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덕목의 꽃, 민들레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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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옛문자는 (천천이 걸을-)()의 조합으로, ‘눈을 똑바로 뜨고 걸어 행동을 바르게 하다가 본 뜻. 그후 ()을 더해 눈으로도 보지만 마음으로도 바르게 한다는 뜻이 됨.

 

1. 덕무상사(德無常師) : 덕을 닦는 일은 마음에 달렸지 특정한 스승이 필요없다. [서경(書京)]

 

2.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 [논어]

덕이 있으면 사람이 절로 모인다네. 덕이 없을까 두렵지 사람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3. 덕목의 꽃, 민들레

옛날 글을 가르치는 서당을 속칭 '앉은뱅이 집'이라고도 불렀다. 민들레를 남도에서는 앉은뱅이꽃이라고 불렀고, 서당의 꽃밭에는 의당 앉은뱅이꽃을 심었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또 옛 글을 읽다 보면 서당 훈장을 '포공(蒲公)'으로 미화한 대목을 이따금 볼 수 있는데, 바로 민들레꽃을 포공영(蒲公英)이라 부른 데서 얻은 이름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를 가르치는 것과 민들레와는 밀접한 함수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옛날 서당에서는 글만 가르친 것이 아니라 심성을 기르는 덕육(德育)도 했으며 그 덕육을 포공구덕(蒲公九德), 곧 민들레가 지닌 아홉가지 습성으로 비유해 마음에 아로새겼기 때문이다.

 

민들레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길가에 피어 마소와 수레바퀴에 짓밟히고 짓이겨도 죽지 않고 끝내 살아나는 끈질긴 잡초다.

 

나쁜 환경, 나쁜 여건을 억척스레 이겨내는 인()의 덕이 그 일덕(一德)이다. 민들레보다 생명력이 웃도는 강인한 잡초는 없다. 뿌리를 난도질하여 심어도 그 뿌리에서 싹이 돋으며, 뿌리를 캐어 닷새고 이레고 햇볕에 바싹 말렸다 심어도 싹이 돋는 역경 이겨내는 강()이 이덕(二德)이다. 민들레는 돋아난 이파리 수만큼 꽃대가 올라오는데, 꽃이 한꺼번에 피지 않고 반드시 한 꽃대가 피었다 지면 기다렸다 피는 차례를 아는 꽃이다. 곧 차례를 아니 예()가 있음이요, 이것이 삼덕이다.

 

여린 잎은 나물로 무쳐 먹고 뿌리는 김치를 담가 먹으니, 온몸을 다바쳐 후생(厚生)으로 성인(成仁)하니 용()이 사덕이다. 그리고 꽃에는 꿀이 많아 원근에서 벌을 많이 끌어들이니 정이 오덕이다. 잎이나 줄기를 자르면 하얀 젖이 나니 사랑이 육덕이요, 약재로서 머리를 검게하여 늙은이를 젊게 하니 효가 칠덕이다.

 

모든 종기에 민들레즙이 으뜸이니 그 인()이 팔덕이며, 씨앗이 되어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 자수성가하니 그 용()이 구덕이다. 청소년의 정신 교육의 조건들을 완벽하게 갖춘 민들레요, 따라서 서당에서 민들레꽃을 심는 이유가 알 만해진다.

 

4. 부채의 덕목

수선화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랑을 뜻하고, 민들레가 이별을 뜻하듯 꽃들에는 꽃말이 있다. 부채에도 부채말이 있다. 18세기 유럽의 사교장에서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부채의 조작만으로 의사를 통달했을 정도로 부채말이 발달해 있었다 한다. 이를테면 부채를 입술에 갖다 대면 '기회가 주어지면 당신에게 키스를 허용한다'는 뜻이요, 부채끈을 오른손에 걸고 접은 부채를 들고 있으면 '나는 연인을 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는 표시다. 부채로 앞머리를 문지르면 '지금 당신 생각을 하고 있다', 부채를 펴서 얼굴을 가리면 '당신을 진정으로 싫어한다'는 뜻이라 한다.

 

스페인에는 <부채말 사전>이란 핸드북이 있었고, 영국에는 젊은 숙녀들을 위한 부채말 학교까지 있었다 한다. 대단한 부채의 용도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말로 하기 어색한 남녀간의 말을 대신해 주는, 색깔있는 용도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조상들에게 있어 부채의 용도는 다양했다. 흔히들 부채를 '팔덕선(八德扇)'이라고 불렀는데, 여덟 가지 덕(), 곧 용도가 있다 해서 얻은 이름이다. 바람을 일으켜 시원하게 해주는 것이 일덕이요, 요긴할 때 땅에 깔고 앉는 깔개가 되니 그것이 이덕이며, 따갑게 햇살을 가려 응달을 들이니 그것이 삼덕이다. 손에 들고 이리저리 가리켜 일 시키는 데 십상이니 사덕이요, 먼데 있는 사람 불러들이는 데 십상이니 오덕이며, 빚쟁이 만났을 때 얼굴을 가려주니 육덕이다. 어른 앞에서 하품을 가려주니 칠덕이요, 해져서 버려도 아깝지 않으니 그것이 팔덕이다.

 

미국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가보면 꼭 1백 년 전 신미양요 때 미해군이 강화도에서 노획해 간 전리품이 전시돼 있는데, 그중 일심선(一心扇)이라는 게 있다. 그 전투에 참여한 전사들이 한 부채의 부챗살에 자신의 이름을 써 일심동체를 다진 부채인 것이다. 이같은 철학적 용도가 구덕이다.

 

또 무당들이 신굿을 할 때 반드시 부채를 들고 나오는데, 이 부채는 부정(不淨)을 불식하는 도구가 되고 있으니 이 같은 종교적 용도가 십덕이다. 또 판소리를 하면서 부채를 펴면 목청이 확대되는 시각효과를 더하고, 부채를 접으면 목청의 단절효과를, 서서히 펴나가면 지속효과를 더하니 그것이 한국부채의 예술적 십일덕이다. 그리고 기방에서 기녀가 마음을 주는 뜻에서 은밀히 내미는 개심선(開心扇), 단옷날 친지들간에 주고받는 물망선(勿忘扇)은 정표를 보증하는 부채의 십이덕이다. 그 열두 덕풍이 부는 부채의 계절- 오늘이 단오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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