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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어깨, 시(詩)의 장소 / 김정란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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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어깨,  시(詩)의 장소 / 김정란


시로써 시가 놓인 장소를 말하면서 시를 정의하고 있는 그런 시이다. 물론 그 시의 정의는 이 시인만의 정의이다. 이 시인에게 시란 무엇이었을까. 분명 누군가의 입김, 그 누군가가 몸부림친 흔적으로 꽃피어나는 그 자리가 시의 자리이며, 그때의 꽃이 바로 시이다. 그런데 그 꽃이란 `붉은 백 겹의 혓바닥'처럼 피어나 있는 그 상태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색다른 문제가 시작된다.  그 꽃은 하나의 최종적인 완결이 아니라, 속에 영혼을 잃고 껍데기만으로 춤을 추는 그 발자국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시가 놓인 자리는 언제나 `춤추는 발자국의 길'이고, 그 때문에 그 자리는 `언제나 아프다'. 누군가(시인)의 몸부림이 낳은 꽃이 시이지만, 실은 그 꽃에서 이미 영혼은 떠나가고 그 흔적만 남아 춤추는 것이 시이다. 따라서 시의 장소에는 늘 `날아가는 커다란 눈'이 여러 개 있다. 완결을 향해 꽃을 피우지만 그 완결된 지점에서 춤을 추며 흔적 남기고 떠나는 그 지점에 시가 있다는 시인의 의식은 존재의 외형을 통해 그 존재의 근원을 드러내려는 시적 의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현상계를 넘어 존재의 근원을 파헤치려는 집요한 탐구가 곧 시의 주제라는 사실을, 시라는 매개로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해설: 박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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