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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과 김현승 두 시인의 비교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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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과 김현승 두 시인의 비교

 

다형(茶兄)을 생각할 때 비슷한 시대를 살다가 간 이산(怡山) 선생이 떠 오른다. 이 두 시인은 식민지 시대의 어두운 사회 현실 속에서 다 같이 카프에 날카로운 거부감을 느끼며 관념으로 기울어져 간다. 한국 현대시가에서 이 두 분 이상으로 관념 그 자체를 시의 주제로 끈질기게 붙들고 있었던 시인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시인이 만년에 도달한 시의 경지는 사뭇 대조적이다.

 

1) 이산은 ‘고독’에서 출발하여 ‘산’에 이르고, 다형은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에서 출발하여 ‘절대 고독’에 도달한다.

2) 이산의 시가 고독을 벗어나려는 몸짓이라 한다면 다형의 시는 고독의 단단한 껍 질로 자신을 감싸려는 몸짓이라 하겠다.

3) 이산이 만년에 자기 양심의 실체를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운명 속에서 발견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으로 기울어지는 데 반해, 다형은 타락한 현실의 유혹으로부터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고독에 침잠하거나 신 또는 초월적인 진리 속으로 은퇴한다. 다형의 고독은 그러므로 인간 본연의 문제라기보다는 방법적인 고독이다.

 

 (시적변모) 관념적 사변적 시 ⇨ 인간에 대한 애정

 

그는 현실을 타협할 수 없는 괴물처럼 인식했다는 점에서는 낭만주의자이지만, 그 낭만주의자처럼 현실밖으로 벗어나려하지 않는다. 그의 시에 격렬한 자기 부정 대신에 따뜻한 동경이나 자기 위안이 보이는 이유이다. 그것은 그가 생명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고 계속 그것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또한 입증한다. 그의 대표작이 될 <성북동 비둘기>와 동명의 제목 밑에 실려있는 시들은 그의 시가 초기의 관념적이고 사변적인 서정감각을 벗어나 인간에 대한 애정을 그가 찾아냈음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쫓기고 있는 인간과 그것에 버금가는 모든 것에 그는 오랜 관조와 사색에서 얻어진 애정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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