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도정(道程) / 요점정리 / 지하련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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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소개

       지하련(池河蓮: 1912- ? )

경남 거창 출생. 본명은 이현욱(李現郁). 1940년 단편 <결별>을 <문장>지에 발표하여 등단. 해방 직후 남편 임화(林和)와 함께 <조선 문학가 동맹>에 가담하여 활동. 그는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해방 후 지식인들의 사회 의식과 사회 문제에 대한 통찰을 보여 주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체향초(滯鄕抄)>, <가을>, <산길>, <도정>, <광나루> 등이 있다.

 
이해와 감상

 1946년 8월 <문학> 창간호에 발표된 <도정>은 지하련의 문학 세계의 한 획을 긋는 작품으로, 해방 공간의 소설 전체를 통해서 중요한 작품 중의 한 편으로 꼽을 수 있다.

해방 공간 곳곳에서 권모 술수가 횡행하고 그것이 심지어는 사회주의자들의 핵심부까지 파고 들어오는 현실과 그런 현실 앞에 맞서 고민하는 양심적 지식인의 초상(肖像)이 작가의 날카로운 눈에 의해 생생하게 포착되어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이 작품에 그려진 석재의 고민은 결코 해방 공간이라는 한정된 시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규율과 개인적 양심 사이의 갈등 즉,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전형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석재가 입당 원서에 '소부르주아'라고 써넣고 나서 자신 속의 소시민성과 싸울 것을 다짐하는 장면은 오늘의 시점에서 보아도 참으로 인상적이다.

이 <도정>을 읽으면서 우리가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이 작품이 지하련의 해방 전 작품에서 한 단계 올라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방 전의 작품군(群)과 전혀 무관한 존재, 또는 해방 전의 작품 세계를 완전히 거부한 자리에서 빚어진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작품의 성공은, 따지고 보면 해방 전의 작품군에서 선보였던 섬세한 기법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석재가 해방의 소식을 알게 되는 장면을 묘사한 소설의 첫 대목만 보아도 이 점을 알 수 있거니와, 그 기법은 작품의 마지막까지 지속되면서 이야기에 탄탄한 현실감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도정>의 성공은 지하련의 해방 전 작품들에 나타났던 심리 탐구의 노선을 이어받으면서 거기에다 지식인과 사회 문제에 대한 통찰을 결합시킨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이동하, 작품해설 참조>

 

줄거리

 주인공 석재는 사회주의자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적극적인 투쟁을 하다가 체포되어 6년이나 징역을 살고 나온 후 투쟁 일선에서는 물러나 있던 인물이다. 해방을 맞아 서울로 올라온 석재는 새로 재건된 당의 최고 간부진 가운데 기철이 들어가 있는 것을 알고 크게 놀란다. 기철로 말할 것 같으면 일제 말기에 광산을 한다면서 돈주머니를 거머쥐고 돌아다니던 기회주의자가 아니던가. 그런 인물이 당의 핵심부에 자리 잡았다니 도대체 이 당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렇다고 당을 떠날 수는 없었다.

석재가 당사를 찾아가니 기철이 몹시 반가워하며 함께 일하자고 한다. 석재는 그에게 심한 혐오감을 느끼지만, 다음 순간 '이제 기철이 당의 중요 인물일진대 기철을 비난하는 것은 곧 당을 비난하는 것'임을 깨닫고 고민에 빠진다. 석재는 그런대로 일단 입당 수속을 밟기로 하고 내어 주는 입당 원서의 계급란에 '소부르주아'라고 썼다. 그러고 나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마음 속으로 다짐하면서 현장으로 향했다.

"나는 나의 방식으로 나의 '소시민'과 싸우자! 싸움이 끝나는 날 나는 죽고 나는 다시 탄생할 것이다.…… 나는 지금 영등포로 간다. 그렇다! 나의 묘지가 이 곳이라면 나의 고향도 이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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