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즐겁다 - 송 욱
by 송화은율나무는 즐겁다 - 송 욱
작가 : 송욱(1925-1980) 서울 출생. 일본 교오토대를 거쳐 서울대 문리대 영문과 졸업, 미국 시카고대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연구. 영문학자, 문학박사. 「장미(薔薇)」(『문예』, 1950. 3), 「비오는 창(窓)」(『문예』, 1950. 4), 「꽃」(『문예』, 1953. 6) 등으로 서정주(徐廷柱)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등단. 서울대 교수 역임.
영미(英美) 주지주의(主知主義)의 영향을 크게 받은 실험적인 문제시(問題詩) 「하여지향(何如之鄕)」(『사상계』, 1956. 12, 1957. 7․『현대문학』, 1957. 7․『문학예술』, 1957. 8․『사상계』, 1958. 8․『현대문학』, 1958. 12․『신태양』, 1959. 1․『자유공론』, 1959. 1․『사상계』, 1959. 2)을 연속적으로 발표하여 문단에 큰 주목을 끌었다. 이 시들은 문명의 표정이라는 그의 시관(詩觀)이 잘 반영된 작품들로서 6․25사변 이후의 한국 현대의 사회 풍속, 정치적 혼란, 사상적 카오스, 이지러진 문명 등을 해학, 기지, 풍자의 수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그 후의 「해인연가(海印戀歌) 4」(『사상계』, 1959) 등에도 계속되었으나 차차 산문적 요소는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제1시집 『하여지향(何如之鄕)』(一潮閣, 1961), 제2시집 『월정가(月精歌)』, 역저(譯著)에는 『시학평전(詩學評傳)』(一潮閣, 1963), 『문학평전(文學評傳)』(一潮閣, 1969) 등이 있고, 그 밖에 『나무는 즐겁다』(민음사, 1978), 『시신(詩神)의 주소(住所)』(1981) 등을 남겼다.
< 감상의 길잡이 >
늠름한 자태와 강인한 생명력을 미덕으로 여기는 시인에게 나무는 좋은 시적 대상이다. 송욱은 나무의 발랄한 생명력을 역동적인 이미지를 사용하여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나무는 말없이 서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무수한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무는 생장에 필요한 자양을 흡수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시인은 나무가 뿌리로부터 양분을 흡수하는 능력을 수동적인 태도로 파악하지 않는다. 흡사 독수리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먹이를 거머쥐는 것처럼 나무의 뿌리는 땅으로부터 자양(滋養)을 얻고 스스로를 지탱하는 지지력(支持力)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역동적인 움직임은 뿌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팔을 벌려 반기는 나무의 태도에서 시인은 나무가 가진 포용력과 개방성을 읽어낸다. 그 포용력과 개방성으로 말미암아 나무는 하늘과 교감할 수 있게 된다.
나무의 전체적인 윤곽에서 좀더 세밀한 부분으로 관찰해 들어가면, 나무잎의 매끄러운 표면은 태양 빛을 반사시켜 잎이 움직일 때마다 마치 거울이 반짝이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같게 한다. 시인은 빛을 반사시키는 나무잎이라는 관찰에서 한 걸음 나아가 반짝이는 잎새가 태양이며, 바람에 출렁이며 반짝이는 거대한 나무 전체를 물결따라 햇살이 부서지는 바다의 움직임으로 비유하고 있다. 밤이 되면 별이 깃들이는 나무는 천체에 매우 가까운 곳에 머리를 둔 생명체이다. 잎에 반사되는 빛이 태양으로, 바다로 심상이 전이되는 나무의 형상은 시인의 독특한 심미안에서 비롯된다.
이 시를 읽고 나면 나무는 통상 우리가 보는, 묵묵히 서 있는 나무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시인이 보는 나무가 여느 나무와 다른 특수한 나무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관습에 젖은 눈으로 나무를 보지만 시인은 통념을 벗어난 발랄한 시각으로 나무를 관찰한다. 통상적인 생각과는 다른 눈으로 나무를 바라볼 때 나무는 정태적인 움직임만으로 그저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역동적인 생명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사물에 대한 지각은 시인이 보여주는 독특한 시선과 역동적인 이미지의 향연에 힘입어 표현 가능하다. 이러한 시인의 언어는 우리로 하여금 보다 생생한 대상의 지각을 가능하게 한다. `나무'라는 관습적인 언어에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우리는 나무를 보다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해설: 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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