군사를 다스리며, 소송을 판결하고 손님을 접대하는 일을 맡긴다면, 무리지어 일어나서 비방하여 어진 선비를 대우하는 것이 이와 같아서는 안 된다.” 한다.

 

[] 이 뜻으로 미루어 본다면, 주공은 태재13)를 할 수 없고, 공자는 사구14)를 맡을 수 없으며, 자로15)는 옥사16)를 판결할 수 없고, 공서화17)는 빈객과 더불어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성인이 사람을 가르칠 때에 장차 무엇을 가르치며, 임금이 이 사람들을 불러서는 장차 어디에 임용하겠는가? 그들은 이에 스스로 꾸며 말하기를 나는 주자를 높이 숭상한다.”고 한다. 아아, 주자가 어찌 일찍이 그러하였으리오?

 

[] 주자는 육경을 연마하여 진위(眞僞)를 분별하였고, 사서18)를 밝히어 심오한 뜻을 개발하였다. 조정에 들어와 관각19)의 관원(官員)이 되어서는 위태한 말과 과격한 언론으로 죽고 삶도 돌보지 않고, 임금의 숨은 허물을 공격하며, 권세 있는 신하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였다. 천하의 대세를 이야기하고, 군사의 기밀도 거침없이 말하며, 원수를 갚고 부끄럼을 씻는 대의(大義)를 천추20)에 펴고자 하였다. 또 지방에 내려가 고을의 태수로 있을 때는 어진 규모와 자상한 법으로 백성들 살림살이를 구석구석 살펴서 부역을 고르게 하고, 흉년과 역병을 구제하였다. 그 큰 강령과 자잘한 조목은 한 지방 고을을 다스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라를 다스리는 데 쓰기에도 족하여 그 물러나고 머물러 있음이 정당하였다. 임금이 부르면 오고 내쫓으면 몸을 감추었으나, 임금을 사랑하고 정성스럽게 간직하여 감히 잊지 못하였다.

 

[] 오늘날 성행하는 학문에 빠져 있으면서도 주자를 끌어들여 스스로 자기를 변명하려는 자는 모두 주자를 속이는 것이다. 주자가 어찌 일찍이 그러하였으리오? 그 용모를 꾸미고 행실을 단속하는 것은 자기 멋대로 하는 것과 음탕하고 사특21)한 것을 좋아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텅 빈 뱃속에 마음만 높아 거만스레 스스로 자기만 옳은 체하니, 마침내 손잡고 요··주공·공자의 문하에 함께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성리라는 학문이다.

 

정약용,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중에서


각 단락의 소주제문

[] : 성리학의 근본은 도를 알고 자신을 알아 그 도리를 실천하기 위해 스스로 힘쓰는 데 있다.

[] : 옛날에 학문하던 사람은 하늘의 본성, 이치, 인륜이 어디나 통하는 도라는 사실을 알고 인, , 경을 실천하고자 했다.

[] : 오늘날 학문하는 자들은 지엽적, 파당적인 공론만 일삼고 있다.

[] : 오늘날 학문하는 자들은 형정’, ‘위의의 진정한 뜻을 왜곡하여 잘못 이해하고 있다.

[] : 선비란 벼슬을 함으로써 백성에게 은덕을 베풀고 천하와 국가의 일을 다스리는 자이다.

[] : 오늘날 성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모두 은거하면서 벼슬을 구별하고는 선비의 도를 찾는다.

[] : 오늘날 성리학자들의 주장은 과거 성현들이 벼슬한 일까지 부정하는 것인데 주자 숭상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 : 주자는 벼슬을 하면서 도를 행하고 백성들에게 은덕을 베풀었으며 기쁨과 슬픔을 나라와 함께 했다.

[] : 지금의 성리학은 진정한 성리학의 이치를 외면하고 거만하고 편협한 이론만 고집하고 있다.

 

이 글에 대하여

이 글은 정약용(丁若鏞 17621836)五學論(다섯 가지 학문에 관하여)가운데 첫 번째 글이다. 정약용은 조선 시대의 실학자로서 그의 학문 체계는 유학의 정신 세계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유성원, 이익의 사상을 계승하여 양명학(陽明學)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이이의 주자학(朱子學)에서 주장하는 실천 윤리와 북학파의 사상을 집대성하였다. 이 글은 이같은 그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는 글로서 당시 유학자들의 학문 태도를 과거 선비들과 대조해 가며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주자가 애초에 내세웠던 성리학의 학문 세계로 되돌아갈 것을 주장하고 있다.

 

어휘풀이

1) 형정(刑政) 형사(刑事)에 관한 행정

2) 정심(正心) 바른 마음, 또는 마음을 바르게 가짐

3) 중화(中和) 치우침이 없이 올바름, 또는 그러한 상태

4) 송사(訟事) 소송(訴訟)하는 일

5) 유사(有司) 제사의 실무를 맡은 사람

6) 효제(孝悌) 부모를 잘 섬기는 효()와 형제간의 우애[]를 가리킴

7) 대부(大夫) 고려·조선 때, 벼슬 품계에 붙이던 칭호

8) 백이(伯夷), 숙제(淑濟)와 우중(虞仲), 이일(夷逸) 이 네 사람은 모두 주()나라가 망한 뒤에도, 주나라의 신하임을 주장하며 살아간 사람으로, 주나라가 망하자 벼슬하지 않고 숨어 살았다.

9) 은벽(隱僻) 사람의 왕래가 드물며 구석짐

10) 산림(山林) 역사적 용어로 세상에 나아가지 않고 자연에 은둔하여 학문을 닦는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뒤에는 이들이 학덕을 인정받아 과거를 통하지 않고도 등용되었다. 이후로는 출세의 수단으로 산림에 은거하는 방법이 이용되기도 했다. 학덕이 높다고 인정된 만큼 그들이 산 속에 있을 때나 세상에 나왔을 때를 막론하고 당시의 공론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11) 경연(經筵) 지난날, 임금 앞에서 경서를 강론하던 자리

12) 춘방(春坊) 태자(太子)가 거처하는 궁전

13) 태재(太宰) 나라의 정치를 총찰(總察)하여 다스리는 장관

14) 사구(司寇) 조선 때, ‘형조판서'를 달리 일컫던 말

15) 자로(子路) 공자의 제자, 정사(政事)에 뛰어남

16) 옥사(獄事) 반역·살인 등 중대한 범죄를 다스리는 일, 또는 그 사건.

17) 공서화(公西華) 공자의 제자, 외교 수완이 뛰어났음

18) 사서(四書) 유교의 경전인 논어(論語맹자(孟子중용(中庸대학(大學)의 네 가지 책을 통틀어 이르는 말

19) 관각(館閣) 춘추관(春秋館), 성균관(成均館), 예문관(藝文官), 규장각(奎章閣) 등의 주로 언사를 맡은 직임을 일컫는 말

20) 천추(千秋) 오래고 긴 세월, 또는 먼 장래

21) 사특(邪慝) 못되고 악함

 

 

생각해보기

1. 이 글에서 지은이가 말하는 바람직한 학문 추구의 자세는 무엇인지, 50자 내외로 서술하라.

2. ()에 나타난 당시 선비들의 문제점은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지를 밝혀라.

3. 이 글에서 필자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사용된 대표적인 설명 방법 두 가지를 제시하라.

 

~~ 그렇구나

 

주장과 논거

성리학은 하늘과 인륜의 근본 도리를 깨닫고 이를 실천하는 학문이라는 전제를 제시하고 당시의 학풍이 이같은 성리학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글쓴이는 이같은 비판을 토대로 진정한 학문은 그 이치를 실천하는 데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정약용의 실학 사상이 잘 나타난 이같은 주장은 대조와 예시라는 효과적인 방법에 의해 적절하게 뒷받침되고 있다. , 당시의 성리학자들의 태도와 과거 선비들의 행동을 대조하고 진정한 성리의 의미 등을 예시함으로써 주장의 타당성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의 본성과 이치, 인륜의 도를 깨달아 백성에게 은덕을 베풀고 나라에 봉사하면서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성리(性理)’라는 것이 글쓴이가 이 글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주장이다.

 

구성

모두 아홉 단락으로 이루어진 글이다. 여러 전적(典籍)을 통해 진정한 성리학의 의미를 밝히고 있는 ()를 이 글의 서론으로 볼 수 있겠다. ()~()는 대조와 예시를 주요한 설명 방법으로 사용하면서 글쓴이의 주장을 입증하고 있는 부분이다. 당시의 성리학자들(), (), (), ()과 과거 선비(), ()의 태도를 대조하고 있으며 특히 ()에서는 형정’, ‘위의등의 의미를 밝힘으로써 당시 성리학자들의 태도가 갖는 문제점을 분명히 부각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을 본론으로, 주자의 진정한 학문 세계를 밝히고 당시 성리학자들이 되돌아가야 할 바른 학문의 자세를 언급한 ()()를 결론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표현

이 글은 여유당전서에 나오는 글로서 원래 한문으로 표현된 것을 국문으로 번역한 것이다. 조리가 분명하고 표현이 명확한 글로서, 대조 등의 방법을 통하여 자신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펼치고 있다.

 

생각해보기

1. 도를 알고 자신을 알아 그 실천할 도리를 스스로 힘쓰면서 자신의 배운 바를 현실에서 실천하는 것

2. 성현의 학문 세계를 전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부분적, 단편적으로만 알고 편협하게 적용함으로써 나타남.

3. 대조와 예시

 

-도서출판 늘 푸름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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