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요점정리 / 전상국
by 송화은율작자소개
전상국(全商國: 1940- )
강원도 홍천 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6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행>이 당선되어 등단. 현 강원대 국문과 교수. 대한민국 문학상 수상. 그는 현실과 역사를 넘나들며 귀환 구조와 뿌리 찾기 형식을 지닌 소설로서, 전쟁으로 인한 실향 의식과 삶의 뿌리 찾기 의식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바람난 마을>, <하늘 아래 그 자리>, <외등>, <늪에서 바람이> 등이 있다.
이해와 감상
<길>은 전상국의 연작 소설로서, 1982년에 완성한 [분향], [술래 눈뜨다], [이산]과 1983년의 [이류(異流) 속에서], 1984년의 [허허벌판], [산 너머 강]으로 짜여져 있다. 이 연작(連作)들은 전쟁악(戰爭惡)의 고발이라든지 인간다운 삶의 굵은 주제 의식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길>은 해방 직전에서 4 19에 이르기까지, 박덕수가 겪는 온갖 시련의 과정을 추적한 것으로 소년기 혹은 청년기에 있는 박덕수를 나레이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이 소년의 시점은, 순진한 세계와 속되고 때묻은 세계를 극명하게 대비시켜 주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으로는 적합하지만, 작중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파헤쳐 들어가거나 작중 사건의 숨은 의미를 헤아리는 데는 뚜렷한 한계를 보인다.
박덕수는, 처음에는 공포와 경원의 대상이었던 아버지를 차츰 이해하여 가는 사이에, 또 맹종과 자기 희생으로 살아가는 어머니에게 어욱더 짙은 연민을 보내는 사이에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고 동시에 삶의 태도와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덕수의 아버지 박태혁이 정치적 야심의 노예가 되어 밖으로 밖으로만 자신을 드러내며 산 끝에, 결국 실패한 인생으로 낙착된 경우라면, 최영재는 소시민적인 꿈을 키우면서 안분 지족할 줄 알고, 끊임없이 조력자로서의 위치를 강화한 끝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공감도가 큰 삶으로 ,평가받게 된 경우라 할 수 있다. 박태혁은 해방을 전후해서 사회주의자로 활동, 마침내는 아버지 박준성 어른의 집과 토지를 제 손으로 몰수하여 당(黨)에 헌납하는 일까지 저질렀다.
최영재는 "태혁은 자신의 삶을 명분이라는 계수기로 가늠질해 가면서 사는 것"이라고 못마땅해 하면서도 태혁이 하는 일을 한 번도 반대하거나 방해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영재는 태혁의 명분에 짓밟히고 밥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영재는 박준성의 은밀한 배려에 힘입어 서울에서 고등교육까지 받았으나 "자신의 근원을 감싸고 있는 불투명한 어떤 그늘로부터 자신을 건져 올리고 싶어"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으로 내려오고 만 것이다.
영재는 태혁처럼 큰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자신의 소인성(小人性)을 비관하기도 했다. 짝사랑했던 초분을 태혁에게 빼앗겼을 때는 배신감에 몸을 떨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콤플렉스와 배신감을, "아무 명분이나 보상 없이" 희생 정신(?)으로 감수하고 덕수의 집안 일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며 돌보아 주는 존재가 된다.
박태혁이 6 25 후, 야당의 투사임을 자임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한 줌의 보탬도 주지 못하는 '구름 잡는 인간'으로 전락한 반면, 최영재는 건강한 인간형으로 부상(浮上)하여 태혁의 딸 은하의 내외를 위해, 또 많은 사람들의 미래를 위해 조림 사업을 펼치겠다는 의욕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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