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김유정의 ‘봄봄’ 해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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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봄봄’ - 해설

 

< 해설 1 >

 

작가 : 김유정(金裕貞, 1908 - 1937)

강원도 춘천 출생. 휘문고보 졸업. 1927년 연희전문에 입학했으나 맏형의 금광 사업 실패와 방탕으로 집안이 기울자, 학교를 중퇴하고 한동안 객지를 방황하다가 1931년 경에는 강원도 춘성에서 야학을 열고 문맹 퇴치 운동을 벌였다. 1935년 단편 소낙비 <조선일보>, 노다지 <중앙일보>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순문예 단체인 구인회(九人會)에 가입하여 활동하기도 하였다. 대표작에는 소나기(1935), 노다지(1935), 금 따는 콩밭(1935) 등이 있다.

그의 작품 경향은 토속적인 어휘를 사용하여 농촌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농촌의 문제성을 노출시키면서 그것을 능동적으로 그리기보다는 웃음으로 치환시켰다. 그러나 그는 세계 인식의 방법에 있어서 냉철하고 이지적인 현실 감각이나 비극적인 진지성보다는 인간의 모습을 희화하므로서 투철한 현실 인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등장인물

 : 주인공. 작중 화자. 우직하고 순박한 머슴

장인 : ‘의 장인이 될 사람. 데릴사위라는 미명하에 일만 시키는 잔꾀 많은 주인. 배 참봉 댁의 마름으로 있음.

점순 : 깜찍하고 야무진 성격. ‘와 장인 사이에서 애매한 태도를 취함.

 

줄거리

장인님 ! 이젠 저.......”

내가 이렇게 뒤통수를 긁고, 나이가 찼으니 성례를 시켜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대답이 늘,

이 자식아 !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 !”

하고 만다.

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장차 내 아내가 될 점순이의 키 말이다

 

내 아내가 될 점순이는 열 여섯 살인데도 불구하고 키가 너무 작다. 나는 점순이보다 나이가 십 년이 더 위다. 점순네 데릴사위로 3 7개월이나 일을 해 주었건만 심술 사납고 의뭉한 장인은 점순이의 키가 작다는 이유를 들어 성례시켜 줄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나는 돼지는 잘 크는데 점순이는 왜 크지 않는지 고민을 하기도 한다. 서낭당에 치성도 드려 보고 꾀병도 부려 보지만 도통 반응이 없고 장인은 몽둥이질만 한다. 그러는 가운데 점순이는 나에게 성례를 시켜 달라고 장인에게 조르라고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어느 날, 나는 점순이의 충동질에 장인과 대판 싸움을 벌였는데, 장인이 나를 땅 바닥에 메치자 나는 장인의 바짓가랑이를 움켜 쥔다. 장인은 놓으라고 헛손질을 하며 고함을 지르지만 나는 더욱 세게 움켜 쥔다. ‘할아버지를 연발하던 장인이 점순이를 부르자, 점순이와 장모가 나와 갑자기 장인의 역성을 드는 바람에 오히려 얻어맞기만 했다. 그러나 장인은 나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결국 가을에 성례를 시켜 준다는 약속을 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꼼짝도 못하게 해 놓고 장인님은 지게막대기를 들어서 사뭇 내려조졌다. 그러나 나는 구태여 피하려지도 않고 암만해도 그 속을 알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만 멀거니 들여다 보았다.

이 자식 !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 ?”

 

해설

이 작품은 김유정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강원도 산골이라는 향토적인 배경에서 일어나는 해학적인 사건을 그리고 있다. 데릴사위라는 봉건 사회적인 모순된 제도를 상황으로 한 희극적 주인공 가 자기 나름대로 세상을 믿고 충실해 보지만 결과는 착각과 희극적인 장면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의뭉스런 주인과 그 주인이 사위 삼겠다고 약속한 우직한 머슴 사이의 갈등이 익살스러운 문체로 형상화된다. 가난하고 무식하나 순결하기 그지없는 사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에 걸맞은 토속어를 실어 가진 자들의 약삭빠른 세태주의를 꼬집으면서 한편에서 꾸밈없는 삶의 건강성을 일깨우는 김유정 문학의 걸작이다. 대부분의 평자들이 김유정 문학의 현실 규탄과 저항의 정신이 없음을 지적하지만 이 작품에는 최소한의 현실 비판과 풍자적인 정신이 내재되어 있다.

 

(갈래) 단편 소설, 토속적 소설, 향토적 소설

(문체) 향토적 어휘 속에 희극적 어투와 문장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음.

(주제) : 향토적 서정의 세계. 인간 본연의 갈등과 그 해결. 시골 남녀의 진솔한 사랑

(구성) : 단순 구성, 역순행적 구성. ‘의 회상에 의해 진행됨

(시점) : 일인칭 주인공 시점

 

 

< 해설 2 >

 

󰡔봄봄󰡕 1935 12 󰡔조광󰡕지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김유정의 문학세계의 본질을 해학적이고 골계적(滑稽的)으로 구축한 대표적인 소설이다. 여기에서 해학(諧謔)이란 우스꽝스러움, 익살, 공격성을 띠지 않은 웃음, 무해한 웃음, 따뜻한 웃음을 의미한다. 그의 문체 또한, 살아있는 강원도 사투리에 짙은 해학성을 가미한 언어적 특색을 보여준다.

이 소설을 1930년대 강원도 산골이라는 향토적 배경을 토대로 하여 그곳에서 일어나는 인간들의 애환을 당대의 삭막한 농촌 현실과 대비시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이 대개 바보스러운 점이 있거나 무식해서 사리를 파악하지 못하여 종잡을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진다. 이것이 오히려 재미를 느끼게 하며, 그 재미가 아름다움으로 승화되고 있다. 시점은 주인공이면서 서술자인 인물이 자기의 이야기를 토속적인 어법으로 이끌어 나가면서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조성해준 일인칭 주인공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그의 해학적 문체와 더불어 재미와 현장감을 전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봄봄󰡕은 마름인 장래의 장인(봉필)과 우직하고 순박한 머슴이며 장래의 사위인 사이에 혼인 문제로 드러난 해학적 갈등상과 그 해결을 회화적으로 그려나간 소설이다.

 

작중 화자이며 주인공인 는 점순이와 혼례를 시켜 준다는 말만 믿고 세경 한 푼 없는 데릴사위로 3 7개월 동안이나 머슴살이를 한다. 반면, 딸만 둔 마름 봉필은 딸을 미끼로 데려온 데릴사위들을 머슴처럼 부림으로써 노동력을 착취하는 인물이다. 한편, 점순이는 은근히 에게 행동을 종용하는 인물이며 주인공이 막상 실행에 옮기자 이번에는 자기 아버지의 편을 드는 쪽으로 태도가 돌변한다.

 

여기에서 장인 봉필과 나 사이에 사건의 갈등이 벌어진다. ‘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되어 여성으로 성장하고 있는 점순의 충동질에 의해 겨우 장인에게 성례를 시켜달라는 말을 건네본다. 그러나 점순이의 키를 두고 입씨름을 한 나는 장인에게 매를 맞기까지 하면서 봉변만 당했다. 그후, 성례하도록 하지 못한 나에게 바보나 병신 취급하는 점순이의 말에는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는 결말을 내기 위해 장인과 뒤엉켜 서로 상대방의 사타구니를 잡고 공격하며 싸운다. 결국 장인은 사위가 될 사람에게,

할아버지! 놔라, , , 놔놔

그래도 안되니까,

얘 점순아! 점순아!”하고 점순이를 부른다. 점순이가 와서 장인의 역성을 들자 ,‘는 꼼짝을 못하게 된다. 기회를 잡은 장인은 지게막대기로 나를 내리치며, ‘는 매를 피할 생각이 없다. 점순이를 쳐다보니 장인의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하느냐고 힐난한다.

 

이 소설은 주인공 의 어리석음과 장인의 간교함을 대비시켜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에 등장하는 소작인 이장이나 의 친구인 뭉태 등은 사건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모르는 체 함으로써 더욱 우스꽝스럽게 만든다.

 

데릴사위라는 봉건적 사회의 모순된 제도를 상황으로한 희극의 주인공 가 자기 나름대로 세상을 믿고 충실해 보지만 결과는 착각과 희극적 장면으로 되어 버리는 것이다. 동시에 혼인을 미끼로 하여 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마름의 횡포 등을 통해서 당시의 농촌 현실에 나타나는 구조적 모순이 간접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우리의 많은 소설 중 김유정의 작품처럼 독특한 개성적인 향기를 풍기는 문체도 드물다. 농촌이나 소시민의 생활에 밀착된 토착어를 저속하지 않게 쓰는 간결한 문체로 1인칭 시점은 물론 3인칭 시점에서 독백체나 대화의 묘미, 묘사와 대화에 의한(강원도 사투리) 극적인 장면제시 등 다양한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봄봄󰡕 역시 그의 언어 구사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이를테면 장가를 들여 내보내지 않는다고 장인 수염을 낚아 챈다거나, ‘장인과 데릴사위가 서로 바지춤을 잡고 늘어지며 싸우는 장면등이 그러한 경우이다. 따라서, 김유정은 어법의 측면에서 골계적, 해학적, 반어적, 역설적인 경향과 이미지의 측면에서 원시적, 향토적 서정성을 독특한 언어로 구사한 한국문학사에 가장 개성적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로 뚜렷이 남을 것이다.

 

한편, 이소설은 농촌 젊은이들의 순박한 사랑을 적절한 토속어로 그려진 󰡔동백꽃󰡕,󰡔산골󰡕과 같은 작품으로도 평가된다.

 

작품 요약

 

주제 : 마름인 장인의 간교함과 우직한 머슴 사이에 혼인 문제로 드러난 해학적 갈등과 그 해결.

인물 : -이 글의 주인공이며 우직하고 순박한 머슴.데릴사위로 있으면서 장인과 결혼 문제로 다투나, 본인 보다는 점순이의 의사를 존중한 정적 인물.

장인(봉필)-‘의 장인이 될 사람이며 교활하고 몰인정한 사람.

점순-‘의 배필로, 16살이지만 키가 작고 깜찍하며 야무진 성격의 인물. 능동적인 여성으로 를 배후에서 조종하며, ‘와 장인과의 싸움에서는 장인의 편을 든 정적 인물.

(*동백꽃에 나오는 인물 점순이와의 구별에 유의하자)

장모,이장,뭉태- 무식한 촌부들로 해학성을 더해 준 보조적 인물.

배경 : 1930년대 강원도 산골 마을. (공간적 배경은 강원도 산골 마을인 점순이의 집과 전답이며, 시간적 배경은 연대기적시간이 설정되어 와 장인의 과거를 회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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