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눈길 / 고 은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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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1958 <현대문학> 11월호에 「봄밤의 말씀」, 「천은사운(泉隱寺韻)」 등 다른 두 작품과 함께 서정주 시인의 추천을 받아 발표된 실질적 데뷔작으로서 첫시집 「피안감성(彼岸感性)」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이다. 같은 제목의 다른 작품과 구별하기 위하여 본디 「속() 눈길」이라 하였으나, ‘()’자를 떼고 보통 「눈길」이라 불리운다. 이 시는 눈 덮인 길을 바라보며, 긴 방황과 고뇌를 가라앉히고 명상에 잠기는 체험을 노래한 시다. 눈길을 보는 화자의 시야에 어린 인식의 추이를 좇아 보자.

▶ 성격 : 명상적, 관념적, 상징적

▶ 어조 : 엄숙하고 묵직한 어조(←종결형 어미 ‘-노라의 반복)

▶ 구성 : ① 방황 끝의 명상(1-4)

② 공()으로 정화된 세계의 발견(5-9)

③ 새로운 정신 세계의 열림(10-15)

④ 정화된 외부 세계의 내면화(16-21)

▶ 제재 : 눈 내리는 풍경

▶ 주제 : 모든 고뇌와 방황을 씻고 무욕(無慾)의 상태에서 모든 것을 다시 인식하고자 함. [명상을 통하여 깨달은 적멸(寂滅)의 평화]

 

< 감상의 길잡이 1 >

이 시는 시인이 민족과 역사를 만나기 전, 허무주의적 세계에 빠져 있던 초기시의 대표 작품이다. 그의 허무주의는 50년대 전후(戰後)의 폐허를 배경으로 방랑과 입산, 환속으로 이어진 자신의 행려 의식(行旅意識)과 노장(老莊)의 무위(無爲) 사상, 그리고 불교의 공() 사상과 관련 깊은 것으로, 그의 초기시 세계에 깊이 침윤되어 있다.

시인은 눈 덮인 길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 왔던 방황과 고뇌를 가라앉히고 무념 무상(無念無想)의 명상적 경지에 다다르는 체험을 노래하고 있다. ‘은 그 흰 빛깔로 인해 정화(淨化)’의 이미지이며, 모든 것을 너그럽게 감싸 안는다는 의미에서 관용(寬容)’ 내지 포용(包容)’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 눈길은 지난 것이 다 덮여 있는 , 지난날의 방황과 고뇌를 정화시켜 포근히 감싸 안는 평온한 상태를 의미한다. ‘온 겨울을 떠돌고 와’, ‘온 겨울의 누리 떠돌다가라는 구절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화자는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오래도록 방황을 거듭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방황의 끝에서 그는 모든 것을 덮어 버리는 눈을 바라보며 나의 마음 속에 처음으로 솟구쳐 오르는 벅찬 감동과 희열을 느낀다. 바로 이 순간의 눈 덮인 풍경을 그는 설레이는 평화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한 눈길을 바라보는 화자의 마음은 밖에서는 눈길인데, ‘안에서는 어둠이다. 나아가 쌓이는 눈더미 앞에 나의 마음은 어둠이라고 하고 있다. 이 어둠은 실제 어둠이 아닌, 마음 속에서 느끼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눈길과 서로 조응되는 이미지이다. 따라서 어둠은 절망적 암흑이 아니라 평화의 경지에 도달한 상태에서 느끼는 어떤 감정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겨울’, 즉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방황을 거듭해 온 시인의 삶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 주는 이미지요, ‘어둠 으로 덮인 평화의 경지를 바라보며 느끼게 되는 평온하고 고요한 평정심의 의미이다.

 

< 감상의 길잡이 2 >

이 시는 시인이 아직 민족과 역사와 만나기 전, 허무주의적인 세계에 탐닉하던 시절에 쓰여진 초기 작품이다. 허무주의는 1950년대의 폐허를 배경으로 개인적인 방황과 연결되어 있는 듯이 보인다. 또한, 노장(老莊)의 무의 사상 내지는 불교의 공() 사상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허무 의식은 사사성(私事性)과 함께 초기시의 특징을 대표한다.

이 시에 설정된 상황은  어둠이 갖는 함축 의미의 해석이 다소 문제가 될 뿐 비교적 명료하다. ‘의 마음은 어둠에 잠겨 있고 세상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구도(求道)를 위해 온 겨울을 방황하고 고뇌하던 시인의 영혼은 눈길을 바라보면서 잠시 명상에 잠긴다.

은 그 흰 빛깔로 인해 정화(淨化)의 이미지를, 모든 것을 감싸 안는다는 의미에서 관용 또는 포용의 이미지를 가진다. ‘눈 내리는 풍경은 모든 고뇌와 고통을 덮어 버리고 설레이는 평화가 열리는 새로운 세상이다. 시인은 지난날 자신을 집요하게 붙들던 현상(現象)이 소멸되고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움직임’, 들리지 않던 대지의 고백이 비로소 들리는 체험을 한다. 이는 일상적 경험에 의한 감각이 아니라, ‘묵념 속에 얻은 깨달음이다.

결국, ()으로 정화된 외부 세계는 내면화되어 이 세상을 덮듯, 시인의 마음을 어둠으로 덮는다. 실로 자아와 세계의 정서적 융합인 것이다. 여기서 어둠은 절망이 아니라 번민과 고뇌가 정화된 무념 무상의 경지요, 암흑이라기보다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기에 적합한 조건으로 보아야 한다. , 그 동안의 번민과 방황에서 벗어난 명상의 정신 상태를 말한다.

이 작품도 그렇지만 시인 고은의 초기시는 행려 의식(行旅意識)과 허무주의와 평화의 철학이 배경을 이룬다. 이 시절 그는 뛰어난 언어 감각과 예리한 감성이 결합된 시를 주로 썼다.

 

< 감상의 길잡이 3 >

눈 덮인 길을 바라보며 오랫동안의 방황과 고뇌를 가라앉히고 무념 무상(無念無想)의 명상적 경지에 다다르는 체험을 노래한 작품이다.

눈은 그 흰 빛깔로 인해 정화(淨化)의 이미지를 가지며, 모든 것을 너그럽게 감싸 안는다는 의미에서 관용 내지 포용의 이미지로도 자주 쓰인다. 이 작품의 눈 역시 그러한 이미지들을 수용하고 있다.

이 시에서 눈길은 `지난 것이 다 덮여 있는' , 지난날의 고통과 고뇌를 정화시켜 포근히 감싸 안는 평온한 상태의 표현이다. 시인은 `온 겨울을 떠돌고' 왔다는 데서 짐작되듯이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방황을 거듭해 온 인물이다. 이러한 방황의 끝에서 그는 모든 것을 덮은 눈을 바라보면서 `나의 마음 속에 처음으로' 솟아오르는 벅찬 감격을 느낀다. 이 순간의 눈 덮인 풍경을 그는 `설레이는 평화'라고 표현했다.

이 신비로운 장면에서 그는 `온갖 것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보이고 `대지의 고백'이 들리는 듯한 새로운 정신 세계를 체험한다. 눈이 모든 것을 덮고, 모든 사물들이 고요히 침묵하고 있는데도 보이고 들리는 것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보는 움직임과 마음의 귀로 듣는 소리'이다. 다시 말해서, 일상적 경험이나 감각에 의한 보기와 듣기가 아니라 명상하는 마음으로 새로이 깨닫는 보기와 듣기인 것이다.

이렇게 그 동안의 방황에서 벗어난 명상의 정신 상태를 작가는 `나의 마음은 어둠이노라'라는 구절에 압축했다. 여기서의 `어둠'은 절망적 암흑이 아니라 모든 욕심, 후회, 애증(愛憎) 따위를 지워버린 무념 무상의 경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것은 곧 `위대한 적막'과 같은 의미이다. [해설: 김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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