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의 ‘소낙비’ 해설
by 송화은율김유정의 ‘소낙비’ 해설
「소낙비」는 1935년 1월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하여 당선된 단편소설이다. 원제목은 ‘따라지 목숨’이었는데 신문사에서 발표당시 「소낙비」로 제목을 바꾸었다. 이 소설의 원제목 「따라지 목숨」이 상징하는 의미는 일제시대 궁핍한 농촌을 배경으로 순박하고 어리석은 한국 유랑 농민이 겪는 삶의 애환을 통하여 밑바닥 삶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처럼 김유정의 작품 중에는 농촌이나 산골을 배경으로 설정하여 무지하고 가난한 농민을 등장시킨 부분이 많다. 그러나, 이들 가난한 삶에서 오는 현실적 착취 구조에 대한 반항이나 비판보다는 오히려 농민들의 비참한 삶의 터전을 해학과 아이러니( )의 수법을 통해 생생히 그려 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의 소설에 드러난 인물들 역시 대부분이 전근대적 봉건사회의 흙과 더불어 사는 자연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다.
「소낙비」는 인간의 기본적인 윤리의식조차 마비시키는 삶의 어려움과 그 삶의 어려움에 대처하는 인간의 불성실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그린 소설이다. 이를테면, 노름판에서 돈을 잃으면 여편네를 잡히는 것과 같은 남존여비의 관습적 인간관계를 다루고 있다.
이 글의 주인공은 춘호의 아내로서 삯일을 해서 생계를 이어가는 19살의 성실한 여성이다. 반면, 남편 춘호는 노름을 해서 일확 천금을 노리는 게으른 성격의 기회주의자이다. 해를 이은 흉작과 빚으로 삶의 터전인 농토를 잃고 떠돌아다니는 유랑민인 춘호는 살기 좋은 곳을 찾아다니다가 어느 산골 마을로 찾아든다. 그러나, 이곳 역시 쌀쌀한 불안과 굶주림만이 그들을 맞이할 뿐 의지할 곳이 없었다. 이와 같은 시련과 고통을 춘호는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한다. 그는 단 돈 이 원만 있으면 노름을 통해 서울 갈 돈을 마련하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같은 욕심에 안달난 그는 매질을 해서 자기 아내에게 돈을 마련하라고 쫓아낸다. 매를 견디다 못한 아내는 쇠돌 엄마한테 가서 돈을 마련하려고 하였으나 쇠돌 엄마는 없고, 평소부터 노리고 있던 이주사의 꾐에 넘어가서 몸을 바치고 이 원을 장만한다.그 녀는 매음을 모욕과 수치로 알면서도 남편에게 매맞지 않고 살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사양치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그녀는 매음을 하게 되지만, 여기에서 즐거움을 느끼거나 죄의식을 느끼지도 않는다.
이 소설에서 춘호는 노름 밑천 이 원을 장만키 위해 어린 아내에게 매음(賣淫)을 강요하고 있고, 그 아내는 이러한 남편의 강요에 의한 것이긴 하나 아무런 죄의식이 없이 이주사에게 몸을 맡기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이주사를 상대로 매음하는 그녀의 태도는 어떤 적극성조차 띠고 있다. 춘호의 아내는 정조야 어떻게 되건 남편한테 맞지 않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의좋게 살 수만 있다면’이라는 회상으로 정조관념을 대신하고 있다. 이와 같이 등장 인물들의 성도덕에 대한 윤리의식은 보편적인 윤리에서 비껴나 있다. 또한, 이들 인물에 나타난 윤리의식의 결여는 무지와 빈곤에서 빚어진 ‘도덕성 이전의 원형성 인간성’으로 본능적인 생존욕으로도 볼 수 있다.
김유정 문학의 특색은 채만식의 경우와 같이 한국적 체취와 서정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아깝게 서른 살을 채 살지 못하고 요절하였다. 그의 문학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예외없이 한국의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로서, 소박한 농촌의 일꾼들이다. 이들의 인물을 유머러스하게 관찰하여 한국인의 고유한 슬픔과 즐거움을 표현해 주고 있으며, 한마디로 그의 작품 세계는 봉건적이고 토속적인 인간의 갇혀 있는 욕구가 그 주제를 이룬다.
2년 동안에 창작한 그의 단편 30여편 중에 유정이 우리 문학 속에서 생생히 살아 있게 되는 것은 동백꽃,봄봄,소낙비,가을,산골 나그네 등의 몇몇 작품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이 작품들 중 봄봄, 동백꽃과 같은 해학성으로 집약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소낙비,가을,산골 나그네 등을 해학과 아이러니 외에도 ‘사실성’(reality)이 들어 있는 작품이다. 그러므로, 유정 소설에 전개되고 있는 사실성은 과장 없는 문체로 삶의 현실에 압도당하지 않는 객관화된 현실이기도 하다.
작품 요약
주제 : 일제시대 궁핍한 농촌 현실과 유랑 농민이 겪는 삶의 애환.
인물 : 춘호-노름을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게으른 성격의 기회주의자.
노름 밑천을 구하려고 아내를 매음시키는 죄의식이 없는 정적 인물.
춘호 처-춘호의 아내이며 이 글의 주인공. 삯일을 해서 생계를 이어가는 19살의 성실한 여성이나, 남편의 매를 피해 노름 밑천을 마련하려고 이주사에게 몸을 파는 정조 의식이 없는 동적인물.
배경 : 1930년대 궁핍한 농촌 현실. (공간적 배경은 당시 농촌의 음울한 상황을 암시하는 사실적 공간이며, 시간적 배경은 대부분이 연대기적 시간이고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이 약간 섞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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