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 요점정리 / 이태준
by 송화은율작자소개
이태준(李泰俊: 1904- ? )
강원도 철원 출생. 호는 상허(尙虛). 동경 상지대학 예과 중퇴. 1925년 <시대일보>에 <오몽녀(五夢女)>로 등단. 이화여전 강사, <조선 중앙일보> 학예부장 역임. <구인회(九人會)> 동인. <문장>지 주관. 해방 후 <조선 문학가 동맹 중앙 집행 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좌익 문학 운동을 하다가 1946년 월북함. 그는 탁월한 미학적 문체로 예술적 정취가 짙은 단편을 남겼다. 그는 이러한 서정적 작품 속에서도 시대 정신을 추구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까마귀>, <달밤>, <사냥>, <제2의 운명>, <불멸의 함성> 등이 있다.
요점정리
갈래 : 단편소설
배경 : 서울 성북동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성격 : 애상적
제재 : 세상사에 적응 못하는 못난이의 삶.
주제 : 각박한 현실에 부딪혀 아픔을 겪는 삶의 모습.
인물 : 나 - 황수건을 동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소설 속의 서술자.
황수건 - 우둔하고 천진한 품성을 지닌 남자. 학교 급사, 보조
신문 배달원, 참외 장사 등을 하지만 제 대로 하는 것이
없어 모두 실패한다. 끝내 아내마저 도망가자 달을 쳐다
보며 우수에 젖는 주인공.
구성 : 발단 - '나'는 첫 만남에서부터 황수건이 못난이란 사실을 앎.
전개 - 정식 배달원이 소원인 보조 신문 배달원 황수건의 과거.
위기 - 보조 배달원마저 쫓겨나고 '나'의 도움으로 참외 장사를 시
작함.
절정 - 참외 장사 실패와 아내의 가출.
결말 - 달을 쳐다보며 우수에 잠기는 황수건.
이해와 감상
1933년 <중앙(中央)>에 발표된 단편소설. '나'와 '황수건'이라는 사내가 엮어내는 이야기인데, 우둔하고 천진한 품성을 지닌 '황수건'이 각박한 세상사에 부딪혀 아픔을 겪는 모습이 중심을 이룬다. '못난이'로 불리우는 황수건은 과연 이 세상에서 살아 나갈 수가 없을까. 그와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와 이를 바라보는 '나'의 태도, 그리고 애상적 분위기가 돋보인다.
'나'는 문 안에서 성북동 시골로 이사 온 후에야 사람다운 삶의 체험을 하게 되어 더 큰 보람을 느낀다. 그것은 '못난 이'가 눈에 잘 띈다는 사실 때문이다. 문 안에는 말하자면 '잘난 사람'들만 살기 때문에 '못난 사람'은 밖으로 나올 수도 없고, 또 있어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골은 '못난 사람'도 자신을 감추지 않고 사는 곳이다. '못난 사람'이 자기 나름의 서툴고 어수룩한 생각을 통제 없이 표현한다는 것은 시골에는 그러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북동에 작은 집을 사서 이사 온 '나'에게 "왜 이렇게 죄고만 집을 사구 와겝쇼. 아, 내가 알었더라면 이 아래 큰 개와집도 많은 걸입쇼."라고 첫 대면부터 황당하게 면박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못난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러나 '나'는 바로 이런 인물에게 정(情)을 느끼고 있다. '나'가 '반편'에 해당하는 '황수건'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미를 느끼고, 또 이야기의 뒷끝이 깨끗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늘 복잡하고 뒷끝이 깨끗하지 못했다는 것과 상통한다.
그러므로 작가가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은 두 인물의 관계가 아니라, '황수건'이라는 인물의 사람됨과 그러한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인식이다. 즉, 이 세계는 약삭빠르고 경쟁에서 이기는 '잘난 사람'만이 살 수 있는 곳이기에 '황수건' 같이 신문 배달 자체만을 최대의 목표로 삼고 있는 사람, 그래서 도중에 어느 집에서 지체되면 밤이 되어서까지 배달하는 사람은 도시적 경쟁에서 도태(淘汰)되기 마련이다. 작가는 이러한 인물을 통해서 '반편' 같은 존재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살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태준의 대표작, 예를 들어 <까마귀>, <밤길>, <복덕방> 등은 일상적인 사소한 것들에 패배당하는 인간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패배주의자들에 대하여 독자가 연민을 느끼는 것은 서술자, 또는 작중에 뛰어든 관찰자 '나'의 동정적인 태도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나'가 '황수건'을 대하는 태도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그와 같은 동정심은 휴머니즘 정신에 기반을 둔 것은 사실이지만, 회고(懷古) 취향의 나른한 서정성이 너무 짙게 배어 나온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의 마지막 대목인 "달밤은 그에게도 유감한 듯하였다."는 문장은 이태준 문학 성향의 한 농축(濃縮)이라 할 수 있으며, 그의 문학이 '역사' 또는 '미래'와 거리가 먼 것임을 입증하기도 한다.
줄거리
성북동으로 이사 온 '나'는 시냇물 소리와 쏴아 하는 술바람 소리 때문에, 그리고 황수건이란 사람을 만나고부터 이곳이 시골이란 느낌을 받는다.
우둔하고 천진한 품성을 지닌 황수건은 아내까지 거느리고 형님의 집에 얹혀살면서 학교 급사로 일하던 중 일 처리를 잘못하는 바람에 쫓겨난다. 그는 현재 원(정식) 배달원이 떼어 주는 20여 부의 신문을 배달하고 월 3원 정도의 보수를 받는 보조 배달원으로, 그의 유일한 희망은 원 배달원이 되는 것이다.
그는 '나'와 가깝게 지내면서, 집을 구하는 것에서부터 우두(牛痘)를 맞지 말라, 개를 키우지 말라는 등 여러 가지 실속 없는 참견을 한다. 그러나 그의 순진한 성격을 아는 '나'는 그의 참견을 끝까지 받아 준다.
그런데 성북동이 따로 한 구역이 되었으나 원 배달은커녕 '똑똑치가 못하니까' 보조 배달원 자리마저 떨어지고 만다. 황수건은 '나'에게 하소연을 한다. '나'는 그의 처지가 하도 딱해서 참외 장사라도 해보라고 돈 3원을 준다. 한동안 그는 참외도 가져오고 포도도 훔쳐 오는 등 '나'의 집에 잘 들렀으나, 참외 장사도 실패하고 끝내는 동서(同壻)의 등쌀을 견디지 못한 그의 아내마저 달아난다.
어느 늦은 밤, 그는 달만 쳐다보며 서툰 노래를 부른다. 전에 볼 수 없던 모습으로 담배를 피우면서……. '나'는 그를 부를까 하다가 그가 무안해 할까봐 얼른 나무 그늘에 몸을 숨긴다. 쓸쓸한 달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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