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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 / 정월령(正月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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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령(正月令)

 

1월은 초봄이라 입춘, 우수의 절기로다. 산 속 골짜기에는 얼음과 눈이 남아 있으나, 넓은 들과 벌판에는 경치가 변하기 시작하도다.

 

어와, 우리 임금님께서 백성을 사랑하고 농사를 중히 여기시어, 농사를 권장하시는 말씀을 방방곡곡에 알리시니, 슬프다 농부들이여, 아무리 무지하다고 한들 네 자신의 이해관계를 제쳐 놓고라도 임금님의 뜻을 어기겠느냐? 밭과 논을 반반씩 균형 있게 힘대로 하오리다. 일 년의 풍년과 흉년을 예측 하지는 못한다 해도, 사람의 힘을 다 쏟으면 자연의 재앙을 면하나니, 제 각각 서로 권면하여 게을리 굴지 마라.

 

일 년의 계획은 봄에 하는 것이니 모든 일을 미리 하라. 만약 봄에 때를 놓치면 해를 미칠 때까지 일이 낭패 되네, 농지를 다스리고 농우를 잘 보살펴서, 재거름을 재워 놓고 한편으로 실어 내어, 보리밭에 오줌 주기를 세전보다 힘써 하소, 늙으니 운이 없어 힘든 일은 못 하여도, 낮이면 이엉을 엮고 밤이면 새끼 꼬아, 때맞추어 지붕을 이니 큰 근심을 덜었도다. 과일 나무 보굿을 벗겨 내고 가지 사이에 돌 끼우기, 정월 초하룻날 날이 밝기 전에 시험 삼아 하여보고, 며느리는 잊지 말고 송국주를 걸러라. 온갖 꽃이 만발할 봄에 화전을 안주 삼아 한번 취해 보자.

 

정월 대보름날 달을 보아 그 해의 홍수와 가뭄을 안다 하니, 농사짓는 노인의 경험이라 대강은 짐작하네. 정월 초하룻날 세배하는 것은 인정이 두터운 풍속이라. 새 옷을 떨쳐입고 친척과 이웃을 서로 찾아 남녀노소 아이들까지 몇 사람씩 떼를 지어 다닐 적에, 설빔 새 옷이 와삭버석거리고 울긋불긋 하여 빛깔이 화려하다. 남자는 연을 띄우고 여자애들은 널을 뛰고, 윷을 놀아 내기하니 소년들의 놀이로다. 설날 사당에 인사를 드리니 떡국과 술과 과일이 제물이로다. 움파와 미나리를 무싹에다 곁들이면, 보기에 새롭고 싱싱하니 오신채를 부러워하겠는가? 보름날 약밥을 지어 먹고 차례를 지내는 것은 신라 때의 풍속이라. 지난해에 캐어 말린 산나물을 삶아서 무쳐 내니 고기맛과 바꾸겠는가? 귀 밝으라고 마시는 약술이며, 부스럼 삭으라고 먹는 생밤이라. 먼저 불러서 더위 팔기와 달맞이 횃불 켜기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풍속이요 아이들 놀이로다. 설날 사당에 인사를 드리니 떡국과 술과 과일이 제물이로다. 움파와 미나리를 무싹에다 곁들이면, 보기에 새롭고, 싱싱하니 오신채를 부러워하겠는가?

 



1월은 초봄이라 입춘, 우수의 절기로다.[감탄형 종결어미 '-로다'를 사용하고 있으며, 또한 농사일을 권할 때에는 주로 명령형 연결어미 '- 하라'를 사용하고 있다. '농가월령가'의 창작 동기와 관련하여 이를 살펴볼 때, 이 작품은 지배 계층인 양반이 피지배계층인 농민들에게 농사일에 대한 교훈을 주려는 의도로 지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감탄형 종결어미의 사용으로 화자의 정서를 충분히 드러내어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산 속 골짜기에는 얼음과 눈이 남아 있으나,
넓은 들과 벌판에는 경치가 변하기 시작하도다.[정월을 맞이한 자연의 변화] - 정월의 절기 소개

 



어와, 우리 임금님께서 백성을 사랑하고 농사를 중히 여기시어,
진심으로 측은히 여기시어 농사를 권장하시는 말씀을 방방곡곡에 알리시니,
슬프다 농부들이여, 아무리 무지하다고 한들
네 자신의 이해 관계를 제쳐 놓고라도 임금님의 뜻을 어기겠느냐? [당대 지배층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음 / 열심히 농사를 지어야 한다]
밭과 논을 서로 절반이 되도록(반반씩 균형 있게) 힘대로 하오리라.
일년의 풍년과 흉년을 예측하지는 못한다 해도,
사람의 힘을 다 쏟으면 자연의 재앙을 면하나니,
제 각각 서로 권면하여 게을리 하지 마라[화자는 명령 어미를 사용하여 농민을 계몽하고 교훈을 주려는 의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음]. - 농사일에 힘쓰도록 권면함

 

 

일년의 계획은 봄에 하는 것이니 모든 일을 미리하라,

만약 봄에 때를 놓치면 해를 마칠 때까지 일이 낭패되네[일이 실패로 돌아가 매우 딱하게 됨].

농지를 다스리고 농우를 잘 보살펴서,

재거름을 잘 썩도록 손질하여 재워 놓고 한편으로 실어내어,

보리밭에 오줌 주기를 새해가 되기 전보다 힘써 하소.

늙으니 기운이 없어 힘든 일은 못하여도,

낮이면 이엉을 엮고 밤이면 새끼 꼬아,

때맞추어 지붕을 이니 큰 근심을 덜었도다.

 

과일 나무 보굿을 벗겨 내고 가지 사이에 돌 끼우기[나무 시집 보내기라는 민속으로 설날이나 정월대보름날 유실수(有實樹)의 과일수확이 많기를 빌어 나뭇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넣는 풍속. 가수(嫁樹)라고도 한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중국인 서광계(徐光啓)·유종본(兪宗本)·진호(陳淏)의 저서들에 나무시집보내기에 대한 기록이 보인다고 한다. 농가에서는 제사나 잔치 때, 혹은 일상생활에 쓰기 위하여 울안이나 집 근처에 감나무·대추나무·밤나무·배나무·사과나무 등의 과목(果木)을 심는다. 장에서 구입해서 쓰는 수도 있으나 자가 생산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고, 특히 제사를 지내는 장손집에서는 과일나무를 심어 자급자족하여왔다. 과일은 잘 열리는 해와 해를 걸러 잘 열리지 않는 해도 있다. 많은 수확을 거두기 위하여 거름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가수를 해서 많은 수확을 얻고자 하였다. 사람이 혼인을 하여 자녀를 낳고 번식하는 것처럼, 나무도 시집보내는 것으로 많은 결실을 얻으려고 하여 나무를 시집보내는 모방주술행위(模倣呪術行爲)를 하기에 이르렀다. 나무를 시집보낸다는 것은 나무를 여성시(女性視)하여 가지와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넣는 것으로 결합을 상징함으로써 그 결과에 있어 많은 수확을 기대하였던 것이다. 5월 5일 단오에는 대추나무에만 하므로 이 날 나무시집보내는 일을 별도로 대추나무시집보내기라고 하였다. 단오 무렵이면 대추가 막 열리기 시작한다. 단오시기를 기해서 대추나무를 결합시켜 많은 번식이 있기를 기대하였다. 또, 가지를 꺾어 전지(剪枝)를 하면 수확이 많다고 하여 가수와 함께 전지를 하는 일도 있다. 전라북도지방에서는 상원(上元)에 뿌리 부근을 파고 오줌 한 동이를 주면 나무가 곯지 않고 잘 자라며, 또 열매가 매우 잘 열린다고 한다. 가수(稼樹 : 나무시집보내기)하는 풍속은 아직도 농가에서 노인들 사이에 남아 전하고 있다.], 정월 초하룻날 날이 밝기 전에 시험삼아 하여 보소.

며느리는 잊지 말고 송국주를 걸러라.[이본에는 '소곡주(小麴酒) 밑하다 : 찹쌀막걸리를 앉혀라.]

온갖 꽃이 만발한 봄에 화전을 안주 삼아 한번 취해 보자. - 정월의 농사일

 

 

정월 대보름날 달을 보아 그 해의 홍수와 가뭄을 안다 하니, 농사짓는 노인의 경험이라 대강은 짐작하네. 정월 초하룻날 세배하는 것은 인정이 두터운 풍속이라. 새 옷을 떨쳐 입고 친척과 이웃을 서로 찾아 남녀 노소에 아이들까지 몇 사람씩 떼를 지어 다닐 적에, 설빔 새 옷이 와삭버석거리고 울긋불긋하여 빛깔이 화려하다[의성어와 의태어를 통해 정월 초하룻날의 풍경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남자는 연을 띄우고 여자 애들은 널을 뛰고, 윷을 놀아 내기하기 소년들의 놀이로다. 설날 사당에 인사를 드리니 떡국과 술과 과일이 제물이로다. 움파와 미나리를 무싹에다 곁들이면, 보기에 새롭고 싱싱하니 오신채를 부러워하겠는가? 보름날 약밥을 지어 먹고 차례를 지내는 것은 신라 때의 풍속이라. 지난 해에 캐어 말린 산나물을 삶아서 무쳐 내니 고기 맛과 바꾸겠는가? 귀 밝으라고 마시는 약술이며, 부스럼 삭으라고 먹는 생밤이라[일년 동안의 무사태평과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축원하는 행사에 대해 서술한 부분 / 혹은 여기서 '부름, 혹은 부럼은 '부스럼'으로 정월 보름날 아침에 아이들이 까먹는 밤·잣·호두·땅콩 따위를 말하기도 함]. 먼저 불러서 더위 팔기[정월 대보름날에 남에게 더위를 파는 풍속. 한자어로는 매서(賣暑)라고 한다. 대보름날이 되면 아이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이웃에 사는 친구를 찾아가 그의 이름을 부른다.


친구에게 이름이 불린 아이가 무심코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가라. 또는 내 더위 네 더위 먼 데 더위. 하고 외친다. 이렇게 하면 먼저 이름을 부른 사람은 더위를 팔게 되고, 대답을 한 사람은 친구의 더위를 산 셈이 된다. 그러나 친구가 더위를 팔기 위하여 이름을 부른 것임을 미리 알았을 때는 대답 대신 내 더위 사가라.고 외친다. 그렇게 하면 더위를 팔려던 아이가 오히려 더위를 사게 된다. 그러므로 대보름날에는 남이 자기 이름을 불러도 좀처럼 대답을 하지 않고, 오히려 미리 역습을 하기도 한다. 더위는 한번 팔면 되는 것이지만, 장난기가 있는 아이는 여러 친구를 찾아다니면서 더위팔기를 해서 남을 골려주는 일도 있다. 의학이나 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에는 여름철에 더위를 막는 것이 큰 일이었고, 거기에다가 더위에 들면 딴 병을 들게 하여서 몸을 해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미리 더위를 먹지 않도록 예방하려는 주술적 방법이 생기게 되어 더위팔기와 같은 세시풍속으로 정착된 것이다. 대보름날에는 사람만 더위를 파는 것이 아니라, 가축들도 더위를 피하기 위한 예방으로 소··돼지의 목에다 왼새끼로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거나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뭇가지를 둥글게 하여서 목에 걸어준다. 이렇게 하는 까닭은 악귀를 쫓고, 가축도 건강하기를 기대하는 소망에 의한 것이다. 왼새끼는 악귀나 재앙을 쫓는 기능이 있어 민속적으로 흔히 사용되며,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뭇가지 또한 양기가 가장 왕성한 것이기에 음귀(陰鬼)를 쫓는 효과가 있다고 믿어 왔기 때문이다.]와 달맞이 횃불 켜기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풍속이요 아이들 놀이로다. - 설날과 정월 대보름의 풍속

 

 

 
다섯가지 매운 나물. 부추, 염교, 파, 마늘, 생강. (여기서는 그것들을 넣 어서 만든 나물) 

 

 이해와 감상

 맹춘인 정월의 절기와 일년 농사준비, 정조의 세배와 풍속, 그리고 보름날의 풍속 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농가월령가'에서의 자연은 조선 전기에 지어진 다른 사대부의 작품과는 달리 '농가월령가'에서의 자연은 미적 관조의 대상도 아니고 풍류의 대상도 아니다. 생산물이 만들어지는 노동의 현장이자 생활의 현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가월령가'의 시어들은 대부분 관념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이 아닌, 농사일과 관련된 구체적인 어휘들이다.

 

 심화 자료

(1) 작품 선정의 취지

이 작품은 문학이 지니고 있는 여러 가지 기능 가운데에서 공동체 통합의 기능을 학생들이 스스로 확인해 볼 수 있도록 선정된 것이다. 농가월령가는 다른 작품에 비해 전통 사회의 생활 풍습을 상사하게 소개하고 있고, 농촌 사회의 월중 행사를 꼼꼼히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이 작품을 감상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조상들의 삶을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당대 사회에서 농가월령가가 수행했을 문학의 기능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2) 지도의 핵심

농가월령가는 조선 시대 농촌 공동체에서 농민들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해야 할 일을 노래로 읊은 것이어서, 현대 산업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자구(字句) 해석에 지나치게 얽매이기보다는, 조상들의 삶의 방식을 어렴풋하게나마 상상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 작품이 당대 사회에서 공동체 통합의 기능을 훌륭히 수행하였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개인의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 기능도 수행할 수 있음을 교수, 학습 과정에서 언급함으로써, 학생들이 특정 작품이 특정 기능만 수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회의 변화에 따라 농가월령가가 수행했던 문학의 기능도 달라졌다는 점도 이해하게 함으로써 문학의 기능과 가치도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3) 작품연구

이 작품은 일 년 열두 달 동안 농가에서 할 일을 읊은 것으로 월령이랑 그달 그달의 할 일 주기전승(週期傳承)의 의례적인 정사(政事), 의식, 농가 행사 등을 적은 행사표라는 뜻이다. 농가의 행사를 월별로 나누어, 농사  짓는 시기를 강조하고 농구 관리와 거름의 중요성, 그리고 작물, 과목, 양잠, 양축, 양봉, 산채, 약초, 김장, 누룩, 방적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농사 내용을 바탕으로 농사일에 힘슬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서배 널뛰기, 윷놀이, 달맞이, 더위팔기, 성묘, 천렵, 천신(薦新) 등의 민속적인 행사나 농촌 풍속을 소개하고 있다. 농업 기술의 보급상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당시의 농촌 풍속과 옛말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서 활용되고 있다.

 

3, 4 조나 4, 4조 등의 4음보 연속체의 율격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농촌 생활과 관련된 구체적 어휘가 풍부하게 나타난다는 점, 농촌 생활의 부지런한 활동을 심감 나게 제시했다는 점, 그리고 세시풍속을 기록해 놓은 월령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짜임새가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평가할 만하다. 이 작품을 통하여 우리는 농가의 생활상과 함께, 부모를 봉양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며 서로 돕고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덕과 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작자는 과해군 때의 고상안(高尙顔)이라는 설과, 철종 때의 정학유(丁學游, 정약용의 둘째아들)라는 설이 있으나, 후자가 유력하다. 이러한 작품이 이루어진 기반은 실시(失時)하지 않게 하여야 백성이 향산을 이룰 수 있으며, 항산(恒産)을 이루어야 백성이 인륜을 지키고 안정된 정치를 펼 수 있다는 치민(治民) 개념에 있다. 19세기에 농가월령가가 새삼 농사의 근본을 강조하고 권농을 강화하고 있는 것을 당시 농촌의 사회 경제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하며, 향촌 공동체의 동요를 목도한 19세기 향촌 가족의 위기의식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현대어로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1월은 초봄이라 입춘, 우수의 절기로다. 산 속 골짜기에는 얼음과 눈이 남아 있으나, 넓은 들과 벌판에는 경치가 변하기 시작하도다.

 

어와, 우리 임금님께서 백성을 사랑하고 농사를 중히 여기시어, 농사를 권장하시는 말씀을 방방곡곡에 알리시니, 슬프다 농부들이여, 아무리 무지하다고 한들 네 자신의 이해관계를 제쳐 놓고라도 임금님의 뜻을 어기겠느냐? 밭과 논을 반반씩 균형 있게 힘대로 하오리다. 일 년의 풍년과 흉년을 예측 하지는 못한다 해도, 사람의 힘을 다 쏟으면 자연의 재앙을 면하나니, 제 각각 서로 권면하여 게을리 굴지 마라.

 

일 년의 계획은 봄에 하는 것이니 모든 일을 미리 하라. 만약 봄에 때를 놓치면 해를 미칠 때까지 일이 낭패 되네, 농지를 다스리고 농우를 잘 보살펴서, 재거름을 재워 놓고 한편으로 실어 내어, 보리밭에 오줌 주기를 세전보다 힘써 하소, 늙으니 운이 없어 힘든 일은 못 하여도, 낮이면 이엉을 엮고 밤이면 새끼 꼬아, 때맞추어 지붕을 이니 큰 근심을 덜었도다. 과일 나무 보굿을 벗겨 내고 가지 사이에 돌 끼우기, 정월 초하룻날 날이 밝기 전에 시험 삼아 하여보고, 며느리는 잊지 말고 송국주를 걸러라. 온갖 꽃이 만발할 봄에 화전을 안주 삼아 한번 취해 보자.

 

정월 대보름날 달을 보아 그 해의 홍수와 가뭄을 안다 하니, 농사짓는 노인의 경험이라 대강은 짐작하네. 정월 초하룻날 세배하는 것은 인정이 두터운 풍속이라. 새 옷을 떨쳐입고 친척과 이웃을 서로 찾아 남녀노소 아이들까지 몇 사람씩 떼를 지어 다닐 적에, 설빔 새 옷이 와삭버석거리고 울긋불긋 하여 빛깔이 화려하다. 남자는 연을 띄우고 여자애들은 널을 뛰고, 윷을 놀아 내기하니 소년들의 놀이로다. 설날 사당에 인사를 드리니 떡국과 술과 과일이 제물이로다. 움파와 미나리를 무싹에다 곁들이면, 보기에 새롭고 싱싱하니 오신채를 부러워하겠는가? 보름날 약밥을 지어 먹고 차례를 지내는 것은 신라 때의 풍속이라. 지난해에 캐어 말린 산나물을 삶아서 무쳐 내니 고기맛과 바꾸겠는가? 귀 밝으라고 마시는 약술이며, 부스럼 삭으라고 먹는 생밤이라. 먼저 불러서 더위 팔기와 달맞이 횃불 켜기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풍속이요 아이들 놀이로다.

 

학습활동

 

친해지기

1. 이 작품의 내용을 바탕으로 조상들의 삶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문학의 기능에 대해 생각해 보기에 앞서, 중단원 1. ‘문학의 특성’에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학이 삶의 다양한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보면서 작품과 가까워지게 하기 위한 활동이다. 학생들의 능동적인 감상을 유도하면서 다양한 반응들을 가급적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는 교사의 자세가 개별 학생의 감상과 취양에 자신감을 북돋워 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한다.

예시답안 : 조상들은 요즘과는 달리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특색 있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이 작품에는 특히 설날 풍습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설빔을 입고 세배 다니는 모습과 연날리기. 널뛰기, 윷놀이 등을 하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1. 이 작품에서 정월(正月)의 농사일로 소개된 것들을 찾아보자.

 

지도 방법 : 본문에는 정월에 할 일들이 매우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 중에서 농사일에 해당하는 것을 학생들 스스로 찾아보게 한다. 학생들이 자신이 찾은 농사일들을 발표하도록 유도하고, 그 내용이 농사일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도록 지도한다. 이엉 엮기와 새끼 꼬기 등은 농사일이라기보다는 집의 지붕을 손보기 위한 일에 해당한다는 점에도 유의한다.

풀이 : ‘농지 다스리기, 농우 살펴 먹이기, 재거름 재워 놓기, 재거름 실어 내기. 맥전에 오줌주기’, ‘실과나무 껍질 벗기기, 가지 사이 돌 끼우기’

 

2 . 이 작품에서 작자가 열심히 농사를 지어야 하는 이유로 가장 강조한 것은 무엇인지 확인해 보자.

지도방법 : 문학 작품에 반영되어 있는 옛 사람들의 가치관을 이해하기 위한 활동이다. 본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슬푸다 농부(農夫)들아 아므리 무지(無知) 한들, 네몸 이해(利害) 고사(故舍) 하고 성의(聖意)를 어긜소냐?’라고 말한 대목의 의미를 생각해 보도록 지도한다.

풀이 : 농사에 힘쓸 것을 권면하는 임금의 간곡한 명령 때문이다.

 

탐구 : 농가월령가의 문학적 기능

삶의 질을 고양시켜 줌

1. 인식적 측면 : 농가에서 할 일들을 알려줌.

2. 윤리적 측면 : 근면한 생활 태도를 강조함.

3. 미적 측면 : 음악적 요소가 풍부하여 흥겨움을 느낄 수 있음.

공동체를 통합시켜 줌

농촌 공동체의 의사를 결집시킨다.

지도방법 : 농가월령가는 교훈적 의도가 강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농가에서 계절의 변화에 따라 매달 해야 할 일들을 4음보의 연속체인 가사의 형식에 싫어 전하고 있는데, 오늘날과 같이 달력이나 메모장 같은 것이 없었던 옛날 농촌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작가가 대표적인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의 아들이라는 점도 농가월령가의 실용적 성격과 상통하는 바가 있다.

 

가사(歌辭)는 원래 노래로 부리었다는 점에도 유의한다. 흥겹게 노래로 부를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쉽게 기억도리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농가월령가의 문학적 기능을 생각해 보도록 지도한다.

 

3. 이 작품을 익고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지도방법 : 이 활동은 문학이 지닌 공동체 통합의 기능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활동이다. 이 작품이 발표되었던 조선 시대는 농업 중심 사회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의 내용에 공감하였을 것이고, 따라서 이 노래는 공동체 통합의 기능을 훌륭히 수행했을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시대인 오늘날에는 상대적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줄었고, 농사짓는 방식도 달라졌으며, 농촌의 생활 문화도 많이 변모하였기 때문에 이 노래의 내용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으로 보아 문학의 기능이라는 것도 시대에 다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풀이 : 농촌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자기 일로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 동질감을 느끼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동질감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4. 이 작품에서 농민들에게 농사에 힘쓸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사용한 어조에 대해 알아보자.

 

지도방법 : 이 활동은 특정한 문학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작가가 의도적으로 선택한 표현(어조)에 대해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활동이다. 학생들의 발표를 들어 본 후에 교사가 정리해 주되, 어조라는 것은 주로 종결 어미의 선택에 의해 드러나게 된다는 점도 개략적으로 설명해 주도록 한다.

풀이 : 명령형이나 청유형의 어미를 사용하여 독자로 하여금 실천에 옮길 것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게얼니 구지 마라, 범사를 미리하라' 등의 명령형이나, '세전보다 힘써하소, 시험죠로 하여 보소' 등의 청유형 어미를 사용하여 독자로 하여금 실천에 옮길 것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다음은 정철의 훈민가(訓民歌) 중 일부분이다. 문학의 기능과 관련하여 이 작품의 창작 의도를 말해보자.

 

 오늘도 날이 다 밝았다. 호미 메고 들로 가자꾸나.

 내 논의 김을 다 매거든 네 논도 매어 주마.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뽕을 따다가 누에도 먹여 보자꾸나.

 

- 무타농상(無惰農桑). 상부상조(相扶相助)

  

 비록 못 입어도 남의 옷을 빼앗지 마라.

 비록 못 먹어도 남의 밥을 빌지 마라.

 한 번만 때가 묻은(죄를 짓는다는 말) 후면 다시 그 죄를 씻기 어려우리.

 

- 무작도적(無作盜賊). 죄를 짓지 말 것

 

 노름이나 장기를 하지 마라. 고소문(告訴文) 쓰지 마라.

 집안이 탕진하여 무엇하며, 남의 원수 될 것을 어찌하랴.

 나라가 법을 세우시는데 죄 있는 줄을 모르느냐.

 

- 무학도박(無學賭博) . 무호쟁송(無好爭訟) . 행자양로(行者讓路). 법을 지키고 죄를 짓지 말 것

지도방법 : 이 활동은 문학의 윤리적 기능을 두드러지게 드러내고 있는 작품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문학의 기능을 생각해 보게 하는 활동이다. 특히 ‘훈민가(訓民歌)’라는 제목에 창작 의도가 잘 요약되어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지도한다.

풀이 : 바람직한 생활태도를 알려주기 위해서 창작된 것임.(제시된 부분은 상부상조의 정신을 가질 것, 남의 물건을 탐내지 말 것, 도박과 송사를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도우미 :

정철의 훈민가 조선선조 때 송강(松江) 정철(鄭澈)이 지은 총 16수의 시조로 경민가(警民歌)라고도 한다. 작가가 1580년(선조 13년)에 강원도 관찰사(觀察使)로 부임하였을 때 백성들로 하여금 도덕을 깨치게 하기 위하여 지은 작품으로서, 삼강오륜(三綱五倫)의 유교적 윤리가 그 내용이다 송강가사(松江歌辭)에 실려 전한다.

교과서에 수록된 ‘오늘도 다 새거다~’는 근면한 농사일과 상부상조를, ‘비록 못 니버도~’는 바르지 못한 일에 대한 경계를, ‘雙六將碁(쌍륙장기)하지마라~’는 죄를 짓지 않는 바른 생활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표현하기 :

 

 학교의 여러 가지 행사들도 일 년을 주기로 되풀이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일 년간의 학교 행사를 정리해보고, 다음 조건에 따라 월령체로 읊어 보자.

 

지도방법 :

 

 이 활동은 가사의 형식을 바탕으로 실제 생활의 체험을 살려 간단한 문학 작품을 학생들 스스로 지어 보게 함으로써 문학의 즐거움을 능동적으로 향유하게 하기 위한 활동이다. 교과서에 제시된 절차에 따라 모둠별로 지어 보게 한다. 학교 행사와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쉽게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예시답안

 

5월령

 

5월은 가정의 달 날씨 좋고 놀기 좋아.

중간 고사 없으면은 상팔자가 따로 없네.

지긋지긋 시험 공부 언제나 끝날런가.

어서 빨리 졸업해서 시험과는 작별하세.

어린이날 좋다마는 나하고는 상관없네.

전에는 손을 잡고 놀러가던 부모님이

이제는 다 컸다고 나 몰라라 하시다니,

이렇게 원통한 일, 세상 천지 또 있으랴.

그래도 어버이날 어김없이 털어다가

곱고 예쁜 카네이션 정성껏 장만하여

부모님께 달아 드려 고마움을 표시하세.

스승의 날 다가오니 걱정 근심 늘어난다.

땀 흘리며 가르쳐 준 고마우신 선생님께.

예쁜 선물 드리고픈 생각은 많다마는

요즈음 선물 값은 어찌 그리 비싸던가?

조그마한 선물이나 깊은 감사 담아 보세.

성년의 날 인기 선물 장미꽃과 키스라나.

입시 지옥 우리에겐 그날이 언제 올꼬.

좋은 날 많은 오월 어언간에 다 지난다.

꽃 향기 가득할 때 친구들과 모두 모여

서로의 꿈 애기하며 활짝 한번 웃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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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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