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農舞) - 신경림
by 송화은율농무(農舞) - 신경림
* 꺽정이․서림이 :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 나오는 인물.
* 쇠전 : 우시장(牛市場). 소를 파는 시장.
* 도수장 : 도살장. 짐승을 잡는 곳.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이 시는 암담한 농촌을 배경으로 가난한 자의 울분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그 울분이 선동적이거나 전투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지는 않다. 산업 구조의 변화로 야기된 농민들의 소외된 삶의 정경을 통해 그 집단의 의미를 드러내고자 한 시적 리얼리즘이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
▶ 성격 : 사실적, 묘사적
▶ 구성 : ① 농무가 끝난 뒤 소줏집에서 답답하고 고달픈 심정을 술로 달램.(1-6행)
② 장거리에 나서면 조무래기들만 따라붙고 처녀애들이 담벽에 붙어 킬킬댐.(7-10행)
③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를 여편네에게 맡겨 두고 나온 자신들의 울분을 춤으로 삭임.(11-16행)
④ 농무를 추며 신명이 남.(17-20행)
▶ 제재 : 농무(農舞)
▶ 주제 : 농민들의 한과 고뇌
<연구 문제>
1. 이 시에서 현실에 대한 분노가 역설적으로 드러난, 연속된 두 시행을 찾아 쓰라.
<모범답>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2. 이 시가 ‘막이 올랐다’로 시작되지 않고 ‘막이 내렸다’로 시작되는 것은 시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60자 내외로 쓰라.
<모범답> 농무가 두렛일의 흥겨움보다는 농민의 자조적인 한탄과 원한의 몸짓임을 나타내기 위한 예고의 의미를 지닌다.
3. 이 시의 내용을 볼 때, 농민들은 농무를 추면서 무엇을 발산한다고 볼 수 있겠는가? 한 문장으로 쓰라.
<모범답> 농민들은 농무를 추면서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세상에 대한 비판과 저항 등을 발산한다고 볼 수 있다.
4. 농악패를 이루고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이 시에 나오는 한 시구를 이용하여 답하라.
<모범답> 피폐해진 농촌에서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를 지으며 살아 보려고 발버둥질치던 농민.
< 감상의 길잡이 1>
농무(農舞)가 농민들의 춤이라면 그 춤에는 가락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 시에서 춤과 가락은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를 짓는 농민의 발버둥치는 모습으로, 원통하고 답답한 심정의 발로(發露)이다.
막이 올랐다로 시작되지 않고 ‘막이 내렸다’로 시작되는 것은 이 시가 두렛일의 흥겨움보다도 농민의 자조적인 한탄과 원한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예고임을 눈치채게 되리라.
서사적인 골격이 분명하지 않지만, 이 작품의 전개는 일정한 이야기의 틀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윤영천 교수의 지적에 따르면, 그의 시의 이야기적 성격은 10여 년의 침묵 끝에 이루어낸 ‘역사와 사회에 대한 시인 의식의 성장과 긴밀한 연관을 지니는 것’이다. 70년대의 급격한 산업화 과정 속에서 분해되어 가는 농촌의 모습을 떠올려 주는 이 시에서 농민이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여러 구절에서 감지된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든지, ‘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같은 구절이 그것이다. 이러한 감정 토로는 매우 직설적이어서 차라리 산문적인 느낌을 준다.
흥미로운 것은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는 표현이다. 자조(自嘲)와 한탄이 ‘신명’으로 전환되는데, 여기에는 분노의 감정이 살의가 느껴질 정도로 섬뜩하게 내면화되어 있는 것이다. 농민의 비애가 그만큼 심화되었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내 준다고 하겠다.
< 감상의 길잡이 2 >
이 시는 산업화의 거센 물결로 인해 급속도로 와해되어 가던 1970년대 초반의 농촌을 배경으로 농민들의 한과 고뇌를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농촌의 절망과 농민의 울분을 고발, 토로하고 있으면서도, 그 울분이 선동적이거나 전투적인 느낌으로 발전되지 않는다. 그것은 ‘날라리를 불’고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드’는 ‘신명’으로 끝나는 작품 구조에 의해서 교묘한 역설과 시적 운치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시는 울분과 절망을 정반대의 ‘신명’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농민들의 처절한 몸짓을 통해 그들의 아픔이 역설적으로 고양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연 구분이 없는 20행 단연시 구조의 이 시는 내용상 4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1단락은 1~6행으로 농무가 끝난 뒤 농민들이 ‘소줏집’에서 답답하고 고달픈 심정을 술로 달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로 시작되는 1행은, 농무가 두렛일의 흥겨움보다는 농민들의 자조적인 한탄과 원한의 몸짓임을 나타내기 위한 예고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농무가 끝난 뒤의 ‘텅 빈 운동장’이 주는 공허감은 이젠 더 이상 농무에 신명을 느낄 수 없는 농민들의 의식을 반영한 것이자, 이런 현실에 대한 공연자의 안타까움과 공허함을 표한한 것이다. 그러므로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한’ 그들은 텅 빈 마음과 고달픈 삶을 그저 술로 달랠 뿐이다.
2단락은 7~10행으로 농악패에 대한 농민들의 냉담한 반응을 통해 예전과 달라진 농촌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그들이 옛날의 풍습대로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 보아도, 신명나게 놀아 주던 어른들 대신, ‘조무래기들’만 악을 쓰며 따라붙거나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 철없이 킬킬대는’ 처녀애들뿐이다.
11~16행의 3단락은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를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나온 그들이 자신의 울분을 춤으로 삭이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춤을 추는 그들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거나 ‘서림이처럼 해해대’며 즐거워하지만, 결국은 ‘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하며 자신들의 삶을 자학하거나 체념하고 만다. 임꺽정과 서림은 민중을 대표하는 인물들로, 이들을 구체적으로 거명한 까닭은 농민들의 한과 슬픔이 다만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민중의 삶과 함께 해 온 역사적인 것임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적 배려로 볼 수 있다.
4단락은 17~20행으로 자신의 한과 고뇌를 신명난 춤을 통해 극복하는 모습이다.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이르렀을 때, 농민들의 현실에 대한 분노는 ‘살의’가 느껴질 정도로 극에 달하지만, 오히려 ‘날라리를 불고’ 덩실덩실 ‘어깨를 흔드’는 신명으로 바뀜으로써 그들의 비애가 그만큼 심화되어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그러므로 농민들이 추는 춤은 그들이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현실에 대한 불만과 저항의 강한 몸짓이며, 자신들의 고뇌와 한의 뜨거운 발산임을 알 수 있다.
이 시는 생활 터전을 지키려는 농민들의 안타까운 몸부림을 농촌의 일상 언어를 통하여 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농민들의 정취와 정감을 물씬 느끼게 해 주는 한편, 농민들의 격한 감정을 직접적인 서술로 표출하면서도 농무의 동작이나 농악기의 소리로 적절히 제어함으로써 탄탄한 서정성을 아울러 갖추고 있다. 가난과 절망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농민과 소외된 농촌을 상기시켜 주는 뛰어난 문학성으로 말미암아 이 시는 제1회 만해 문학상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 감상의 길잡이 3 >
신경림 시인은, `농무'란 원래 없는 말인데 이 시를 쓰면서 지어낸 것이라 했다. `농무'란 농악을 할 때 추는 춤을 가리키는 것일텐데, 말은 시인이 지어낸 것이지만 그 몸짓은 이미 있던 것이다. 이 시에는 1960년대의 농촌 모습이 잘 담겨 있다. 사실 그 모습은 여러 정황을 볼 때 오늘날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놀이의 분위기가 작품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그 놀이는 즐거움으로 충만한 것이 아니다. 놀이와 춤이 분풀이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농부들은 학교 운동장에서 무슨 약식 공연을 했던 모양이다. 공연은 끝났고, 학교앞 소주집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허탈감이 밀려왔고, 그들 모두 장거리에서 다시 춤판을 만드는 과정이 찬찬히 그려지고 있다. 아이들과 처녀애들만이 춤판을 구경하고 있을 뿐이지만 보름달 아래 농부들은 임꺽정의 주인공들처럼 신명을 낸다. 술자리에서 장거리의 춤으로 이어지는 춤판의 과정 묘사에 끼어드는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라는 구절이나,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라는 구절은 농촌의 현실과 농부들의 심정을 잘 전해 준다. 그래서 현실의 불우한 조건을 넘어선 흥겨운 축제를 표방하고 있는 이 시의 표면적 주제는, 뒷면에 숨겨진 당대의 사회․정치적 현실을 다분히 문학적인 방식으로 고발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고발의 방식은 문학을 압도하지 않으며, 독자들에게 충분히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시상의 진전과 더불어 나아가다 보면, 우리도 어느새 시 속의 농무와 함께 `한 다리 들고 날나리를 불'고,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게 된다. 그리고 그 공감과 참여가 현실을 잊고 얄팍한 위로에 몸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그 현실의 착잡함을 이겨내는 민중의 생명력을 확인하는 일에 귀결됨을 깨닫기란 어렵지 않다.
이 시는 좋은 민중시, 농촌시의 전범으로 손색이 없다. 장르의 특성상 시는 사실주의의 가능성에 열려 있는 편이 아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아예 부정할 수 없다면 그 방도는 신경림이 개척한 시의 영역과 매우 가까이 있을 것이다. [해설: 이희중]
<맥락읽기>
1. 시에서 말하는 이는 누구인가?
☞ 우리
2. 우리는 누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3. 우리들은 지금 무엇을 끝냈는가? 그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은?
☞ 공연,
☞ 징이 울린다 / 막이 내렸다 / 가설무대 / 구경꾼이 돌아가고 / 분이 얼룩진 얼굴로
4. 그러면 그 상황을 정리해볼까?
☞ (학교) 운동장에서 가설 무대를 세우고 뭔가 공연을 했고 이제 막 끝났다.
5. 공연이 끝난 뒤 우리들은 무엇을 하는가?
☞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 공연을 끝내고 춤을 추며 뒷풀이를 하고 있다.
6. ‘우리’가 이러한 행동을 하면서 자신들의 삶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는가?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가?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가?
☞ 부정적이다.
7. 그것을 알 수 있는 시구는?
☞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8. 그런데 시의 마무리 부분에 가면 ‘우리’는 어떻게 되나?
☞ 점점 신명이 난다.
9. 보통 ‘신명난다’고 하면, 그 신명은 즐거움, 흥겨움에서 오는 것인데 위에서 자신들의 삶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이렇게 신명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문제를 생각해보자.
9-1. 신명나기 전까지의 그들이 한 행동을 살펴보자. 어떤 것이 있나?
☞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9-2. 이로 볼 때 여기에서 신명은 어떤 의미로 봐야 하겠는가?
☞ 고단한 농촌 삶에 대한 몸부림, 삶의 고통스런 현실을 잊어 버리고자 하는 욕망의 역설적 표현이 아니겠는가?……
10. 자 그럼, 이 시의 화자, 주체는 누구라 했나?
☞ 우리
11. ‘나’가 아니고 ‘우리’라 한 이유는 무엇일까?
☞ 허물어져 가는 농촌 공동체의 삶, 이것은 어느 한 개인의 삶의 아픔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이라고 여긴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볼 거리>
* 이 시는 1973년에 발표된 것이다. 오늘날의 농촌의 어떠한가? 이렇게 역설적이나마 신명을 낼 수 있는 상황도 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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