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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학요손지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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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학요손지

배움의 길이란, 그 알지 못하는 것을 알려고 구하는 것이며, 그 능히 하지 못하는 것을 능히 하게 하기를 구할 따름이다. 그러므로 무엇에 비할 수 있단 말인가? 만일 자기가 고루한 것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해서 남에게 배우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면, 이는 자신을 속이고, 자신을 해치는 일이다. 지혜롭지 못함이 이보다 더함이 있겠는가?

아아! 한국의 인사들은 발자취가 문정(門庭)에서 벗어나지 않고 눈길이 바다 밖에 미치지 못하면서, 육대주가 서로 교통하고 열강이 패권(覇權)을 다투는 이 시대에 있어, 편견만을 고집하고 지키면서 스스로 현명하고 스스로 옳다고 생각한다. 묵은 책상에 눈이 쏠려서 이를 연구하기에 몰두하고, 시의(時宜)는 강구(講究)하지 않으면서 부질없이 의리를 담론(談論)하며, 실리적인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어두워서 아는 것이 없다. 선진 각국의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신학문이나 새로운 제도를 원수처럼 보아서 적극 이를 배척한다. 이렇게 하여 전국의 인민을 구속하여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활동하지도 않고 변통할 줄도 모르게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이것을 스스로 편안하게 여겨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마침내 동포들로 하여금 남의 노예가 되게 하려고 하고 있다. 이것이 누구의 허물인가? 실로 이는 우리 나라 인사의 고루한 습성이 깊이 뿌리박혀 있어서, 스스로 현명하고 스스로 옳다고 인정하여, 남에게 배우기를 부끄럽게 여기는 죄과(罪過)인 것이다. 생각해 보라! 고루한 습성이 내 한 몸과 집에 대하여 무슨 이익됨이 있으며, 민족과 국가에 대하여 무슨 이익됨이 있겠는가?

요점 정리

작자 : 박은식

형식 : 수필

성격 : 비판적

주제 : 폐쇄적인 학문의 자세에 대한 비판

이해와 감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과거의 것에만 매달려 있는 조선의 지식층을 비판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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