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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리의 ‘까치소리’ - 해설 / 감상의 길잡이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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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리의 까치소리’ - 해설

 

작가 : 김동리(金東里,1913 -1990)

경북 경주 출생. 본명은 시종(始終). 1929년 경신고보를 중퇴하고 귀향하여 문학 작품을 섭렵함. 1934년 시 백로<조선일보>에 당선되고 단편 화랑의 후예1935<조선중앙일보>에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처음에는 서정주 등과 함께 <시인부락> 동인이었으며 생명파라 불리웠다.

 

그의 작품 경향은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인간 구원의 문제를 주제로 순수한 소설을 창작한 것으로 대표된다. 그의 문학적 여정은 3기로 나눌 수 있다. 초기에는 토속적, 샤머니즘적, 동양적 신비의 세계에서 제재를 선택하여 인간 생명의 허무적인 운명과 신비함을 추구하여 무녀도, 황토기등을 남겼다. 중기에는 한국전쟁을 계기로 보다 더 역사 의식과 현실 의식이 강화되면서 참여 의식인 강한 작품을 창작하여 귀환장정, 흥남철수, 역마등을 발표했다. 후기에는 보다 근원적인 인간 구원의 문제를 다루고, 근대 문명에 대한 차원 높은 비판 의식을 형상화하여 등신불, 사반의 십자가등을 남겼다.

 

관련기사 (1)

한국 현대 소설사의 거인이자 산 증인인 김동리(82) 지난 90년 지병으로 쓰러져 언제부터인가 일반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것 같던 김씨가 되돌아 왔다. 병세가 호전된 것은 아니지만(87년 부인 손소희 타계, 90년 김씨 뇌졸증) 그의 분신이랄 수 있는 생애 전 작품들이 [김동리 문학전집]이란 이름으로 3월말부터 민음사에서 출간되는 것이다.

 

지난 35년 단편소설 <화랑의 후예>로 등단한 그는 올해로 작가 생활 60주년을 맞이한 현역 작가이다. 그러나 90년 병으로 쓰러진 서울 청담동 자택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다.

 

한국적 샤머니즘의 세계를 파고든 <무녀도> 등 그의 주요 소설들의 인물들이 거대한 운명의 힘에 휩슬려 일상과 신내림(神降)의 경지를 왕복하듯, 그는 현재 자신의 운명과 정면으로 대치하면서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넘나들고 있다 닷새에 한 번꼴로 의사로부터 검진을 받고 매일 물리치료를 받는 그는 거의 의식을 잃고 지내지만, 간혹 찾아온 사람을 알아보고 눈빛으로 무언의 대화를 건넨다고 한다.

 

장남 김재홍씨는 솔직히 별 차도가 없다면서도 상태가 좋으신 날에는 가족들도 알아 보고 하시니까 의식 불명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80년대 초 어느 문학강연회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내 단편 소설들을 모두 외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짜놓은 소설의 구조를 잊어 먹을 리 없고, 문장의 리듬감각을 살리기 위해 여러 번 고쳐 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외게 된다.”

 

지난 해 가을 대하소설 [토지]를 완성한 박경리 씨가 찾아와 선생님 제가 왔습니다. [토지]가 완간됐습니다.”고 외치자 고개를 끄덕였다고 했다.

 

[김동리 문학전집]에 수록될 단편 소설은 모두 117편이다. 그는 지난 79년 단편 <曼字銅鏡(만자동경)>을 발표한 뒤 신작 발표를 중단한 상태에서 병석에 누웠던 것이다. 이 전집에는 <사반의 십자가>부터 그가 단편<무녀도> 이후 40년 동안 구상했던 <을화(乙火)>에 이르는 장편 소설들이 들어간다. 소설 외에 발표했던 문학 평론과 에세이 등과 수록한다. 따라서 전집의 총분량의 20여 권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3월 말에 출간될 1차분은 중단편설 5권과 장편 소설 1권으로 구성됐다. 평론가 유종호, 김치수, 이동하, 진정석씨 등이 김동리 문학을 초기, 중기, 후기별로 나누어 쓴 작가론도 각 권 뒤에 붙는다.

 

관련기사 (2) : 김동리의 삶과 작품세계

장기간의 투병 끝에 17일 작고한 작가 김동리는 반공주의적 순수주의라는 한국소설의 한 흐름을 창작과 이론 두 분야에서 주도한 인물이다. 샤머니즘과 토속성을 기조로 삼아 시간의 진행 속에서도 변치 않는 민족적 정체성을 추구하는 그의 문학은 가장 민족적이며 따라서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는 찬사와, 팍팍한 현실에 등 돌린 몽환과 주술의 포로라는 극단적인 평가를 수반하고 있다.

 

1935<중앙일보>에 단편 `화랑의 후예', 그 이듬해에 <동아일보>`산화'가 당선되어 등단한 동리(본명 김시종)`무녀도' `바위' `황토기' 등의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30년대에 이미 나름의 문학세계를 확고히 했다. 그 자신 󰡒세계의 여율과 작가의 인간적 맥박이 어떤 문자적 약속 아래 유기적으로 육체화하는()󰡓이라고 표현한 그 세계란 인간과 섭리 사이의 치열한 대결 또는 조화를 축으로 삼는 것이었다.

 

중학교 4학년 중퇴라는 최종학력에도 불구하고 일찍부터 세계문학전집과 동서의 철학 및 사상종교서적 등을 섭렵한 그는 나름의 뚜렷한 문학관을 수립해 자신의 창작을 안받침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창작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사회 전체의 혼란과 대립이 문학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던 해방공간에 그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그는 해방 직후 좌익계 문인들이 발빠르게 결성한 문학가동맹에 맞서 1946년 서정주, 박두진, 조지훈, 박목월 등과 함께 반공문학단체인 한국청년문학가협회를 결성하고 초대 회장에 취임한다. 이 단체는 남한 단독정부 수립 뒤인 194912월 이념적 색깔이 비슷한 문필가협회와 합해 한국문학가협회로 발전하며 동리는 이 단체의 소설분과위원장에 피선된다.

 

동리 자신 대한민국 정부와 `정신적 내지 역사적 성격'을 공유한다고 밝힌 바 있는 한국문학가협회는 지금의 한국문인협회의 전신으로 이후 이 땅의 제도권 문학을 대표하게 된다. 동리는 나중에 두 번에 걸쳐 한국문인협회의 이사장으로 뽑히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사실은 그가 이들 단체와 그 소속 문인들의 창작의 지도원리가 되기도 한 문제적 평론을 거듭 발표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 평론이 자신과 문학적 대척점에 놓인 작가평론가들과의 논쟁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그 문학적 의의는 지대하다.

 

일찍이 30년대 말의 선배 작가 유진오와 벌인 논전에서 시작해 해방 공간에는 좌익계 소장 평론가인 김동석김병규와, 50년대 말에는 당시의 젊은 평론가 김우종이어령 등을 상대로 펼친 불꽃 튀는 논쟁에서 동리가 이룩하고 지켜낸 문학적 화두는 `구경(究境)적 삶의 형식'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구경적 삶의 형식'이란 달리 말하면 인간의 원형적 조건 또는 운명에 대한 탐구라 할 수 있다. 일제 말기인 30년대 후반과 해방공간, 그리고 민족적 분단의 세월을 통과하면서 많은 수의 동료 문인들이 문학과 현실의 불가분의 관련성을 강조할 때에도 동리는 역사와 현실이 휘발해 버린 어떤 민족의 원형적 공간을 상정하고 그 안에서 운명이라는 이름의 알 수 없는 힘에 맞서고자 했다. 그 대결의식은 `역마' ‘사반의 십자가’ `등신불'과 같은 기념비적 작품으로 구현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 중의 문총구국대 부대장, 516민족문화상, 국정자문위원 등으로 미끄러지기도 했다.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에서 많은 후배들을 키우기도 한 동리는 두 번째 부인이었던 작가 손소희가 먼저 세상을 뜬 뒤 30년 연하의 작가 서영은씨와 결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등장인물

봉수 : 제대 군인. 까치 소리의 주술성에 의해 살인을 함.

정순 : 봉수의 애인. 봉수의 친구 상호와 결혼함.

영숙 : 상호의 동생. 아무런 이유없이 봉수에게 살해 당함.

상호 : 봉수가 죽었다고 속이고 정순과 결혼함.

어머니 : 까치 소리가 울면 기침을 심하게 하며 죽여달라고 발작을 함.

 

줄거리

단골 서점에서 신간을 뒤적이다 `나의 생명을 물려다오하는 얄팍한 책자에 눈길이 멎었다, `살인자의 수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생명을 물려준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 나는 무심코 그 책자를 집어들어 첫 장을 펼쳐 보았다. `책머리에라는 서문에 해당하는 글을 몇줄 읽다가 `나도 어릴 때는 위대한 작가를 꿈꾸었지만 전쟁은 나에게 살인자라는 낙인을 찍어 주었다라는 말에 웬지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비슷한 말을(하략)

 

주인공 봉수는 일선에서 수십 번 죽음의 고비를 넘긴 제대 군인이다. 그가 끈질기게 살아 남은 것은 고향에 있는 애인 정순에 대한 사랑의 힘이었다고 할 수 있다. 봉수는 전쟁에서 살아날 가망이 없자 정순이를 보기 위해서 비굴한 방법(자해 행위)으로 제대를 한다.

 

그러나 제대해 보니 정순은 속임수(봉수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함)에 넘어가 상호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노모(老母)는 이상하게도 마을 회나무에서 까치가 울기만 하면 발작을 일으키며 죽여 달라는 소리를 연발한다. 그때마다 봉수는 살의(殺意,죽여 주고 싶은 충동같은 것)를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상호를 만나 봉수는 정순과 만나게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상호는 봉수에게 용서를 빌고 기회를 약속한다.

 

상호의 호의에 의해서 동생 영숙과 함께 정순을 만난 봉수는 정순에게 상호를 버리고 자기와 결혼할 것을 간청하고 정순은 기회를 보아 도망나올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봉수는 정순의 동생 영숙이 그럴 수 없다는 언니의 편지를 전하자, 그때 갑자기 절망감과 까치 소리의 주술성에 의하여 야수적 충동에 휘말려 영숙을 껴안고, 그녀를 목졸라 죽인다. 영숙은 평소에 봉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터였으나 언니의 편지를 전하는 순간에 살해당하는 것이다. 까치 소리와 노모의 발작, 그리고 봉수의 살인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보인다. 그것은 생의 근원적 부조리, 즉 허무에 바탕을 둔 운명이라 볼 수 있다.

 

까작 까작 까작 까작, 그것은 그대로 나의 가슴속에서 울려오는 소리였다. 나는 실신한 것같이 누워 있는 영숙이를 안아 일으키기라도 하려는 듯 천천히 그녀의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하여 다음 순간, 내 손은 그녀의 가느단 목을 누르고 있었언 것이다.

 

까치 소리의 속신(俗信)

까치 소리에서 까치 울음 속신에 사로잡힌 사람은 주인공의 어머니다. 까치 울음, 그것도 아침 까치의 울음에 어머니는 싸움터에서 돌아올 아들을 기다린다. 속신은 어머니에겐 믿음이었다. 아들은 속신을 믿었는지 어떤지를 가늠할 징표가 작품의 문면에 나타나 있지 않다. 그러나 아들은 어머니릍 통해 속신에 사로잡히고 만다. 속신은 아들에게 거의 절대적일 만큼의 주술적인 구속력을 발휘한다. 어머니가 속신에 바친 믿음에 감염되어, 어머니에겐 강박적인 것이 되어 나타난다.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청순한 소녀를 짓밟고도 기어이 죽이고 마는 것은 강박적인 충동 때문이었다.

까치 울음의 속신은 어머니에게 있어 적중되었다고도, 흑은 회피되었다고도 말하기 힘들다. 왜냐 하면, 까치 울음에다 아들의 귀환과 걸기는 하였으나 아들은 결코 까치 울음과 더불어 돌아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김열규, ‘한국문학사

 

감상의 길잡이

속신(俗信)이나 전설(傳說) 등을 원형(原型,archetype), 혹은 기호화해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엮어 나가는 이야기를 원형과 빗댐 구조의 이야기라고 한다. 이 작품은 까치소리에 얽혀든 운명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 의 수기를 서술자가 입수하여 옮기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소위 빗댐의 이야기 구조이다. 빗댐 구조의 이야기는 속신의 길조(吉兆)와 흉조(凶兆)의 조짐이 모두 가능한 상태에서 둘 중 어느 것이 실현될 것인가 하는 긴장 속에서 진행된다. 이 글에서 까치 소리는 작중 인물의 운명에 영향을 주게 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의 한 구체적인 행위의 동기화(動機化)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흔히 우리의 민속 신앙에서 까치는 흉조와 길조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소재이다. 아침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고 저녁 까치가 울면 초상이 난다 는 속설이 바로 그것이다. ’의 돌아옴은 까치 소리 가운데 길조(吉兆)와 결부시킬 수 있고, 돌아온 고향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살인까지 하게 되는 것은 흉조(흉조)와 결부시킬 수 있다. 하여튼, 이 작품은 주인공이 제대 후 겪게 되는 모든 절망적인 사건들이 까치 소리에 의해 예견된 운명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운명론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감상의 길잡이

까치소리1966<현대문학>에 발표한 작품으로 일상적인 삶이 영위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해서 어디까지나 일상적인 차원의 사건을 전개시키는 가운데 그 일상적 차원의 논리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이상한 힘, 다분히 초월적인 힘이 개입하여 뜻밖의 곁과를 빚어 내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 이상한 힘, 초월적인 힘은 까치소리에 얽힌 속신(俗信)과 관련된다. 까치 소리가 가지고 있는 흉조와 길조의 조짐 중 어떤 것이 실현될 것인가 하는 긴장 속에서 이 이야기는 진행된다. 봉수의 돌아옴이 까치소리가 가지고 있는 길조와 결부되고 돌아온 고향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마침내 살인을 하고야 마는 결말은 까치소리의 흉조와 결부시킬 수 있다. 사실상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것은 까치소리이다. 까치소리는 일상적인 세계에서는 규정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지만 초월적이고 이상한 힘으로 봉수의 삶을 지배하는 것이다.

 

이 작품의 곁말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봉수가 영숙을 능욕하고 살해하는 것에는 어떠한 필연성도 존재하지 않고 어떠한 윤리의식도 개입되어 있지 않다. 거기에는 까치소리에 관한 속신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작품에서 윤리적인 선악이 문제시되지 않는 것은 까치소리로 나타나는 무속적인 힘 때문이다. 이 힘은 일상적인 차원의 세상 위에서 인간의 운명을 만드는 힘이기 때문에 이 힘에는 현실의 윤리란 통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힘에 의한 잔혹한 운명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렇게 초월적인 힘이 일상적인 삶과 인간의 운명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고는 김동리의 다른 작품, 특히 이나 윤사월’, ‘역마등의 작품에서도 나타나며 김동리 작품의 원류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무녀도>에서 모화라는 인물을 통해서 무속의 세계를 형상화한 바 있는 김동리는 일상적인 세계와 초월적인 세계를 접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까치소리에서도 나타나듯이 그것은 초월적인 힘에 의해서 인간의 삶의 운명이 정해지는 것으로서 나타내고 있다. 초월적이고 이상한 힘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이며, 그러한 힘이야말로 진정으로 본질적인 것이라는 사고가 바로 이 작품의 갑작스런 결말을 만든 것이다.

 

감상의 길잡이

김동리의 소설은 대체로 당대 현실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취하고 있다. ‘역마’, ‘등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그의 소설은 근원적, 본질적인 인간의 운명과 관련된 세계를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근원적인 운명에 대한 그의 관심은 역마에서처럼 사주(四柱)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무녀도에서처럼 무속적(巫俗的) 세계관에 기반하기도 한다. 또한 등신불에서는 불교적인 운명관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시대적인 정황을 초월한 인간의 삶에 대한 관심은 그가 일찍이 밝힌 대로 생의 구경적(究竟的)인 형식으로서의 문학관과 정확히 일치한다. 하지만 김동리의 소설이 시대적인 정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다. 해방 공간에 발표한 혈거 부족이라든지 한국 전쟁 체험을 형상화하고 있는 흥남 철수와 같은 작품에서는 당대적 삶의 문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후기작인 까치 소리는 김동리 문학의 양면성을 보여 준다.

 

까치 소리는 한국 전쟁이라는 시대성을 작가의 독특한 운명관(運命觀)으로 채색하고 있는 작품이다. 저녁 까치 소리가 표상하는 숙명론(宿命論)과 전장(戰場)의 상황에 처한 병사의 심리(心理)가 병렬적(竝列的)으로 전개된다. 전장은 죽음에의 위협이 상존하는 곳이며, 병사는 그 운명에 불가분하게 결박된 존재다. 주인공 봉수는 스스로 식지와 장지손가락을 자르는 자해 행위를 통해 죽음이 지배하는 전장으로부터 벗어난다. 그가 전장을 벗어나는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고향에 있는 애인 정순의 존재다. 따라서 정순은 단순히 이성으로서가 아니라 죽음으로부터의 탈출이며, 삶에의 욕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고향에 돌아와서 발견한 것은 정순과 상호의 결혼이라는 배반의 현실이며, 기다림에 지쳐 버린 어머니의 기침 소리일 뿐이다. 여기에 이르면 죽음과 고통의 전장으로부터 벗어나려던 봉수의 시도는 무화(無化)되고 만다. 즉 전선을 도망쳐 나온 명분이 무화되고 자신의 삶은 소매치기의 추악한 장물에 불과하다는 자책(自責)과 자조(自嘲)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결국 봉수는 어머니의 죽여 달라는 절규에 이끌리면서 살의(殺意)와 공격성(攻擊性)을 드러내게 된다. 저녁 까치가 우짖는 불길한 시간에 상호의 누이인 영숙을 능욕하고 살해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이처럼 죽음에의 불안과 삶에의 욕구, 적에 대한 분노와 전우에 대한 죄책감(罪責感) 등 전장에서 볼 수 있는 병사들의 복합적인 심리 상태와 그것의 귀결점을 까치 소리라고 하는 반복되는 상징 속에서 효과적으로 결합하고 있는 것이다.

 

감상의 길잡이

󰡔까치소리󰡕196610󰡔현대문학󰡕 142호에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이 작품은 김동리 예술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 만큼 비교적 높은 문학적 수준을 성취한 작품이며 탁월한 주제와 치밀한 구성을 지닌 소설이다.

 

이 작품은 한국전쟁 무렵 늙은 회나무가 서있는 어느 마을을 배경으로 절망에 빠진 인간의 변태 심리와 비정한 운명을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소박하고 평화로운 마을에 전쟁이 가져온 혼란과 그 상처를 내용으로 하는 이 작품은 자연주의적 문맥을 유지하면서 극적으로 표현한다. 이것을 까치소리가 지니고 있는 신화의 상징체계에 무리 없이 투영시켜 까치소리와 주인공의 발작적 변태심리를 동인으로 하여, 봉수와 정순이 그리고 상호 사이의 애정의 삼각 관계를 축으로 사건을 전개한다.

 

주인공인 나(봉수)는 한국전쟁 당시 일선에서 수십 번 죽음의 고비를 넘긴바 있는 제대 군인이다.그에게는 정순이라는 애인이 있었다. 사실 그가 전쟁에서 살아날 가망이 없자 자해 행위를 하여 제대를 한 것도 애인 정순을 만나기 위한 사랑의 힘이었다. 그러나 제대를 해서 고향에 돌아와 보니 정순은 자기를 기다리지 않고 상호의 아내가 되어버린 후였다.

 

한편, 집안에서는 아들을 전쟁터에 보낸 연로한 어머니가 아들로부터 소식오기를 처절하게 기다리다가 기침병이 악화되어 천식을 앓았다. 그런데 어머니는 이상하게도 마을 회나무에서 까치가 울 때마다 발작을 일으키면서 봉수의 이름을 부르고는 죽여다오라는 소리를 연발한다. 그때마다 봉수는 연민의 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를 죽이고 싶은 살의를 느끼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봉수는 정순에게 상호를 버리고 자기와 결혼해 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정순은 결코 그럴 수 없다는 뜻을 적은 편지를 상호의 동생 영숙을 통해서 전달한다. 절망감에 사로잡힌 봉수는 그 편지를 받아 읽는 순간 갑자기 충동에 휘말린다. 절망에 빠진 봉수를 어린 영숙이 차마 보지 못하여 사랑의 힘으로 그에게 몸을 맡긴다. 이때 까치가 운다. 봉수는 갑자기 야수가 되어 천사 같은 영숙이를 마음껏 짓밟고 끝내 까치의 울음소리처럼 살기 낀 전율로 변해서 영숙이를 목졸라 살해하고 만다

 

작가는 일상적 삶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여 어디까지나 일상적 사건을 전개시킨 가운데 그 일상적 차원의 논리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이상한 힘, 다분히 초월적인 힘이 민간 속신(俗信)과 연관하여 뜻밖의 작용을 빚어내는 이야기를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까치소리의 흉조와 길조를 통해서 사건을 전개하는 것이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믿음은 새로운 삶과 희망을 가져온다는 뜻이 있으며, 반면 저녁에 까치가 울면 초상이 난다는 것은 희망이 절망으로 변하고 죽음이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간의 경험을 까치소리를 통해 나타낸 것은 샤머니즘과 같은 속성에서 기원했다. 그러므로 봉수가 제대하고 돌아오는 것은 까치소리의 길조와, 고향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마침내 살인을 하는 행위는 까치소리의 흉조와 서로 관련 있다. 또한, 까치소리로 나타나는 무속만이 존재하고 윤리적 선악을 문제 삼지 않은 것은 일상적 차원의 삶 위에 운명을 지배하는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근원적 운명에 대한 그의 관심은󰡔무녀도󰡕에서는 무속적 세계관에 그 바탕을 두며,󰡔등신불󰡕에서는 불교적 운명관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작가는 󰡔까치소리󰡕에서 결국 초월적 힘에 의해서 인간의 삶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라는 결론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 작품은 한국전쟁이라는 시대성을 작가의 독특한 운명관으로 채색하여 죽음의 불안과 삶의 욕구, 적에 대한 분노와 전우에 대한 죄책감 등 전쟁에서 볼 수 있는 병사들의 복합 심리 상태,그리고 이의 귀결을 까치소리라는 반복된 상징 속에서 효과적으로 결합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 소설의 미학은 자연주의적 특성 외에 까치소리로 표현된 연기관(緣起觀)과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상징주의를 담고 있다.

 

핵심 정리

갈래 : 단편 소설, 액자 소설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내부 이야기)

배경 : 625 전쟁 때의 시골 마을

구성 : 단순 구성

제재 : 까치 소리와 전쟁의 후유증

성격 : 토속적(土俗的), 무속적(巫俗的), 민속적

주제 : 까치 소리에 얽힌 속신(俗信)과 전쟁의 참상에 눌린 한 인간의 비극적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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