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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매체의 폭력성과 선정성이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가? (서울대 2000)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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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매체의 폭력성과 선정성이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가? (서울대 2000)

 

 : 저는 폭력성이나 선정성을 기준으로 사전 검열을 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먼저 예술의 본질을 살펴보면 그것은 사회적 산물이기는 하지만 사회가 허용하는 가치 기준에서 한두 발짝 앞서 나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예술 작품이 사람들의 통념을 깨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인류 역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중세 시대에 신을 그리던 회화에서 벗어나 사람과 세상을 그리기 시작한 화가들이 있었기에 근대 회화가 시작되었고, 인류의 문화 유산은 풍부해질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이단이고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들이었지만 지금은 엄연한 문화 유산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예술의 본질을 고찰해 본다면 단지 당대의 사회적 가치 기준으로만 예술을 평가하는 것은 자칫 사회의 변화를 막고 현 상태에 정체시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 저는 사전 심의 제도 혹은 검열 제도 등이 단순히 이 사회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사회 통제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사전 심의 제도는 일제 시대의 잔재로 반공주의에 공헌했고 현재는 권력층에 대한 비판을 제도적으로 말살하는 방편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10년 전만 해도 영화 속에 나오는 공산당들은 너무나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양민을 학살하고 약탈하고 방화하는 범죄자로 그려졌습니다. 그런데 당시 사회 분위기를 보면 반공주의가 만연하고 있었고 영화 역시 그렇게 그려지지 않으면 사전 심의 제도에 걸리게 되어 있었습니다.

 

현재의 예를 들면 DJ DOC라는 그룹이 사이비 기자와 부패한 경찰을 비판하는 곡을 불렀다고 해서 그 곡을 방송 금지시킨 경우입니다. 이것은 정부나 권력에 대한 비판을 원칙적으로 봉쇄하는 수단으로 심의 제도가 이용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권력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지만 그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그 방법으로는 심의 제도가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과거든 현재든 검열 제도는 음성적인 사회 통제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그렇다면 과도한 선정성이나 폭력성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또 혹자는 청소년들을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검열과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이렇게 과도한 선정성이나 폭력성이 방지되어야 하지만 지금 같은 사전 심의나 검열 제도로는 안 됩니다.

 

저는 대안으로, 영화나 출판물 등의 선정성과 폭력성에 대해 청소년들의 현실적 상황과 그들의 알 권리까지를 배려하는 수준에서 정한 등급제의 철저한 실시와 성인 전용관의 설치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치적인 혹은 이데올로기적인 영향권 아래 있지 않도록 민간 단체가 주관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그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 체제를 갖추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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