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립의 ‘대중관리’ 해설
by 송화은율김동립의 ‘대중관리’ - 해설
작가 : 김동립(1928~ )
소설가.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다. 국학대학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959년 《사상계》에 단편「영웅」이 추천되어 등단했다. 그의 작품은 현실에서 소외된 인간의 고독과 비애를 보여주는 작품이 많다. 일찍이 군대 생활을 오래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원리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키워 소설적 상황를 구축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1954년 작품집「주인없는 성」을 발간했다.
주요 작품으로 「영웅」 (《사상계》 71, 72, 1959. 6-7), 「대중관리」(《사상계》 77, 1959.12), 「보충병」(《새벽》 30, 1960. 2), 「연대자」(《사상계》 84, 1960. 7), 「주인없는 성」(《사상계》 95, 1961. 6), 「자유의 길」(《사상계》 101, 1961. 11), 「에스카레이터」(《사상계》117, 1963. 2), 「보류된 가족」(《세대》4, 1963. 9), 「두 암살자」(《세대》7, 1963. 12)등이 있다.
작품 해설
욕망의 자기 증식과 현대성의 가속도
김동립은 조직 속에서의 한 개인의 소외에 대한 문제를 소설화하는데 뛰어난 재능을 보여온 작가이다. 그의 대부분 소설은 현대 사회의 조직 통제력에 의해서 비인간화 되는 개인의 정신적 고통을 포착함으로써 문제를 제기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대중 통제를 위해서 노동 시간을 축소하고 작은 단위의 시간조차도 규착화함으로써 생산력을 높이려고 하는 근대적인 생산 메카니즘에 대해 비판적인 그의 소설은 산업화가 인간을 기계화하는 메카니즘을 집중적으로 고발하고 비판한다.
「대중 관리」에서 창수가 근무하는 회사의 관리 부장이나 매형인 이 계장은 기계화되고 조직화되어 하나의 부품으로 전락한 인간 존재의 모습을 상징한다. 창수가 처음부터 관리 부장의 통제 체제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면서도 쉽게 그런 생활에 동화되지 못하는 것과는 반대로 이 계장은 생존을 위해서 조직의 메카니즘에 순응하고 좀더 적극적으로 그것을 이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계장의 뛰어난 수완에도 불구하고 그는 조직을 메카니즘에 의해서 철저히 구속당하고 제약받는 존재에 불과하다. 결국 조직 안에서의 권력 다툼 과정에서 그는 과도한 신경으로 인해 노이로제에 걸리고 만다. 타인을 불신할 수밖에 없는 그로써는 조직의 원리와 원칙만이 유일한 신뢰의 대상이다.
그리고 그 조직의 원리란 바로 힘의 원리이기도 하다.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는 대신 그는 조직의 원리를 철저히 따름으로써 자신의 존재 근거를 확보하려고 한다. 자신의 동일성에 대한 신념은 이 순간에 조직의 원리와 집단적 메카니즘에 전적으로 녹아버린다. 곧 집단적인 권력이나 힘의 이동은 개인의 자기 동일성에 선행한다. 이 계장이 늘 권력의 주체가 이동하는 현상에 주목함으로써 그것을 자기 행동의 기준으로 삼는 까닭은 자신의 동일성 이전에 조직의 힘과 억압이 더 우선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계장처럼 조직의 원리에 가장 충실한 사람조차도 그 조직의 기계적, 비인간적인 체제에 의해서 병적인 증상을 나타내게 된다.
이 점은 창수가 취직하고 있는 회사의 관리 부장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는 인간의 노동력을 최대한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인간도 그 동작을 기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행동은 너무나 불규칙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정신과 앞에서 이 계장과 창수의 눈에 띄게 된다. 이 작품은 결국 인간은 기계와 같을 수 없으며 규칙적이고 효율적인 동작만이 가치 체계의 장점에 올라갈 수는 없다는 점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진정한 존재적 가치가 상실되어 가는 현대에 욕망의 가속도를 더욱 부채질하는 두 가지 현상을 이 소설은 지적하고있다. 이 계장이 속한 조직적 세계에서 행해지는 권력에 대한 욕망과 증식의 가속도성과 관리 부장의 말에서 확인되는 노동력 착취, 물질 생산의 가속도성이다. 이 둘은 재화와 물질에 대한 욕망이 권력에 대한 욕망과 서로 순환적 상태에 놓이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물질적 생산의 가속도에 대한 조급증, 혹은 노이로제와 권력에 대한 욕망의 증식이 몰고 온 피해 의식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가속도성의 서로 다른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김춘식/문학평론가>
▶생각해 볼 문제
1. 현대 사회의 메카니즘을 상징하는 두 가지 요소를 이 소설에서 찾아보자.
2. 이 계장과 관리 부장이 처한 상황 속에서 현대성을 상징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말해 보자.
3. [대중 관리]의 두 가지 방법을 이 소설 속에서 찾아 보자.
4. 대중 관리를 위한 욕망의 자기 증식이 가져오는 환상과 허구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이 소설에서 욕망의 증식이 허구임을 말해주는 증거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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