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道峰) - 박두진
by 송화은율도봉(道峰) - 박두진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
구름도 떠 가곤
오지 않는다. //
인적(人跡) 끊인 곳
홀로 앉은
가을 산의 어스름 //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
울림은 헛되이
빈 골 골을 되돌아 올 뿐 //
산 그늘 길게 늘이며
붉은 해는 넘어 가고 //
황혼과 함께
이어 별과 밤은 오리니 //
삶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갓 괴로울 뿐. //
<하략>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박두진은 등단 초기부터 자연을 대하는 기쁨과 그 영원성을 노래하였다. 시인은 이 시에서 석양이 아름답게 도봉산을 비출 무렵에 느낀 감상을 노래하고 있다. 시인은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적절하게 토로하여 인간 심성의 그 내면적 깊이를 가늠한다. 특히, 가을 산에 홀로 앉아 있는 시인에게서 붉은 해가 하늘 끝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따라 변화해 가는 감정의 추이를 살펴볼 수 있어 감상의 묘미를 더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해 가는 시상의 전개 과정을 유념하며 읽을 필요가 있다.
▶ 성격 : 관조적, 사색적, 서정적
▶ 심상 : 시각적, 청각적
▶ 어조 : 독백적 어조
▶ 특징 : 박두진의 시 가운데 산문적인 요소를 절제하여 나타냈으며, 어미의 과감한 생략으로 시적 여운의 효과를 거둠.
▶ 시상 전개 : ① 석양 무렵부터 황혼, 밤으로 이어지는 시간적 흐름에 따른 시상 전개.
② 원경(遠景)에서 근경(近景)으로 묘사됨.
▶ 구성 : ① 기 : 공간적 배경 묘사(1-3연) ---서경적
② 서 : 적막함, 허전함의 내면 세계(4-8연) ---서정적
③ 결 : 그대가 오는 내일의 밝은 아침을 갈망함(9,10연) ---서정적
▶ 제재 : 가을 산
▶ 주제 : 인생 본연의 외로움과 적막함.
<<역사적 관점에서 본 작품 분석>>
1. 시작(詩作) 배경 이 시는 일제 말기의 암흑기에 마음을 붙일 것이 없는 상태의 고독감과 한 줄기의 구원을 바라는 외로운 심경을 감미로운 서정과 애조(哀調)로 읊은 시이다. 2. 시상의 전개 * 제1연 - 외로운 배경의 모습 * 제2연 - 공허감 * 제3연 - 삶의 비탄 * 제4연 - 구원의 갈망 3. 제재 : 적막한 자아 4. 주제 : 구원을 그리는 외롭고 쓸쓸한 심정 5. 시어의 상징 의미 * 그대 - 특정의 대상이 아닌 애인,민족,여호와 등 어느 것일 수도 있다. |
<연구 문제>
1. 이 시에서 시간 변화가 화자의 심리 상태에 미치는 과정을 고려하여 뒤로 갈수록 드러나는 특징을 140-180자 정도로 밝히라.
<모범답> 이 시는 산에 대한 서경적 묘사를 시작으로 시적 화자의 심리 변화를 서술하고 있다. 어스름 저녁에서 별과 달이 뜨는 밤으로 진행될수록 화자는 외롭고 쓸쓸한 정서에서 마침내 슬픔의 정서까지 느낀다. 즉, 조용한 우수의 분위기에서 영탄 짙은 인간의 내면 의식까지 확대되고 있는 특징을 보여 준다.
2. 이 시에서 ‘산새’, ‘구름’, ‘황혼’ 등의 자연물이 갖는 이미지를 쓰라.
<모범답> (1) 산새 : 짝 잃은 외로움의 정서
(2) 구름 : 한 곳에 붙박히지 못한 채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
(3) 황혼 : 저물어 가는 삶의 쓸쓸함, 처연함
3. 이 시의 모티브가 된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찾아 쓰라.
<모범답> (1) 시간적 배경 : 어스름, (2) 공간적 배경 : 가을 산
< 감상의 길잡이 1 >
제1~3연은 사적(私的)인 감정이 배제된 부분이지만, 전반적인 정서의 흐름이 외로움과 적막함의 정서를 환기시킨다. 자연 이외에 다른 벗이 없는 시인에게 산새, 구름은 절대적인 존재이다. 자연의 한가운데로 찾아온 화자에게 울어 반겨야 할 산새가 울지 않고, 떠 간 구름이 오지 않는 상황은 비참하고 괴로울 뿐이다. 자연이 시인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않으므로 마침내 시인은 인적 끊긴 가을 산에 홀로 앉아 지난 인생을 반추(反芻)할 수밖에 없다.
제4~8연의 상황은 시인의 내면 세계에 대한 관조를 서술하는 부분이다.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 없는 산 속에서 시인은 외로움을 이기려고 소리 높여 불러 본다. 하지만, 이런 부름은 산울림이 되어 돌아올 뿐이어서 오히려 나의 내면에 반향을 일으켜 적막함이 확대될 뿐이다. 온종일 산 속에 있어도 그대의 실체는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기에 괴롭고 슬프다.
제9,10연은 그대를 향한 화자의 그리움이 나타난다. 그 그리움의 대상인 ‘그대’가 누구인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그 때문에 ‘나’는 괴로움을 느끼고 있다. 특히, 제9연의 ‘이제도’라는 시어는 그대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을 함축하고 있는 바 오직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 때문에 화자는 끝내 슬픔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이 시는 자연의 우수와 적막함에 심취된 화자의 정서를 강하게 드러낸다. 한편, 도봉은 일제 말기의 어둡고 암울했던 시대 상황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도 있는 여지가 있다.(앞의 <<역사적 관점에서 본 작품 분석>>참조)
< 감상의 길잡이 2 >
이 작품은 내용의 흐름에 따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⑴ 제1~3연, ⑵ 제4~7연, ⑶제8~10연
⑴의 부분에서 작품은 느릿하고 차분한 분위기로부터 시작한다. 산새도 구름도 보이지 않으며, 사람의 자취도 끊어진 가을 산의 저녁 무렵을 배경으로 하여 작중 인물이 있다. 분위기는 조금 쓸쓸하지만 외로움이나 괴로움 같은 사람의 감정은 아직 드러나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독자들은 평온한 마음으로 작품 속의 상황으로 이끌려 들어간다.
⑵의 장면에서 여기에 변화가 일어난다. `나'는 대답할 사람도 없는데 소리 높여 누군가를 부르고, 그 소리는 헛되이 빈 골짜기들을 울리고 되돌아 온다. 시간은 저녁 무렵 ― 넘어가는 해의 붉은 해의 산 그늘이 길어지고, 황혼이 펼쳐진다. 얼마 뒤에는 별빛과 함께 밤이 올 것이다. 이 적적한 풍경 속에서 누군가를 헛되이 불러 보는 `나'의 행동은 어떤 외로움을 암시해 준다. 대답하는 이 없이 되돌아오는 울림은 허전한 그의 마음 속에 와 닿아 쓸쓸한 반향을 일으킨다.
⑶의 대목은 작중 인물의 괴로운 독백으로 바뀌면서 그 외로움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삶은 갈수록 쓸쓸하기만 하고 사랑은 괴로울 뿐이다. 이 말을 보건대, 그는 이루어지지 않은 그리움을 안은 채 이 쓸쓸한 산을 찾아 온 것이다. 그리움의 대상은 `그대'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나'는 그대를 위하여 길고 외로운 밤과 슬픔을 겪는데, 그대는 이 저무는 무렵 어느 마을에서 쉬는가? 여기에 보이는 그대가 어떤 사람인가는 확실하지 않다. 작품의 흐름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그가 누구일까를 상상해 보는 것은 독자의 자유이다. 어떤 경우든 작품의 서두에서부터 마지막 행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깊어지는 외로움과 그리움의 분위기는 다시금 음미하여 볼 만하다. [해설: 김흥규]
<맥락 읽기>
1. 어떤 느낌?
☞ 외롭고요, 쓸쓸하고요, 적막하고요
2. 화자는?
☞ 나.
3. 나는 무얼 바라보고 있지요?
☞ 산이요.
3-1. 무슨 산이지요?
☞ 가을산
3-2. 그래? 산새는?
☞ 날아오지 않는데요.
3-3. 구름은?
☞ 떠 가고 오지 않는데요.
3-4. 인적은?
☞ 끊겼는데요.
3-5. 산은?
☞ 홀로 앉았는데요, 그리고 가을 산인데요.
4. 배경이 어때요?
☞ 시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데요.
5. 자! 그럼, 나는 무얼 하지요?
☞ 누구를 부르는데요.
5-1. 대답이 있나요?
☞ 울림은 헛되이 되돌아 오는데요.
6. 시간적 배경은 어때요?
☞ ‘어스름’에서 ‘해가 넘어가고’ ‘밤’이 오는데요.
7. 전체적으로 배경은?
☞ ‘가을산’이고요 ‘밤’인데요.
8. 시인은 왜 그런 배경을 택했을까?
☞ ‘나’의 외로움, 쓸쓸함, 적막함을 잘 드러낼 수 있네요.
9. “삶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 사랑은 한갓 괴로울 뿐” 왜 그럴까?
9-1. 너희들은 낮에 쓸쓸하냐, 밤에 쓸쓸하냐?
☞ 밤에요.
9-2. 사랑하는 사람이 널 슬프게하면 어때?
☞ 괴로워지겠죠.
10. “삶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 사랑은 한갓 괴로울 뿐. // 그대 위하여 나는 이제도 이 / 긴 밤과 슬픔을 갖거니와.// ” 자 이제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냐?
☞ 예, 밤이 길고 슬픔이 있기 때문에 삶이 쓸쓸하고 사랑이 괴로운 것 아닙니까?
11. 그럴꺼야? 그렇다면 이 시에서 ‘그대’는 누굴까?
11-1. ‘나’가 사랑하는 어떤 특정한 여인일까?
☞ 아닌 것같은데요.
11-2. 왜?
☞ 그대는 나도 모르는 마을에서 쉬고 있는데요.
11-3. 아까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 외로운 사람요.
11-4. 그렇다면, 그대는 누굴까?
☞ ‘나’의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12. 이 시는?
☞ 인간의 채워질 수 없는 그리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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