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잎의 클로버 / 본문 일부 및 해설 / 이어령
by 송화은율네 잎의 클로버 - 이어령
현대인에게 있어 행복은 잃어버린 숙제장(宿題帳)이다. 누구나 이제는 행복이란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기를 주저한다. 그것은 하나의 장식 문자(裝飾文字)가 되어 버렸다. 사기 그릇 뚜껑이나 아이들 복건이나 시골 아이들의 금박 댕기, 그리고 돗자리와 베벳모와 주머니와 방석 그런 것들 위에 어쩌다가 수놓여진 복(福)자를 보면 이미 사자(死字)가 되어 버린 옛날 금석문(金石文)을 대하는 느낌이다. 옥편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글자 같다.
실상 철이 든다는 말과 행복이란 말은 역비례한다. 행복을 장식품처럼 생각하며 세상을 살아 갈 수 있게 될 대 사람들은 비로소 어른이라고 불러 준다. 이웃집 개 이름만 하더라도 해피이다. 행복은 그렇게 전락하고 만 것 같다. 책상 머리에 불이 켜지는 그런 시각에 나는 이따금, 이웃집에서 그 개를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해피―" "해피―" "해피―" 어둠의 조소가 잔잔하게 밀려오는 골목길을 향해서 기침을 하듯 혹은 각혈을 하듯 이웃집의 미망인은 개를 부른다. 여운도 없이 번져가는 목소리다. 나에게는 그것이 처량하면서도 모질게만 들린다.
개를 부르는 소리가 아니라 아직도 체념하지 못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 어둠을 향해 고함치고 있는 소리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혹은 좌초된 깨진 선박 위에서 치맛자락을 찢어 흔들고 구원을 청하는 한 여인의 광경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녀는 구원을 청하고 있다. 시꺼먼 파도가 밀려오는 막막한 바다 가운데서 찢어진 치맛자락을 기폭처럼 내흔들고 있다.
더구나 그 개의 이름 '해피'는 '해피니스(행복)'의 형용사이다. 형용사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그것에는 반듯이 수식해야할 실체(實體)가 따라야 한다. 그러므로 해피의 부름 소리는 수식해야 할 실체를 찾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축축한 저녁 공기 속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한―' '행복한―' '행복한―' 그 다음 올 말은 실종된 채 영원히 나타나지 않고 잇다 물론 이런 영상들은 내 상상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미망인은 치맛자락 같은 것을 찢어 휘두르지는 않는다. 밀려오는 검은 파도도 없다. 다만 여인의 손에 쭈그러진 양은 그릇이 하나 들려져 있을 뿐이다. 그 속에 생선 가시를 담아 가지고, 개가 돌아올 때까지 잠시 동안, 아주 잠시 동안 그녀는 어둠을 지켜 보고 서 있는 것뿐이다. 더구나 그 미망인은 16밀리 흑백 영화나 무슨 연재 소설이나 혹은 유랑 악극단에 등장하는 파란 많은 미망인, 젊고 아름다운 극적인 그런 미망인이 아니다.
<하략>
작자 : 이어령
형식 : 수필
성격 : 신변잡기적, 철학적,
주제 : 행복의 의미
장식 문자 : 글자의 본래의 쓰임으로 쓰이지 않고 장식용으로 쓰이는 꾸밈 글자.
사자(死字) :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에서 이미 쓰이지 않는 글자.
헤슬피 : 시원스럽지 못하고 그럭저럭.
단애(斷崖) : 낭떠러지, 벼랑.
이미저리 : 형체, 모양(심리적으로 만들어낸 형체를 포함한다.)
환영(幻影) : 그림자, 실체가 아닌 것.
피가 같은 쌍생아다 : 쌍둥이처럼 거의 같다.
행복은 '내'가 아니라 '나의 대상'이다 : 행복은 나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바깥 세계에 있다.
이어령
충남 온양 생, 서울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 |
클로버clover/Trifolium
한국의 초지조성에 쓰이는 벼과(科) 및 콩과 목초는 모두 외국으로부터 도입된 것으로서 유럽과 아시아 원산인 것이 많다. 목초 중에서 가장 종류가 많은 것은 벼과 목초로서 오처드그래스 ·톨페스큐 ·티모시 ·라이그래스 ·켄터키블루그래스 ·레드톱 ·리드카나리그래스 등이 여기에 속한다. 벼과 목초는 단자엽식물로서 잎은 각 마디에 하나씩 달리며 잎몸[葉身]과 잎집[葉齧]으로 구성되어 있고 잎맥은 평행맥을 이룬다. 이삭은 여러 개의 영화(穎花)가 모여서 작은 이삭[小穗]을 이루고 이들이 모여서 이삭을 형성한다. 땅표면 가까이에서 분열을 하는 것이 보통이나 땅속줄기에 의하여 퍼져 나가는 것도 있다.
앨팰퍼나 클로버 등 콩과 목초는 잎은 보통 하나의 잎자루 끝에 3개(버즈푸트레포일은 5개)의 작은 잎[小葉]이 달려 손바닥 모양을 이루며 잎맥은 망상맥을 이루고 대개 2개의 턱잎이 있다. 꽃잎은 5개이고 암술과 수술은 용골만에 의해 싸여 있으며 하나의 꼬투리속에는 1개 또는 여러 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콩과 목초는 단백질과 칼슘 등의 양분 함량이 많아 영양가가 높다. 목초는 원산지 또는 기후 환경에 대한 적응성 정도에 따라 한지형과 난지형(暖地型)으로 구분하고, 생존연한에 따라서 다년생(多年生) ·단년생(短年生) 및 1년생으로 구분되며, 생육할 때의 모양에 따라서 직립형 ·총상형(叢狀型) 및 포복형 등으로 구분한다. 또한 키가 크고 잎줄기가 위쪽에도 무성한 것을 상번초(上繁草), 키가 작고 잎줄기가 아래쪽에 많은 것을 하번초(下繁草)라고 한다.
한지형 목초로서는 오처드그래스 ·티모시 ·클로버 등 대부분 온대 이북지방 원산인 초종들이 많으며, 추위에 견디는 힘은 비교적 강하지만 더위에는 약하다. 이와는 반대로 난지형 목초는 열대 또는 아열대 원산인 초종들로서, 로스그래스 ·바히아그래스 및 달리스그래스 등이 있으며 이들은 고온기간에 잘 자라고 추위에는 약하다. 톨페스큐와 앨팰퍼는 적응하는 온도의 범위가 매우 넓은 중간형 목초이다. 자라는 모습이 직립형인 것에는 리드카나리그래스 및 앨팰퍼 등이 있고, 총상형인 것에는 오처드그래스 ·톨페스큐 ·티모시 ·이탈리안라이그래스 및 레드클로버 등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상번초이다. 하번초에는 페레니얼라이그래스 ·켄터키블루그래스 ·버즈푸트레포일 ·화이트클로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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