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 박양균
by 송화은율꽃 - 박양균
< 감상의 길잡이 >
이 시는 6․25 전쟁의 체험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전쟁은 인간의 실존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외부적 조건으로 작용한다. 이 전쟁이 가져온 재난과 황량함을 시인은 나즈막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전쟁의 참혹상은 한 송이 꽃의 피어남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어 전쟁의 피폐함을 구체적으로 부각시키며 아울러 꽃의 연약한 아름다움을 반갑게 느끼도록 한다. 전쟁이 인간이 만든 재앙이라면 한 송이 꽃은 자연이 주는 축복과도 같다.
황무한 전장에서 피어난 꽃이 지닌 상냥함은 훼손되지 않은 생명의 활기를 지니고 있다. 들판에 피어난 작고 풋풋한 꽃을 바라보며 악한 뜻을 품는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시인은 꽃의 연약하고 아름다움 심상을 활용하여 전쟁의 참상과 극명한 대비가 느껴지도록 장치하고 있다. 전쟁의 포성과 폭음 그리고 살륙은 꽃의 부드러움, 정밀(靜謐), 여린 모습과 대조된다. 전쟁의 파괴적인 소음과 꽃의 고요함은 청각적인 감각을 사용하여 호소력을 강하게 한다.
시인이 꽃을 바라보며 조용한 찬탄을 금치 못하는 것은 전장(戰場)의 무자비함과 대조되는 생명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꽃의 부드러움을 빌어 전쟁의 참상을 환기시키려는 의도 외에도 전쟁으로 인해 유린당한 생명력의 회복, 치유라는 가능성을 꽃을 통해 읽어낸다. 꽃이 `천심(天心)'으로 향한 길, 즉 전쟁의 저주와 공포에서 벗어나 하늘의 섭리를 회복할 수 있는 가능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 점 웃음'과도 같은 꽃의 피어남은 전쟁의 일그러진 표정을 지우고 새로운 삶의 활기를 불러일으켜준다. `한 점 웃음'은 꽃의 웃음이며 꽃을 바라보는 시인의 웃음이기도 하다. 또한 황량한 세상을 향하여 번져 가는 생명의 웃음이기도 하다.
대부분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작은 꽃의 모습을 시인은 유심히 바라보고 암울한 현실과 대조되는 꽃의 생명력을 읽어내었다.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노래한 시는 참으로 많다. 그러나 여린 꽃에 내재된 놀라운 생명력을 발견하는 기쁨은 사물의 내면을 보고자 하는 열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1950년대의 황량한 사회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하여 자연물의 순순한 아름다움을 통찰하고 내면화함으로써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의지가 담긴 시이다. [해설: 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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